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땅 위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다. 하늘과 바다에서도 목숨을 건 치열한 싸움이 벌어진다. 섬 나라 일본은 오래 전부터 해군력을 키우는 데 힘을 실었다(사실상 섬인 우리나라는 육군 병력 60만 유지를 고수하며 공군과 해군을 찬 밥 대접하고 있다. 한심할 따름이다.). 핵 폭탄 두 방에 찍 소리 못하고 항복해버렸지만 미국과 맞짱 떴던 일본. 대구경 함포를 탑재한 커다란 함정 하나면 바다만큼은 확실하게 지배할 수 있었기에 이들은 말도 안 되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전함을 만든다. 그게 야마토다.
1934년 건조 계획과 동시에 설계에 들어가 1937년 11월에 쿠레 해군 기지에서 만들기 시작했다. 1940년 8월에 진수했고, 진주만 기습 일주일 뒤인 1941년 12월 16일에 건조를 마친다. 길이 263m, 폭 38.9m, 만재 수량 72,700t에 달하는 말도 안 되는 괴물이었다. 서해 교전 때 침몰한 우리 해군의 참수리가 길이 37m에 만재 수량 170t이니까 몇 배인지 계산해보시라. -ㅅ-
크기도 크기지만 탑재한 함포도 말이 안 되는 수준이었다. 460㎜ 주포는 앞에 여섯 문, 뒤에 세 문, 전부 아홉 문이나 달아 놨다. 포탄 무게만 1.36t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녀석이었다. 말이 460㎜지, 포탄 크기가 46㎝라고 생각해 보시라. 이건 정말 무식한 거다. 감이 잘 안 온다면 나토 기본 탄 구경을 생각하면 될 거다. 우리 군의 주력 소총인 K1이나 K2가 나토 기본 탄 구경인 5.56㎜ 쓴다. 460㎜... 감이 오는가? 그래도 잘 느껴지지 않는 분들을 위해 굳이 뱀 다리를 달자면, 널리 사용되는 총알은 지름이 새끼 손가락만 하다. 야마토 주포는 팔뚝 대여섯 개를 일렬로 늘어 놓은 수준이다. 이 정도면 알겠지. 주포가 그 정도니 부 무장인 155㎜, 127㎜ 포는 장난감으로 보였을 거다.
그러나... 일본은 세상 바뀌는 걸 몰랐다. 바다에서 짱 먹는 건 더 이상 대구경 함포를 달아 놓은 커다란 함정이 아니었다. 항공모함의 시대가 온 것이다. 왜놈들은 세상 바뀐 줄 모르고 야마토 찍어낸 뒤 잠시 즐거웠을 게다. 그러나 이내 세상이 바뀐 걸 알게 된다. 그래서 1번함 야마토, 2번함 무사시까지만 건조하고 3번함 시나노는 제작 중 항공모함으로 구조를 급 변경한다. 커다란 함포 단 무식하리만치 큰 전함으로 설계한 녀석인데 함포고 나발이고 다 떼어낸 뒤 배 위에 급하게 활주로 깔아 항공모함 만든 셈이다. 그나마 활약이나 했으면 모를까, 건조 중에 미군 공격 받아 가라 앉아버렸다. -ㅅ-
아무튼... 야마토는 그 어마어마한 덩치에 어울리는 전과를 올리지 못하고 침몰해버린다. 1945년 4월, 미군이 오키나와에 상륙하자 일본은 급하게 야마토를 내보낸다. 이 때에는 이미 일본 해군 전력이 괴멸된 상태였기에 야마토는 순양함 1척과 구축함 8척만 달고 나간다. 돌아올 연료조차 받지 못했는데 이는 함장과 주 조종실의 일부 장교들만 알고 있었다고 한다. 사실상 죽으러 나간 거다. 결국 출항 다음 날인 4월 7일, 미군의 공격을 받아 반동강 나면서 가라앉아버렸다. 3,000명이 넘는 승조원 대부분이 죽고 달랑 269명 살아 남았다.
어마어마한 크기에, 말도 안 되는 주포 달았음에도 이렇다 할 전과도 없이 가라앉아 버린, 어찌 보면 치욕스러운 전투함이지만... 왜놈들에게는 그게 아닌 모양이다. 세계 최강의 전함이라는 비스마르크보다 거대한 녀석이었으니 자부심을 가질만 하다라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그래도 전과가 없는데... -ㅅ- 아무튼, 왜놈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하나보다. 한 때 세계 최대의 전함을 보유했었다는 게 그저 자랑스러울 따름인 모양이다.
그리 하여... 2차 대전에서 죽도 밥도 아닌 설 익은 쌀로 수장되고 만 야마토는 우주를 누비는 전함으로 다시 태어난다. 마츠모토 레이지 원작의 애니메이션 『 우주 전함 야마토 』가 방송된 것이다. 요미우리 TV, 제일방영, 오피스 아카데미에서 공동으로 제작한 『 우주 전함 야마토 』는 1974년 10월 6일부터 1975년 3월 30일까지 방송되었다. 방송 당시에는 후지 TV의 『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 』에도 시청률 1위를 내주며 고전했지만, 방송 종료 후 사회적으로 야마토 붐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결국 TV 시리즈 두 편이 다시 만들어졌고, 극장판도 다섯 편(옴니버스 포함)이나 만들어졌다. 좋은 자리에서 이 작품을 보기 위해 개봉 전 날 밤부터 극장 앞에서 줄 서는 어른(!)들이 뉴스에 등장하기 시작했고, 이 때부터 애니메이션은 애들만 보는 게 아니라는 인식이 퍼져 나갔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본 군국주의의 부활이라는 걱정 어린 시선이 대부분이었에도 불구하고 1980년 3월부터 MBC를 통해 『 날으는 전함 V호 』라는 제목으로 방송이 되었다. 이후 왜색 논란 때문인지 높으신 나리(!)의 지시 때문인지 갑자기 종영되었고, 4년 후 역시 MBC를 통해 『 날으는 우주선 V호 』로 방송되었다. 이후 등장 인물 이름과 함께 『 우주 전함 태극호 』라는 말도 안 되는 제목으로 다시 방송이 되었다. 지금 와서 많이들 하는 얘기지만... 야마토를 태극호로... 이거, 참... -_ㅡ;;; 거북선으로 안 바꿔준 걸 감사해야 하나?
어찌 됐든... 애니메이션은 2199년을 배경으로 한다. 가미라스의 유성 폭탄으로 인해 지구의 바다가 모두 증발해버리고 대기는 방사능에 오염된다. 인류는 지하로 숨어들지만 지구 종말의 시간이 1년도 남지 않았다는 비관적인 예측이 이어진다. 이 때 화성에서 훈련하던 병사가 캡슐을 발견한다. 거기에는 마젤란 성운의 이스칸달 여왕이 보낸 파동 엔진 설계도, 이스칸달의 좌표와 함께 방사능 제거 장치를 가지고 가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이에 인류는 파동 엔진을 탑재한 우주 전함 야마토를 이스칸달로 보내기로 한다.
매 회 우리 편이 고전하다가 결국은 이긴다는 스토리를 즐기는 저 연령층에게는 다소 어려운 작품이었다. 때문에 일본에서는 성인 팬들이 환호했을런지 모른다. 아무튼, 우리나라에서는 군군주의의 부활이라며 걱정을 했지만 왜놈들에게는 야마토가 지구 구한다는 환장할 스토리를 갖춘 작품이었다.
뭐든 실사화 해버리는 어마어마한 일본 녀석들이... 지난 해 이 작품을 실사화했다. -_ㅡ;;; 주인공인 코다이 스스무 역에 기무라 타쿠야를 캐스팅하는 저력을 보인다. 영화는 애니메이션 스토리를 고스란히 가지고 왔다. 덕분에 원작 스토리를 아는 사람에게는 좀 지루하게 느껴진다.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잔뜩 추가해 러닝 타임을 두 시간 넘게 만들었지만... 그럼에도 별로다. -ㅅ-
내 편견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연기는 지나치게 오바한다 싶고... 싼 티 나는 우주선 내부 역시 몰입도를 떨어뜨린다. 하긴... 헐리우드 영화인 『 스타쉽 트루퍼스 』도 만들다보니 예산이 초과되서 결국 싼 티 나는 소품을 쓸 수 밖에 없었다고 하는데... 아무튼, 배우들의 연기도, 소품도 영 어설프게 느껴진다. 그나마 컴퓨터 그래픽은 볼만한데, 그냥 볼만하다 뿐이지 딱히 대단하다거나 놀랍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원래 야마토 자체가 파동 엔진 말고는 내세울 게 없는 전함이긴 한데... 영화 내내 워프! 파동포 발사! 워프! 파동포 발사! 패턴이니 질질 늘어질 수 밖에 없다. 더구나 마초 캐릭터가 너무 많다. 모리유키가 간호사 아닌 전투기 조종사로 나오는 것도 불만이다. -ㅅ-
함장이 끝까지 배를 지키다가 배와 함께 최후를 맞이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건 철저하게 일본 풍이다. 이 작품에서도 주인공 코다이가 동료들을 내보낸 뒤 자폭으로 최후를 맞이한다. 그의 희생으로 방사능이 제거되어 예전의 푸르름을 되찾은 지구에서는... 정.말. 지.독.하.게.도. 진부하게시리... 코다이와 모리유키의 아들내미가 엄마~ 하며 푸른 들판을 달린다. 하아~ -ㅁ-
영화 자체에 대해서만 말하라고 한다면... 글쎄... '시간 아깝다' 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그냥저냥 볼만하다'와의 사이에서 갈등이 좀 되긴 하는데... 그냥 멍 때리고 보기에도 별로라고 생각한다, 난. -ㅅ-
국내에는 당연히(?)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구하려고 한다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을 게다. 자막도 훌륭하다. 그러나... 구해서 보라 하고 싶지는 않다.
PS. 함장이 부하보다 먼저 도망가서 혼자 살 궁리한다면 욕 얻어 쳐먹어 마땅하다. 일부 벌레들이 '국부'라며 추앙하는 매국노 영감탱이가 대전에서 서울에 있는 것처럼 방송하면서 다리 끊어 먹었었지 아마? -_ㅡ;;; 그러나 함장으로써 부하를 살리려고 갖은 노력하다가 살아 남았다면 이는 비난할 일이 아니다. 가라앉는 배의 함장은 반드시 죽어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살 수 있으면 본인도 살아야 한다. 비장한 최후는 영화 내지는 일본 자위대 놈들이나 원없이 맞이하라고 해라. 살아남았다는 이유만으로 유족들과 일부 골빈 것들에게 숫한 욕 얻어 먹은 천안함 함장에게 위로와 응원을 보낸다. 아울러 천안함 침몰에 대한 진실이 반드시 밝혀지기를 바란다(삽화까지 동원해 인간 어뢰 운운한 신문의 기자라는 작자들은 본인 입으로 '기자입니다'라고 할 때 부끄럽지 않은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쿠로키 메이사는 유니클로 모델로 볼 때에는 엄청났는데... 영화 속에는 어째... -ㅅ- 키 엄청 커 보이던데 165㎝ 밖에(?) 안 되는구나. 아무튼... 영화 보면서 다시 한 번 깨달은 건데 난 허리까지 내려오는 찰랑찰랑 생머리에 쥐약이다. -_ㅡ;;;
※ 모든 이미지는 구글 이미지 검색을 통해 구했으며, 혹시라도 저작권 있는 이미지를 무단으로 도용하게 되었다면 모르고 한 일이니 용서를 부탁합니다. 저작권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당연히 해당 이미지는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네×버 검색했더니 내용이 똑같은데 다른 사람 글 베꼈왔다는 내용이 없어 어느 쪽이 쓴 사람이고, 어느 쪽이 베낀 색힌지 알 수 없는 경우가 있던데... 일부러 남의 창작물을 자신의 것처럼 속이는 건... 정말 개 양아치나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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