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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해외여행 』 2019,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 여행 #39 끝나지 않은 시련 ②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0.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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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라미 친 부분이 통제되어 갈 수 없는 길. 위 쪽의 85번 도로가 후사비크와 연결된 도로다. 녹색은 유료 터널.


그렇게 기다림이 시작됐다. 데이터에 여유가 있으니까 테더링 걸어서 보다 화면이 큰 태블릿으로 도로 상황을 계속 확인했다. 이제나 저제나 통제가 풀릴까, 10분 단위로 새로 고침. 그렇게 한 시간이 흘러갔다.


소싯적의 나는 시크하기로 유명(하다고 나는 주장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저 싸가지가 없었다고 말한다. -ㅅ-)해서 약속 시간으로부터 5분이 지나면 집으로 돌아가버리곤 했다. 그런 내가 한 시간 넘게 차 안에서 브레이크를 밟은 채 숨만 쉬고 있는 거다. 전(前) 여자 친구, 현(現) 남이 들었다면 경천동지할 일이지.




통제된 길 쪽에서 제설차 한 대가 나와 후사비크 쪽으로 사라졌고, 잠시 후 커다란 바퀴가 달린 차가 오더니 앞 쪽을 가로 막았다. 잠시 후 후사비크 쪽에 서 있던 대형 차량 두 대가 찔끔찔끔 앞으로 가더니 길을 막고 있는 차에 타고 있는 사람과 뭐라 뭐라 하고는 통제된 길로 들어가버렸다. 응? 뭐야? 대형은 갈 수 있는 거야? 그렇게 대형 트럭 두 대가 사라지고... 기다림에 지친 일부 차는 되돌아가는 걸 선택했다. 내가 온 도로 쪽에서는 차 돌리는 사람을 못 봤는데 후사비크 쪽에서 온 차는 두 대인가 세 대인가가 돌아갔다. 그 와중에도 다른 차들이 와서 내 뒤로 늘어선 차가 잔~ 뜩.


영어가 되야 뭐라도 물어볼텐데, 그저 꿀먹은 벙어리처럼 앉아 있을 뿐. 하지만 사람 사는 건 다 똑같은 건지 뒤 쪽에 서 있던 차에서 몇 명인가가 내려 앞으로 가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하더라. 잠시 후 아저씨 한 명이 차로 다가왔다. 창문을 내리니 영어 할 줄 아냐고 물어보기에 조금 한다고 뻥을 쳤더니 10분에서 15분 사이에 길이 열린단다. 통제가 풀리면 천천히 진입해서 앞 차를 따라가란다. 호오~




고맙다고 인사를 한 뒤 창문을 닫았다. 그리고 15분 정도가 지났을까? 차들이 꿈틀꿈틀 움직이더니 앞으로 가기 시작했다. 잽싸게 따라 붙었다.



그렇게 한 500m쯤 갔을까? 차들이 다시 멈췄다. 내 앞에 있는 BMW X5에서 젊은 남자 애가 내리더니 앞 쪽을 살피고 이리 갔다 저리 갔다 난리도 아니다. 급똥 시그널이라도 온 것일까?


그 와중에 바퀴 큰 차 한 대가 옆을 쌩~ 하니 지나간다. 그리고는 도로를 벗어나 후진한다. 앞에 차가 빠진 모양이다. 문제는... 저 바퀴 큰 차마저도 눈 밭에 빠져 버렸다는 것.




앞에서 아저씨 한 명이 내리더니 사람들한테 로프 없냐 묻고 다니고, 그 와중에 어떤 차에서 로프가 하나 나온다. 그걸 들고 앞으로 가고. 정신이 없다. 나중에 대충 살펴 봤더니 맨 앞에 가던 차가 2륜 소형 차였는데, 눈 밭에 빠져 버렸더라. 그 차를 빼겠다고 바퀴 큰 차가 왔는데 그 차도 빠져 버린 거. 결국 눈을 치우던 제설차에 로프를 연결해 차를 빼냈다. 그렇게 또 한 30분을 까먹었다.



이건 인터넷에서 검색한 홋카이도의 사진인데, 길 양 옆으로 저 정도의 눈이 쌓여 있었다.


다시 출발하면서 보니 이 도로는 통제하는 게 당연한 거였다. 쌓인 눈을 보니 내 키를 넘어선다. 얼추 2m 가까이 될 것 같았다. 그 눈 사이에 묻힌 도로를 따라 눈을 퍼낸 거다. 차가 통과하는 양 옆이 눈 벽. 언제 이런 걸 보겠냐 싶어 사진이라도 찍고 싶었지만 뒤에 줄줄이 따라오는 차들이 있으니 그러지도 못했다.


아무튼, 잔뜩 긴장한 채 앞 차를 따라갔다. 그 와중에 뒤에서 오는 아줌마가 너무 달라 붙는다. 브레이크라도 밟으면 그냥 들이받을 거 같은데, 천천히 좀 올 것이지. 그렇게 앞 차 안 놓치고 따라가랴, 뒤에서 너무 붙는 거 신경 쓰랴, 정신없이 운전했다.



한참을 달려 아쿠레이리에 도착. 대부분의 차들은 아쿠레이리가 목적이었는지 뿔뿔이 흩어진다. 아이슬란드 제2의 도시라고 하니 나도 하루 쯤은 묵고 싶다는 생각이 병아리 눈꼽만큼 들었다. 하지만 이 날은 이미 예약한 숙소가 있는지라, 아쿠레이리를 그냥 지나쳤다.


한동안은 계속 빙판 길이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달렸더니 길에서 눈이 시나브로 사라지더니 이윽고 까만 도로가 온전히 드러났다. 아~ 이런 도로를 달리는 게 얼마만인지.




남은 거리가 당최 줄어들지 않는 기분인지라 조바심이 났지만 결국 목적지에 도착했다. 크다고 할 수는 없지만 숙박 시설이 모여 있는 동네였다. 여러 조명으로 예쁘게 꾸며놓은 마을. 하지만 숙소가 어디인지 당최 모르겠더라. 잠시 헤매다가 여기다 싶은 곳을 어렵게 찾아 노크를 했다.


들어오라고 해서 안으로 들어가니 인상 좋은 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아주신다. 예약했다고 하니까 누굴 부르는데 대충 보니 아들내미인 듯. 배우해도 될 정도로 잘 생겼다. 뭐라 뭐라 하다가 스마트 폰을 달라고 하네? 스마트 폰을 건네주니까 잠시 만지작거리더니 크롬을 실행해 달란다. 크롬을 켜서 다시 건네주니 또 만지작거리고는 돌려준다. 돌려받은 손전화에는 지도가 떠 있었다.


여기가 아니란다. 20㎞ 정도 떨어진 곳으로 가야 한단다. 이게 뭔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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