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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뽀오츠 』/『 야  구 』

이종범을 버린 기아를 저주한다!!!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2.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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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포항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살았다. 프로 스포츠의 지역 연고 개념 때문에 친구들 대부분이 야구는 삼성, 축구는 포항을 응원한다. 다니던 초등학교 옆에 포항 선수들 연습 구장이 있던터라 학원 빼먹으면서 볼보이 노릇을 자처했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포항을 응원하게 되었지만... 희한하게도 야구는 해태를 응원했다. 퇴근 길에 아빠님께서 사들고 오신 보물섬에 실린 김성한 때문이라고 기억하고 있지만, 아마도 해태가 가장 강한 팀이었기 때문에 응원했을 게다(포항도 당시 엄청 강했다. -ㅁ-). 한 반이 50명을 훌쩍 넘을 때였는데 서너 명 제외하고는 모두 삼성 팬이었다. 때문에 해태 팬이라고 했다가 친구들과 싸운 기억도 숫하다.

포항은 야구(프로 팀은 없지만 POSCO에 아마 야구 팀이 있다.)보다 축구가 워낙 강세인지라 야구장은 여행 다니면서 지나가다 본 게 전부였다. TV 중계만 줄기차게 보다가 21세기가 되어서야 비로소 야구장 다니는 걸 즐기게 됐다. 야구장에서 악 쓰면서 응원하고 치맥 쑤셔넣는 재미는 정말이지. ㅋㅋㅋ

나는 줄곧 타이거즈 팬이었다. 해태가 망하면서 타이거즈가 없어지나 몹시 걱정했지만 다행히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2009, 2010 시즌에는 바쁜 와중에 부지런히 야구장을 들락거렸고... 2011 시즌에는 딱 한 번 갔는데(vs SK, 준 플레이오프 2차전) 졌다. -_ㅡ;;;

2009년에 우승하긴 했지만 줄곧 조범현 감독을 좋아하지 않았기에 올 시즌 선동렬, 이순철의 귀환은 무엇보다도 기쁜 소식이었다. 때문에 김진우나 한기주의 부상 소식도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선동렬이잖아. 다른 건 몰라도 투수만큼은 확실하게 키울 게 분명하잖아. 그런데... 그 선동렬이... 그 이순철이... 이종범의 등을 떠밀었다

맨시티 vs 선더랜드 축구 보다가 구자봉의 시즌 3호골 소식 접하고 신나하며 잠들었는데... 새벽에 눈 떠서 트윗 들어갔더니 난데없이 이종범 은퇴 어쩌고 어쩌고... -ㅅ-   출근 시간이 다가오는지라 자세히 알아보지 못했는데... 꿈 아닌가? 했는데... 퇴근해서 기사 줄줄이 나온 거 보니 꿈이 아니었다. 

이종범이 어떤 선수인가? 데뷔한 1993년, 양준혁에 밀려 신인왕을 놓쳤지만 한국 시리즈에서 대활약하면서 MVP를 차지해버린 괴물이다. 한 경기에서 도루를 여섯 개나 해버린 겁없는 신인이었다. 다음 해인 1994년에는 0.393의 타율안타를 196개나 때려냈고 도루는 무려 84개를 했다. 이 때 스물 네 번의 도루 시도를 모조리 성공시키며 연속 도루 부문에서도 기록을 세웠다.

눈에 드러나는 건 공격에서의 기록이지만 이종범은 수비에서도 엄청났다. 보통은 공격할 때 응원하고 수비할 때 맥주 일 잔 하며 쉬기 마련인데 유격수로 뛰던 이종범은 말도 안 되는 수비를 여러 차례 선보여 맥주 먹다 목에 걸린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가와지리 데쓰로가 던진 공에 부상을 당해 일본 생활을 정리하고 국내로 돌아온 이종범은 공수에 걸친 기록 뿐만이 아니라 인간적인 측면에서도 남다른 모습을 보였다. 노무현 前 대통령께서 돌아가시기 전까지 499 도루를 기록하고 있던 그는 영결식이 끝난 후 광주에서 500 도루를 달성하겠다며 기록 달성을 뒤로 미루었다.

2006년 월드 베이스 볼 클래식에서의 한일전에서 8회 결승타를 때려내며 환호하던 그가 아직도 눈에 선한데... 몇 타석 서지 못했지만 시범 경기에서 3할 넘겼다기에 올 해에도 이종범을 외칠 날을 기다렸건만... 기아는 팀의 전설이 되고도 남을 선수에게 물대포를 쐈다.

후배들의 길을 막고 싶지 않다고, 실력으로 겨뤄 안 되겠다 싶으면 은퇴하겠다고 늘 당당했던 이종범이다. 시즌 종료 후도 아니고 시범 경기가 끝나 개막을 앞 둔 시점에 플레잉 코치 운운하며 2군 내려갈 것을 제안했다는 건 이종범과 그를 사랑하는 팬 모두를 모욕하는 짓이다. 이게 선동렬이 떠나버린 타이거즈에 꿋꿋하게 남아 고군분투하던 선수에게 할 짓이란 말인가?

흐르는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했다. 이종범은 분명 '바람의 아들'로 불리우며 경기장을 휘젓던 그 때의 모습이 아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팬들에게 사랑받는, 팬들을 열광시킬 줄 아는, 팬들이 원하는 야구를 하는 선수다. 팀이 어려울 때 팀을 위해 희생한 선수에게 이렇게 못된 짓을 할 수는 없는 거다. 기아는 토끼 사냥이 끝났다고 사냥개를 삶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다. 적국을 물리쳤다고 큰 공로를 세운 신하를 죽이는 꼴이다. 높이 나는 새를 잡았다고 활을 부러뜨리는 것과 다름 아니다.

야구장에서 수많은 즐거움을 준 이종범 선수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아울러 그가 활약하던 멋진 모습, 언제까지나 잊지 않을 것을 다짐한다. 그리고... 그를 버린 기아에 대한 응원을 접는다. BK가 있는 히어로즈 응원하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응원가를 전혀 모른다. 아마도 올 해에는 히어로즈나 두산을 응원할 듯 한데, 어찌 됐든 기아를 응원할 일은 절대 없을 거다. 기아라는 어감 때문에 글 쓸 때에는 늘 타이거즈를 고집했는데... 이종범을 버린 네 녀석들은 더 이상 타이거즈가 아니다. 타이거지다. 기아 타이거지, 잘 어울리네. 수준에 맞게 꼴찌나 하기를 바란다. 

이종범의 만화 주인공 같은 어마어마한 기록들은 http://ko.wikipedia.org/wiki/%EC%9D%B4%EC%A2%85%EB%B2%94 ← 여기를 참고하기 바란다.

이종범이 타이거즈다,
타이거즈가 이종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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