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확실히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경기일보의 기사(http://www.kyeonggi.com/news/articleView.html?idxno=2317783)를 보고 알게 되었지 않을까 싶다.
얼마 전부터 즐겨보고 있는 유튜브 채널 중에 빠니보틀이라는 게 있다. 세계 여행과 관련된 채널인데 용기가 부럽기도 하고 몰랐던 알게 되는 계기도 되고, 재미있게 보는 중. 그 채널을 만들어가는 빠니보틀 님이 인공적인 폐허를 좋아하는데, 나도 약간 그 쪽이다. 거대한 시설물, 예를 들면 빌딩이나 다리 같은 거? 그런 게 망가져 있는 걸 보는 게 좋더라고. 아이슬란드 여행을 준비할 때에도 추락한 비행기 잔해가 있다는 글을 보자마자 저기는 꼭 가야겠다 싶었고.
그런 나이기에, 폐장한 놀이 공원 같은 곳이 있다고 하면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용마랜드가 가장 유명하긴 한데 희한하게 저기는 그닥 끌리지 않더라고. 그런데 원더존, 흔히 경인랜드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진 곳은 한 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추석 연휴에 딱히 할 일도 없는지라 다녀오기로 마음 먹었다.
숙소에서 고속도로를 타면 한 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 아홉 시 반 쯤에 출발했는데 도착하니 열시 반이 살짝 넘었다. 내비게이션의 예상대로 한 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부천 종합 운동장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고 해서 내비게이션에 찍고 출발. 무사히 도착했다.
전국의 축구장은 거의 다 가본 것 같은데 부천은 처음인 듯 하다. 2부 리그니까 올 일이 없었더랬지. 부천이 정의 구현해서 남패를 무찔러주기를 바랐건만, 올 시즌의 남패는 너무 강하다. 아무튼.
티맵에서도, 네일베 지도에서도, '경인랜드' 로 검색을 하면 안산의 뭔 빌라가 나온다(원더존으로는 검색을 안 해봐서 방금 해봤는데, 일단 네일베 지도에서는 안 나온다. 티맵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한다.). 아쉬운대로 부천 종합 운동장을 목적지로 하고 출발해야 했다.
부천은 뭔가 짠~ 한 팀이라 나도 모르게 응원하게 된다. 힘내라, 부천!!!
부천 종합 운동장 근처에 있다는 것 정도만 알고 갔지,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모르니까 일단 발길이 닿는대로 출발. 정문 쪽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바로 앞에 보이는 운동장 옆 길로 올라갔다. 길을 가다보니 진달래 동산인가? 거기로 향하는 이정표가 있기에 그 쪽으로.
뭔 간이 공연장 같은 게 보인다.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곳인데 코로나 때문에 테이프를 둘러놓은 것 같다.
여기가 진달래 동산. 저 나무들이 진달래 나무인가? 봄이면 장관이겠고만.
갈 수 있는 길은 사진 속 두 곳 & 보이지 않는 한 곳. 전부 오르막이다. 계단 혐오충들은 보자마자 부들부들.
한국에서 사방을 둘러봐도 아파트가 보이지 않는 곳에 사는 건 대단한 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나무 틈 사이로 보이는 경기장을 줌으로 당겨 사진 찍고 있는데...
어?!?!
저 멀리 자그마한 관람차가 보였다. 저기고만!
길을 따라 천천히 산책하기에 무척 좋은 등산로였지만, 가장 큰 목적이 경인랜드를 보는 것이었으니까 가던 길을 멈추고 바로 다시 내려갔다.
경기장 주변 트랙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등산하는 알록달록 아저씨, 아줌마들이 수시로 보였고 뜀박질하는 사람들도 종종 보이더라.
눈대중으로 대충 봐도 가장 높은 곳까지 11m는 될 것 같던데... 와... 진짜... ㄷㄷㄷ
그 암벽 등반장 옆으로도 놀이 공원의 시설이 보인다.
부천 FC의 역사. 연고 팀이 야반도주하자 힘을 모아 새로운 팀을 만들어버렸다. 진짜, 대단한 사람들.
저 총 들고 있는 아저씨는 뭔가 뜬금없다.
음... (개인적으로 김진태 氏의 만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오른쪽 자판기는 숨진 지 오래 되었지만 왼쪽 자판기는 현역으로 뛰고 있더라. 정말 작동이 되는 걸까?
뜬금없기로는 이 처자도 만만치 않다. 얼굴 도색이 벗겨진 것도 문제지만 표정 자체가 뭔가 우울해. -ㅅ-
부천 고등학교를 졸업한 분이라는 얘기시지요? 제대로 읽어야지 잘못하면... (・・;)
제법 깔끔해보이는 곳이었다. 기회가 닿으면 부천 경기도 한 번 봤으면 좋겠네.
뭔가 오묘한 표정의 자전거 소년. 실제 자전거를 활용했다는 게 신기하다. ㅋ
쭉~ 뻗은 경기장 진입로. 경기에서 이겨주길 바라며 이 길을 걸은 사람들의 추억이 서려 있을 게다.
자, 누구의 것인지 모를 무좀균과 함께 건강해져 봅시다. (; ̄д ̄)
응? 이게 뭐지? 출입 통제?
검색을 해보니 최근에 다녀왔다는 글은 없더라. 그나마 최근에 쓰여진 게 올해 초. 철거했다는 얘기는 없으니까 볼 수는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안 쪽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놨네. 막아놓은 차단 시설도 적당히 낡아 있는 걸 보면 최근에 막은 건 아닌 듯 하다.
그래도 근처에 가서 사진을 찍을 수는 있었다. 딱히 주변에 사람들이 많은 것도 아니고, 적당히 욕심을 내면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더라. 바리케이트가 모든 곳을 막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하지만 하지 말라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인지라, 무리해서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반대 쪽 역시 막혀 있다.
바로 옆에 보조 경기장이 있다는 게 참... 뭔가 묘한 기분이다.
내가 차를 세운 곳은 정문 주차장인데 놀이 공원은 북문 쪽에 있다.
바로 앞에 버스 정류장이 있다.
이렇게 접근성이 좋은데... 갈 수가 없다.
기본적인 소양조차 갖추지 못한 것들은 커피 처먹지 마!!!
바로 근처에 지하철 역 출입구도 있다. 이러니 부천시가 저 땅을 그냥 두지 않으려 했겠지.
뭔 지식 산업 센터인가 어쩌고인가를 지을 예정이라 하더라. 돈 안 되는 걸 걷어내고 돈 되는 걸 짓겠다는 거겠지. 땅 파서 장사하는 게 아니니까 그런가보다 하지만... 계약 만료 6개월 남겨놓고 나가라 하는 건 정말 싸가지 없는 짓 아닌가? 하긴, 5년 계약을 하면서 다음에는 재계약하지 않을테니 5년 내에 다른 곳을 옮겨갈 준비를 마치라는 것도 가혹하긴 하지만.
이렇게 바로 진입할 수 있는 길까지 만들어져 있는데...
혐 오 사 진 주 의 ! ! !
(그냥 곤충 사진입니다만.)
자칫 잘못하면 머리가 닿을 곳에 거미가 이미 자리 잡고 있었다.
└ 저 정도 사이즈면, 한참을 허우적대야 걷어낼 수 있을 게다.
부천이 만화와 친한 도시인 건 알겠는데, 설치되어 있는 조형물들은 다들 뭔가 뜬금없다. -ㅅ-
한국 자기라도 생겼으면 좋겠다. (이 딴 걸 개그랍시고 하고 자빠졌으니 안 생기나봉가. -ㅅ-)
한 때 포항의 미래라고 불렸던 국태정 선수인데, 부천으로 완전 이적해서 뛰고 있다.
귀엽고만. 부천이 잘 됐으면 좋겠다. 적어도 남패한테는 안 지는 팀이 되길 바란다.
내비게이션에서 '경인랜드'나 '원더존'으로 검색이 안 될 겁니다. '부천 종합 운동장'을 검색해서 가시기 바랍니다.
부천 종합 운동장은 주차 요금을 따로 받고 있지 않습니다.
경인랜드는 북문 쪽에 있습니다. 정문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면 구단 버스가 있는 쪽으로 걸어 가는 게 빠릅니다.
과거에는 폐장 이후에도 내부까지 진입할 수 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출입이 통제되어 들어갈 수 없습니다. 멀찌감치에서 사진을 찍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몰래 들어가는 건 가능합니다만 오랫동안 관리되지 않고 방치된 시설이다보니 사고가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 말라는 짓은 하지 맙시다.
산길 걷던 중 익숙한 멜로디가 들려왔다. 응? 이것은! 김종국의 중독!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명곡인데! 등산로를 따라 산책하던 아줌마가 스피커로 듣고 있더라. 언제부터인가 등산하는 사람들이 스피커로 노래를 켜고 다니는 게 흔해졌다. 난 저거, 지독한 비매너라 생각한다. 조용히 새 소리, 물 소리 들으며 등산하거나 산책하고 싶은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는 거다. 듣고 싶으면 이어폰 꽂고 들으라고! 아, 물론 산에서 이어폰으로 노래 들으며 걷는 건 굉. 장. 히.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위험하고 싶지는 않으면서 듣고 싶은 노래는 듣기 위해 남한테 피해를 주겠다고? 그냥 혼자 다치길 바란다.
예전에는 할아버지/할머니와 아저씨/아줌마의 경계에 있는 사람들이 저러고 다녔는데 최근에는 내 또래의 사람들도 저 질알을 하는 것 같다. 하긴, 나도 이제는 완전히 아저씨니까. 나이는 벼슬이 아닌데 나이 처먹었다고 남한테 해 끼치는 걸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것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 그러면서 자기는 꼰대가 아니라 떠들고 다니지. 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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