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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뽀오츠 』/『 스틸러스 』

2014년 03월 26일 vs 전북 @ 전주 월드컵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4.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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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끌고 아침 일찍 출발해서 엄마님 모시고 새조개 먹고 왔다. 아는 동생이 얼마 전 시작한 까페에 가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집에 와서 엄마 내려 드리고... 술 먹으면서 보려고 차 놓고 택시로 전주성 갔다. 예전에는 15,000원 정도면 충분했던 것 같은데 20,000원 가까이 나온다. ㄷㄷㄷ

 

왼 팔에 금색으로 빛나는 챔피언 패치를 뿌듯해하며 경기장 정문으로 걸어가는데 전북 팬들의 적의가 느껴진다. 이어폰 끼고 노래 들으며 가서 주위에서 하는 말은 들리지 않았지만 엄청나게 많은 전북 팬 사이로 당당히 걸어가는 모습에 전투력이 상승한 모양이다. 평소에도 전주성 갈 때면 째려보는 시선이나 웅성거림 등을 느낄 수 있었지만 이 날은 평소보다 유난히 더한 듯 했다. 하긴... 불과 몇 달 전에 홈에서 우리한테 FA컵 우승을 내줬으니 이가 갈릴만도 하겠지.

 

입장권을 샀다. 12,000원. 10,000원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오른 모양이다. 매표소 바로 앞에는 선거철 맞이해서 정치하는 것들이 찌라시와 물을 돌리고 있었다. 그들을 외면하고 몇 걸음 걸었는데 E석에서 S석(원정석) 넘어가는 내부 철문이 닫혀 있다. 경기장 안 쪽에서 이동이 안 되니 밖에서 S석 쪽을 찾아 들어가야 하는 상황. E석에서 왼 쪽으로 걸으면 금방인데 멍청하게 오른 쪽으로 가는 바람에 한~ 참을 돌아갔다. -ㅅ-

 

S석을 통해 입장을 하긴 했는데... 매점이 다 문을 닫았다. 보안 요원에게 말을 하고 내부 철문을 열고 들어가 매점으로 향했다. 맘 같았아서는 왔다갔다 하기 귀찮으니 맥주 대여섯 캔 샀음 싶은데 한 손에 다 들 수 없을 것 같아 세 캔만 달라고 했다. 컵에 따르지는 않지만 개봉을 해야 한다고 해서 알겠다고 하니 캔 뚜껑을 따서 준다. 그나마 김 새지 말라는 배려에서였는지 하나만 다 따고 나머지는 칙! 하고 김 살짝 빠질 정도만 건드렸다. 생각하고 배려해준 것인지 귀찮아서 그런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전주성의 친절한 매점 분위기를 생각한다면 배려의 결과라 믿고 싶다. 뭐, 뚜껑을 따거나 말거나 던질 놈들은 다 던진다. 기본적인 개념 자체가 없는 물병, 술병 투척 관중은 두 번 다시 경기장 못 들어오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맥주 들고 안으로 들어가니 포항 서포터는 스무 명이 채 안 되는 상황. 간신히 열 명 넘은 것 같더라. 뒤 쪽에 멀찌감치 앉았는데 평소 경기장에서 자주 보던 청년들이 인원도 얼마 안 되는데 떨어져 앉지 말고 모여서 응원하자며 사람들 모으기에 성큼성큼 앞으로 나갔다. 북 치면서 리딩하는 사람은 없고 확성기만 들고 응원을 이끌어 가더라. 사람이 너무 적어 한 목소리 내봐야 전북 서포터에 묻히기 일수. ㅠ_ㅠ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패널티 킥을 내줬다. 심판 미친 거 아닌가 싶더라. 전북의 코너킥 때 수비하던 신광훈의 손에 공이 맞았다는 건데 워낙 순식간이었던지라 제대로 못 봤다. 나중에 집에 와서 하이라이트 영상 보는데도 긴가민가 싶더라. 신화용은 왼 쪽으로 몸을 날렸지만 공은 반대 쪽으로 갔고 전반 4분만에 실점. 아... 올 시즌은 어째 계속 주고 시작하나... 전북 경기 응원 와서 진 기억이 거의 없기에 포기하지는 않았지만 기운이 빠지긴 했다.

 

그러나 이내 반격에 나선 포항. 유창현이 깔끔하게 발리 슛을 날려 동점 골을 만들었다. 양 팔 벌려 환호한 뒤 머플러 미친 듯 휘둘러대는 꼴이 MBC Sports+ 를 통해 2초간 전국으로 방송되었다. ㅋㅋㅋ

 

주전들이 많이 빠지고 경험 없는 신인들이 많이 나온 경기라서 택시 타고 가면서도 져도 원망하지 말아야지, 이기기 쉽지 않지, 이런 식으로 미리 스스로를 위로했는데... 경기는 의외로 박진감 넘쳤다. 전북이 좌우로 크게 흔들면서 전반을 주도했지만 그렇다고 마냥 밀리지만은 않는 경기였다.

 

1 : 1 동점인 상황에서 후반전이 시작되었고 17분 후, 부웅~ 뜬 공이 이명주 앞에 떨어졌다. 골 장면이 될 거라 생각도 못 했는데 머리도 통~ 치고 나가더니 기똥차게 때려 역전 골을 성공시켰다. 난리가 난 포항 서포터. 8분 후에는 정말 포항다운 패스 플레이를 김승대가 쐐기 골로 마무리했다. 정말 멋지게 들어갔다.

 

전북 서포터와 팬들은 조용해졌고 우리는 신났다. 소수로 다수를 이길 때의 쾌감이 짜릿하다. 후반전 종료가 가까워지면서 전북이 매섭게 몰아부쳤지만 더 이상의 골은 나지 않았고 그대로 종료. 포항이 전북 원정에서 3 : 1 로 승리했다. 인사하러 다가오는 선수들에게 환호를 보낸 뒤 부리나케 경기장을 빠져 나왔다. 날씨가 쌀쌀한 탓도 있지만 몰매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점퍼를 입었는데... 점퍼에도 포항 엠블럼이... -ㅁ-

 

경기장 앞 버스 타는 곳에서 차를 타지 않고 조금 걸어 전주공고 앞에서 버스를 탔다. 덕진 터미널까지 가서 버스 타고 컴백.
간만에 김형일 봐서 좋았다. 뒤에서 보니 탄탄한 체구가 믿음직스럽더라. 하지만 뭔가 조금 헛돈다는 느낌? 다른 선수들은 무조건 깔아 차는데 형일 선수만 자꾸 띄워대는 것처럼 느껴진다거나 착! 착! 착! 맞아 돌아가다가 형일 선수 거치면 틱! 하는 느낌? 뭐... 오랜만에 봐서 그저 내 느낌일 뿐이겠지. 신광훈 선수는 역시나... 화려한 발재간을 몇 차례 보여줬다. 예전에 파리아스 감독님이 뉴캐슬 제츠를 상대로 할 때 최효진 선수를 공격으로 내보내서 해트트릭 한 적이 있는데 신광훈 선수도 뜬금없이 공격수 기용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한참 응원하다 뒤돌아보니 사람들이 제법 불어 있었다. 그래도 서른 명이 채 안 될 것 같더라. 그런데... 그 몇 안 되는 포항 서포터들 사이로 전북 응원하는 사람들이 여러 명 와 있더라. 서포터들 자리가 불가침의 자리도 아니고, 강제성을 띄고 있는 것도 아닌지라 그 사람들이 나쁘다고는 못 하겠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약자를 배려해줘야 하지 않을까? 어제 경기에 6,000명이 넘는 전북 팬들이 찾아왔는데 포항은 앞서 말했든 30명도 채 안 됐다. 반드시 골대 뒤에서 보고 싶었다면 전북 서포터 쪽으로 가도 됐을텐데 왜 굳이 포항 서포터들 있는 곳에 와서 전북 화이팅을 외쳤을까? 개인적으로는 물병 던지는 것 못지 않는 무개념이라 생각한다.
전주 시민 축구단이라 쓰인 까만 점퍼 입은 청년들이 다수던데 우르르 몰려와서 "전북 화이팅!" 을 외치더니 포항의 역전 골이 터지자 포항에 환호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검색해보니 전주대 학생들로 구성된 K3 챌린저스 리그 참가 팀이라는데... 운동하는 사람이 저래서야 되겠나 싶더라.
화장실 가는데 처음 보는 꼬맹이 둘이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기에 "응~" 하고 받아주다가 누군가 싶어 "누구니?" 했더니 전북 응원한다며 장난치면서 가더라. 어린 녀석들이 원정 서포터들 사이에서 홈 팀 응원하는 깡이 대단하다 싶기도 하지만 미친 놈이 많아지는 세상이다. 꼴통 하나가 지보다 약한 애들이라고 패대기라도 친다면 큰 사고로 번질 수도 있지 않겠는가?

 

홈 팀 응원하는 사람들이 원정 팀 응원석에 와서 주위 시선 아랑곳하지 않고 소리 질러대는 모습은 유독 전주성에서 자주 볼 수 있는데 여러 가지로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축구 팬임을 자부하는 것들이 그렇게 물고 빠는 EPL의 경우를 보자. 리버플 저지 입고 에버튼 원정석에서 응원할 수 있을까? 꿈도 못 꿀 일이다.
홈 팀 팬들이 원정석 팬들 사이에서 응원하는 건 원정 팀 팬들이 적을 때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사람이 많거나 적거나 관계없이 꾸준히 그 짓을 한다면 나름 대단하다고 인정이라도 해주겠는데 사람 많을 때에는 안 오고 사람 적을 때에는 와서 마음껏 악 쓰면서 주위에서 째려보면 뭘 보냐고 시비 거는 거, 정말 보고 싶지 않은 광경이다.

 

 

 

경기가 끝난 후 최강희 감독님이 심판 판정에 대해 열변을 토하셨던데 적극 공감한다. 일부 팬들이 포항에 유리한 판정을 했다고 몰아가던데 직접 가서 보고 느낀 건 절대 그렇지 않다. 이 날의 주심인 우상일 氏는 전체적으로 경기를 개판으로 만들었다. 느닷없는 패널티 킥도 그랬지만 그 이후에도 납득할 수 없는 판정이 줄을 이었고 경기 맥 끊는 건 단연 엄지 손가락 깜이었다. 전북 팬들 입장에서 납득할 수 없는 판정도 몇 차례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얘기한 것처럼 포항에 불리하게 분 몇 차례의 판정이 머리 속에 맴돌아 보상 판정한 게 아닌가 싶다. 아무튼... 경기 시작하고 얼마 안 있어서 몇 차례 트위터에 끄적이긴 했는데... 정말이지 이 날의 워스트는 주심이었다. K 리그 직관 역사상 최악의 심판이 아니었나 싶다. 최강희 감독님의 분노에 적극 공감한다. 그리고 엿맹 놈들. 잘못된 걸 잘못됐다고, 나쁜 걸 나쁘다고 말하는 게 정상이지 무조건 입 다물라는 건 어느 나라 법이냐? 반성하고 고칠 생각을 해야지 가만히 있기를 강요하고 기어이 한 마디 하면 벌금 때리는 뭣 같은 짓거리는 왜 하고 자빠졌는지 알 수가 없다. K 리그 발전에 가장 큰 장애는 누가 뭐래도 엿맹이다.

 

 

 

 

 

 

 

평일 경기인데도 6,000명 넘는 관중이 들어왔다. 전주성은 관중 동원에 있어 늘 평타는 치는 것 같다. 

 

 

그닥 체감하지 못했지만 경기장 상층부에는 바람이 무척 많이 불었던 것 같다. 골키퍼가 찬 공이 높게 솟아 올라가면 유난히 크게 휘던데 바람 때문이었을까? 

 

 

후반에 내리 두 골을 넣어 1 : 3 역전에 성공한 포항. 전광판 좀 찍어보려고 했는데 가려졌네. -ㅅ-

 

 

 

 

 

전북 팬들 야유 중에 '역시나 포항'? 이던가? 아무튼 그런 비슷한 게 있더라. 지난 해에는 못 들었던 것 같은데... 아무튼, 내가 본 최근 전북과의 경기에서는 진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은데 역시나라는 야유를 하다니... 허허~

그런 야유는 더블이라는 거 한 번이라도 해보고 하시지.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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