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질 급한 분들을 위해 결론부터 써보겠다. 불가능! 절대? 세상에 절대라는 건 절대 없다고 생각하지만 아무튼 불가능!
아니, 자려면 잘 수 있다. 아예 안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공사장의 시멘트 배수관에서도 구겨져 들어가 잘 수 있는 게 인간 아닌가? 자려면 어디서든 잘 수 있지. 그러니까, 편안한 잠자리를 기준으로 하자.
첫째, 다리를 쫙! 뻗을 수 있는가?
내 키가 168㎝ 되시겠다. 기를 쓰고 170㎝를 넘겨보겠다는 욕심 따위가 없었기 때문에 수십 년 동안 측정한 기록 중 최장(?)은 168.8㎝이고, 지금은 나이 먹고 좀 쪼그라들었을테니 167㎝ 정도 되지 않을까? 그런 내가 대각선으로 누우면 다리를 쭉 뻗는 게 가능하다. 단, 발바닥이 트렁크 도어에 닿는다. 즉, 170㎝가 넘는 키라면 다리를 펴고 잘 수 없다. 잔뜩 웅크리고 새우 잠 자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가능.
대각선으로 눕고 싶지 않다면 앞좌석 시트 사이의 가운데 쪽에 머리를 넣고 누우면 된다. 하지만 이렇게 누워도 그닥 편안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높이는 의외로 괜찮았다. 자면서 무릎을 세워도 천장과는 한~ 참 거리가 있었고, 양반 다리로 앉는 것까지 가능했다. 물론 허리가 길어 슬픔 짐... 아니, 사람은 그것마저도 불가능할 거다. 위에서 언급한 내 키를 고려하시길. ㅋ
둘째, 바닥은 평평한가?
어쩌면 이게 더 문제일 수 있겠다. GLA는 뒷좌석을 눕혀도 一자로 반듯하게 눕지 않는다. 10~15˚ 정도로 살짝 들린다. 약간의 경사가 진다는 거다. 내가 차에 가지고 가서 깐 매트는 200×110×5 사이즈. 흔히 슈퍼 싱글로 부르는 매트다. 차박용으로 나온 매트가 아니라 그냥 방에서 깔고 자는 그런 매트. 이게 딱! 들어간다. 좌우 폭이 딱 맞다. 길이는 당연히 남아서 남는 부분은 앞좌석과 접은 뒷좌석 사이 공간으로 밀어 넣어야 한다. 이렇게 하고 나면 '누울만 하겠는데?' 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누워보면... 등이 배긴다. 5㎝ 두께의 매트리스인데 굴곡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민감한 사람이라면 두 배 이상의 11㎝ 짜리 매트에 누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시중에 판매 중인 에어 매트 대부분이 5㎝짜리이고, 조금 두껍다 싶은 게 8㎝ 짜리던데, 어느 것을 써도 등이 배길 게 분명하다.
내가 생각하는 차박은 아무 것도 없이 달랑 차만 가지고 가서 자고 오는 것. 말 그대로 차박이다. 요즘 차박이랍시고 유튜브 등에 영상이 올라오는 것들은 내 기준으로 굉장한 사치. 차와 연결하든, 따로 치든, 일단 텐트를 가지고 가는데다 코펠과 버너 등도 챙기고 거기에 의자와 테이블 따위까지. 저런 장비를 마련하는 것도 부담이고, 차박을 떠나지 않을 때 저런 것들을 보관할 장소가 있어야 한다는 것도 부담이다. 그냥 차에 매트와 이불 정도만 싣고 가서 대충 별 보면서 자고 오전 중으로 돌아오는 게 내 상상 속의 차박인데, GLA는 차가 작아서 그마저도 어렵다.
굳이 GLA로 차박을 시도하겠다고 한다면, 일단 텐트와 접이식 침대 또는 매트리스는 필수다. 차에서 편하게 잘 수가 없으니까. 만약에, 나처럼 조금 불편해도 최소한의 준비로 차박을 해보겠다고 한다면 두께가 두툼한 매트리스가 있어야 한다. 그나마 등이 덜 배기도록 해야 하니까. 좌우 폭이 110㎝를 넘으면 안 될 게다. 두꺼운 매트리스의 좌우가 접히게 되면 공간이 그만큼 줄어드는 거다.
평소 싣고 다니는 짐도 최소화해야 한다. 나는 차에 세차 용품 약간과 축구화 정도만 싣고 있었다. 이걸 조수석으로 옮긴 뒤 뒷좌석을 접고 누웠다. 만약 트렁크에 짐이 가득하다면, 차를 비운 후 짐을 보관할 텐트라도 가지고 다녀야 할 거다.
차량 스펙에 길이나 폭 따위가 다 나오고 트렁크 용량도 ℓ 단위로 표기되지만 실제로 누워보지 않고서는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차라서 애프터 마켓 상품도 거의 없고. GLA 전용 매트랍시고 낚시질하는 사이트가 한, 두 군데 있는 것 같던데 막상 들어가보면 그냥 범용으로 쓰는 에어 매트더라. 앞좌석 시트를 뒤로 눕혀 봤더니 한~ 참을 넘어가더라고. 차라리 앞좌석에서 자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다.
주유 경고등 들어왔는데 근처에 모텔은 없고, 마침 매트와 이불을 싣고 있는 상황이라면 한 번 더 잘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차에서 자는 건 무리라고 본다. 코로나 시대에, 맘 편히 차에서 자면서 1박 2일로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포기해야 할 것 같다. 아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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