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일찍 잤다. 새벽에 여러 번 깼고, 여섯 시 반에 맞춰둔 알람이 울리기 전에 다시 눈이 떠졌다. 배만 덮은 채 잠이 드는데 새벽에 깨면 호달달~ 떨고 있다. 추워서 이불 밖으로 나가기가 싫었지만 일찌감치 출발하지 않으면 돌아오는 게 늦어질테니 10분 정도 데굴거리다 씻으러 갔다.
샤워하고 나와서 대충 주워 입은 뒤 가방에 보조 배터리와 태블릿을 챙겨 밖으로 향했다. 일곱 시가 넘었지만 아직은 어둑어둑한 하늘. 내비게이션이 안내해주는대로 가서 이내 고속도로에 올랐다. 구미까지는 차가 많아서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대구에 있는 직장에서 야근을 마치고 구미에 있는 집으로 퇴근하는 걸까? 대구가 구미보다 집 값이 비쌀텐데 반대로 대구에서 구미로 출근하는 걸까? 아무튼, 구미를 지나니 좀 한적해졌다. 빨리 가서 호다닥~ 새 집을 알아보면 좋겠지만 서둘러봐야 5분이니, 그냥 느긋하게 크루즈 모드로 달렸다.
하품이 계속 나서 캔 커피 사러 휴게소에 한 번 들렸고, 볼 일 보러 다른 휴게소에 또 한 번 들렸다. 그렇게 두 번 쉬었다가 목적지에 도착하니 딱 세 시간 지나 있더라.
원래는 네일베 부동산, 직방, 다방을 통해 일곱 군데 정도를 알아봤더랬다. 그런데 어제 ㅇㅇ의 직장 동료가 알아봐 준 집 사진을 보내줬는데 꽤 맘에 드는 거다. 한옥인데 내부를 개조했단다. 인테리어가 맘에 들어 가끔 가는 카페에서 집을 내놓았는데 마침 타이밍이 맞아서 나를 소개해 준 것이라 한다.
카페에 도착하니 사장님이 기다리고 계셨다. 방을 보여주시는데 생각보다 넓다. 아, 물론 내 생각보다 넓다는 거지 지금 사는 집보다 넓다는 건 아니다. 방만 일곱 평이라는데 거실 겸 주방을 포함한 들 열 평이 채 안 될 것 같다. 지금 사는 집에 보증금 300만 원에 월 43만 원인데, 알아본 집은 보증금 1,000만 원에 월 70만 원. 월세가 너무 부담된다고 했더니 그렇잖아도 부동산에서 그렇게 하자고 해서 한 건데 너무 비싼 것 같아 깎을 생각이었단다. 얼마를 생각하냐고 물으시기에 60만 원 불러도 어쩔 수 없겠다 생각하며 50만 원을 불렀는데 그렇잖아도 그 정도 받을 생각이었다며 좋다고 하신다.
계약서는 어떻게 쓰시겠냐고 했더니, 부동산 끼면 복잡해지니 양식에 맞춰 써서 사인하자고 하신다. 음... 요즘 부동산 사기가 워낙 난리라지만 고작 1,000만 원 먹겠다고 사기 치겠냐 싶어 그렇게 하자고 했다. 뭔가 너무 대충하는 것 같기도 한데... 팔자에 있으면 어떻게 해도 눈탱이 맞는 거니까, 뭐.
그렇게 인터넷으로 알아본 집은 보지도 않고 처음 본 집을 덜컥! 계약해버렸다. 계약금이라도 입금해드려야 하냐고 하니, 남편에게 물어보고 계약서 써서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하신다.
지금 있는 집은 그나마 거실이 있고, 그 거실만한 방이 하나 있는 구조인데, 새로 들어갈 집은 그냥 방 하나에 코딱지만한 주방 겸 거실이 딸려 있다. 면적으로 따지면 고만고만할 것 같다. 결국 내가 짐 정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창고로 쓰고 있는 보일러 실에는 온갖 상자들을 보관하고 있는데 그것들을 한 쪽 벽에 나란히 배치하고, 그 앞으로 옷걸이를 두면 될 것 같다. 창 쪽에 책상 붙이고, 남은 공간에 어떻게든 토퍼 펴서 자면 되지 않을까 싶다. 지금 아무리 머리를 굴려본들, 이사 당일이 되면 막막할 게 분명하다. 그 때 가서 어떻게든 해봐야지.
그렇게 번갯불에 콩볶아 먹듯 집을 알아보고 나니 점심 무렵이 되었다. 사무실에 들러서 동료들 얼굴이나 보고 가야겠다 싶어 면회실에 들른 뒤 다음 주부터 일하게 되는데 사무실 동료들에게 연락 좀 해달라고 했더니 전화를 해줬다. 얼마 후 같이 일했던 이들이 마중을 나와줬다.
부지런히 수다를 떠니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동료들과 다음 주에 보자고 인사하고 헤어진 뒤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비가 내려서 운전하기가 영 번거로웠다. 와이퍼에서 자꾸 뻑~ 뻑~ 소리가 나는데 바꿔야 할랑가.
집에 도착하자마자 이삿짐 센터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사진을 찍어 견적을 요청하면 여러 군데에서 접수를 해서 입찰(?)하는 방식이다. 중고차도 이런 식으로 팔아서 참 세상 좋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이사도 이렇게 할 수 있고나.
내려올 때에는 30만 원을 채 안 준 것 같은데, 이번에는 첫 견적이 80만 원을 부른다. 똑같은 포터 1톤인데. 내려올 때에는 내가 다 포장해서 옮기기만 했기 때문에 그럴까? 제일 싸게 부른 사람이 49만 원이고, 제일 비싸게 부른 사람은 135만 원이다. 3층이라니까 사다리 차를 쓴다는데, 여기는 사다리 차를 쓸 수가 없는 환경인데.
사무실 동료가 짐 나르는 것만 좀 도와준다면 수월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
그나마 다행인 건 팀장님이 배려를 해주셔서 22일에 인사를 잡아주셨다는 거다. 원래 21일까지 일하고 22일은 쉰 다음에 23일에 인사하는 날이었는데 22일로 잡아주신 덕분에 하루 벌었다. 22일 오전에 인사하면 땡이니까, 인사 드리고 나서 집에 와 전기랑 가스 끊고, 부지런히 짐 싸서 나르기만 하면 되는 상태로 만들면 되지 않을까? 그나저나, 내려올 때의 거의 두 배 가까이 짐이 늘었는데 진짜 1톤 트럭으로 되나?
지금 사는 집 주인 분께 연락드려서 빠르면 23일에 짐 빼고 나가야 할 것 같다니까 날짜 별로 계산해서 월세랑 보증금 같이 돌려주겠다고 하신다. 역시, 좋으신 분. 지금까지 만났던 모든 집 주인들 중 최고인 것 같다.
뭔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호다닥~ 진행이 된다. 내려오면서 '앞으로 이 길을 또 달릴 날이 언제 오려나...'라는 생각을 했다. 사람 일이라는 게 워낙 알 수 없는 거니까.
뭐, 일단 22일까지는 이대로. 22일에 인사 마치고 퇴근하면 그 때부터 혼자 부지런히 싸서 옮길 준비를 해야겠다. 23일에 이사 가면 최대한 짐 풀고. 24일에도 정리하고. 24일 저녁에 회식 참가하라고 하니 얼굴 비췄다가, 25일에 인사하고 인계 받고, 26일도 인계 받고. 27, 28일 쉬고. 그러면 되지 않을까 싶다. 후~ 정신이 하나도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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