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폰이 대중화되기 전, 지금의 급식들이 들으면 '그 때에는 공룡이랑 같이 살았나요?' 정도의 질문을 날릴지도 모를, 옛~ 날 이야기다. (;・д・) 나는 효리폰이라 불리던 SCH-V840을 쓰다가 햅틱 폰으로 넘어갔고, 그럭저럭 잘 썼기에 갤럭시 S가 출시되었을 때에도 별 감흥이 없었다. 삼성이 갤럭시 시리즈를 내놓기 전에 팔아먹었던 옴니아의 악명이 워낙 높았기에 갤럭시 S 역시 같은 꼴이 나지 않을까 걱정되던 것도 있었고.
그러다가 어찌저찌 해서 갤럭시 S를 지르게 됐고, 3, 6, 8을 거쳐 20+까지 왔다. 중간에 엑스페리아 Z2와 XZP를 쓰긴 했지만 운영체제만 놓고 따지자면 안드로이드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스마트 폰 초창기에는 아이폰이 없었냐고? 무슨 소리. 아이폰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스마트 폰이 있을 수 있었을까? 아이폰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선구자였다.
그 아이폰이 나오기 전, 아이팟이 나름의 역할을 했더랬다. 지금이야 스마트 폰으로 노래 듣는 게 너무나도 당연하고, MP3를 다운 받는다고 하면 '스트리밍으로 언제든 들을 수 있는데 왜?' 라는 질문이 나오기 마련이지만, 옛~ 날에는 MP3 파일을 다운로드 받은 뒤 전용 플레이어에 넣어야 들을 수 있었거든. 그런 시대에 애플이 만든 아이팟은 다른 제조사의 제품보다 압도적으로 비싼 가격임에도 잘 팔렸다.
하지만 나는 아이팟을 사겠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몇 번 써보긴 했는데 동기화가 너무 불편했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아이튠즈로 동기화하다가 MP3 파일을 홀랑 날려 먹기 일수였다. '아이리버는 그냥 케이블만 연결해서 끌어다 놓으면 되는데 대체 왜 저 고생을 해야 해?' 라는 생각이 들어서 애플 제품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게다가 나는 남들이 환장하면 의도적인 거리두기를 하는 사람인지라, 주변의 처자들이 죄다 애플 제품을 쓰는 꼴을 보니 더 쓰기 싫더라(당시 맥북 산 처자들이 하나같이 윈도 깔아달라고 했었더랬지. (゚⊿゚)). 그렇게 20년 가까이 지나버렸다.
새로운 아이폰이 나온다고 하는데 전혀 관심이 안 가더라. 사용기를 봐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다는 아이폰 SE, 예전에 SE가 나온 적이 있어서 SE2라고도 부르는 그 제품. 보자마자 확~ 꽂혀버렸다. 고민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워낙 싸게 나왔으니까. 그래서 질러버렸다.
이미 가지고 있는 스마트 폰이 세 대인데, 또 지른 거다. 딱히 쓸 곳도 없으면서 말이다. 지금까지 한 번도 아이폰을 써본 적이 없는 사람인데 최신 프로세서를 쓰면서 128GB 제품이 60만원대라는 거, 빨~ 간 녀석이 나온다는 거, 저 두 가지 이류 때문에 바로 질러버렸다.
우리나라는 애플로부터 찬밥 대접을 받는 나라인지라 1차 출시되는 나라에 비해 꽤 늦을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훨씬 빨리 나왔다. 그 날짜가 5월 6일. 사전 예약을 받기에 애플 공식 홈페이지에서 질렀는데 나중에 보니 쿠팡에서 지르면 꽤나 절약할 수 있었다더라. 에휴...
출시하는 날짜에 배송이 시작되는 줄 알았는데 그 날짜는 받는 날짜였던 모양. 4일에 곧 배송이 시작된다는 메시지가 왔고, 6일에 도착했다. 다만 집에 없어서 못 받았고, 7일 아침에 우체국에 가서 직접 받아들고 왔다.
나는 안드로이드, 특히나 대부분 갤럭시 시리즈만 사용해왔던 사람인지라 아이폰에 대해 할 말이 별로 없다. 가운데 홈 버튼 달랑 하나 있는 게 너무 불편하다. 아무래도 적응이 안 된 상태니까.
크기는... 갤럭시 S20+와 비교하면 정말 작다. 좌우로도, 상하로도, 한참 모자란다. 갤럭시 S8과 비교하면 폭은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키는 갤럭시 S8 쪽이 훌~ 쩍 크다.
갤럭시 S8의 화면 크기가 딱이었는데, 한 달 넘게 쓰면서 적응을 해버린 건지 지금은 갤럭시 S20+의 거대한 화면이 익숙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갤럭시 S20+는 휴대하기가 불편하다는 거. 들고 다니라고 만든 전화기인데 밖에 나갈 때면 가방에 넣어서 갈까 고민하게 되는 거다. 주머니에 넣으면 추욱~ 쳐지니까. 그렇다고 손에 들고 나가자니 지갑에, 차 키에, 주렁주렁이다. 그런데 아이폰 SE는 확실히 그런 부담이 덜 하다. 정말 휴대하기 좋다. 원래의 아이폰 SE에 만족하는 사람들은 더 작게 안 나온 게 불만이라는데, '이것보다 작으면 어떻게 쓰냐?' 가 솔직한 내 심정. 손이 큰 편이라 갤럭시 S20+는 괜찮지만 아이폰 SE는 터치가 불편하다.
하지만 터치에 대한 반응은 굉장히 재미있다. 특히나 생일 선택하는 화면이 떴을 때 기본 설정된 년도를 끌어내려 내가 태어난 년도로 바꿀 때, 도로로록~ 하는 느낌이 무척 좋았다.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실제 아날로그 장비를 만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잠깐 써봤을 뿐이지만 터치에 대한 햅틱 반응은 정말 훌륭하다. 갤럭시는 왜 이런 걸 못하는 거지?
최근에는 대부분의 어플리케이션이 아이폰用과 안드로이드用을 따로 내놓고 있지만, 외국 제품 같은 경우는 여전히 아이폰用 앱만 있는 경우가 많다. 순토의 7R이라는 녀석도 그 중 하나인데, 순토의 카일라쉬라는 시계와 연동되는 프로그램이다. 카일라쉬는 순토의 라인 업 중에서도 최상위에 있는 녀석이었다. 가격도 100만원을 훌쩍 넘어간다. 그런데 지원이 개판이다. PC용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안드로이드에서 쓸 수 있는 어플도 없다. 오직 아이폰에서 돌아가는 앱 뿐이다. 안드로이드 어플을 만든다고 한 게 2015년인데 2020년에도 그 어플을 구글 플레이에서 볼 수 없다.
아이폰을 받자마자 7R부터 깔고 카일라쉬와 연동을 했다. 블루투스를 통한 연동은 어렵지 않게 됐는데, 어플 기능이... 아, ㅽ 순토 ㅺ들. 개판이다. 이 따위로 만들어놓고 100만원 넘게 받으며 시계 팔아먹더니 1년도 안 되어 솥에 넣고 삶아버렸다. 순토에 있어 카일라쉬는 토끼 사냥을 1년도 하지 않고 삶아버린 사냥개인 거다.
아무튼, 오늘이 처음 쓰는 거라 아직은 잘 모르겠다. 게다가 USIM 꽂고 개통해서 쓸 생각도 별로 없다. 갤럭시 S8은 티맵 돌려서 내비게이션으로 쓰고, 음악은 갤럭시 S20+로 들을 거라, 이 녀석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고민이다. 제품에 유선 이어폰이 포함되어 있긴 한데, 쓸 일이 있을까? 좋아하는 사람들도 엄청 많지만 나는 이어팟을 볼 때마다 더럽게 못 생겼다는 생각이 든다. 버즈+도 예쁘게 생긴 건 아니지만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음질이고 나발이고 디자인 때문에라도 버즈+를 고를 거다. 물론 음악은 엑스페리아 XZP와 WF-1000 M3 조합으로 들을 가능성이 높지만.
아무튼... 부지런히 모아도 부족할 판에 미친 듯 질러대고 있다. 스마트 폰이 네 대. 누가 보면 굉장한 사업이라도 하는 줄 알겠네.
처음 쓰는 아이폰인지라 당분간 부지런히 만져대며 적응해야겠다. 아, 그리고. 삼성의 무선 충전기에 올려 놓으니까 깔~ 끔하게 충전이 된다. 그런데... 완충까지 남은 시간 어떻게 보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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