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경로
실제 경로
출발 전에 도서관에서 도쿄 여행 관련 책을 찾아보니 일본의 다른 도시와는 달리 특정 테마로 쓴 책들이 많았다. 도쿄의 “책방”에 대해 쓴 책만 해도 두 종류인가 세 종류가 있었고 “목욕탕” 다닌 이야기를 모아놓은 책도 있었다. 그 중 도쿄의 “꽃가게”에 대한 책도 있었는데 꽃에 대해 잘 모르는 나도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예쁘더라. 그래서 여행 둘쨋 날에는 오모테산도에 가서 꽃가게 구경을 하다가 우에노 역으로 간 뒤 도쿄 국립 박물관을 보는 것으로 오전 계획을 짰다.
첫 날 일정을 마친 후 편의점에서 산 맥주에 가지고 간 소주를 말아 간단하게 일 잔 하시고 자정이 살짝 지나서 잠이 들었다. 출발하는 날 잠을 거의 못 잔데다 20㎞ 가까이 걸었는데도 불구하고 눈 뜨니 여섯 시. 선배는 아래 칸에서 코를 드렁드렁 골며 자고 있다. 눈이 뻐~근~하긴 하지만 이미 잠에서 깨버렸으니 다시 자기는 글렀다 싶어 스마트 폰 쳐다보며 시간을 보냈다. 아홉 시가 넘어 선배가 깼고 슬슬 나갈 준비를 했다.
숙소에서 열 시가 지나서야 나왔다. 걸어서 시부야 역까지 가면서 밥 먹을만한 곳이 없는지 살펴봤다. 한글로 맵다고 써놓은 곳도 있었고(훗~ 가소롭군.) 큰 길에서 한 블럭 정도만 들어가니 스트립 클럽에 러브 호텔도 나오고... -ㅅ- 그렇게 시부야를 헤매고 다니는데 당최 맘에 드는 식당이 없다. 여기저기 식당 찾아다니다가 결국 역으로 돌아가 교자노오쑈(만두의 왕)에서 라멘과 교자를 먹었다. 내진 공사 때문에 장사를 한참 쉬었다가 다시 시작한 곳이라는데 전국 체인점인 듯 했다. 먹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상 가능한 평범한 쇼유 라멘이었고 교자 역시 뭔가 특별할 게 없는 예상 가능한 맛이었다. 나는 그냥저냥 먹을만 했는데 선배는 입에 딱 맞지 않는 모양인지 맛있다는 소리는 안 하더라. 별로인데 내 생각해서 맛없다 소리 안 한 게 아닐까 싶다.
교자노오쑈에서 먹은 쇼유 라멘과 교자 (사진 제공: 오×× 선배)
시부야는 엄청난 인파가 사방팔방으로 길 건너는 스크램블 교차로가 유명하다. 사람 떼(?)가 길 건너는 게 뭣이 그리 신기하다고... 하는 생각이 들어 일부러 찾아갈 마음은 전혀 없었는데 싸돌아다니다보니 볼 수밖에 없었다. 하치코 동상도 일부러 찾아가지 않았지만 시부야 일대를 싸돌아다니다보니 자연스럽게 보게 됐다.
샛노란 색이 뭔가 촌스럽지만 그 와중에 일본스러움(?)이 느껴지는 전철
식당에서 나와 담배 피울만한 곳을 찾았지만 실패했다. 결국 선배는 간절한 담배를 포기하고 전철 타러 이동. 아무리 늦어도 아홉 시에는 출발할테니 오모테산도까지 걸어가서 꽃가게 구경하고, 차 한 잔 마신 뒤 슬슬 움직이면 정오 전에 우에노 역에 도착하겠거니 생각했지만... 숙소에서 나온 시각이 이미 열 시 넘어버렸으니 오모테산도는 결국 포기다. 곧바로 우에노 역으로 향했다.
출구 안내에서 도쿄 국립 박물관과 가장 가까운 쪽을 알아본 뒤 그리로 나갔는데... 제법 큰 규모의 시장이 등장. 잠깐 구경이나 하고 갈까? 싶어 박물관으로 곧장 가지 않고 시장으로 들어갔다. 드럭 스토어가 눈에 띄어 여기서 동전 파스나 카베진 사면 된다고 선배한테 얘기했더니 잠깐 보고 가자고 한다. 그리하여 입성한 드럭 스토어. 그냥 대충 둘러볼 줄 알았는데 냉큼 동전 파스를 집어들었고... 카베진까지도 살 기세다. 몇 개 필요하냐고 물으니 아홉 개 사야 한단다. -_ㅡ;;; 내 경험 상 여행 초반에 쇼핑을 해버리면 짐이 늘어나서 돌아다니는 게 힘들다. 숙소를 한 군데로 잡아놓고 계속 거기 머문다면 짐이 늘거나 말거나 뭔 관계겠냐만은, 돌아오기 하루 전에 하코네로 숙소를 옮겨야 했기 때문에 짐 늘어나면 힘드니까 나중에 사라고 말렸다. 하지만 선배는 깜박 잊거나 해서 못 사면 어떻게 하냐고 걱정했고... 절대 그럴 일 없으니 괜찮다고 안심 시켜서 결국 동전 파스에 샘플(?) 삼아 카베진 하나만 더 사고 쇼핑을 마쳤다.
처음 일본 왔을 때가 생각나더라. 나도 처음에는 가이드 북 보고 동전 파스니 퍼펙트 윕이니 잔뜩 샀다. 정작 일본인들은 모르는 제품들인데 말이다. 휴족 시간도 그렇고 드럭 스토어에서 인기 있는 제품 대부분을 일본인들은 모르고 있더라.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것 중 일본인들이 아는 제품은 그나마 곤약 젤리 정도가 고작. 나머지는 대부분 모른다. 아무튼... 그렇게 드럭 스토어에서 나와 잠깐 걸으니 오락실이 눈에 딱 들어왔다.
일본의 오락실이라 함은... 1층과 2층에 UFO 크래인이라 부르는 인형 뽑기가 잔뜩 있는 곳!
나는 우리나라에서 인형 뽑기를 거의 안 한다. 술에 엄청 취하면 정신줄 놓고 가끔 하긴 하는데... 어지간하면 안 한다. 중국산 짭퉁 인형을 기를 쓰고 뽑는 것도 별로고 조잡한 악세사리 같은 걸 굳이 뽑을 필요도 못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에 가면 죄다 정품 인형들이고 가지고 싶은 귀여운 녀석들이 꽤 많기에 눈에 보이면 몇 판씩 하는 편이다. 보통은 ¥1,000 정도에 하나씩은 뽑기 마련인지라 본전 뽑는 편이기도 하고.
우에노 역 근처의 시장에서도 오락실을 발견하자마자 들어갔다. 그리고 어렵지 않게 인형 하나 뽑았다. 마지막 결정타를 먹이면 나오는 타이밍에서 선배가 내가 해보면 안 되겠냐고 해서 막타를 맡겼다. 선배가 멋지게 막타에 성공해서 인형 뽑는 데 성공. ㅋㅋㅋ 하지만 정작 선배는 애먼 기계에 돈만 잡아 먹히고 아무 수확이 없었다. ㅋ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녀봐도 딱히 맘에 드는 게 없어서 그냥 나왔다. 가다보니 과일 파는 곳이 있어서 선배는 멜론, 나는 딸기 사 먹고... 구글 지도 켜서 박물관 쪽으로 향했다. 횡단 보도 건너니 공원이 나왔는데 거기 노숙자 같아 보이는 사람들 몇 명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시장에서도 계속 흡연 장소를 찾던 선배는 담배 피우는 사람들을 보자 엄청 반가워하며 그 쪽으로 돌진. -ㅅ- 선배가 담배 피우는 동안 또 멍 때리고 앉아 있었야 했다.
나는 담배 아예 안 피운 지 3년 정도 된 거 같은데... 끊었다는 생각은 안 한다. 나중에 죽을 날 정해지면 그 때부터 미친 듯 피워댈 거다. 지금은 담배를 쉬는 시간이라 생각한다. 10년이 될지, 20년이 될지 모르지만. 아무튼... 지금은 안 피우고 있는데 담배 피우다 안 피우니 살이 찐다거나 뭐 그런 건 잘 모르겠다. 단지 몸에서 담배 냄새 안 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쉬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확실한 건 비흡연자와 흡연자가 같이 여행하면 서로에게 손해다.
APA 호텔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아무리 싸도 저기에서는 묵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매국이다.
공원에서 행위 예술(?) 하고 있던 아저씨. 빅 그레이프 맨이라고 한다.
니코틴과 타르에게 위로 받은 선배와 함께 가던 길을 계속 갔다. 그 때 멀리에서도 눈에 확 들어오는 보라색의 무언가. 선배는 처음에 움직이지 않는 동상 같은 거라 생각했다고 한다. 내가 살아있는 사람이라고 했지만 믿지 않았다. 그런데 선배가 내 말을 믿지 않으면서 자세히 보려는 다가가려는 순간, 근처에서 구경하던 여중생 한 명이 앞에 있는 바구니에 동전을 넣었고... 선배가 동상이라 생각했던 그 무언가가 갑자기 땡~ 하는 종소리와 함께 갑자기 움직여 포즈를 바꾸었다. 선배는 화들짝! 놀라고. ㅋㅋㅋ 발로 아래에 있는 종을 밟아 소리를 내며 그 때마다 포즈를 바꾸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눈도 안 깜빡거리는 것 같던데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안 움직이고 있는 건지. 다 늙어 ADHD를 의심받는 나에게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예전에 온통 흰 칠을 하고 석고상처럼 가만 있다가 갑자기 움직여 사람 놀래키는 걸 본 적이 있어서 처음에 보자마자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당최 보라색 동상이 있을만한 곳이 아니었고 버스킹이나 개인 공연 같은 걸 하기에 딱 좋은 곳이었으니까. 아무튼 선배는 나름 재미있었는지 한참 동안 동영상을 찍고 나중에 숙소에 돌아와서도 기억에 남는다며 여러 번 이야기했다. 네×버 검색해보니 우에노 공원에서 이 아저씨 본 사람이 없는지 검색되어 나오는 게 없더라.
저 뒤에 있는 칠판에는 트위터 주소가 쓰여 있었다. 우리나라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이 대세지만 일본은 트위터 쓰는 사람이 많다.
선배가 기념품 사는 동안 밖에서 사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우에노 역에서 나와 곧장 박물관에 갔어야 했는데 시장에서 시간 잡아먹고 공원에서 또 잡아먹는 바람에 결국 박물관은 포기할 수밖에 없는 시각이 되어버렸다. 이 날 15시 10분에 오다이바 가는 배를 예약해놨기에 늦어도 15시까지는 배 타는 곳에 가야 했다. 박물관에 가면 입장료 내고 들어가 화장실에서 오줌 한 번 싸고 바로 나와야 할 시각이었기에 포기했다. 첫 날 신주쿠 교엔도 아쉽고 둘쨋 날 오모테산도의 꽃가게도 못 가고 도쿄 국립 박물관도 실패. 아무래도 도쿄에 한 번 더 가야할 것 같다.
도쿄 국립 박물관 가는 걸 포기하고 근처 구경이나 더 하기로 했다. 노점에서 이것저것 사먹었다. 나는 여기서 소라 구이 먹었고
선배는 옆에서 오징어 먹었다. 저 오징어는 우리가 익히 아는 맛이다. 그리고 오뎅 파는 곳 있어서 오뎅도 사먹었다. (사진 제공: 오×× 선배)
나름 기대하고 치쿠와를 골랐는데... 식감이 개판이다. 맛도 없다. 아... 나의 치쿠와가 이 모양이라니... 곤약도 그냥 평범했다. 다만... 일본인들이 오뎅 사먹을 때 그렇게 좋아한다는 무는... 확실히 맛있었다. 먹기 전에는 무 따위가 무슨 맛이라고 가장 인기가 있다는 거냐? 라 생각했는데 먹어보니 오뎅보다 훨씬 낫더라. 은근히 달달한 맛이 느껴지면서 식감도 나쁘지 않았고.
떠나기 전 미리 알아본 바에 따르면 우에노에는 바이크 거리가 있다고 했다. 일본에 공부하러 간다면 개인 이동 수단이 있기는 해야 할텐데 숨 쉬는 것도 벅찬 마당에 자전거는 싫고... 그렇다고 차를 사는 건 경제적인 걸림돌이 있는데다 우리와 다른 운전 & 교통 문화 익히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아 포기했다. 남은 대안은 바이크. “일본은 125㏄ 넘는 바이크로 고속도로 주행이 가능”하니 다른 지역으로의 여행도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마침 ABS 브레이크를 그토록 외면하던 혼다가 “CBR 500R”에 ABS를 장착해서 2018 모델을 내놓았기에 저 녀석이 딱! 이다라 생각하고 실물을 볼 계획을 세웠다. 우리나라에도 정식으로 수입이 되어 판매하긴 하지만 일본에서 사는 게 훨씬 나을 거라 생각했다. 실물을 미리 봐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랬는데... 바이크 거리는 고사하고 박물관에도 못 갔다.
일본에서의 일정을 그렇게 빠듯하게 짜지 않았는데... 혼자 다녔다면 충분히 소화 가능한 일정이었는데... 결국 계획한대로 못 다니게 됐다.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다음에 도쿄 한 번 더 가면 된다. ㅋ
슬슬 아사쿠사로 이동해야 센소지 구경하고 배 타러 갈 수 있을 것 같아서 우에노 역으로 돌아갔다. 전철을 타고 아사쿠사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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