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익산 미륵사에 대한 언급이 몇 차례 있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익산 산다면서 미륵사지 근처도 안 가봤다. 그러고보면 원래 자기 동네 유적이나 관광지는 오히려 더 안 가게 된다. 서울 애들도 서울의 유명한 곳은 별로 안 다니는 경우를 허다하게 봤고.
그래서 익산 내려가면 미륵사지나 한 번 다녀와야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휴가 나가서 미륵사지 갈 생각하지 말고 지금 있는 백령도 관광지나 다시 한 번 쏘다녀보자는 맘이 자연스레 먹어지더라.
예전에 백령도 있을 때에는 선배, 동기, 후배들이랑 여기저기 잘도 싸돌아다녔는데, 지금은 마음 맞는 사람도 없고 그닥 가보고 싶은 마음도 없고 해서 늘 숙소에만 있었던 거다. 아무튼, 마침 오늘이 쉬는 날이라 일단 두무진이랑 심청각부터 다녀오기로 했다. 아홉 시에 가야지~ 하다가 뮝기적... 열 시에 가자~ 하다가 또 뮝기적... 결국 열 두시에 출발했다. -_ㅡ;;;
북포리에서 가을리 거쳐 두무진으로 가게 된다. 백령도에 공사 많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늘 진촌-북포리 정도만 다녔기에 크게 실감을 못했는데 두무진 가는 길도 여기저기 파헤쳐 놓은 걸 보니 '진짜 공사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백령 기상대 근처 공사는 정말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길도 좁은데다가 반대 편에서 오는 차가 전혀 보이지 않아 상당히 위험한 길이었는데 산 깎아내면서 반대 편이 보이게 됐다. 아직 공사 중이라 어떻게 마무리할런지 모르지만.
아무튼... 두무진 가는 길은 백령도에서 몇 안 되는 밟을 수 있는 길이다. 오르막을 지나 백령 기상대를 정점으로 내리막에서 기어를 중립(N)으로 두면 80㎞/h까지는 우습다. 액셀러레이터 전혀 밟지 않아도 그 정도 속도가 나온다. 여기저기 깨진 도로에, 부드럽게 이어지지 못하고 불쑥 솟아오른 방지턱에, 중앙선 밟고 다니는 걸 예사로 여기는 사람들 때문에 60㎞/h 넘기는 것조차 쉽지 않은 동네에서 나름 드라이브 코스인 것이다.
예전보다 횟집이 많이 늘었다. 예전에는 횟집 몇 군데를 거치면 바로 자갈 밭이었는데, 이제는 안 쪽 깊은 곳까지 횟집이다.
빨간 색이 보이기에 뭔가 했는데 도장 부분에 빨간 색을 칠해 놓은 것이었다. 비석 뒤 쪽에는 만든 사람들 이름이 계급과 함께 쓰여 있었다. 군인이 만든 통일 기념비라니, 좀 어색했다. -_ㅡ;;;
여기저기 많이 실린 선대 바위다. 난 촛대 바위라고 부르는 줄 알았는데...
두무진 가는 길. 바닥은 몰캉몰캉한 우레탄으로 되어 있다. 가팔라 보이지만 힘겨운 코스는 아니다.
예전에 두무진 오면 저 바위 사이에서 사진 찍는 게 필수 코스였는데... ㅋ
아래에서 올려다봐도 장관이다, 정말~
원래는 좀 더 멀리까지 가고 싶었다. 예전에는 어렵지 않게 바위 사이를 건너 뛰며 여기저기 누비고(?) 다녔던 기억이 생생했기에 멋진 사진 건지려고 좀 더 멀찌감치 가려 했는데... 실패했다. 물이 상당히 많이 들어와 있어서 바위 곳곳에 물이 고여 있어 미끄러웠기 때문이다. 등산화를 신고 갔는데 이 신발에 대한 믿음이 없어서 바위 위를 마음껏 다닐 수가 없었다. 더구나 카메라를 케이스도 없이 어깨에 매고 있었기에 불안하기도 했다. 여차해서 미끄러지면 카메라 작살나는 건 순간일테니까.
그러고보면 신발이란 참 중요한 거다. 지난 해에 지리산 갔을 때에는 NIKE AIR JORDAN 21(ⅩⅩⅠ) PE를 신고 갔었는데 애지중지하는 신발이라 상할까봐 조심하느라 더 힘들었었다. -_ㅡ;;; 등산화라면 잘 안 미끄러져야 하고 탄탄하게 발목을 잡아줘야 하는데, 오늘 신은 나이키 등산화에 아직 그런 믿음이 없다. 카메라만 아니었다면 좀 더 험하게 다닐 수도 있었겠지만, 아무튼... -ㅅ- 파도가 안 쪽까지 깊이 들이 쳐 마지막 사진 찍을 때에는 결국 오른 쪽 신발에 바닷물을 뒤집어 쓰고 말았다. ㅠ_ㅠ
사진 몇 장 찍은 뒤 왔던 길을 되돌아 나갔다. 예전에는 두무진 들어가는 입구에서 신분증 걷고 이름 쓰라고 했었는데, 이제는 그런 절차가 없어졌다. 아직 군인들은 초소에 근무하고 있었다. 아무한테나 하는 건지, 나한테 군인의 포스를 느낀 건지 거수 경례하기에 움찔~ 했다. -ㅅ-
진촌을 거쳐 심청각으로 가는데... 길이 기억이 안 나는 거다. 면 사무소 가는 길이랑 비슷했는데... 정도만 생각나는 거다. 일단 가보자고 들이댔는데... 좁은 길 헤매다가 결국 면 사무소 앞에 차를 세우고 말았다. 똑똑한 손전화로 잽싸게 검색. -ㅅ-
다음 지도는 검색은 되는데 길 안내하라니까 먹통이 된다. 티맵은 '심청각'이라는 이름 자체로 검색이 안 된다. 길에 계속 차 세워둘 수도 없고, 백령도 산 게 몇 년인데 사람들한테 물어보랴! 싶어서... -ㅅ- 포기하고 콩돌 해안이나 가기로 했다. 그런데 서해 최북단 비석 앞에서 차를 잠시 세우고 네이버 지도로 검색했더니만 딱 나오는 거다. 지도 확대해서 보니까 아, 알겠다 싶더라. 그래서 차를 돌려 다시 진촌으로 향했다.
헤매지 않고 한 번에 잘 찾아갔다. 입구에 입장료 받는 곳에 아주머니 계시기에 돈 내야 하냐니까 내야 한단다. 1,000원이란다. "현지민이나 군인 할인 같은 거 없어요?"라고 했더니만 휙~ 휙~ 손짓을 하며 가라고 한다(손전화로 통화 중이었다). 신분증이나 그런 거 확인 안 한다. 돈 안 냈다. ㅋㅋㅋ 혹시라도 입장권 사야 한다고 하면 군인이라고 하던가 현지민이라고 해라. 신분증 놓고 왔다 그러고. -ㅅ-
※ 심청각 가는 길은 아스팔트로 포장이 잘 되어 있는데 올라가다 보면 왼 쪽으로 주차장이 보입니다. 거기 차 세우면 꽤 걸어야 합니다. 심청각까지 차 가지고 올라가도 되니까 주차장에 세우지 말고 계속 올라가면 됩니다. 예전에는 여름 성수기에 단체 관광객 태운 버스 때문에 차 못 가지고 올라가게 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오늘은 올라갔더니 장촌 교회 차량 한 대와 대화 중인 어르신 두 분 계시더만요. 한적했습니다. ㅋ
저 멀리 흐릿하게 보이는 섬이 북한 땅인 월래도
심청각 1층의 미니어처
유지비나 기타 여러 가지로 돈이 들어갈테니 입장료 받을 수 밖에 없겠지만... 이걸 1,000원이나 내고 보라고 하는 건 만행이라 생각한다. 심청각은 건물 자체도 그닥 크지 않은데 1층에는 심청전과 관련된 미니어처가 설치되어 있고 고서적과 판소리 심청가에 대한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문제는... 다 보는 데 10분도 채 안 걸린다는 거다. 여러 명창들의 심청가를 들을 수 있게 해놨는데 누가 헤드폰 끼고 장시간 서서 심청가 듣겠는가? 솔직히 북한 땅 보인다는 거 말고는 전혀 매력이 없는 시설이다.
심청각 2층. 서해 접적 지역을 모형으로 만들어 놓았다.
저~ 위 쪽이 장산곶, 그 아래 섬이 백령도, 그 밑이 대청도, 가장 아래가 소청도
방문하는 관광객 자체가 많지 않은지라 기념품 판매점은 유명무실. 전화하라고 되어 있는데 살 게 없다. -ㅅ-
불철주야 서북 도서 방위와 영해 수호를 위해 고생하는 자랑스런 대양 해군!!! 힘내라!!!
심청각 뒤 쪽
주차장 쪽에 전시된 탱크
자랑스러운 대한 해병대(지만 술 쳐먹고 꼬장 부릴 때에는 해병대 나왔다고 하지 말자, 제발. 쪽 팔린다, 진짜!)!!!
끝~ -_ㅡ;;;
보통 백령도 관광을 오면... 인천 연안 부두에서 배를 타서 다섯 시간을 시달린 끝에 용기포 부두에 내리고... 사곶 냉면으로 가서 냉면 먹은 뒤 사곶 해안으로 가 차가 해변을 달리는 걸 체험한다. 그리고 심청각 가서 볼 품 없는 볼거리에 실망하거나 북한 땅에 잠시 환호하고... 그 다음 콩돌 해안으로 가거나 두무진을 간다. 오늘 소개한 두 곳은 모두 백령도의 대표적인 관광지이지만... 부실하다. -ㅅ-
사실은 차 블랙박스에 찍힌 동영상으로 가는 길도 안내하고, 관련된 전설 같은 것도 소개하면서 좀 알차게 쓰고 싶지만... 귀찮아져버렸다. 하아~ -ㅁ-
일단은 이걸로 마무리. 다음에 다시 가다듬어 쓰던가 하겠다(라고 하지만 그런 적은 없다, 지금까지.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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