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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해외여행 』 2019,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 여행 #37 순식간에 날아간 28만원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0.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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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부터 들리는 바람 소리가 엄청나다. 장난이 아니다. 화장실에 가니 더 생생하게 들린다. 무서울 정도로 불어댄다. 창 밖의 앙상한 나무가 사정없이 흔들리는 게 보인다. 저러다 부러지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흔들린다. 이런 날씨에 관광은 무슨.




방 밖으로 안 나갔다. 그렇게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내다가 정오가 지나버렸다.


'여기까지 왔는데, 아무리 날씨가 안 좋다한들, 방구석에만 있어서야 될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검색해보니 1㎞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도 관광지가 있고, 하다 못해 네이처 바스라도 다녀와야겠다 싶더라. 수영복으로 입을 반바지와 수건을 가방에 넣고 일단 밖으로 나갔다.


숙소에서 큰 길 쪽으로 가는 그 짧은 길에서 차가 이리저리 휘청거린다. 잔뜩 쌓여있는 눈 때문이다. 4륜 구동이니까 그나마 다니지, 2륜이었으면 절대 못 다녔을 거다. 간신히 큰 도로에 올라갔는데 바람은 엄청나게 불지, 그 바람으로 인해 눈보라가 생겨 시야도 엉망이지, 이 날씨에 돌아다니는 건 미친 짓이다 싶더라.



그래서 밖에 나간 지 10분도 되지 않아 그냥 돌아가기로 마음을 고쳐 먹었다. 다니는 차들이 거의 없으니 그냥 도로 한복판에서 차를 돌려도 됐겠지만, 일단은 민폐잖아. 갑자기 차가 올지도 모르고. 그래서 조금 가다가 오른쪽으로 꺾어지는 길이 보여서 그리로 들어갔다. 오른쪽으로 들어가자마자 정지, 후진으로 차 빼면서 방향 전환, 숙소로 돌아가기, 이랬으면 오죽 좋았을까. 바보 같이 저~ 만치 가서 돌려 나오기로 하고 그냥 들이밀었다.


눈이 꽤 쌓여 있었는데 저~~~ 멀리 까만 도로가 보여서 거기까지 가는 건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눈에 빠지고 말았다. 기어를 바꿔 넣고 앞으로, 뒤로, 움찔거려보지만 꼼짝도 안 한다. 타이어는 눈밭에 파묻혀 버렸고, 차 바닥이 눈에 닿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다. 삽이라도 있으면 혼자 삽질이라도 해서 어찌 차를 빼보겠지만 손 말고는 아무 것도 없는 상황. 영어도 안 되는데 112 전화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저 쪽에서 빨간 색 트럭 한 대가 후진으로 진입한다. 응? 뭐야?




차 빠진 걸 보고 어떤 고마운 분이 나타난 거라 생각해서 엄청 반가웠다. 그런데... 견인업자였다. 반대 쪽으로 지나가다가 들어가면 안 되는 길로 들어가기에 100% 빠진다 싶어 차를 돌려 다시 온 거란다. 그러면서 28,000ISK에 차를 빼주겠단다. 응? 얼마?


2,800ISK도 아니고 28,000ISK? 우리 돈으로 28만원이다. 투에니 에잇 싸우전드... 내가 들은 게 맞나 싶어 되물었더니 시간 없으니까 빨리 결정하란다.




달리 방법이 없으니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차 뒤에서 와이어를 끌고 와 내 차에 걸고는 리모컨으로 줄을 감으면서 다른 손으로는 와이어를 당겨 차를 끌어내더라. 한 쪽에 서서 그걸 보고 있자니, 거기 서 있지 말고 저 쪽으로 비키란다. 알았다 하고 옆으로 비켜 섰는데 차를 도로 표지 역할을 하는 노란 기둥 쪽으로 끌고 가는 거다. 저 기둥, 플라스틱인가? 그냥 꺾이는 재질인가? 혹시라도 쇠나 그런 재질이면 차 망가질텐데? 걱정이 되어 차 뒤 쪽으로 가서 손짓으로 가리키는데 벼락 같이 화를 내며 오지 말라고! 저 쪽에 있으랬잖아! 하고 질알 염병을 떤다. 아오, ㅽ




찍! 소리도 못하고 OK, OK 하고는 한 쪽으로 물러섰다. 내가 돈 내는데 왜 내가 을이 되야 하는 거냐?


잠시 후 차에 타서 기어 중립으로 놓고 자기 차 타이어 자국대로 스티어링 휠 조작하라고 한다. 차에 올라타 움찔움찔 끌려가다가 드디어 차 빼는 데 성공. 10분이나 걸렸을까?


그러고나니 자기 차로 가자면서 운전석 쪽으로 간다. 돈 내라는 거지. ㅽ


JOT 같은 ㅺ


카드를 줬더니 결제를 시도한다. 그런데 뭔가 안 되는 모양이다. 짜증내면서 몇 번 더 해보더니 다른 카드 없냐고 물어본다. 혹시나 해서 가지고 간 다른 카드를 줬더니 그걸로 결제를 하고 영수증을 내민다. ㄱㅅㄲ




눈밭에서 오들거리고 떨면서 차 빼려고 아둥바둥 했을 걸 생각한다면 28만원 주고 차 뺀 게 어디냐 싶지만, 돈 아낀다고 밥도 제대로 안 먹고 다닌 게 떠올라 화가 왈칵!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누굴 탓하겠냐고. 다 내가 잘못한 건데.



쿠크다스 같은 멘탈이, 엄마손 파이 같은 멘탈이 파사삭~ 부서져 가루가 됐다. 방으로 돌아와 나는 왜 이 따위인가, 자괴감에 빠져 한동안 멍 때리고 있어야 했다.


ㅽㅽ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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