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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  진 』

달팽이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1.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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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23시에 잠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푹 잔 것 같은데도 개운하지 않다. 억지로 몸을 일으켜 출근 준비를 하고 밖으로 나갔더니만, 사방이 뿌옇다. 해무가 어찌나 짙은 지 5m 앞도 보이지 않는다. 산에 올라가니까 더 심하다. 가시 거리가 2m 정도 밖에 안 되는 것 같다. 구름 속에서 헤매는 기분이 이런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무실에서 근무하다가 점심 무렵 밖으로 잠깐 나왔는데 해가 쨍쨍했다. 바다 쪽에는 해무가 구름처럼 뭉게뭉게 어려 있어 신선 사는 곳 같았지만 산 쪽은 해무가 상당히 걷혔더라. 그런데 바닥을 보니... 달팽이가 말라 죽어 가고 있었다.
아침 나절에 짙은 해무 때문에 풀 숲에서 콘크리트 바닥으로 기어 나온 모양인데, 해가 뜨면서 물이 증발하니 껍데기 속에서 바싹 말라가고 있었다.

그냥 지나쳐 가다가 문득 살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들고 있던 우유를 조금 부어줬다. 미동도 하지 않는다. 벌써 죽었나? T^T   포기하고 몇 발짝 내딛는데 또 다른 달팽이가 역시나 말라 죽어가고 있는 거다. 이걸 어쩌나... 잠깐 고민하던 중 아직 물이 다 마르지 않은 곳에 달팽이 한 마리가 살아 기어가는 걸 봤다. 껍데기 속에 몸을 넣고 말라가던 녀석 두 마리를 집어 올려 물이 고인 바닥에 내려 놓았다.

잠시 후... 한 마리가 움직인다. 나머지 한 마리는 안 움직인다. 언제까지고 달팽이만 쳐다 보고 있을 수 없어서 그냥 사무실로 들어가려는데, 이 정도 햇살이면 이 물도 금방 마를 거고 쟤네들은 결국 말라 죽거나 천적에게 잡아 먹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 먹은 우유 상자에 세 마리 모두 넣어 해가 들지 않는 구석에 두고, 정수기에서 물을 떠 와 두 어 번 부어줬다.

왼 쪽이 처음 발견한 녀석, 가운데가 두 번째 녀석, 오른 쪽이 물 고인 곳에서 움직이던 녀석


물을 부어줬는데도 왼 쪽 녀석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일단은 그대로 두고 사무실 들어갔다가 한 시간 후에 나와 보니... 오!!! 세 마리 다 살아서 벽을 타고 있다!!! ㅋㅋㅋ
안 죽어서 다행이다.


백령도는 뭐든 크다. 나방은 참새만 하고, 돈벌레는 지네만 하며, 지네는 뱀만 하다. -_ㅡ;;;   달팽이 녀석들도 상당히 컸다. 숙소에 가져다 놓고 키워볼까 싶기도 했는데, 뭘 어찌 꾸며야 하는 지 알 수 없어서 일단 포기. 생각해보니 저긴 풀도 없는 곳이라 쟤들 꼼짝없이 굶게 생겼다. 왜 바보 같이 벌레 잡아 먹는다는 생각을 했을 꼬... -ㅅ-

내일 가서 살아 있으면 물 좀 부어 주고... 집에 데리고 와서 페트 병에 키워볼까 한다. 매운 고추도 잘 먹으려나? 부디 죽지 말고 살아 있어라~



PS. 그나저나... 티스토리 네 녀석은 대체 어떻게 된 녀석이기에 HTML 써도 네 맘대로 바꿔 버리는 거냐? 분명 오른 쪽 정렬했는데도 왼 쪽 정렬되서 나오지를 않나... 표 그려 넣고 표 밖에서 엔터 쳤더니 표 안에 br 태그 들어가지를 않나...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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