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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2022 일본 여행 ④ 교토 에이칸도(영관당)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2.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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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일본에 갔을 때에는 아무 것도 몰라서 어리바리 하다가 돌아왔다. 이후 고베, 교토 등 오사카와 부근을 여행하면서 교토의 매력을 알게 되었는데 교토의 수많은 관광 명소 중 가장 좋아하게 된 곳이 에이칸도였다. 킨카쿠지(금각사)에 별 다섯 개를 준 가이드 북은 에이칸도에 고작 세 개를 줬을 뿐이지만 내게는 별 다섯 개도 부족한 곳이었다.

뭐가 그렇게 맘에 들었냐고 물으면 대답하기가 애매하다. 그냥,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자판기에서 녹차를 찰랑찰랑 받아 마루 난간에 걸터 앉은 뒤 차를 홀짝거리며 멍 때리고 있는 게 좋았다. 그렇게 30분 여를 앉아 멍 때리고 있다가 어슬렁~ 어슬렁~ 걸으며 나무로 된 바닥을 느끼는 것도 좋았고.

개인적인 느낌이니까 실망할지도 모른다며 주위 사람들에게 추천했는데 다녀온 사람 중 실망했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오히려 정말 좋더라며, 좋은 곳 추천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아즈치 성에 갔다 왔지만 시간이 많이 남는지라 에이칸도에 들렸다가 가기로 했다. 이 날 간사이 패스 1일권을 사용했는데 한큐, 케이한 전철 자유 이용권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한 몫 했다.

 


 

아즈치 → 교토 에이칸도

쾌속을 탄 덕분에 금방 교토에 도착했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건 2020년 3월 말이었지만 코로나 때문에 한 달 가까이 방에만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교토를 찾은 건 만 3년이 넘은 듯 하다. 오랜만이라 반가운 마음에 사진을 찍을까 말까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그만 뒀다.

인포메이션 센터에 가서 한큐線 자유 이용권 교환 티켓을 보여주며 어디에서 바꿀 수 있냐고 물었더니 1층으로 가면 버스 안내 센터가 있는데 거기에서 바꾸면 된다고 알려줬다. 덤으로 에이칸도에 가려고 하는데 어디에서 버스를 타야 하는지도 물었고 'A 정류장에서 5번 버스를 타면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

1층으로 내려가 곧장 버스 안내 센터로 향했다. 티켓을 보여주며 이걸 쓸 수 있냐고 물어보니 여러 번 해본 일이라는 듯 여유있게 플라스틱 카드를 내어줬다. 신용카드 같은 두꺼운 플라스틱이 아니라 얇디 얇은 카드다.

 

버스 정류장으로 가서 버스를 기다리는 줄에 섰다. 기다리는 동안 손에 든 카드를 만지작거리다가 뭔가 이상하다 싶어 확인해보니, 버스 1일 승차권이 아니라 전철 1일 승차권이었다. 카드 어디에도 버스라는 말은 없었고 전철 노선도만 그려져 있었다. 뭔가 이상하다 싶어 줄에서 빠져나온 뒤 유니폼을 입고 계신 할아버지께 가서 '이건 버스 1일 승차권이 아니지 않나요?'라고 물어봤다. 잠시 살펴보시더니 아니라고 한다. 음...JR Ticket Office에서 받은 건 분명 버스 1일 승차권이라 쓰여 있었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내가 잘못 본 모양이다. 애써 받은 승차권을 썩히고 돈을 써서 버스 타기가 아쉬워서, 할아버지께 전철로 에이칸도까지 가는 방법을 여쭤본 뒤 지하로 내려갔다. 오랜만에 타는 교토 지하철. '환'승이 '한'승이라고 잘못 표시되고 있는 걸 발견했다.

 

게아게 역에 내리니 예~ 전에 왔던 게 생각났다. 별로 달라진 게 없다.

 

2015 간사이 - 23 : 에이칸도 (tistory.com)

 

2015 간사이 - 23 : 에이칸도

미리 계획한 일정 실제 움직인 경로 http://pohangsteelers.tistory.com/1077 - 01 : 출발합니다! http://pohangsteelers.tistory.com/1078 - 02 : 인천 공항 → 간사이 공항http://pohangsteelers.tistory.com/1079 - 03 : 니시 쿄 고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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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간사이 - 셋째 날 : 에이칸도 (tistory.com)

 

2016 간사이 - 셋째 날 : 에이칸도

일본 여행 셋째 날 일정은 오카야마에서 교토로 이동한 뒤 에이칸도에 가는 것이었다. 달랑 그것 뿐. 빡빡하게 잡지 않았다. 오카야마에서의 첫 날과 둘째 날 모두 예상한 것보다 일정이 빨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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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아게 역에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오른쪽에 철길이 보인다. 웨딩 촬영 중인 신혼 부부도 보이고, 기모노를 입은 채 기념 사진을 남기는 처자들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지금은 불가능하지만 예~ 전에는 난젠지(남선사) 수로를 따라 계속 걷다보면 철길에 도착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수로가 길어서 힘들어했던 기억이 났다.

 

난젠지를 지나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에이칸도까지 갈 수 있다.

 

 

 

에이칸도는 일본에서도 단풍 명소로 유명한 곳인지라 평소에는 입장료가 600円이지만 가을에는 1,000円으로 올라간다. 3년 만에 가는 거니까 그 사이에 입장료가 올랐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대로 600円이라서 조금 놀랐다. 일본은 확실히 물가가 거의 오르지 않았다. 버스 요금도 그대로였고.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건 여행지에서 처음으로 체온 체크를 했다라는 것이었다. 입구에 천막이 세워져 있었고 체온을 측정한 뒤 손 소독을 하라고 했다. 그 후 입장권을 사서 안으로 들어가는 시스템. 나무로 된 마루를 밟으며 관람하는 곳인지라 입구에서 비닐 봉투를 받아서 신발을 넣은 뒤 들고 다녀야 한다. 관람이 끝나면 신발을 신고 봉투는 자기가 가져가는 시스템.

 

 

아... 아아...

 

여기에 앉아 살랑살랑 부는 바람을 느끼며 녹차를 홀짝거리고 아무 생각없이 빈둥거리는 게 가장 좋았었는데, 녹차 자판기는 커버가 씌워져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고 편하게 앉을 수 있었던 곳도 머물 수 없도록 막아놨다. 코로나 때문이겠지. 에이칸도 최고의 장점이 사라져버렸다. 무거운 가방을 짊어지고 낑낑거리며 온 건데... 괜히 왔다.

사람들 따라 그냥 걷기가 아쉬워서, 모서리 쪽에 가방을 내려놓고 잠시 앉았다. 통행에 최대한 방해되지 않는 곳이 모서리 쪽이었다. 하지만 눈치가 보이기도 하고, 혼자 멍 때리고 있을 만한 환경이 아니었다. 결국 10분도 채 앉아 있지 못하고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다가 다시 신발을 신었다.

 

 

11월 초였는데 단풍은 아직이었다. 11월 중순이 지나야 울긋불긋해질 것 같았다.

 

 

 

교토 동물원은 오다가다 보기만 했지 직접 가본 적은 없다. 이 날도 시간을 내서 들릴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할로윈은 끝났는데 장식은 아직 치우지 않은 모양이다. 이태원 사고 때문에 한동안은 할로윈 시즌이 되면 좀 그럴 것 같다.

 

다시 게아게 역으로 돌아갔다. 가라스마 오이케 역에서 갈아타야 하는데 반대 쪽으로 가는 걸 잘못 타서 바로 다음 역에서 내렸다. 반대 편으로 들어온 열차를 타고 다시 교토 역으로 간 뒤 가지고 있는 JR Pass로 하루카 탑승이 가능한지 다시 한 번 확인을 했다. 자유석으로 가니 어린 아이가 앉아 있는 게 보였다. 일본 아이라 생각했는데 중국어를 쓰더라. 울다 웃다 난리도 아니다. 깔깔 거리며 웃더니 얼마 후 고주파를 발사하며 고막 공격. 으으...

 

 

 

 

열차에서 보이는 오사카 공중 정원.

 

졸음이 마구 쏟아진다. 신 오사카에 도착했다는 방송을 듣고 정신을 차렸다. 중국인지 대만인지, 아이가 엄청나게 울어대서 이어폰의 노이즈 캔슬링 덕을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선반의 가방을 내려 꺼내고 어쩌고 하려니까 귀찮아서 그냥 버텼다.

 

 

 

▶◀ 이태원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아울러 몸과 마음을 다친 분들의 쾌유를 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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