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을 앞두고 구마모토에서 지진이 일어났다. 일본은 지진이 잦은 나라인데다 그동안 일본 가기 전에 늘 지진이 있어 왔기에 별 생각이 없다.
2014.04.03. 08:22, 일본 이와테현 모리오카 남동쪽 79km 지역, 진도 5.3
2015.02.24.11:29, 일본 이와테현 모리오카 동쪽 201km 지역, 진도 5.9
그런데 이번에는 뭔가 심상치 않다. 4월 14일 이후로 진도 5 이상의 지진이 10회 이상 관측됐다. 일본 뿐만 아니라 에콰도르에서도 큰 지진이 일어나면서 불의 고리 운운하는 기사가 계속 떴고... 네일동에서는 별도의 지진 관련 게시판을 신설할 정도였다.
같이 가는 건 아니지만 우연히 여행 일정 중 일부가 맞아떨어진 옛날 제자 일행도 여행을 강행해야 하는지, 포기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었다.
나 같은 경우는... 강행이다. 네일동 게시판 보니 여행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이 지진에 대한 공포보다 크다면 계획대로 떠나는 거고 그렇지 않다면 포기하는 거라고 했는데 그 말이 딱인 듯 하다. 정답은 없다. 계획대로 출발했는데 지진 때문에 죽거나 다치거나 일정이 엉망이 된다면 당연히 후회하겠지. 하지만 금전적인 손해를 보고 큰 스트레스 받으면서 포기했는데 계획했던 기간 동안 지진이 없었다면 그냥 갈 걸 그랬다며 역시 후회할 거다. 목숨은 하나니까 이럴 때 여행 가는 건 무모하다는 사람도 있는데 그렇게 따지면 집 밖에 나가는 것도 충분히 위험한 거다. 백화점 무너지고 다리 무너지고 지하철에 불 나고 배 가라앉는 대한민국 아닌가.
어찌 되었든... 여행 때문에 내리 엿새를 쉬어야 했기 때문에 이번 달은 일하는 날이 몰려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 열흘 넘게 내리 출근해야 한다. 시간이 지독하게 안 간다 생각했는데... 이제 주말 지나면 출발이다.
여행 계획을 짠답시고 이래저래 알아보는데... 의자가 불편해서 그런가 한, 두 시간 하다보면 만사 귀찮아진다. -ㅅ- 결국 대충 짜다 말아버렸다. 일본어도 못하고 영어도 엉망진창인 주제에 그냥 들이대자 생각하면서 말이다.
다만... 기존에 뜬구름 잡든 허술하게 세운 계획을 좀 더 꼼꼼하게 짰다.
첫 날이 제일 애매하다. 입국 수속에 얼마나 걸릴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해 엄마님 모시고 간 여행이 아니었다면 당연하다는 듯 10~20분 정도 잡았을 거다. 늘 그 정도 걸렸으니까. 그런데... 엄마님 모시고 갔을 때 하필이면 비행기에서 내리는 시간이 지연되었고... 그 때문에 입국 수속만 두 시간 가까이 걸렸었다. 일단은 바로 입국 수속 마치는 걸 예상해서 일정을 짰는데... 어찌 될지 모르겠다.
JR PASS 받아서 바로 출발하면 점심 무렵 오카야마 도착이다. 숙소에 짐 맡기고 카메라만 챙긴 뒤 자전거 빌려 소자 역까지 가면서 여기저기 구경하고... 소자 역에서 택시로 기노 성 다녀올 생각이다. 이게 참 문제인 게... 기노 성은 버스나 지하철로 갈 수 없는 곳이다. 갈 때야 소자 역에서 택시 타면 그만인데, 돌아올 때가 문제. 일본어나 능숙하면 전화로 택시를 부르면 되지만 그마저도 불가능하다. 기노 성을 포기할까? 렌트를 할까? 한참 고민하다가 택시 타고 가면서 몇 시까지 와줄 수 있냐고 부탁하는 쪽으로 결정했다. 안 오면... 걸어야지. -ㅅ- 이온 몰은 입점 상점마다 다르지만 23시까지 한다고 홈페이지에서 확인했으니까... 도착 시간 봐서 구경하고... 너무 늦으면 편의점에서 맥주나 사들고 들어가 홀짝거리다 자야지.
둘째 날 일정. 아침 일찌감치 신칸센 타고 히메지로 넘어가 히메지 성을 보고... 잽싸게 구라시키 넘어가서 미관 지구 훑어보고... 미츠이 아울렛 구경하고 싶은데 나이키 없어졌다는 글도 있고, 계획대로라면 시간이 쫓길 게 분명해서 어찌 될랑가 모르겠다.
아무튼, 미관 지구 구경하고 나서 다시 오카야마 역까지 왔다가 고지마 역으로 가서 와슈잔 전망대 가야 한다. 첫 날 기노 성 때와 마찬가지로... 돌아올 때 차 편이 문제다. 와슈잔 전망대에서 고지마 역으로 가는 마지막 버스가 17시 57분이라 계획대로라면 택시 말고는 이용할 수가 없다. 한 프레임 안에 세토 대교와 지는 해를 담고 싶어서 택시 이용해서라도 다녀오려고 한다. 검색해보니 차 없어서 한 시간 넘게 걸어 내려온 사람도 있던데... 그렇게 되지 않기를... ㅠ_ㅠ
셋째 날. 고라쿠엔은 아침 일찍부터 볼 수 있으니까 호텔 체크 아웃 하기 전에 다녀오고... 느릿느릿 구경 마친 뒤 돌아와서 교토 넘어갈 예정. 숙소에 짐 맡기고 버스로 다시 에이칸도 가려고 한다. 지난 번에 다녀왔지만 꼭 한 번 다시 가보고 싶은 맘이 들었으니까 말이다. 일기 예보 보니까 이 날 교토에 비 온다는데 그건 그 나름대로 맘에 든다. 평소 같으면 짜증스러웠을테지만 비 오는 에이칸도는 정말 멋있을 것 같다.
교토 쪽 관광지는 일찌감치 문 닫으니까 기온 넘어가서 어슬렁거리다가 숙소에서 퍼지면 될 듯.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이자 가장 걱정되는 일정인 넷째 날이다. 아침 일찍 서둘러 아마노하시다테에 가야 한다. 검색해보니 후쿠치야마에서 내려 갈아타야 한다는데... JR 간사이 와이드 패스로는 이용이 불가능한 구간이라서 따로 패스를 사야 한단다. 환승 시간이 짧은데 가능할지 걱정이다.
내려서 적당히 구경하다가 이네 마을 다녀와야 하는데, 한 시간에 버스가 한 대 뿐인 지역이라 일정을 잘 짜야 해서... 한참을 시간표 들여다봤지만 영 마음이 안 놓인다. 언어에서 자유롭지 못하니 다른 사람들의 방문기라도 부지런히 봐야 하는데, 이 쪽 동네는 한국인 관광객이 많지 않은 곳이라서 그런가 후기가 아무래도 부족하다.
검색하다보니 이 쪽에서 1박 하면서 여유 있게 다닐 걸... 하는 후회도 되고. 하지만 이제 와서 호텔 예약 뒤엎으면 금전적인 손해가 크다. ㅠ_ㅠ
더구나 마지막 날 일정도 있고.
마지막 날은 카니도라쿠에서 점심 먹는 거 말고는 무 계획. 쇼핑을 좀 하고 싶긴 한데 공항에 14시 전후로 도착해야 하니 빠듯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나름 꼼꼼하게 준비한답시고 설레발 치면서 준비하긴 했는데... 틀림없이 계획과 달리 어긋나는 일들이 생기겠지. 뭐, 그건 그 나름대로 즐겨야겠다. 그것도 여행의 묘미니까.
아, 카메라는... 결국 광각 렌즈 질렀다. -ㅅ- 광각 렌즈로 보는 세상은 완전 다른 세상. 이제 멋진 풍경 사진 찍을 수 있겠다. 다녀와서 올리는 사진이 구리다면 그건 완전히 내 앞 발 때문이겠지. ㅠ_ㅠ
JR 이용도 처음이고... 면세점에서 600불 넘는 단일 품목 질러서 세관 신고해야 하는 것도 처음이고... 외지에서 온 사람 신기하게 쳐다본다는 작은 마을 가는 것도 처음이고 해서... 좀 두근거린다. 사고 없이 잘 다녀왔으면 좋겠다. 아, 여행자 보험 깜빡했네. 얼른 들어야겠다.
P.S. 원래는 포항 스틸러스의 우라와 원정 경기 일정에 맞추려고 했던 일본 여행이다. 하필 골든 위크에 일정이 끼어 있는데다 최진철 감독이 미덥지 못해 ACL 조별 탈락을 예상하고 포기했다. 어떻게든 골든 위크는 피해 보려고 한 주 앞당긴 거. 예상대로 ACL 조별 예선 광탈했고... 리그에서도 죽 쑤고 있다. 많은 팬들이 프런트에서 선수 다 팔아먹고 지원도 안 해주는데 성적이 나겠냐며 감독 탓만 하지 말라 하는데... 내가 볼 때에는 프런트도 프런트지만 감독도 문제다. 계속 최진철에게 시간을 줘야 한다, 믿고 맡겨야 한다, 어쩌고 저쩌고 하면... 하위 스플릿은 당연하고 강등 걱정해야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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