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 별 연료 첨가제가 다 나오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는 불스원샷이 혼자 떠들어대는 느낌이었는데 돈 냄새가 나는 모양인지 여러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연료 첨가제를 판매하는 곳에서 얘기하는 효과는 대부분 같습니다. 불완전 연소로 퇴적된 카본을 녹여 없애주고, 실린더 내에 쌓인 탄소 산화물을 없애서 피스톤이 보다 부드럽게 움직이게 해준다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소음이 줄고 연비가 늘어난다고 합니다.
엔진은 흡입 → 압축 → 폭발 → 배기의 과정을 거쳐 출력을 냅니다. 공기를 들이마시고 거기에 연료를 뿌린 뒤 압축 시킵니다. 그걸 폭발시키면 그 에너지로 피스톤이 오르락내리락하게 되고 그 상하 운동을 회전 운동으로 바꿔서 1톤이 넘는 쇳덩이를 움직이게 만듭니다.
폭발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완전 연소가 되면 참 좋을텐데 그렇지 않습니다. 찌꺼기가 생깁니다. 다×소에서 1,000원 짜리 향초를 사든, 몇 만 원 짜리 양키 캔들을 사든, 불을 붙이면 검은 연기가 날 때가 있습니다. 항상 온전히 타지는 않는다는 거예요. 그을음이 생깁니다. 그게 엔진의 실린더 벽, 피스톤, 연료 분사구 등에 달라 붙어 고체화되어 버리면 출력이 떨어지게 되고 연료를 더 많이 소모한다는 겁니다. 연료 첨가제는 그걸 막아준다는 거고요.
불스원샷이 연료 첨가제의 대명사처럼 여겨질 때에는 ○○라고 생각했습니다. 효과가 있다 해도 굉장히 미미한 것을 과장한다고 봤습니다. 그러자 뭔 대학교입네, 연구 기관입네 하는 곳에서 공식적으로 연구해서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말하기 시작합니다. 전문 정비사가 효과 있다고 말하는 것도 적극 활용하고요.
속는 셈 치고 불스원샷을 넣어 봤습니다. 소음 감소... 모르겠습니다. 원래 차에서 쿵짝쿵짝 노래 들으며 달리는지라 조용해졌는지 시끄러워졌는지 알 수 없습니다. 떨림이 줄었다... 역시 모르겠습니다. 둔하디 둔한 감각 기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연비 상승... 역시나 모르겠습니다. 최고의 연비가 나오려면 70~80㎞/h 정도로 정속 주행하면 되지 않습니까? 그런데 시내 주행에서는 그게 불가능합니다. 가다 서다 해야 하니까요. 고속도로에서는 그나마 정속 주행이 가능하지만 100㎞/h는 밟아줘야 합니다.
아무튼, 불스원샷 제품은 3,000~5,000㎞ 주행하고 한 병씩 넣으라고 합니다.
반면, 맥세이버 제품은 매 주유 때마다 넣으라고 합니다. 대놓고 불스원샷을 저격하는데요. 아마도 시장 점유율 1위의 제품이기 때문이겠지요. 맥세이버 제품은 타사 제품보다 작은 편이거든요. 타사 제품이 큰 이유는 꼭 필요한 성분에 솔벤트를 잔뜩 섞어 양만 늘린 거라고 깝니다.
한 병에 4,600원인데 50ℓ 기준으로 따지면 1ℓ에 92원 정도 하는 셈입니다. 한 푼이라도 싸게 기름 넣겠답시고 조금 먼 주유소까지 찾아가는 게 운전자들의 마음인데, 매 번 92원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답니다. 음... 효과만 확실하면 그렇게 하겠는데, 맥세이버 제품도 열 병을 넘게 넣도록 체감할 정도의 차이는 모르겠단 말이지요.
전문 정비사들에게 가장 인정받는 제품이랍시고 홍보하는 게 카밈인데, 1+1+1 행사를 하기에 사봤습니다. 이 제품도 불스원샷처럼 3,000~5,000㎞ 주행 후 한 병씩 사용하라고 하네요. 주행 가능 거리가 100㎞ 이하로 떨어졌을 때, 그러니까 10ℓ가 채 남지 않았을 때 한 병을 다 넣었습니다. 60ℓ 주유할 때 300㎖ 한 병을 넣으면 된다는데 제 차는 밥통이 50ℓ 밖에 안 되서요. 300㎖ 한 병을 넣고 44ℓ인가 주유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연비가 좀 나아졌냐~ 하면!
모르겠습니다. (╯°□°)╯︵ ┻━┻
경산 → 광주 → 순창 주행 데이터인데요. 시내를 벗어나 고속도로에 올라선 이후에는 거의 대부분 2차로에서 100㎞/h 정속 주행을 했습니다. 추월할 때 살~ 짝 더 밟긴 했지만 3㎞도 채 안 됩니다. 목적지를 2㎞ 정도 남겨두고 ㄱㅊㅅ 휴게소에 들러 카밈을 한 통 넣고 가득 주유했습니다.
순창 → 단양 주행 데이터입니다. 평균 속도나 연비가 카밈 넣기 전과 거의 다름이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연비가 0.2㎞/ℓ 더 잘 나오지 않았느냐고요? 정속 주행 구간이 길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래의 데이터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단양 → 경산 주행 데이터입니다. 연비가 오히려 줄었습니다. 그러니까, 연비 같은 경우는 연료 첨가제의 영향이라기보다 정속 주행한 거리가 얼마나 긴가, 짧은가에 따라 달라진 게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로도 연료 첨가제를 넣기 전에 고속도로를 타면 ℓ당 14㎞ 언저리로 나왔습니다. 공인(복합) 연비가 10㎞ 조금 넘는 차인데 시내 주행하면 칼같이 10.×㎞/ℓ 나오고요.
대부분의 연료 첨가제 판매사에서 실린더나 피스톤에 있던 검은 때가 제거된 내시경 사진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차량용 내시경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소음이나 연비가 달라짐을 체감할 수 있는 게 아니니 정말 효과가 있는지 궁금해지네요.
가솔린보다는 디젤 차량에서 효과를 체감하기 좋다는데, 남아있는 맥세이버 마저 쓰고, 다 떨어지면 더 이상은 연료 첨가제를 넣지 않을 생각입니다. 1년에 12,000㎞ 정도 타는데 나중에 8~9년 정도 되서 10만 ㎞ 넘으면 그 때나 다시 넣어볼까 싶어요.
대부분의 후기를 보면 별 다섯 개에 효과 확실하다며 칭찬 일색이더라고요. 하지만 내돈내산 후기를 보면 별 한 개짜리 후기가 줄어들었다라던가, 댓글 조작을 의심하는 분들도 계시더만요. 뭐, 전문가들이 효과 있다는데 너 따위가 뭐라고~ 라 한다면 입다물 할 수밖에 없습니다만... 당분간은 그냥 휘발유만 먹이렵니다.
2024년 8월 16일에 SBS 뉴스에서 연료 첨가제를 다뤘습니다. 대덕 대학교에서 시중에 판매 중인 연료 첨가제 11종을 테스트 했다고 합니다. 열한 개 중 달랑 두 개만 효과가 있고, 나머지 아홉 개는 넣으나마나라고 합니다. 늘 그렇듯 제품명을 공개하지 않아서 댓글창은 난장판입니다. 검아웃과 불스원샷 제품이 효과 있다는 댓글이 지속적으로 달리던데, 정말인지 알바인지 알 수 없네요.
뉴스 화면에 잡힌 제품은 흐릿하게 블러 처리됐지만 누가 봐도 카밈과 불스원샷입니다. 제조업체 관계자가 "개미 눈물만큼 닦이는 것처럼 보이거나. 이게 심지어 어느 정도 많이 쌓이면 닦이지도 않아요. 그냥." 이라 인터뷰할 때 화면을 채운 게 카밈이라 댓글 창에서 엄청 까이고 있네요.
뉴스를 보면서 궁금했던 점 한 가지는, 불스원샷이 효과가 있다면, 불스원샷은 솔벤트를 잔뜩 넣어 양만 늘렸을 뿐이라며 까댔던 맥세이버는 뭔가 하는 겁니다. 댓글이 언급한 검아웃 제품이 아니라 맥세이버 제품이 효과가 있었던 걸까요? 아홉 개의 제품을 만든 회사는 소비자를 기만하고 사기를 쳐서 돈을 번 셈인데, 제품명을 왜 공개하지 않는 걸까요? 사기꾼의 명예마저 존중해줘야 하는 희한한 나라입니다.
처음 글을 쓸 때, 세 회사의 제품을 사용해봤지만 효과를 체감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저는 제가 둔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했고요. 의외로 첨가제의 효과를 믿는 사람들이 많아서 '전문가도 인정한 건데 너 따위가 뭐라고!'라며 까일 수도 있어서 최대한 방어적인 입장을 취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실험으로 대부분의 첨가제는 효과가 없다는 것이 입증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내시경 촬영한 걸 보니 700㎞ 주행 후에도 세정 효과는 극히 미미한 것 같고요.
결국, 자동차는 소모품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안전하게 오래 타다가 엔진의 수명이 다하면 갈아 타는 것이 낫지 않나 하는 결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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