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한 우승 후보 전북을 잡은 후 조금은 들뜬 상태에서 맞게 된 남패와의 경기였다. 블로그에서 여러 번 언급했지만 올 시즌은 남패를 상대로 엉망진창이었다. 전반기에 가장 안 좋은 경기력을 보였던 것이 남패를 상대로 했을 때였고, 3분에 세 골 쳐먹는 미친 짓을 한 것도 남패와의 경기에서였다. 그나마 지난 9월에 제주 원정에서 우리가 이기긴 했지만, 예전처럼 '남패 정도야~' 라고 여유 부릴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최근 황선홍 감독님은 김태수와 황지수를 나란히 쓰는 데 재미를 붙이신 모양이다. 두 선수 모두의 경기력이 안 좋았을 때에는 정말 최악의 조합이었다. 더군다나 손준호 역시 공격보다는 수비에 강점이 있는 선수인지라 공격 쪽에 힘이 덜 실린다. 하지만 신진호 복귀 이후 그런 문제가 사라졌다. 꽤나 공격적인 선수인데다 활동량 자체가 워낙 많아 신진호가 이리저리 헤집고 다니면서 공격을 이끌고 상대 역습은 김태수와 황지수가 훌륭히 끊어내고 있기 때문에 실점이 줄어든다.
이 날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전반 분위기는 남패가 가지고 갔지만 큰 위기 없이 잘 막아냈고 세트 피스에서 김태수가 득점! 신진호가 없을 때에는 코너 킥이나 프리 킥에서 득점이 없던 포항인데, 훌륭한 키커가 왜 필요한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득점 이후 5분만에 실점했는데 공이 워낙 어중간했다. 신화용이 뛰쳐나오다 말아 실점했는데 수비와 골키퍼 사이의 먼 공간으로 워낙 애매하게 날아온 공이라 어쩔 수 없는 실점이었다고 생각한다. 전반 33분에 손준호의 그림 같은 골이 터졌고 결과적으로 결승 골이었다. 떨어지는 공을 발등에 정확하게 맞춰 포물선을 그리며 부웅~ 날아가다가 크로스바 앞에서 뚝 떨어지는 슛이었는데 보통 저런 건 발에 맞는 순간 골임을 직감할 수 있다. 발등에 실리는 있는 듯 없는 듯한 공의 느낌도 좋고. 아무튼... 기똥찬 골이었다.
후반에 남패 정다훤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했는데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추가 득점에 실패한 건 상당히 아쉽다. 우리 기준으로 왼 쪽, 남패한테는 오른 쪽 진영이 될텐데 그 쪽에서 패스 플레이가 좀 먹힌다 싶으니까 애들이 신났는지 슛 안 때리고 계속 스틸타카 놀이하는데... 중거리 한 방 때렸음 싶기도 하고 '그냥 차라고!' 하고 답답한 마음이기도 하고... -_ㅡ;;; 김두현 같은 중거리 슈터 한 명 있었음 포항의 올 시즌 득점은 훨씬 많지 않았을까 싶다. 선수들이 슛을 엄청 아낀다.
강상우와 고무고무는 좋은 찬스 놓쳐서 안타깝고... 가을 전어는 교체로 들어와 15분 정도를 뛰었는데 활약이 전혀 없었다. 가을 다 갔는데 기대를 계속 이어가는 건 쓸데없는 짓인 것 같고, 내년 시즌에는 방생하는 게 답이다.
신진호 입대하면 중원이 또 휑~ 해질텐데 어떤 선수를 영입하고자 하는지 궁금하다. 문창진이나 이광혁이 신진호 만큼 해주기는 어려울 것 같으니 누구라도 데려와야 할텐데 말이다.
우리 경기 보고 나서 탄천으로 갔다. 전반 끝나고 들어갔는데 0 : 0 이더라. 舊 스카이 석에는 수원 앰블럼이 박힌 옷을 입은 사람들이 꽤나 돌아다니고 있었다. 뭐, 워낙 팬들이 많으니... 수원 서포터들 목소리는 진짜... 원정인데도 성남 서포터가 상대도 안 된다. 경기는 꽤나 재미있게 진행 되었다. 수원이 좀 잡고 가는 분위기였는데 김두현 투입 이후 분위기가 또 바뀌었다. 대단한 선수다, 김두현은.
황의조와 박용지가 찬스를 몇 차례 놓쳤고... 0 : 0 으로 끝나는가 싶은 시점에 권창훈이 각이 없는 곳에서 골을 만들었는데 심판이 득점을 인정하지 않았다. 골 라인 넘어가기 전에 쳐냈다는 거다. 현장에서는 워낙 순식간에 지나가니 알 수 없었는데 손전화로 중계 화면 보니 들어간 거 뻔히 보이더라. 이건 김상우 심판의 오심이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골 라인 확실히 넘어갔다. 흥분한 수원 팬들이 '심판! 눈 떠라!'를 외치기 시작했고... 잠시 후에는 성남이 패널티 박스 안에서 반칙을 당했는데 역시나 불지 않았다. 황의조가 슛을 하거나 말거나 이건 반칙 불어서 패널티 킥을 주는 게 옳다고 보는데... 아무래도 조금 전의 애매한 판정에 대한 보상이 아니었나 싶다.
0 : 0 으로 비겼는데 양 팀 모두 오심의 피해를 봤다. 수원은 분명 골이었고, 성남은 패널티 킥을 빼앗겼다. 패널티 킥을 막을 수도 있으니 '심판이 제대로 봤다면 수원이 이겼을 거다'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정성룡이 패널티 킥을 막을 가능성이 그다지... ㅋㅋㅋ
아무튼... 두 팀이 득점없이 비긴 건 포항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다. 이제 전북과 북패의 오늘 경기가 중요한데... 전북이 일찌감치 우승 확정 짓는 걸 보고 싶지 않으니 전북이 지길 바랐는데 하필 상대가 북패다. 그렇다면... 그냥 네 녀석들도 득점 없이 비겨라.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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