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겼다. 말도 안 된다, 진짜. 믿기지 않는 승리다. FA컵에 이어 리그 우승까지 하면서 한국 프로축구 출범 이래 최초의 더블을 달성한 팀이 되었다. 더 이상 파리아스 감독을 그리워하지 않아도 되는, 정말 훌륭한 팀이 되었다.
스플릿이 나뉜 후 일정이 나왔을 때 12월 1일 경기는 눈여겨 보지 않았다. 울산까지 가기는 너무 멀었으니까. 더구나 지난 해부터 자판기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울산에 빌빌거렸기에 직관을 욕심내지 않았다. 그런데… 부산이 울산에 2 : 1로 승리하면서 12월 1일 경기가 챔피언 결정전이 되었다.
이렇게 될 것을 예상하지 못했기에 오늘처럼 중요한 날 휴가를 쓰지 못했다. 뒤늦게 바꿔보려고 노력을 했지만 당최 근무조가 나오지 않아 결국 실패. 근무 시간이나 어찌 좀 맞으면 중계로라도 볼텐데 경기 시간과 딱 겹치는 바람에 중계도 볼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마음으로나마 응원하며 애써 신경쓰지 않으려 했지만 일하면서도 '지금쯤 전반 끝났겠지?', '후반 시작할 시간인데 골 터졌으려나?' 따위의 생각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대충 따져보니 경기가 끝날 시간이 된 것 같아 잠깐만 자리 비우겠다 양해를 구하고 근무장 밖으로 나가 손전화를 집어 들었다. Live Score 앱을 보니 후반 44분인데 0 : 0 이었다. '아… 한 골도 안 났구나. 그래도 다행이다. 연장이나 승부차기 가도 해볼만…' '응? 아… 비기면 울산이 우승하는 거였지, 참…' ㅠ_ㅠ
애꿎은 새로고침 단추만 계속 눌러대다가 문득 네×버에서 중계한다는 걸 떠올리고 잽싸게 앱을 실행해서 중계를 봤다. 정규 시간은 이미 다 흘러갔고 추가 시간에 프리킥을 간신히 얻어낸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마저 다 봤음 싶었는데 하필 팀장님이 그 타이밍에 나와서… 눈치 보여서 끝까지 못 보겠더라. 손전화 보관함에 전화기를 넣고 다시 근무하러 들어갔다.
설마 그 프리킥을 골로 연결시킬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기대는 했지만 괜히 입 밖에 내면 부정 탈까 싶어 마음 비우고 있었다. 그런데… 근무 끝난 후 밖에 나왔더니 울산 직관 간 친구 놈에게 '우승컵 가져간다' 라고 메시지가 와 있었다. 응? 이게 뭔 소리야?
잽싸게 네×버 앱을 실행했더니… 정말이었다. 내가 잠깐 볼 때 나오던 그 프리킥 장면. 이게 골로 이어졌던 거다. 네×버 중계가 다소 느린 걸 감안하면 내가 화면을 보고 있을 때 울산에서는 챔피언을 결정짓는 골이 터진 거다.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면서 비실비실 웃음이 나오는 걸 참을 수가 없었다. 살다 살다 이렇게 기쁜 날이 오는구나 싶었다. 울산 갔으면 얼마나 기뻤을까… T^T
FA컵은 전북 홈에서, 리그 우승컵은 울산 홈에서 들어올렸으니 남의 집 안방에서 잔치를 벌인 셈이다. 정말이지, 대단하다고 밖에 표현할 말이 없다.
엄청난 경기였던만큼 뒷말도 무성하다. 재방송을 통해서야 경기를 봤는데 간단히 몇 자 적어보면…
울산 팬들은 김신욱과 하피냐가 없어서 진 거라 하는데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울산이 골을 노리고 움직였다면 오히려 더 치열히 치고 받는 경기가 되었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울산이 철저히 지키는 경기로 갔기 때문에 지독하게도 골이 안 터진 게 아닌가 싶다. 그러다 후반 추가 시간에 골이 터져 드라마가 되었고.
김호곤 감독이 기존에 받은 경고를 감안해서 부산과의 경기에 김신욱과 하피냐를 내보내지 말아야 했다는 의견에도 반대한다. 두산이 한국 시리즈 6차전에서 유희관을 아끼지 않으면서 총력전을 펼쳤다면 어떻게 됐을까? 울산은 부산을 잡고 일찌감치 우승을 결정 짓고 싶었을 거다. 그런 경기에 주요 선수를 아낀다는 건 제 정신 가진 감독으로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김광석은 퇴장을 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찌 되었든 간에 감정이 앞선 신체 접촉이었으니 퇴장 당했다 하더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내년 시즌을 출장 정지로 시작해도 할 말이 없다.
그리고… 물병 투척은… 병에 묻은 지문 검색해서 던진 놈 잡아낸 뒤 민사 & 형사 처벌해버려야 한다. 다시는 축구장 근처도 못 오게 해야 하고. 창피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멋진 경기를 보인 두 팀에 미안하지도 않은가. 대체 뭐하는 짓인지… 덕분에 포항 서포터 전체가 개념없는 것들로 싸잡아 욕 먹고 있다.
부산이 스플릿 A에 남느냐 스플릿 B로 내려가느냐가 걸린 중요한 경기에서 부산의 골이 터지자 물병이 날아들었다. 서포터들이 모두 물병이 날아온 2층을 향해 하지 마! 던지지 마! 를 외쳐댔다. 홈페이지 보니 오늘도 2층에서 물병이 날아들었다는데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어떻게 해서든 잡아내서 처벌했으면 좋겠다.
비기기만 해도 우승할 수 있는 울산이었으니 소극적인 경기를 하는 게 당연하다 생각한다. 하지만 경고가 없는 선수들에게 골킥을 차게 하면서 시간을 끈 건 무척이나 어리석었다. 차라리 볼보이들 교육 시키는 게 낫지 않았을까? 스틸야드는 전용 구장인지라 볼보이가 필요 없지만 종합 운동장은 볼보이가 있어야 한다. 포항의 볼보이들은 포항 유스(포항제철 중학교)들이다. 축구를 하는 녀석들이다 보니 어느 정도 경기 흐름을 볼 줄 안다. 그래서 포항이 다급히 쫓아가는 상황에서는 잽싸게 공을 던져 넣는다. 그러나 포항이 앞서고 있거나 여유로운 상황이라면 느릿느릿 공을 던져준다. 오늘 울산 볼보이들은 잽싸게 휙휙 던져 주더라.
어찌 됐든 울산 팬 입장에서는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를만 하다. 김신욱은 막판에 데얀에게 득점왕을 빼앗겼고. 코 앞까지 왔다 생각한 우승컵도 포항으로 넘어가버렸다. 안방에서 우승을 내주었으니 속이 쓰릴만 하다. 울산 팬들에게 위로를 보낸다.
어찌 됐든 대표팀에서 만나 태극기 달고 뛸 선수들이고 하니… 상대 팀 비방하며 제 얼굴에 침뱉기는 안 했으면 좋겠다. 포항이든, 울산이든.
시즌 시작할 때 포항의 우승을 점친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을까? 포항 팬인 나도 우승까지 기대하지 않았다. ACL 출전권 정도를 노렸는데… 황선홍 감독님은 말도 안 되는 엄청난 선물을 안겨주었다.
훌륭히 잘 뛰어준 선수들, 열심히 응원한 팬들, 좋은 팀 만들어준 코칭 스태프. 모두에게 감사하고 칭찬한다. 다만… 외국인 선수 한 명 없이 더블을 해냈다고 해서 내년에도 이 따위로 팀 운영할 생각은 안 했으면 좋겠다. 황진성의 부상과 신진호의 느닷없는 이적으로 무척이나 힘들었던 시즌이었다. 그 상태로도 우승했는데, 뭐~ 가 아니라 더 훌륭히 지원해서 세계적인 클럽으로 키워보자! 라 생각할 수 있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이상윤 해설은… 정말 최악이다. 정말 듣기 힘들었다. 그리고… 박펠레는 영원하다. 제발 앞으로도 우승 팀이나 승리 팀으로 우리 포항 찍지 말아줬음 좋겠다. ㅋㅋㅋ
PS. 내 주관적인 2013 시즌 MVP는 신광훈이다.
Forever Champions Pohang Steel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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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are Steelers!!!! We are Steel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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