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한 번 오질라게 거창하다. 띄어쓰기를 제외하고 스물네 글자나 되는 저 제목의 주인공은... 볼펜이다. (;゚д゚)
카카오 메이커스라는 서비스가 있는데, 카카오톡을 통해 그럴싸한 물건을 사라고 꼬셔대는 녀석이다. 거기에서 우연히 이 볼펜을 봤다. 모나미 153이면 양 쪽 끄트머리가 까맣고 길쭉한 몸통은 하얀, 싸구려 플라스틱으로 된 그 볼펜이다.
맞다. 얘다.
인터넷으로 뒤적거려보니 열두 자루에 2,700원이네. 한 자루에 225원인 셈이다. 예전에는 100원에 살 수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필기구 만드는 문화에서는 캠퍼스라는 이름으로 똑같이 생긴 걸 베껴 만들기도. 아무튼!
카카오 메이커스를 통해 산 것들이 몇 개 있는데, 하나 같이 속 썩이는 것들이었다. 볼 때에는 그럴싸한데, 막상 써보면 엉망진창이더라고. 그래서 카카오 메이커스는 믿고 거르자는 생각이 있는데... 있는데...
153 볼펜 같은 경우는 이미 비싼 버전의 녀석을 하나 가지고 있어서 살짝 욕심이 났다. 뭔 소리냐고? 막 쓰는 싸구려, 잊어버려도 찾지 않는, 사무실의 필통에서 끊임없이 자가증식하는 볼펜의 대명사인 153인데, 세상이 바뀌면서 럭셔리의 탈을 뒤집어 썼다. 다양한 디자인으로 조금 비싼 제품도 내놓고, 적당한 무게감과 보다 성능 좋은 잉크를 채운 더 비싼 제품도 내놓고, 그렇게 리뉴얼에 성공한 거다. 누구 아이디어인지 모르겠지만, 훌륭하다.
말이 주절주절 길어졌는데, 간단히 요약하자면! 비싼 버전의 153을 가지고 있는데 카카오 메이커스에서 비슷한 걸 내놓아서 충동 구매해버렸다는 거다. 왜 충동 구매했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 그렇다. 빨간 색이었다. ((((;゚Д゚))))
4월 11일인가, 12일인가, 그 무렵에 주문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배송은 29일에 시작됐다. 실제로 내 손에 들어온 건 5월 1일.
뽁뽁이에 감싸여 수줍게 자태를 드러내는 비싼 153 볼펜. 20,000원이 넘는다.
뽁뽁이를 제거하면 이렇게 생겼다. 153 볼펜이 상자에 넣어져 판매되는 날이 올 줄이야... ㅋㅋㅋ
측면에는 금색으로 특별한 녀석이라고, 볼펜이라고, 1.0㎜와 0.7㎜ 잉크가 들어 있다고 쓰여 있다.
앞은 이렇게 생겼다. 옛날 사람인 나에게 Always 하면 본 조비의 명곡이 먼저 떠오른다.
내부는 이렇게. 펼쳐져 올라가는 부분은 자석이 들어 있다. 오면서 흔들렸는지 볼펜이 케이스로부터 탈출했더라.
볼펜 끝 부분은 이렇게 생겼다. 일반적인 153 볼펜의 노크보다 약~ 간 길다.
옷 주머니나 노트 윗 부분에 걸 수 있는 핀이 달려 있는데 엄~ 청 짧아서 저게 과연 걸리긴 하나? 싶더라.
위에 있는 게 티스토리로부터 받은 볼펜, 아래에 있는 녀석이 이번에 지른 녀석. 길이가 다르다.
노크 부분도 다르다. 이번에 지른 녀석은 저 위의 네모난 곳을 누르면 심이 들어가는 건가? 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똑딱이 방식이다. 티스토리로부터 받은 녀석은 노크를 누르면 심이 나오고, 다른 153 볼펜처럼 윗 부분을 툭~ 누르면 심이 들어간다. 그런데 이번에 지른 녀석은 한 번 누르면 심이 나오고, 다시 누르면 심이 들어간다. 저 위의 네모난 부분은 장식인 건가?
잉크는 1.0㎜ 심이 들어 있고, 리필 심은 0.7㎜다. 잠깐 끄적거려 봤는데 부드럽게 잘 써진다. 확실히 1.0㎜ 쪽이 더 부드러운 느낌이다. 그리고... 비싸다고 해서 × 싸지 않는 일 같은 건 없다. 비싸도 볼펜은 볼펜이다. 부지런히 끄적거리다보면 ×이 나온다. -_ㅡ;;;
보통의 싸구려 153 볼펜을 백 자루 가까이 살 수 있는 비싼 가격이지만 적당한 무게와 깔끔한 디자인 때문에 나름 가치가 있는 녀석이다. 뭐, 안 사면 안 된다고 주위 사람들 꼬셔댈 정도는 아니지만.
P.S. 무게는 측정해보지는 않았지만 티스토리로부터 받은 녀석과 큰 차이 없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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