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왜 이러냐' 싶을 정도로 유난히 꼴딱꼴딱 넘어가는 날이 있다. 어제가 딱 그랬다. 다음 날이 여행을 떠나는 날이니까 적당히, 그러니까~ 두 캔 정도? 목만 축이고 말 생각이었는데 변변찮은 안주와 함께 먹는데도 막 들어가는 거라. 좋~ 다고 마시다보니 여덟 캔을 마셔버렸다. 그나마도 여행 전에 이러면 안 된다고 브레이크를 밟아서 망정이지, 더 마실까 말까 고민하다 잠이 들었다.
원래 계획은 일곱 시에 출발하는 것이었다. 여섯 시를 조금 넘겨 눈이 떠지긴 했는데 그 때 일어나서 운전했으면 100% 음주 운전이었을 게다. 일찌감치 나가기를 포기하고 그대로 더 잤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열한 시가 넘어 라면으로 해장을 하고, 허둥지둥 짐을 챙겨 집을 나선 게 13시. 원래 계획보다 여섯 시간이나 늦어지고 말았다.
거기에다... 출발한 지 몇 분 되지 않아 태블릿을 두고 왔다는 걸 깨닫게 됐다. '몇 달 동안 떠나는 것도 아니고 고작 이틀, 사흘 짜리 여행인데 없이 가자' 싶어 그냥 가려 했는데 이내 이어폰도, 충전기도, 죄다 놓고 왔음을 알게 됐다. 예전 같으면 준비물 체크 리스트를 만들어 확인해가면서 챙기니까 이런 일이 없었을텐데, 나이 먹고 만사 귀찮다고 대충 하다보니 이런 일이 벌어진다. 다른 건 몰라도 충전기가 없으면 굉장히 불편할테니까 결국 차를 돌려 다시 집으로 향했다.
두고 왔다 싶은 것들을 챙겨 다시 출발. (저 짓을 하고도 집에 약이랑 보조 배터리를 두고 왔... 😩)
고속도로에 올라 느~ 긋~ 하게 달렸다. 차가 많지 않아 2차로에서 정속으로 달리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진짜는 고속도로에서 빠져나간 뒤부터였다. 모르는 사람의 차를 얻어탄 상황이라면 어디로 끌려가는 건지 의심해야 할 정도의 길이 이어졌다. 굽이 굽이 험한 산길을 오르락 내리락 하다 보니 목적지가 10㎞ 남짓 남았다고 나왔는데 그제서야 사람들이 좀 보이기 시작하더라. 세워진 차가 많아 무슨 일인지 둘러봤더니 계곡에서 노는 사람들이었다. 어떻게 알고 이런 데 와서 물놀이를 하는 건지 궁금했다.
그리고... 도착까지 2㎞ 정도 남은 곳부터 고난이 시작되었다. 맞은 편에서 차가 온다면 절대 비켜갈 수 없을 정도로, 딱! 차 한 대 지나다닐 수 있는 길이 나왔다. 내 앞에 스포티지가 한 대 가고 있었는데 뒤에 붙은 내가 신경 쓰였는지 험로에 들어가기 전에 비켜주더라고. 얼씨구나~ 하고 추월해서 먼저 치고 나갔는데 얼마 후 드다닥! 하고 운전석이 긁히는 소리가 났다. 굵은 나무 가지가 있었던 거다. 제기랄... (나중에 살펴보니 앞 휀더, 운전석, 뒷좌석, 길게도 긁혔다. 아오~)
《 목적지에 도착했단다. 하지만 굳이 저기에 세우지 않아도 된다. 》
티맵은 저기에서 안내를 종료하지만 무시하고 길을 따라 계속 올라가도 된다. 적당히 올라가다 보면 고갯길 꼭대기에 차를 세울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아무 것도 모르고 갔으니 안내가 종료된 곳에 차를 세웠다. 문을 열고 나가니 고양이 한 마리가 애처롭게 울어댄다. 뭐라도 먹을 것을 줬음 싶은데 가지고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으니 그럴 수도 없다. 미안하더만.
먼저 가라고 양보했던 스포티지가 오르막을 걸어 올라가는 내 옆을 스쳐 지나갔다. 당연히 커플일 줄 알았는데 남자 한 명이 내리더라. 나도 혼자 여행 다니는 남자인데 혼자 여행 다니는 게 신기하게 느껴졌다. 아무튼, 찜통 같은 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며 걸어 올라갔다.
'바람의 언덕'이라는 이름을 가진 장소는 한, 두 곳이 아니다. 가장 유명한 곳은 거제의 언덕이 아닐까 싶은데, 티맵에서 검색해도 수두룩 빽빽하게 나온다. 그러니까 목적지를 검색할 때 엉뚱한 동네로 가는 일이 없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풍력 발전 단지는 제주에서도 가봤고 여행 다니면서 여기저기에서 꽤 본 것 같은데 발전기 숫자로는 여기가 1위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대형 바람개비(?)가 돌아가고 있었다.
《 볼 때마다 먹어도 되는 건지 궁금해하면서 찾아볼 생각은 안 한다. 》
블로그에 몇 번 썼는데, 학교 다닐 때 이거 콧 속에 넣어뒀다가 눌러서 터뜨린 뒤 코피 난다고 쑈해서 양호실에 처박혀 있었더랬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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