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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비슬산 참꽃 군락지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3.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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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슬산은 대구에 있는 그닥 높지 않은 산 되시겠다. 흐드러지게 피는 참꽃이 유명해서 매 년 축제를 하는데 최근에는 코로나 때문에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올해 4월 15일(토), 16일(일), 이틀 간 축제가 있었다고 하는데 미어터질 게 분명하니 갈 생각을 안 하고 있다가, 다 끝나고 나서 끝물을 살짝 맛볼까 싶어 집을 나섰다.

 

원래 계획은 여섯 시 쯤 출발해서 일찌감치 보고 오는 것이었는데, 네 시에 눈 떠서 뒹굴거리다가 여덟 시가 넘어서야 출발했다. 티맵이 알려주는대로 갔는데 대구 시내를 통과해서 가더라고. 처음 가는 길이니까 적당히 긴장하면서 갔다.

 

 

《 평일 낮인데도 차가 잔뜩. 출근하는 차라 보기엔 늦은 시각인데... 》

 

시내를 빠져 나오니 잇달아 터널이 나오기 시작했다. 300원 짜리 요금소 하나 지나고, 1,700원 짜리 요금소 하나 지나고. 2,000원이면 뭐...

 

 

《 주차장에 있는 화장실은 좁지만 깔끔했다. 》

 

 

《 주차장에는 빈 자리가 군데군데 보이는 정도. 》

 

아침 일찍 가지 않으면 빈 자리가 없다는 글을 봤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하지만 점심 무렵에 내려와서 보니까 꽉~ 차 있긴 했다. 아무래도 절정의 시기가 지났기 때문에 그나마 한적한 편이 아니었나 싶다.

 

 

《 사람들이 어찌나 몰리는지, 표 받으러 가는 길을 빙~ 빙~ 돌려 놨다. 》

 

 

《 5월 7일까지 버스를 무료로 운행한다. 표를 발급받아야 한다. 》

 

대신 받는 건 절~ 대로 안 된다고, 반드시 본인이 가야 하고 한 사람에게 한 장의 표만 준다고 여기저기 써 있었다. 그런데 축제 기간이 끝나 한적한 편이라 그런지 일행이 몇 명 있다고 하면 그 일행의 표까지 그냥 주는 모양이다.

긴 옷을 챙길까 하다가 귀찮아서 그냥 갔는데, 그늘에 있으니 서늘~ 한 것이, 꽤 쌀쌀했다. 안내 방송으로도 위에 올라가면 꽤 추우니까 긴 옷을 입으라고 하더라. 입을 옷이 없으니 추우면 그저 호달달~ 떨고 있을 수밖에 없다.

 

천왕봉까지 다녀올 계획이었기 때문에 물을 사고 싶었는데 자판기에는 동전과 천 원짜리만 들어간다. 지갑에는 만 원짜리 뿐이었고. 결국 물 사는 건 포기. 멀뚱멀뚱 서 있는데 버스가 도착했다. 5번 승차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버스에 타라고 하기에 줄의 맨 끝에 섰다. 버스 입구에서 승차권을 걷고 있었는데 내 앞에 있던 영감과 할멈이 6번 승차권을 내고 탄다. 승차권을 걷는 사람은 확인도 안 하고 그냥 받았다가 "어? 6번?", 이러고 있고.

 

버스 안에서도 마스크를 하지 않은 사람이 여럿이었고 재채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전 날 거나하게 마신 모양인지 술에 쩐 냄새도 났고.

산 위까지 아스팔트로 포장이 되어 있고 무료로 버스를 탈 수 있으니 나이든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버스 안은 노인네들 특유의 냄새와 술 꼬랑내가 섞여 영~ 언짢았다. 할 것도 없으니 손전화를 만지작거리고 있다가, 출발한 시각을 확인하려고 차 앱을 열었는데...

 

《 어?! 》

 

문이 열려 있다고? 아닌데? 분명히 사이드 미러 잠겨있는 걸 확인했는데?

운전석 뒤쪽 문을 열긴 했다. 슬리퍼 신고 갔다가 주차한 뒤 등산화로 갈아 신었거든. 신발이 뒤에 있었고. 분명히 문을 제대로 닫고 잠근 것으로 기억하는데... 앱에서는 문이 열려 있다고 나온다. 혹시라도 잠글 수 있나 싶어 잠금 버튼을 눌러봤지만 안 되더라. 창문은 앱으로 열고 닫는 게 가능한데 문은 안 되는 모양이다. 차에 훔쳐갈 게 없긴 한데, 그래도 문이 열려 있다고 나오니 불안했다.

 

버스는 10분 정도 올라갔다. 굽이굽이 구부러진 경사로를 버스가 힘겹게 올라가더라. 평지를 달리는 차보다 일찍 폐차하겠고나 싶더라. ㅋ

 

 

 

 

이 옆에서 주섬주섬 드론을 띄웠다. 바람이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드론 날리는 게 위험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평소보다 로터 소리가 크게 나는 느낌. 다른 사람들을 위협하고 싶지 않아 꽤 높이 올렸는데도 붕~ 붕~ 소리가 엄청나다. 사람들이 벌이냐며 주위를 둘러보다 드론을 발견하고 아~ 하는 장면이 몇 차례 있었다. 방송 덕분인지 연세가 꽤 있으신 분들도 드론을 알고 있었고 손을 흔들거나 신기해하는 등 거부 반응 같은 건 전혀 없었다.

 

 

 

 

 

《 꽃이 활짝 피어 있다면 정말 절경이었을텐데... 아쉽다. 》

 

 

 

 

 

 

《 저 쪽이 산 정상인 천왕봉이 있는 곳. 》

 

 

 

 

 

 

 

 

 

 

《 서 있던 곳에서 천왕봉까지 2㎞가 채 안 됐는데 드론을 날려보내는 게 가능했다. 》

 

드론을 구입하고 나서 가장 멀리까지 날려본 게 아닌가 싶다. 유튜브에서 2㎞ 넘게 날리는 영상을 봤기에 걱정은 하지 않았다. 조금 불안하긴 했는데 1.8㎞ 정도까지 보내니까 수신 안테나가 두 개 정도 뜨더라. 2㎞는 충분히 넘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N 모드에서는 10㎞/h 조금 넘는 속도가 한계였고, S 모드로 바꾸니까 16㎞/h 정도가 나왔다.

원래는 천왕봉까지 직접 다녀올 생각이었지만 차 문이 열려 있다고 하니 불안해서 다음에 다시 가기로 했다. (하지만 다시 안 갈 것 같다.)

 

 

 

 

 

여러 각도에서 천왕봉 사진을 찍은 뒤 드론을 거둬들였다. 알록달록 등산복을 입은 할머니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빈 자리마다 퍼질러 앉아 식사 중이었다. 사방에 음식 냄새. 산이라기보다는 노인들 야유회 장소 같은 느낌이었다.

 

 

 

 

 

중형 버스가 올라간다. 꽉 채워서 올려보내기 때문에 접이식 의자를 펴야 했다. 비슬산의 경치가 어쩌고 저쩌고를 따질 수 없는 게, 무질서의 모든 것을 보게 되어 그저 기분이 나빴다.

무료로 버스를 탈 수 있으니까, 그 버스로 산에 올라갈 수 있으니까, 험한 산에 다니는 게 어려운 노인들이 대부분이었다. 자기가 타야 하는 버스가 아닌데도 그냥 올라타고, 버스에서 마스크를 하지 않은 채 떠들고 웃고. 산에서도 느릿느릿 걸으며 길을 막아 불편했다. 꽃이 만개한 절정의 시기가 아니었는데도 이러니... 평일에 갔는데도 이러니...

 

https://youtu.be/WiUuqcKouYM

 

활짝 핀 꽃을 보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노인네들을 당해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아마 다시는 안 가지 않을까 싶다. 사람 일은 알 수 없는 것이지만.

올라갈 때 갑 오징어 파는 가게가 있어 검색해보니 작은 사이즈가 38,000원이더라. 비싸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언제 먹겠냐 싶어 포장해서 돌아가려고 했는데 내려가는 길은 반대 쪽을 안내하는 바람에 결국 사지 못했다.  (올라왔을 때 이용한 길로 가도 되는데 기를 쓰고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은 것도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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