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행 다녀와서 오랜만에 쉬는 날. 만사 귀찮아서 그저 방바닥을 굴러다니고 싶은 마음 뿐이었지만... 그래도 수원까지 오는데... 안 보고 그냥 지나가는 게 아쉬워서 수원 다녀오기로 했다.
일찌감치 기차 표 사서 다녀올까 하다가 지하철 이용하는 것도 돈이나 시간에 있어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아 그냥 지하철 타고 가기로. 집에서 나가기 전까지 갈까, 말까, 그냥 집에서 텔레비전으로 볼까, 고민하다가... 에잇, 가자! 하고 대충 씻은 뒤 출발.
집 근처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서 바로 도착한 버스 타고 ㅈㅈ역에서 하차. 지하철 타러 가서 40분 조금 덜 걸려 수원에 도착했다. 네이버 지도로 미리 검색해보니 “수원역 광장 맞은 편에서 999번 타라” 되어 있어서 거기로 갔는데... 정류장에서 버스 언제 오나 알아보려고 스마트 폰 쳐다보고 있으니 누가 툭툭 친다.
응? 고개를 들어 보니 웬 아저씨. 축구장 가냐고 물어보기에 그렇다고 하니 여기는 버스가 잘 안 온단다. 그러면서 저 쪽으로 가서 720-2 타면 된단다. 그리고는 따라오라며 앞장 선다. 백주대낮에 뭔가 의심하고 말고 할 상황도 아니라서 쫄랑쫄랑 따라갔더니 자기도 축구 보러 간다면서, 뻔뻔할 수 있으면 수원 원정 버스 타고 가라 한다. ㅋㅋㅋ 개전 선포 마친 상황인데 적군 수송선 타고 전장까지 가라는 말씀이십니끄아~
잠깐 걸어가니 수원 팬들이 잔뜩 늘어서있다. 길을 알려준 아저씨께 감사하다 인사 드리고 내 갈 길 마저 가는데... 수원 팬들의 싸늘한 시선이 여기저기 와서 콕콕 박히는 기분이다. 이런 적대감, 오랜만이다. 나름 즐겁다. 이 맛에 원정 응원 다니지. ㅋㅋㅋ
아무튼... 알려주신 아저씨, “감사합니다.” 수원 팬들 폭력적이라고, 훌리건에 가장 가까운 애들이라 나머지 팀 팬들한테 많이 까이는데... 개인적으로는 수원 팬들한테 좋게 대접 받은 적이 많다. 예전에 수원 월드컵 경기장 바로 앞의 고기 집에서는 음료수도 대접 받고 그랬으니까(그 날 졌는데 포항 덕에 승점 가져간다고 음료수 사주더라. 그래서 똑같은 음료수 계산해서 갖다주고 우리 홈 경기 때 우리가 이겼으니 쌤쌤이라고 응수했던 기억이 난다. ㅋ). 뭐, 리그에서는 서로 적이지만 월드컵 가고 올림픽 가면 다 우리 선수니까... 응원할 때 열심히 응원하고 그걸로 끝나면 좋겠다.
아무튼... 조금 더 걸어가니 버스 정류장이 나왔고... 이내 버스가 왔다. 번호가 낯익다 싶어 보니... 예전에 성남 살 때 수원에 축구 보러 간답시고 두 시간 타고 다니던 그 버스네. ㅋ
수원 월드컵 경기장 근처에 내려 경기장을 한 바퀴 빙~ 돌아 표 사러 갔다. 표 파는 곳의 줄이 엄청나다. 예전에는 이 정도까지 줄 선 적이 없는데... 오늘 사람들 엄청 왔고만? (하지만 나중에 전광판 통해 발표한 거 보니 8,000명도 안 됐다. -ㅅ-)
그나저나... 수원에서 암표 근절한다 하면서 암표팔이들 사라졌었는데 뭔 일이 있었는지 “표 판다고 설치고 다니는 아저씨들이 여러 명 있더라.” 마음 같아서는 바로 바로 신고하고 싶었지만 경기 시작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그냥 표 사서 들어갔다. “수원 월드컵 경기장 원정석은 S석.”
포항에서 원정 버스 타고 온 분들이 일찌감치 자리 잡고 있었다. 왜 골대 뒤에 자리잡지 않고 한 쪽으로 비껴 앉는지 그동안 늘 궁금했는데 소리가 울려서 잘 안 들리기 때문에 한 쪽으로 앉으라고 했던 것 같다. 아님 말고. -_ㅡ;;;
나는 최진철이 포항 감독 맡는 것을 굉. 장. 히. 싫어했던 사람 중 한 명이고... 처참한 성적을 예견했던 사람이기도 하다. 저 냥반이 나가고 난 뒤 온 사람이 최순호라는 사실에 또 한 번 좌절할 수밖에 없었던 건 예전에 그가 했던 축구를 아직 생생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의 지원이 형편없긴 했지만 지난 시즌에도 하위 스플릿에 머물러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순호를 응원하는 팬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건 내게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아무튼... 만날 응원 보이콧하네 마네, 팬고이전을 하네 마네, 혼자 ㅈㄹ을 해도 결국 팀을 버릴 수는 없는지라... 적극적인 응원은 안 하고 그저 보는 걸로 만족하는 수준에서 타협했다.
선수들 입장할 때 머플러 들고 서는 거... 골 터질 때 소리 지르는 거 정도만 하고... 응원가 따라 부르는 건 절대 안 했다. 나름의 고집이다. -_ㅡ;;;
예전에는 경기 전에 이렇게 물 뿌려대는 거 보면 포항 상대로 까불고 앉았네~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요즘은 그런 생각도 안 든다.
프로 야구 개막 안 해서 3월에만 반짝 K 리그 중계해주는 고맙기 청량리역 그지 없는 스포츠 채널.
선수 입장이 끝나고 염기훈 선수의 100 도움 시상식이 간단하게 있었다.
둥글게 어깨를 모아 걸고 승리를 다짐하는 포항 선수들.
처음으로 풀 타임 뛴 후 서럽게 울었던 강현무 골키퍼는 어느덧 포항의 주전 골키퍼가 되어 있다.
돌아온 우리 에이스, 김승대 선수. 포항 유니폼 입고 오래오래 해먹자.
관제탑 댄스 추면서 감스트 등장!
제법 괜찮은 시축을 마치고 들어갔다.
지난 해 우리한테 임대 왔던 노동건 선수. 솔직히 이 날 신화용 선수 나왔다면 안 갔을 거다. 졌을 거니까. 노동건 믿고 간 거다.
첫 경기에서 두 골 터뜨리면서 과평가 된 폭망주 레오가말류. 최순호가 선호할만한 선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닥... -ㅅ-
몸 푸는 대기 선수들과
이제는 많이 늙은 최순호 감독.
최순호 감독이 벤치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에 비해 김기동 코치님은 앞으로 나와 여러가지 지시를 하고 있었다.
김광석 선수의 헤딩 골로 이기는가 싶었는데 막판에 반칙성 플레이에 이은 동점 골 얻어맞으며 결국 무승부. 에휴~ -_ㅡ;;;
인사하러 오는 포항 선수들. 거의 대부분의 선수가 바뀌어버려서 오랜만에 보는 팬들은 죄다 모르는 선수 뿐일 것 같다.
무승부가 못내 아쉬워보이던 김승대 선수. 자고로 선수라면 저 정도의 투지는 기본 장착하고 있어야 한다 생각한다.
올 시즌 포항 외국인 선수는 네 명 모두 똥망이라 생각하지만 그 중에서 심각할 정도라 생각되는 채프만. 실패한 영입이라 장담한다.
생각이 많아 보이는 김기동 코치님. 그래도 이 날 경기는 대구와의 경기보다는 훨씬 나은 수준이었다. 경기력은 조금씩 나아지는데...
최순호 감독과 뭔 얘기를 제법 오래 주고받던 강현무 선수. 강현무 선수 인터뷰 보니 이 날 플레이가 더욱 불안불안했다.
수원 선수들이 자꾸 팔꿈치를 썼다고 어필하는 것일까? 개인적으로 팔꿈치 가격 파울은 경고없이 퇴장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감스트의 홍보 대사 지정에 대해 말이 많은데 샤오미 보조 배터리 사려고 알아보는 중이라는 사람한테 로케트 건전지 사라는 얘기하는 거나 똑같은 거다. 그나마 박재정은 엄청 열심히 활동했다. 성과도 있었고. 그러나 지난 해 홍보 대사였던 러블리즈의 활동이 기억나는 사람 있는가? 없을 게다. 감스트가 누구인지 나는 모른다. 텔레비전 보는 시간보다 유튜브 영상 보는 시간이 많긴 하지만 처음 보는 크리에이터다. 그러나 인터넷 방송에서 꾸준히 K 리그를 다뤘다면 그런 사람이 홍보 대사 맡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한다. 이미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인기가 KBS 개그맨을 능가하는 시대다. 유명 크리에이터의 수입이 연예인을 넘어서기도 했고. 홍보다운 홍보할 수 있는 사람에게 홍보 대사를 맡기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여자 아이돌이 소설 읽었다고 패미네 어쩌네 해대는 꼴통들 바글바글한 나라니 감스트 홍보 대사 지정 가지고 말 안 나오면 그게 더 이상하다 싶기도 하다.)
강현무 골키퍼는 인터뷰에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는데 김병지 얘기하면서 골키퍼가 보여줄 수 있는 퍼포먼스? 그런 것에 대한 욕심을 내비쳤다. 쉽게 처리할 수 있는 공인데 헤딩으로 처리했던 경험도 얘기하고. 이 날은 수비가 백 패스 준 걸 바로 킥 할 것 처럼 움찔! 해놓고 반대 쪽 발로 롱 킥 하는 장면을 여러 번 연출했다. 문제는 쇄도하던 수원 선수들이 간파하고 달려들어 위험할 뻔 했던 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다른 선수들은 실수해도 뒤를 지켜줄 동료가 있지만 골키퍼는 그렇지 않다. 실수하면 바로 텅 빈 골대 뿐이다. 적당히 해야지 까불다 훅 간다 싶더라.
권순태 선수는 자기가 의도한 곳 1m 이내에 골 킥을 떨어뜨려 놓을 수 있다 했고 그 연습을 거르지 않는다 했다. 수비의 백 패스를 걷어내는 식으로 차지 말고 공격의 시발이 되도록 해야 할 거다.
개인적으로 국태정이나 이근호는 주구장창 포항 유니폼 입고 있을 것 같지 않다. 쪽박 차서 이 팀 저 팀 전전하다 그저 그런 선수가 되던가 대박 나서 해외나 전북으로 팔려가던가 둘 중 하나일 거 같다. 베스트 일레븐 정해놓고 어지간하면 손 안 대는 최순호 감독이라 어려울 것 같긴 한데 최대한 많은 경기 나와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랄랴, 룰리냐, 완델손, 세 선수 내보내고 데려온 선수들이 알레망, 채프만, 제테르손, 레오가말류다. 그런데... 저 네 명의 선수 중 단 한 명도 지난 시즌의 외국인 선수보다 나아 보이지 않는다. 가장 아쉬운 선수는 완델손이다. 전남으로 갔으니 돈 때문에 놓쳤다는 건 말도 안 되는 거고... 공격도, 수비도, 모두 수준급으로 해줄 수 있는 선수인데 왜 포기했는지 알 수가 없다. 윙 백으로의 능력이 알레망 선수가 더 뛰어나다고 판단한 건가? 알레망 선수의 플레이는 본 적 없어서 확신할 수 없지만 다른 세 선수를 보면 역시나 똥망 아닐까 싶다.
레오가말류는 시즌 개막전에서 두 골 터뜨리며 이슈가 되었지만 이어지는 두 경기에서 득점이 없다. 190㎝ 가까운 덩치 큰 선수가 전방에서 떠억하니 버티는 스타일을 좋아하는 최순호 감독 때문에 포항에 오게 된 게 아닌가 싶은데... 일단 제공 장악은 좋다. 덩치가 있어서 그런지 몸싸움도 괜찮은 편이고. 속도는 당연히 느린 편이지만 한 번씩 파고드는 움직임만 잘 나온다면 느린 것도 문제는 안 될 거라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레오가말류 선수의 문제는 체력이다. 90분 다 뛸 체력이 안 된다. 후반 되니까 다리 질질 끌며 걷는 게 확연히 보인다. 타깃형 스트라이커로 쓸 수 없는 수준이다. 반쪽 짜리 선수라 정해놓고 전반이면 전반, 후반이면 후반에 모든 걸 쏟아내도록 하고 교체 아웃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제테르손은... 워낙 엉망진창이라 깔 부분 찾는 것보다 안 깔 부분 찾는 게 쉽지 않을까 싶을 정도인데 채프만이라는 더 심한 똥망이 있어서 욕 덜 먹는 게 아닐까. 대체 저 선수의 어디를 봐서 룰리냐보다 낫다고 판단한 걸까? 아직 시즌 초반이라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았을 수도 있고 리그에 적응하지 못해서 제 실력이 안 나왔을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뛰는 거 보면... 똥망이다.
가장 심한 외국인 선수는 채프만이다. 이 선수는 K 리그 1에서 뛸 수준이 아니다. K 리그 2도 버겁다. 분당 FC 플레잉 코치로 뛰고 있는 ○○ 형님이 훨씬 잘 한다. -_ㅡ;;; 수비 선수인데 하프 라인 아래 쪽에서 볼 돌리는 게 짧아서 위기 초래한 것만 이 날 최소 두 번. 거기에다 볼 잡으면 허둥대는 것도 보이고 제대로 패스 못 줘놓고 어라? 에라~ 몰라! 로 이어지는 플레이도 반복된다. 무랄랴가 바로 그리워졌다. 얘 쪽으로 공만 가면 불안해서 숨 넘어갈 것 같다. 아오.
수백, 수천 억의 몸값을 자랑하는 선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K 리그는 결국 고만고만하다 생각한다. 남들 다 백 쓰리나 백 포 쓰는데 느닷없이 스위퍼 시스템 들고 나와 대박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비슷한 수준의 선수를 데리고 비슷한 전략과 전술로 상대를 눌러야 한다. 상대에 맞춰 선수 구성과 배치를 바꾸고 롱 볼과 숏 패스를 적절히 섞고 전환하는 걸 능숙하게 하는 지장 형 감독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이 그러한 이유 아닐까 싶다.
최순호 감독은 여러 분류 중 덕장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선수들에게 뭔가 기술적인 것을 전수해주고 알려주기보다는 허허~ 하면서 좋은 얘기 해주고 다독거려주는. 경험이 많지 않고 어린 선수들이니 그런 감독 밑에서 분위기 타면 대책 없다. 그런 걸 생각하면 최순호 감독이 나쁜 카드는 아니다. 그러나... 나는 최순호 감독 본인이 극구 부인하는 '지독한 수비 축구'를 본 기억이 생생한 사람이다. 이 날 동점 골도 일찌감치 선제 골이 터졌음에도 불구하고 주저앉아 수비하다 얻어 맞은 거다. 물론 붕~ 날아 찌가뿌까(찍어버릴까) 플레이를 반칙 불지 않은 주심의 잘못된 판정이라 생각하지만, 아무튼.
故 박태준 회장 시절처럼 포항 선수들만으로 대표팀 꾸릴 수 있을 정도의 선수 구성은 불가능하다는 걸 안다. 고만고만한 예산으로 팬들의 요구에 부응해야 하는 어려움이 무척 클 것이다. 코칭 스태프들은 나름의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생각한다. 그걸 아는데... 분명 그럴 거라 생각하면서 머리로는 이해가 가는데... 가슴은 최가 성 가진 감독을 응원하지 못하겠는 거다. -ㅅ-
조만간 선배와 같이 포항도 한 번 다녀오고 할 예정이지만... 시간 나면 춘천 가서 황진성 선수 응원하고 와야겠다. 올 시즌은 좀 더 열심히 강원 원정 따라다녀볼까 싶기도 하고.
끝으로... 플라비오 피지컬 코치님 모셔와라, 이놈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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