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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절주절 』

보이스 피싱 2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1.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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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에 보이스 피싱 전화 받은 경험담(http://pohangsteelers.tistory.com/641)을 올렸었다. 그 뒤로 한동안 잠잠했는데 며칠 전에 또 보이스 피싱 전화를 받았다. ㅋ

일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02-3482-2000 찍히더라. 주×× 씨 전화 맞지요? 라고 하기에 맞다고 했다. 연변 사투리는 아닌데 표준어도 아니고, 경상도 사투리 비슷한데 그렇다고 오리지널 경상도 사투리(포항에서 20년 살았기에 경상도 억양은 익숙하다)도 아니고. 뭐랄까? 연변 아저씨가 경상도 사람한테 우리 말 배운 것 같은? 아무튼... 그랬다. -ㅅ-

뭐, 뭐라고 했더라? 뭔 서울 어디 수사관이라고 하더라. 이×× 라고 했는데 까먹었다. 내 이름 말하면서 본인 확인할 때부터 냄새가 좀 났는데 아니나 다를까 수사관 운운하기에 바로 보이스 피싱이라는 걸 알았다.

'심심한데 잘 걸렸다, 요거나 좀 가지고 놀아야겠다' 하는 마음에 기쁜 마음으로(?) 응대를 했다. 내 이름으로 하나은행이랑 농협에 통장이 개설되었는데 그게 범죄에 이용되었으니 확인을 좀 해줘야 한단다. 그러면서 나한테 하나은행이랑 농협 통장 쓰냐고 물어본다.
 
속으면 안 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금방 답 나오는 거다. ① 누군가가 내 명의를 도용해서 통장 개설했다는 걸 알아냈다 치자. ② 나한테 도용 사실을 통보하고 확인을 한다고 하는데 왜 은행이 아니라 수사 기관에서 먼저 연락이 올까? ③ 은행보다 수사 기관이 먼저 파악하고 연락을 하게끔 되어 있다고 치자(난 관대하니까). ④ 내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았을까? ⑤ 은행에 물어봤고 은행에서 내 동의없이 정보 제공을 해줬다고 치자(지나치게 관대한 것 같다). ⑥ 법으로 보호 받게끔 되어 있는 개인 정보를 수사 기관에서 맘대로 조회할 수 있다면 내가 어느 은행을 이용하고 있는지 정도를 알아내는 건 우습지 않을까? ⑦ 은행에서 내 전화번호만 알려주고 그 외의 정보 공개는 거부했다고 치자(이 정도면 예수급 관대함이다). ⑧ 수사관이 전화로 본인 확인하고 범죄와 관련이 있는 수사 활동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살살 가지고 놀 생각으로 달라는 정보는 안 주고 약만 올렸다. 장난스럽게 하면 눈치 채서 욕하고 끊어버리기 때문에 정말 놀란 듯 진지하게 상대해주는 게 포인트다. ㅋㅋㅋ

그래요? 큰 일이네... 아, 그래요? 어허~   되도 않는 감탄사 연발하며 내가 네 놈에게 낚여주고 있으시다~ 라고 연기를 했다. 나한테 거래 은행을 물어보는데 나도 모르게 대답해줄 뻔 했다. 하악하악~ -ㅁ-

내가 지금 좀 바쁜데 거기 전화번호랑 지금 전화 주신 분 이름 다시 한 번 알려달랬더니 당당하게 알려주네? ㅋㅋㅋ   내가 전화해서 통화하겠다고 했더니 자기가 전화했는데 뭐하러 다시 전화를 하냐고 되묻는다. 어설픈 색히. ㅋㅋㅋ   바쁘댔더니 흥분했는지 연변 사투리 터져 나온다. 본인이 범죄와 연관이 되었는데 바쁜 게 문제냐고 한다. 호오~ 이 색히 말발 제법인데? 가지고 노는 재미가 있겠다 싶어서 대충 얼버무리면서 어떻게 하면 20~30분 가지고 놀 수 있을지 머리 속으로 작전을 짜고 있는데 ××에서 날 찾는 전화가 왔다. 제기랄... 장난감 하나 제대로 잡았는데... -ㅅ-

결국 더 못 가지고 놀고... 그냥 전화에 대고 븅신 같은 게 어설프게 보이스 피싱질이냐고 한 30초 쌍욕 퍼부어주고 끊었다. 고작 4분 데리고 놀았다. ㅋㅋㅋ

예전에는 전화왔기에 나 대검 소속 ×××인데 성함이 어떻게 되신다고요? 했더니 놀라서 후다닥 끊어 버렸었는데... 요즘 색히들은 간댕이가 커져가지고 그렇게 얘기하면 움찔하다가 이내 할 말 다 하더라. 가지고 놀다가 욕 퍼붓고 끊는 게 제일 좋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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