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끝나고 다시 K 리그가 시작되었다. 월드컵으로 인해 6월 한 달 내내 경기를 하지 못했기에 3, 4일 간격으로 계속 경기를 치르고 있는데... 문제는 엄청난 폭염 속에 그 경기들이 치러지고 있다는 거다. 경기 시작한 지 불과 10분만에 땀으로 흠뻑 젖어 축축 늘어진 유니폼을 보면 선수들이 안스럽기까지 하다.
포항은 월드컵 브레이크 이후 소화한 여섯 경기에서 2승 1무 3패를 기록했다. 승점 26점으로 6위 강원에 1점 뒤진 7위. 이변이 없는 한 전북의 우승이 일찌감치 결정된 가운데 2위 경남, 3위 수원 정도를 제외하고 4위 ~ 9위 팀들의 승점 차이가 많지 않아서 매 라운드마다 순위 변동이 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13 라운드까지의 결과와 경기에 대한 이야기는 지난 글(http://pohangsteelers.tistory.com/1641)을 참조하시고... 오늘은 14 라운드부터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그래야 하는데... 솔직히 말하면 딱히 할 말이 없다. 왜인고 하니, 올 시즌의 포항 경기는 거의 보지 않았기 때문에 경기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할 말이 없는 거다.
나는 개인적으로 최순호 감독 반대파에 속하는 사람이고, 그것도 어설프게 반대하는 게 아니라 절대 안 된다 쪽이기 때문에 최진철이 물러난 이후에도 포항 경기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예상한대로 2017 시즌은 하위 스플릿에 처박혔고, 올 시즌도 하위 스플릿에 머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생각된다.
어쩌다 포항 경기 보고 나면 가슴 속에 불이 붙어버려서 포항 관련 기사에 욱! 하는 댓글을 달았고... 소심하기는 오질라게 소심한지라 쫄아가지고 블로그에 최순호 감독 깐 거 사과한다는 수습성 글을 싸지르기도 했지만... 아무튼 나는 최순호 감독이 하루라도 빨리 물러나는 게 포항을 살리는 길이라 생각하는 사람이다.
투자가 없는데 결과를 내주기를 바라는 건 말도 안 되는 욕심이라는 거 안다. 그러니 '상위 스플릿' 정도를 노리거나 'FA컵 우승을 노려서 ACL이라도 제발...' 하는 생각이었는데 그마저도 안 되고 있다. 거기에다... '한국에서도 이런 축구를 보는구나!' 하고 놀랄 정도로 엄청 재미있었던 포항의 경기는 완전히 사라졌다. 지. 독. 하. 게. 재미없는 경기가 이어지고 있다.
응원하지 않는 감독, 그리고 재미없는 경기. 저 두 요소 때문에 대전 위로는 휴가 써서라도 직관 간다는 수년 간의 다짐이 흐트러졌고... 최근에는 중계조차 제대로 보지 않고 있는 현실. 그렇기 때문에 경기력이 어쩌니 저쩌니 할 수가 없다.
아무튼... 원래는 월드컵 브레이크 전에 정리한 글에 포함해야 하지만 어찌 하다가 빠진 14 라운드 결과부터 보도록 하자.
월드컵 브레이크 바로 전 경기인 수원과의 경기는 무승부. 지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경남과 북패에 한 골도 넣지 못하고 완패. 강원에 득점없이 무승부. 다음 상대가 조현우 버프 받고 있는 대구라서 못 이길 거라 생각했는데 강상우의 원더 골이 터지면서 승리. 다음 경기에서도 전남을 압도하며 모처럼 다득점 승리. 그러나 FA컵 32강에서 다시 전남을 만나 패배했다. 선수들 체력 관리한다며 주전 다 뺀 덕분이다. 그렇게 주전 선수들 체력 관리한 후 맞이한 20 라운드에서 5연패 중이던 상주에 패배. -_ㅡ;;;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쏟아지는 이런 날씨에, 90분 내내 뛰어다니는 선수들이 3~4일마다 경기를 한다는 건 엄청난 체력을 요구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체력 관리를 위한 로테이션을 이해한다. 하지만... 내가 볼 때에는 상위 스플릿에 올 인 하는 것보다는 FA컵 우승으로 ACL 티켓 노리는 게 낫지 않았을까? 물론 리스크가 엄청나게 크긴 하다. FA컵 우승을 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리그와 FA컵에서 모두 망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러나 대부분의 팬들이 상위 스플릿 들어가면 다행이라고 자조하고 있는 마당에, 굳이 FA컵을 포기해야 했을까?
경기를 봐야 뭘 까던가 말던가 할텐데... 제대로 경기를 보지 않았으니 까고 말고 할 게 없다. 어쩌다 경기 좀 보겠답시고 네이버로 중계 보더라도 속 터져서 이내 꺼버리고 마니까... 아마도 최순호 감독 물러나기 전에는 포항 경기 제대로 안 보게 될 것 같다. 22 라운드 제주 원정 따라가고 25 라운드 북패 경기 직관 가면 되겠다~ 했다가 직관 가봐야 속만 터질텐데... 라는 생각으로 계획 다 수정한 것도 더럽게 재미없는 경기를 돈, 시간 낭비하면서 보고 싶지 않아서였다.
자료 만드는 김에 평균 한 번 내봤는데 초반에 반짝해서인지 평균 순위는 5.45위로 나왔다. 실제 순위는 7위지만.
관중은 6354.85명으로 나왔는데 홈과 원정 합친 거니까 큰 의미는 없다고 봐야 한다(홈 관중 평균은 아래에 다시 언급하겠음).
득점은 1.10이고 실점은 1.15 되시겠다. 평균 득점보다 평균 실점이 많으니 성적이 안 좋을 수밖에. 승률 50%도 안 되는 게 이해된다. 황선홍 감독님 시절에는 성적이 좀 안 좋아도 득실은 항상 +였는데 지금은 득실조차 -니까 얼마나 안 좋은지 알 수 있다.
1, 2, 13, 19 라운드에서 세 골 넣은 게 최다 득점이고... 16 라운드 북패와의 경기에서 세 골 먹은 게 최다 실점이다. 한 골도 못 넣은 경기는 5(전북), 8(상주), 9(남패), 10(강원), 11(인천), 15(경남), 16(북패), 17(강원) 라운드. 여덟 경기인데 포항의 패배 수와 같다(무득점 경기에서 다 진 것은 아님). 특히나 8, 9, 10, 11 라운드에서 연속 네 경기 득점이 없었고 15, 16, 17 라운드에서도 세 경기 내리 득점이 없었다.
점유율 평균은 53.45% 라고 나왔는데 50% 이하로 떨어진 경기는 3 라운드(수원, 48% - 무), 6 라운드(북패, 48% - 패), 13 라운드(전북, 43% - 승), 14 라운드(수원, 47% - 무), 18 라운드(대구, 48% - 승)의 다섯 경기 뿐이었다. 가장 점유율이 높았던 경기는 8 라운드(상주, 61% - 패), 11 라운드(인천, 61% - 무), 20 라운드(상주, 61% - 패)의 세 경기. 그러나 점유율에 속으면 안 된다. 점유율이 높았던 세 경기에서의 성적은 1무 2패. 점유율이 낮았던 다섯 경기에서의 성적은 2승 2무 1패. 일반적인 예상과 반대의 결과다.
이유는... 쓸데없는 백 패스, 횡 패스 때문이다. 상대 문전으로 향하는 전진 패스가 아니라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패스만 왔다갔다 하는 통에 점유율은 올라가는데 정작 골은 안 터지는 거다. 20 라운드 상주와의 경기에서도 그런 장면이 여러 번 나왔다. 중앙에서 드리블로 치고 올라가다가 사이드로 패스를 내주고 앞으로 뛰어들어갔는데 패스 받은 윙백은 아무 고민없이 논스톱으로 백 패스. 결국 드리블로 공 치고 올라간 거, 패스 주고 리턴 패스 받으려고 달려들어간 거, 다 헛 짓이 된 거다. 이런 장면이 수도 없이 나온다. 지난 시즌에도 그랬지만 올 시즌 유난히 백 패스와 아무 의미없는 횡 패스가 엄청나게 많아졌다. 쓸데없이 공 돌리고 있으니 점유율만 높은 거다. 한 때 FC 바르셀로나의 영향으로 점유율 축구가 대세였지만 이번 월드컵에서도 점유율 축구는 쓰잘데기 없음이 드러났다. 경남처럼 선 수비 후 역습으로 골을 노리는 것이 전력이 약한 팀의 대세 전략이 되었는데 포항은 수비가 쉽게 무너지면서 그마저도 안 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유효 슈팅 비율이 50.48% 로 나온 것 정도인데... 1 라운드에서는 다섯 개의 슈팅이 모두 유효 슈팅이었고 그 중 세 개가 골로 연결되기도 했다. 유효 슈팅율 100%에 3 득점 경기. ㄷㄷㄷ
파울은 11.45개, 경고는 1.25개로 나왔다. 매 경기 경고가 나온다는 건 조금 개선해야 되지 않을까 싶고... 퇴장은 10 라운드에서 한 번 밖에 없었다. 코너 킥은 4.9개로 나왔는데 많은 건 아닌 것 같고... 프리 킥은 12.6개. 오프 사이드는 1.15개가 평균이고 전혀 없었던 경기가 여섯 번, 한 번 뿐이었던 경기가 아홉 번.
뭐... 포항하면 떠올릴 수 있었던 패스 축구는 실종된 지 오래됐고 재미 더럽게 없는 축구만 하고 있는 터라 평균 내는 게 무슨 의미일까 싶다.
끝으로 스틸야드 관중. 20 라운드를 마친 현재까지 홈 경기는 열 번 있었다. 개막전에서 14,584명을 기록했고 4 라운드에서는 초반 반짝(2승 1무) 덕분에 16,735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그러나 이후 내리막을 타면서 관중 역시 급감! 7 라운드에서 5,164명으로 반토막이 나더니 가장 최근 홈 경기인 19 라운드에서는 3,238명이 고작이었다. 성적이 형편 없으니 스틸야드 관중이 바로 줄어든다. 뭐, 성적이야 고만고만 해도 경기 진짜 재미있게 잘 하더라~ 하면 관중이 늘게 마련인데 그런 것도 아니니까. 이 땡볕에, 누가 땀 뻘뻘 흘리며 돈 내고 경기장 가서 스트레스 받다 오겠는가.
남은 경기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하위 스플릿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싶다. 강등권까지는 안 갈 것 같은데 장담까지는 못 하겠고.
자료 만든다고 전북 앰블럼 복사하다 놀랐다. 별 다섯 개가 올라가 있더라. 언제 전북이 우리 따라잡았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적이 부진한 것이 단순히 그 해 농사 망친 걸로 끝나지 않는다. 리그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명문인데 최다 승 뺏겨서 되찾지도 못하고, 최다 우승 역시 한참 멀었고... 여러 가지 통계에서 밀리게 되는 거다.
아무튼... 황선홍 감독님 떠난 이후 포항 팬들은 과거 회상만 하면서 옛날 타령하는 꼰대가 되어버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황선홍 감독님 이후 팀을 맡은 두 최氏가 결과나 경기력에서 모두 팬들에게 만족스럽지 못하니까. 거기에다 홈페이지는 게시판 없애버리더니 여전히 그 상태 유지하고 있고. 레전드 팔아먹고는 눈 가리고 귀 막은 채 나 몰라라 하니. 에휴...
이 따위 팀 응원하는 팬 입장도 좀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2018 시즌은 좋아하는 축구 팀과 야구 팀이 모두 감독 때문에 형편없이 굴러가는 것 같아 볼 맛도 안 나고 짜증만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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