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비쓰히코 신사
중앙 개찰구로 향하니 수줍어 보이는 역무원 처자가 서 있다. 비젠-이치노미야 역에 가려면 몇 번 플랫폼에서 타야 하냐고 물어보는데... 영어를 못 알아듣는 눈치다. 어떻게든 가르쳐는 주고 싶어 하고. 그래서 어설프게나마 일본어로 얘기했더니 6번 플랫폼이란다.
6번 플랫폼으로 갔더니 전차가 서 있다. 타려고 하다가 뭔가 느낌이 쌔~ 해서 구글 지도로 다시 검색해보니... 10번 플랫폼이라고 나온다. 다시 계단을 올라 10번 플랫폼에 갔더니... 거기가 맞다. 위대한 구글 지도! 중국은 구글 관련 서비스 다 막혀 있다는데, 무서워서 못 가겠다. -_ㅡ;;;
혹시 몰라서 기관사한테 이치노미야 가냐고 물으니까 간단다. 후다닥~ 탔다. 연식이 제법 되어 보이는 녀석을 타고 흔들흔들. 금방 비젠-이치노미야 역에 도착했다.
정말 작은 시골 마을의 기차 역.
타고 온 열차. 외국인 관광객이 드문 곳이라 그런가 사람들이 힐끔힐끔.
기비쓰 신사가 있는 기비쓰 역은 한 정거장 떨어져 있다.
역 바로 옆에 자전거 대여점이 있다. 할머니 한 분이 텔레비전을 보고 계셨는데 세워져 있는 자전거를 보니 빌리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죄다 바구니 달린 아줌마 자전거였다. 로드 바이크는 고사하고 MTB나 하이브리드도 없고 그냥 다 바구니 달린 자전거. 아, 이건 타고 싶지 않다 하는 마음이라 안 빌리기로 했다.
걷기로 하고 역 반대 쪽으로 걸어나오니 자위대 포스터가 바로 보인다. 凸
기비쓰히코 신사로 가는 길이 안내되어 있다.
구글 맵을 켜고 천천히 걷다 보니 금방 기비쓰히코 신사가 나왔다.
딱히 횡단보도라 할 게 없었는데 앞에 서 있으니 지나는 차들이 다 멈췄다. ㄷㄷㄷ
기비쓰히코 신사는 태어날 아이와 학업을 비는 신사다. 귀여운 기념품을 팔고 있다.
뭔가 공사가 진행 중. 이 쪽으로는 갈 수 없다.
작은 공간도 아기자기하게 활용해서 어떻게든 꾸민다. 일본스럽다.
후시미이나리 신사에서 본 것처럼 도리이가 이어져 있어서 따라가봤다.
계단이 나오고,
대형 콘돔(농담입니다. 포탄이겠지. -ㅅ-)이 나오고,
예쁜 꽃도 나오더니,
그 끝에는 달랑... -ㅅ-
내려보는 풍경이 나쁘지 않다.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100엔짜리 점이 있어서
잔 돈을 탈탈 털어 하나 뽑았다. 결과는...
대길!!! (결과적으로 이 점은 엄청나게 정확한 거였다!)
오카야마 구라시키 공식 블로그에서 긴 회랑이 인상적인 기비쓰히코 신사라고 했는데 아무리 봐도 회랑 같은 건 없었다. 공사 중인 건물에 있는 건가? 하고 못 보는 걸 아쉬워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긴 회랑은 기비쓰 신사였다. 공식 블로그에서 잘못 알리고 있는 것!)
신사 밖으로 나가 주차장 쪽으로 가니 생선 깃발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원래 매달려 있었던 모양이다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일본 역시 5월 5일이 어린이 날(고도모노히, 子どもの日)인데, 이 때가 다가오면 이 잉어 모양의 깃발을 매단다고 했다. 고이노보리(鯉のぼり)라 부르는데 남자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 출세하길 바라는 의미로 다는 거란다.
신을 모시는 돌(덴진 이와쿠라)이 있다고 들었는데 이건가 보다.
리사이즈 한 덕분에 사진이 작아져서 잘 안 보이는데, 도리이 위에 돌들이 있다.
잘려나간 밑동 뿐이지만 거대함을 짐작할 수 있는 나무.
기비쓰히코 신사는 아이가 태어나게 해달라고 빌기도 하는 곳인데, 특이하게 우리나라 식으로 나이를 계산한다. 전 세계적으로 태어나자마자 한 살로 계산하는 나라는 우리 뿐이란다. 그게 태어나자마자 한 사람으로 인정해서 그런 거다라는 글을 봤는데, 그건 너무 국뽕인 것 같고... 아무튼 외국에서 누가 나이 물어보면 ××살이요 했다가 아, 두 살 빼야지, 참~ 하고 다시 정정하는 일이 다반사.
일본도 원래는 우리처럼 태어나자마자 한 살로 봤다는데 메이지 35년에 '나이 계산에 관계된 법률'이 만들어지면서 서양처럼 바뀌었다고 한다. 하지만 기비쓰히코 신사에서는 한국처럼 태어나자마자 한 살로 보는 것을 신으로부터 생명을 받은 것에 감사한다는 의미로 해석해서 기도할 때 한국 나이 기준으로 기도한단다. 예를 들어 2015년 12월에 태어난 아이는 아직 0 살이지만, 한국식이라면 두 살이 된다. 외국인에게는 이 개념이 생소할텐데 그래서인지 기비쓰히코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한국식으로 나이 계산하는 방법(생일 지나면 +1, 안 지나면 +2)을 설명하고 있다. ㅋ
쇠로 된 버튼이 달린 우리나라와 달리 플라스틱 버튼이 달려 있다.
쪼그려 쏴 자세의 변기도 우리와는 조금 다른 형태.
우동과 아이스크림 판다는 가게는 장사를 안 하는 모양. 목이 말라 가게 앞 자판기로 가서 칼피스 하나 뽑아 마셨다. 다음은 기비쓰 신사. 대략 위치를 확인한 뒤 구글 지도를 켰다. 적잖이 걸어야 되는구나 싶었지만 날씨도 좋고 원래 걷는 걸 싫어하지 않아서 즐겁게 출발! 그리고 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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