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일찍 일어난데다 낮잠도 제대로 못 잤으니까, 아무래도 피곤할 것 같아서 일찌감치 자리에 누웠다. 22시도 안 되어 잠이 든 것 같은데 찔끔 자다 깨기를 수 차례 반복. 그래서인지 아침에 일어나도 영 개운하지 않더라. 하지만 출근은 해야 하니까 일단 대충 씻고. 적당히 주워 입고 밖으로 나갔다. 서두를 이유가 없는데 급하게 나가느라 볼펜과 책을 두고 갔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책을 안 보는데다, 공부도 안 하니 사무실에 두고 다녀도 된다. 하지만 남의 물건을 함부로 다루는 것들이 있을테니 그렇게 할 수 없다. 책이야, 뭐. 제목 본답시고 건드리는 사람들이 있을까 모르겠지만 가져가거나 하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볼펜은 다르다. 본인은 잠깐 쓴답시고 가져갔겠지, 그랬다가 돌려놓는 걸 깜빡한 거겠지, 나중에 누구 것인지 기억이 나지 않아서 그대로 두거나 자기가 쓰는 것이겠지. 그런 걸 두 글자로 '절도' 라고 부른다. 애초에 확실히 쓰고 돌려놓던가, 아니면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 지금 일하는 사무실은 아니지만, 다른 곳에서 저런 식으로 잃어버린 볼펜이 숫하다. 그래서 아끼는 볼펜은 사무실에 두지 않는다. 번거롭더라도 들고 다닌다.
아무튼, 오늘은 아무 것도 안 들고 갔다. 계단을 내려가면서 두고 왔다는 걸 떠올렸지만 다시 들어가서 가져오는 게 귀찮아서 그냥 갔다. 뭐, 혼자 살았더라면 가서 가져왔을 거다. 같이 사는 사람이 있으니까 아무래도 꺼려지는 것들이 있다. 아직 자고 있는데 내가 도어락 누르는 소리에 깨면 피해를 주는 거잖아. 혼자 사는 게 아니니까 적당한 눈치는 봐야 한다.
사무실에 도착했는데 시스템 상태가 여전히 안 좋다. 덕분에 아침부터 그 쪽을 담당하는 분들은 엄청 바쁜 모양. 때문인지 내 모니터를 바꿔주기로 한 건 새카맣게 잊은 것 같다. 급한 게 아니니까 바쁜 사람들한테 모니터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생각나면 바꿔주겠지.
점심은 비스켓으로 때우고, 오후에도 하던 일을 마저 하다가 운동 시간이 되었다. 오전에는 해도 나고 그러더니 오후에는 어김없이 비. 당연히 운동은 못하고, 사무실에서 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저녁 먹고 나서 한 시간 정도는 더 앉아있다가 오려고 했는데, 차가 없는 분들이 같이 퇴근할 사람을 구하고 계시더라. 비가 너무 많이 오니까 차 없이 걸어갈 엄두가 안 나는 게 당연. 홍차도 한 잔 말아놨겠다, 남아 있을까 그냥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그냥 가야겠다 싶어 내 차로 가자고 말씀드렸다.
그렇게 같이 퇴근을 했다. 숙소에 들어와 인터넷부터 확인. 오늘부터 회사에서 제공하는 무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는 세상이니까, 당연히 인터넷부터 설치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손전화로 테더링 걸어 쓰는 것도 그닥 나쁘지 않더라고. 속도도 만족스럽고 생각보다 불편한 것도 없고. 밖에 나갔다 오는 동안 자동으로 테더링이 꺼져서 다시 켜야 하는 것 정도를 제외하면 괜찮았다.
유공자 할인을 받는다고 해도 한 달에 최소 20,000원 이상은 내야 할텐데 그 돈을 굳힐 수 있어서 다행이다. 지난 달에 인터넷을 신청할까 말까 한참 고민을 했었는데 그 때 2년 약정이라도 걸어서 신청했으면 크게 후회할 뻔 했다.
속도는... 불만. SK의 4G 테더링보다 느리다. ⅓ 정도 밖에 안 나온다. 5G도 있긴 하던데 신호가 너무 약하더라. 다행히 노트북에서는 그럭저럭 세게 잡히는 것 같아 5G를 걸어봤더니 100Mbps 가까이 나오긴 한다. 포항에서 SKT 5G 잡힐 때 속도 측정해보니까 600Mbps 넘어가던데. 뭐, 무료로 쓸 수 있는 걸로 만족하자. 아! 무료 아닌가? 그래도 따로 계약해서 쓰는 것보다는 저렴하겠지. ㅋ
대부분의 사람들은 휴대 전화 한 대만 연결해서 쓰겠지만, 나는 노트북, 태블릿 두 대, 휴대 전화 다섯 대, 인공 지능 스피커 세 대,... 합이 열한 대나 된다. 민폐고만. 접속 가능 장치에 제한이라도 걸어두면 곤란한데, 다행히 기기마다 가장 강하게 인식하는 와이파이가 제각각인지라 중구난방으로 물려놨다. 그 와중에 와이파이 신호를 가장 강하게 잡는 건 제일 늙은(?) 엑스페리아 Z2 태블릿이네. 노장의 관록인가? ㅋ
테더링으로는 잡히지 않던 삼성의 인공 지능 스피커도 물릴 수 있게 되었으니 쓰잘데기 없이 중복되는 기기가 너무 많다. 인공 지능 스피커한테 물어보는 거라고는 날씨 말고는 없는데. -ㅅ-
시원스쿨 일본어 강좌를 신청해놨으니 공부를 좀 해야 하는데 방에만 들어오면 아무 것도 하기가 싫어서 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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