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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2022 일본 여행 ③ 오다 노부나가의 아즈치 성(터)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2.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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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영상이 대세인 것 같다. 굳이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지 않더라도, 당장 나만 보더라도, 10분 안 쪽의 짧은 영상을 주로 보고 있다. 그런 세상에서 A4 용지 스무 장이 넘는 분량의 글을 한꺼번에 올리다니, 읽어주기를 포기한 짓이지. 블로그는 자기 만족 차원에서 운영하고 있지만 그래도 봐주는 사람이 많은 편이 좋다. 읽기 좋은 글을 써야 하는데, 여행 다녀와서 쓰는 글은 자꾸 관계없는 이야기가 끼어들고 내 눈에만 멋져 보이는 사진이 자리를 차지하면서 분량이 늘어난다. 지금 이 글도 마찬가지. 그냥 여행 다녀온 이야기만 깔끔하게 쓰면 좋으련만, 글솜씨가 형편없어 자꾸 뱀다리가 생긴다. 아무튼, 이번에 올릴 글은 여행 3일 차에 갔던 곳과 있었던 이야기들. 아즈치 성(터)와 박물관, 교토 에이칸도, 숙소인 3 어클락 텐노지, 아폴로 시네마에서 영화 본 이야기, 네 개로 쪼개서 올려볼까 한다.
 


 

마이바라 → 아즈치 성(터)

토요코인의 장점 중 하나는 무료로 아침 밥을 준다는 것. 하루 전에 숙소를 나서면서 차려진 밥을 보니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날은 숙소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체크 아웃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더랬지. 하지만 막상 1층에 내려가니까 밥 먹는 게 귀찮다. 평소에도 아침 식사를 안 하는데, 여행 와서 유별나게 챙겨 먹는 게 번거로웠던 것. 결국 방에서 나갈 때의 식사 다짐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곧장 프런트로 향했다.
 
이 날은 아~ 무 계획도 없는 날이었다. 텐노지(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덴노지라 쓰는 게 맞습니다만, 텐노지 만큼은 입과 손에 붙어버려서 익숙한대로 쓰겠습니다. 😵‍💫)에 숙소만 잡아놓고 어디를 가야겠다는 계획 같은 건 전혀 잡지 않았던 것. 정 할 일이 없으면 예전에 살던 동네 근처나 어슬렁거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아! 유일한 계획이 영화 보는 것. 김해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한국에서 절대 개봉할 리 없는 작품이 상영 중이라는 걸 알고 예약했었다.
 
구글 지도는 뭔가 큰 일이라도 난 것처럼 안내하고 있었지만 전철은 제 시각에 도착했다. 구글 지도에서는 사고로 연착된다고 표시되어 있지만 아무 일 없다는 듯 제대로 운행 중일 때가 있다. 이 때도 그랬다.
비어있는 자리가 꽤 있었지만 가방이 워낙 거대하니까, 그 가방을 옆 자리에 올려놓고 앉으면 뭔가 폐 끼치는 기분인지라, 그냥 기관사 뒤 쪽으로 가서 가방을 내려놓고 근처에 갈만한 곳이 없나 찾아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히코네 역에 멈출 무렵 저 멀리에 성이 보이기에 잽싸게 검색해봤더니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가볼 만한 곳인 것 같다. 내릴까 고민하는 사이에 문이 닫혀버려서 못 내렸다.
 

 

히코네 성은 일본 국보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성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천수각이라 부르는데 일본에서 천수각이 국보로 지정되어 있는 곳은 히메지, 이누야마, 마츠에, 마츠모토의 네 곳과 이 곳 히코네까지, 전부 다섯 곳 뿐입니다.

한국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오사카 성의 천수각 같은 경우는 최초 축성 이후에도 화재와 낙뢰 피해 등으로 망가진 적이 있고 본토 폭격 때 완전히 무너져버린 것을 재건한 것입니다만, 국보로 지정된 곳은 보수 공사를 제외하면 대부분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히메지, 마츠에 성은 다녀온 적이 있는데 두 곳 모두 추천하고 싶은 장소입니다.)

 
 
근처에 역사적인 유적지가 없나 다시 검색해보니 아즈치 성이 있다고 한다. 아즈치 성은 오다 노부나가의 Command Center 역할을 했던 곳. 하지만 오래 전에 폐허가 되어 지금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게 문제였다. 잠시 망설이긴 했지만 일단 가보자고 마음 먹었다.
 

역에서 사진 찍고 있으면 주변에서 '저걸 왜 찍어? 관광객인가?' 하고 힐끗거리며 보는 시선이 느껴질 정도의 작은 동네.

 
가방이 무거웠던 탓에 코인 라커부터 찾았는데 당최 보이지 않는다. 일단 역의 북쪽 출구로 빠져나가 왼쪽을 보니 오다 노부나가의 동상이 보인다. 그리고 그 앞에 관광 안내소가 떠~ 억 하니 자리잡고 있다. 이런 곳에 사람이 올까 싶은데 안내소는 의외로 번듯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오다 노부나가가 혼노지에서 죽지 않고 일본을 통일했더라면 일본과 한국의 역사는 많이 달라졌을 게다.

 
아즈치 성까지 가고 싶다는 말로 대화를 시작했다. 지도를 보여주시며 걸어서 몇 분 정도 걸린다고 안내를 해주시는 아주머니. 내 어설픈 일본어를 또 칭찬하신다. '1년 6개월 동안 익힌 일본어가 3년 사이에 이 모양이 되었습니다.'라고 하면 더 놀라실 게 분명하다. 그냥 혼자 독학한 걸로 포장하자. ㅋ
친절한 안내를 받은 뒤 뒤에 있는 코인 라커에 가방을 보관했다. 문을 열고 가방을 넣고 나서 문을 닫고, 500円을 넣은 뒤 문을 잠그고 키를 뽑는 방식. 이게 500원이면 참~ 바람직한 가격일텐데, 원이 아니라 円이다. 우리 돈으로 5,000원. 코인 라커에 짐 보관할 때마다 피 같은 쌩 돈이 나가는 기분이라 아깝디 아깝다.
 
 

아날로그 지도를 받았지만 나는 이미 디지털化 된 인간인지라, 구글 지도를 보면서 걸었다. 증강 현실 덕분에 길 잃을 염려가 없다.

 

구글 지도를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 하면 경로 안내 중 카메라를 통해 현재 위치를 인식한 뒤 지도 위에 가상의 그래픽으로 경로를 표시하게 할 수 있습니다. 실제 길 위에서 어디로 가라고 표시되기 때문에 길을 잃을 가능성이 거의 없어요. 하지만 교차로 부근에서는 위험하다며 화면 가득 경고 메시지를 띄웁니다. 실제로 손전화를 보면서 걷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니까 방향이 애매한 위치에서만, 멈춘 상태로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은 지 얼마 안 된 듯한 집도 많이 보이고 이제 막 구획 정리가 끝난 듯 보이는 땅도 많았다.

 
고베 같은 경우 대지진 때 대부분의 건축물이 무너져버려 구획 정리와 건축이 새로 이루어졌다. 때문에 지금 고베에 가면 바둑판 모양으로 반듯한 길과 집들을 볼 수 있다. 아즈치의 느낌도 비슷했는데 교토의 땅 값이 비싸니 교토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외곽에 집을 지어 사는 걸까? 싶더라. 뭐, 외국인의 추측일 뿐이라... 😑
 
 

쭉! 뻗은 시골 길을 걷는다. 이 길로 들어서려면 차도를 하나 건너야 했는데 횡단보도가 없어서 적잖이 눈치가 보였다.

 

추수가 끝난 논 가운데로 난 아스팔트 길 위에, 농업용 장비가 흘리고 간 흙이 떨어져 군데군데 굳어 있었다. 그마저도 정겹다.

 

그저 동네 변두리를 흐르는 자그마한 하천 같은데 배가 세워져 있어 의아했다. 물이 얕아서 배를 띄울 수는 없을 것 같던데.

 

우리나라는 어지간한 시골에 가도 현대화 된 지 오래라 이런 풍경을 보기가 쉽지 않다.

 
1980년으로 넘어가기 직전에 태어나 시골 풍경이 전혀 낯설지 않다. 동네 뒷산에 올라가 물 흐르라고 만든 시멘트 관을 따라 미끄럼을 탄 기억도 있고, 어렸을 때의 일을 이야기하면 '넌 무슨 60년대 사람이냐?'고 묻는 경우도 있을 정도.
우리나라에서는 추억을 떠올릴 수 있을 만한 공간이 거의 사라졌는데 일본의 시골은 내 기억 속의 시골과 상당히 비슷한지라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풍경을 바라보게 된다. 나무로 된 마루에 엉덩이를 붙이는 것도 우리나라에서는 가능한 곳이 있나 싶을 정도지만 일본에서는 종종 경험할 수 있다.
 
 

시골 길을 걸어 도착한 아즈치 성... 터... 말 그대로 성이 있던 자리다. 성벽이었을 거라 추측되는 돌벽만 보인다.

 

'발굴 조사 결과 여기에 뭐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안내판만 서 있고 아무 것도 없다. 휑~ 하다.

 

일본어 안내를 제대로 읽을 수준은 안 되고, 번역기를 돌려도 제대로 보기가 어려우니 그냥 건너뛰게 된다.

 
주차장은 제법 넓은 편이었는데 바이크를 타고 온 여행객들이 많은지 다양한 종류의 바이크가 세워져 있었다. 평일임을 감안한다면 의외로 관광객이 있는 편이었는데 가족 단위 내지는 나이가 조금 있는 편이었다.
입구에서 입장료를 받는다. 나무 위키에 500円이라 쓰여 있던데 실제로는 700円이었다(고쳐 놨음. ㅋ).
 
 

계단과 산길이 이어지다보니 무릎이 안 좋은 사람들은 지팡이가 필수다. 적당한 걸 꺼내서 쓰고 돌아오면서 다시 꽂아두면 된다.

 

조만간 흑염룡이 날뛰지 않을까 싶은 어린 학생과 엄마가 내 앞을 걷고 있었다. ㅋ

 

입구와 출구가 하나인데 나가는 길 쪽에는 이런저런 기념 상품을 팔고 있었다. 파는 것들이 꽤 시골스러웠다.

 

계속 일본어를 공부하면 이런 곳의 안내문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될 수 있을까? 😭

 

산에서 내려오는 길이 보이기에 저쪽으로 가보려다 말았는데 나중에 보니 내려오는 길이었다.

 

 

 

자그마한 장식물 위에는 어김없이 동전이 놓여 있다. 어디를 가도 그렇더라.

 

적당히 올라와 뒤돌아보니 제법 높다. 이런 곳에 성을 쌓으려면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싶다.

 
아즈치 성은 1579년에 완성되었다고 한다. 당시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화려한 외관이 특징이었다고 하는데 남겨진 그림을 보면 금색 뿐만 아니라 빨간색도 사용되는 등 실제로 꽤나 눈에 띄는 모습이다. 성은 3년에 걸쳐 만들어졌는데 딱 그만큼의 시간 만에 성의 주인이 죽어버렸다. 성은 불에 타서 없어졌는데 반란군 쪽에서 싸운 아케치 히데미츠(반란을 일으킨 녀석은 아케치 미츠히데. 이름 오질라게 헷갈린다. 😑)가 빈 성을 점령했다가 퇴각하면서 불을 질렀다는 이야기도 있고, 오다 노부나가의 아들내미인 오다 노부카츠가 그랬다는 이야기도 있다.
오다 노부나가를 호랑이에, 그의 아들들을 개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이 오다 노부카츠 때문이다. 장남인 오다 노부타다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싸우다 죽었기에 아버지보다 한참 못한 아들을 이야기 할 때에는 언급되지 않는 편인데 오다 노부카츠는 희대의 무능력자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석불이라는 명판 아래에 재떨이 같은 게 놓여져 있고 거기 동전이 담겨 있는 걸 여러 번 봤다. 석불 만들려고 돈 모으는 건가?

 

숨이 차오를 때 쯤 나타나는 청자 빛깔의 테이블과 의자

 

 

비 내리는 날이나 밤에 혼자 걸으면 상당히 무서울 것 같은 길을 걷는다.

 

 

 

 

 

깔끔하게 다듬어진, 인위적으로 가공한 모습도 나쁘지 않지만 이렇게 이끼 낀 모습이 더 좋은 것 같다.

 

여기가 천수각이 있었던 터. 지방 자치단체의 예산이 풍부하다면 진작 다시 지었겠지만 그리 풍족한 형편이 아닐 게다.

 

아즈치 성의 천수각을 천주각이라 부르며 구경도 시켜주고 그랬다는 글을 나무위키에서 봤다.

 

주변 경치도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고,

 

조금 전에 지나쳐 온 사당인지 신사인지, 아무튼 그 안에 있어 제대로 볼 수 없었던 돌(?)도 볼 수 있다.

 

 

아무 것도 모른다면 지역의 초등학교 소풍 장소로 적합할 것 같은 곳인데, 몇백 년 전에는 최고 권력자의 집터였던 곳이다.

 

 

 

 

 

왔던 길을 거슬러 내려가다 보면 갈림길이 나온다. 거기서 하산하는 길을 택해 가다보면 이내 을씨년스러워 보이는 탑이 보인다.

 

 

비와호가 저쪽일까?

 

납작하고 넓은 땅이 굉장히 평평해보였다. 바람이 많이 불어도 물 한 방울 안 튈 것 같은 이미지?

 

구름이 잔뜩 끼어 조금 흐리다 싶은 날이긴 했는데, 날씨와 관계없이 조금은 무서운 느낌의 탑이었다.

 

이런 계단을 내려가야 하니, 걷는 게 자신 없는 분들에게는 무리. 컨버스 하이탑 신고 걸었는데 미끄러질까봐 조심스러웠다.

 

 

 

올라가는 길이 폭이 제법 큰 계단의 연속이었다면, 내려가는 길은 좀 더 산길다운 분위기였다.

 

해발 200m가 채 안 되는 산을 한 바퀴 돌아 내려왔다. 로봇 청소기처럼 생긴 녀석이 혼자 돌아다니고 있어 다들 신기해하며 구경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의 성이라 하면 바로 떠올리는 천수각이 아예 없는 곳인지라, 천수각이 있었던 자리만 남아있는 곳인지라, 여기는 꼭 가보라고 추천까지는 못하겠다. 다만, 교토 근처에 살면서 시간이 남는 사람이라면 지금까지 가본 적 없는 곳을 경험한다는 측면에서 가볼만 하다. 비와호 주변을 돌면서 여행하는 사람에게도 잠깐 들릴 수 있는 곳인 것 같고. 시골 길을 걷는 게 참 즐거운 경험이었는데 일본에서는 굳이 여기가 아니더라도 시골 길 걷는 기분을 낼 수 있는 곳이 도처에 있는지라.
 


 

무지한 제 글이 몹시 창피할 정도로, 이것저것 자세하게 안내된 글이 있어 소개합니다. 석불이나 탑 등에 대한 설명을 보니 그렇고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네요. 보시는 김에 이 글도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2023.09.29. 추가)

https://m.blog.naver.com/qkdwoa5/223215300344

 

오다 노부나가 그 자체인 명성 '아즈치성(230119)' [시가 오미하치만 여행/칸사이/일본 100명성(51)]

2023.1.18~19 겨울의 칸사이 1데이 패스 여행 2일차-시가현 북부, 동부 이전 포스팅(1일차): 선더버드(오사...

blog.naver.com

 

 


 

아즈치 성(터) → 아즈치 성 고고학 박물관

관광 안내소에서 안내를 받은 곳 중에는 박물관도 있었다. 여행지의 박물관 만큼은 가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아무래도 언어의 문제가 있다보니 조금 망설여진다. 하지만 홍보용 찌라시를 가지고 가면 기념품도 준다고 하니 일단 가보자고 마음 먹었다.
 

아직 수확이 안 된 논도 있었는데 벼가 어찌나 웃자랐는지 저 정도면 쌀나무라 불러도 되겠다 싶을 정도였다.

 

2.1m가 넘는 차가 지나가려다가는 뚜껑이 다 쓸릴 수 있다. ㅋ

 

저 멀리 로마 시대의 건물(이라고 공식 홈페이지에 써놨다) 같은 게 보인다. 한적한 시골 길을 걷는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

 

차가 전혀 다니지 않는 것은 아닌데 갓길이 워낙 넓어서 걸으면서도 위험하다는 생각 같은 건 전혀 들지 않았다.

 

왼쪽이 박물관 건물이고 오른쪽은 '노부나가의 집'을 비롯한 문화 체육 시설이다.

 
시가 현립 아즈치 성 고고학 박물관(Shiga Prefectural Azuchi-jo Castle Archaeological Museum:滋賀県立安土城考古博物館)의 공식 홈페이지는 여기 → https://azuchi-museum.or.jp/

 

滋賀県立安土城考古博物館

最新の特別展・企画展情報 令和4年度秋季特別展 開館30周年記念「里帰り!日本最大の銅鐸―太古の響きを安土の地で―」 2022年10月8日(土)~11月20日(日) 本展では、東京国立博物館が所

azuchi-museum.or.jp

 
그 옆에 있는 노부나가의 집(Nobunaga no Yakata Museum:安土城天主 信長の館)은 관광 안내소에서 휴관 중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홈페이지에서 찾아보니 오다 노부나가와 아즈치 성에 대한 자료만 전시해놓은 곳이 아니라 연주회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 행사가 진행되는 홀도 있고 생활 체육이 가능한 공간도 있는 모양이다. 식당도 있는 것 같았고. 직접 볼 수 있었음 좋았을텐데 아쉽게도 2023년 3월 31일까지는 전부 휴관. 리모델링 중인 것 같다. 일본은 새 학기의 시작이 4월인지라 그 때 개관할 계획인 듯 하다. 공식 홈페이지는 여기 → http://bungei.or.jp/

 

公益財団法人安土町文芸の郷振興事業団

文芸の郷には、織田信長と命運を共にしたと言われる幻の名城「安土城」の最上階2階を展示する「安土城天主信長の館」や信長も聴いたと言われるオルガンを設置するクラシック専用音楽

bungei.or.jp

 
 

배가 고팠던지라 식당이 영업 중임을 알리는 깃발이 가장 반가웠다.

 

 
 
혹시나 무료 아닐까 싶었는데... 아니었다. 11월 20일까지 진행(글 올리는 날이 16일이니까, 이 글을 보고 가게 된다면 특별전은 허탕칠 가능성이 높겠네요)되는 특별전을 포함하면 900円, 특별전을 보지 않는다면 690円이었다. 특별전은 '일본 최대의 동탁-태초의 울림을 아즈치의 땅에서-(日本最大の銅鐸―太古の響きを安土の地で―)'라는 제목으로 진행되는 것이었는데 종 모양의 청동기에 대한 집중 전시였다.
플래시를 터뜨리지 않는다는 조건에서 촬영이 가능한 유물도 있었고, 아예 안 되는 유물도 있었다. 괜히 손전화를 들이댔다가 오해를 사는 게 싫어서 번역을 위해 스마트 폰을 사용해도 되냐고 물어 괜찮다는 대답을 들은 뒤 전시물을 관람했다.
구글과 파파고의 번역을 비교해보니 파파고의 압승이다. 훨씬 자연스럽게 번역이 된다. 그 덕에 아예 모르고 넘어갈 것을 20%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렇다 해도 언어의 장벽을 넘기는 쉽지 않았다.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확인한 뒤 찍었다. 예전에는 비파형 청동검이라 불렀던 것 같은데 요즘은 부르는 이름이 달라진 듯.

 
 
들어갈 때 앙케이트를 부탁한다며 종이 한 장을 건네주기에 뭔가 싶어 봤더니, 어떻게 박물관에 오게 되었냐는 내용의 설문지였다. 특별전을 보고 나왔더니 또 앙케이트 종이를 주더라. 특별전은 어떻게 알았느냐는 내용이었다. 다행히 설문지의 질문들이 어렵지 않아서 번역기를 쓰지 않고도 대답을 적을 수 있었다. 언어의 장벽 때문에 전시물을 보는 것이 어려우니 영어, 한국어 정도는 지원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썼다.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지 않았더라면 그저 돌멩이라 생각했을 법한 것들이 대부분인 고대 유물보다는 16세기를 전후한 과거에 관심이 있는 편이다. 박물관 2관이 주로 그 시대의 유물과 관련된 내용이어서 상영 중인 영상도 보고 안내문도 번역해가며 천천히 구경했다.
 
 

그리고 드디어 밥!!!

 
기본 우동이 있고, 고기 두 배, 고기 네 배의 옵션이 있었는데 네 배는 좀 과하다 싶어 두 배 짜리로 주문을 했다. 1,500円. 우리 돈으로 우동 한 그릇 + 주먹밥 두 개에 15,000원 내는 거니까 정말 비싼 편이다. 하지만 근처에 식당은 안 보이고 배는 잔뜩 고팠으니 어쩔 수 없었다.
맛은 그저 그랬다. 고기 기름 때문인지 느끼한 맛이었다. 입이 저질이라 그런지 커다란 유부 한 장 올려진 키츠네 우동이 딱 내 스타일이다.
 
 

적당히 배도 채웠겠다, 다시 넓은 길을 걸어 아즈치 역으로 되돌아간다. 다시 올 일이 있을까 싶은 박물관 사진을 한 장 더 찍고.

 

아파트 따위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쭈욱~ 뻗은 길을, 바람 맞으며 어슬렁~ 어슬렁~ 걸어간다. 저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다.

 

고층 건물이 눈을 어지럽히지 않는 가운데 휘지 않고 곧게 뻗은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게 즐겁다.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하지, 이제.

 

 

주변에 보이는 건 대부분 추수되지 않은 벼였는데 역에 가까워지니까 파 농사 짓는 곳이 많더라.

 

비가 많이 오거나 하면 물이 들어차는 모양이다. 굴다리 주변 여기저기에 수심을 써서 경고해뒀다.

 

 
 
길을 따라 천천히 걸은 끝에 아즈치 역에 도착. 아침에 이것저것 친절히 안내해준 아주머니께 감사 인사라도 드리고 싶었는데 다른 관광객을 상대 중이셨기에 가방만 꺼내어 안내소를 빠져 나왔다.
역으로 들어가니 21분. 열차는 22분에 도착한다. 어지간하면 '다음 거 타지, 뭐~'하고 여유를 부릴텐데 다음 열차는 30분 뒤엔 52분에 들어온다. 계단을 마구 뛰어내려 아슬아슬하게 전철에 올랐다.
역 하나만 가면 오미하치만인데 거기서 히메지까지 가는 신쾌속이 있단다. 사람들이 대부분 내리기에 따라 내려 갈아탔다. 어중간한 역을 다 건너뛴다고 해도 교토에서 만큼은 멈추지 않을 수 없을테니까.
 
빈 자리가 꽤 많아서 이번에는 적당한 곳을 골라 앉았다. 보조 배터리에 케이블을 물린 뒤 방전되어 꺼져버린 시계를 충전했다. 순토 카일라시. 가지고 있는 순토 제품들 중 가장 비싼 녀석...이면서 가장 쓸모없는 녀석. 중고로 되팔아봐야 ⅓ 가격도 못 받으니 그냥저냥 여행 다닐 때에만 차고 다니는데, 진짜 최악 of 최악이다. 이 날도 아침에 50% 넘게 남아있는 걸 확인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배터리가 쭉! 쭉! 빠지더니 박물관에 가기 전에 꺼져버렸다. 잠깐 충전해서 다시 켜긴 했는데... 이 녀석이 또 한 번 엿을 먹였다(복선). 😩
 
 
 

▶◀ 이태원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아울러 몸과 마음을 다친 분들의 쾌유를 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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