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차 없이 정확하게 세. 시. 반.
나는 항상 세 시 하고도 반에 깬다. 얼추 30년 가까이 된 것 같다. 물론 떡이 되도록 술을 마셨거나 새벽 두 시에 잔 날 같은 경우에는 여섯 시나 되어야 눈이 떠지지만 보통의 경우에는 희한하게 세 시 반에 눈이 떠진다.
예전에 뭔 의사가 하는 얘기를 들어보니 불면증의 전형적인 증상이라더라고. 단순히 잠 드는 게 어려운 것만 불면증이라 하지 않는단다. 그래서 자신이 불면증이라 생각했는데 새벽에 다른 기사를 봤다. 몸에 다른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거다. 호흡 장애라던가 그런 것들. 뭐가 문제인지 제대로 검사를 한 번 받아봤으면 좋겠는데 돈도 없고, 무엇보다도 병원에 가려면 보호자 역할을 해줄 사람이 필요한데 부탁할 사람이 없다. 혼자 살면 이게 참 괴롭다. 등 가려운 것조차도 뭔가를 이용해서 혼자 해결이 가능하지만 보호자를 요구하는 일은 당최 해결할 방법이 없다.
어제는 간단하게 맥주 두 캔만 마시고 23시가 안 되어 잠이 들었고 30분 이른 세 시에 눈이 떠졌다. 태블릿을 붙잡고 빈둥거리며 한 시간을 까먹고 네 시가 넘어서 다시 잠이 들었다. 또 다시 눈이 떠진 건 여섯 시. 빈둥거리다가 룸 메이트가 나가는 소리를 듣고 몸을 일으켰다.
주말에도 회사에 가는, 나는야 도시 빈민
라면이라도 먹고 갈까 했는데 비빔면 뿐인지라 회사에 가서 컵라면으로 요기를 하기로 했다. 자전거를 타고 출근. 오늘은 토요일이라 복장이 좀 더 자유롭다. 청바지에 하얀 색 티셔츠를 입고 갔다.
빈 속에 커피 일 잔 때려넣고, 천천히 일을 하려는 찰라, 어제의 사무실 지킴이가 내 자리로 찾아왔기에 와서 팀장 성토 대회를 열었다.
지금 우리 팀의 팀장은 역대급 무능함을 자랑하는 사람. 개선의 여지도 없고, 해결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다들 어느 정도 포기한 상태. 포기는 했지만 화도 나고 짜증도 나는지라 일부 사람들은 나를 붙잡고 하소연을 한다.
실은 자기 전에 팀장한테 보낼 메시지를 한 시간 반 넘게 작성했다. 썼다 지우고, 다시 썼다 지우고, 그 짓을 한 시간 반 넘게 했다. 하지만 결국 포기했다. 괜히 보내봐야 나아질 게 전혀 없으니까.
6개월만 참으라면 어떻게든 버텨보겠는데 2년 넘게 버텨야 한다. 환장하겠다. 그만두고 나가줬음 좋겠는데 그럴 기미도 안 보이고, 꾸역꾸역 버티고 있으면서 사람 속을 뒤집어놓는 통에 미칠 지경이다. 맘 같아서는 작작하라고, 월급 도둑질 말고 하는 게 뭐가 있냐고 악다구니라도 쓰고 싶은데 그럴 수는 없고.
아, 그리고. 어제 팀원들끼리 간단하게 회의를 했는데 다른 팀이 해야 할 일을 우리가 뒤집어써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이 나왔다. 대체 왜 그래야 하냐고 다들 답답해하기에 내가 답을 제시해줬다. 남들이 볼 때에는 우리 팀이 노는 걸로 보인다고, 남들은 다 우리가 노는 줄 안다고. 그러면서 간단한 예를 들어줬더니 다들 납득한다. 자기도 외부 사람의 시각으로 보면 그렇게 보일 것 같다는 거다. 이 빌어먹을 상황의 가장 큰 책임은 팀장에게 있는데 저 염병할 양반은 생각이라는 것 자체가 없는, 없는 게 나은 양반이니. 아오, ㅽ!
게다가, 우리 팀에 월급 도둑놈이 있다는 말을 했는데 찌질이 ㅺ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리고 앉아 있다. '야, 이 미친 ㅺ야! 니 얘기 하는 거라고, 니!'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솟아 올라왔지만 간신히 참았다. 저 쪼다 ㅺ는 한 시간도 안 걸릴 일을 며칠 동안 붙잡고 빈둥거리면서 자기가 월급 도둑이라는 걸 자각하지 못한단 말인가?
해결책은 없고, 속은 답답하고, 다들 짜증만 내다가 끝났다. 그나마 팀장을 한심하게 생각하고 답답해하는 게 나 뿐만은 아니고나 싶어 위로를 얻는 게 유일한 긍정적 효과? 아오, ㅽ
마트에서 10분만에 5만원 쓰기 & 도서관
점심 때가 되기 전에 퇴근해서 숙소로 돌아왔다. 반납해야 할 책을 챙기고 일단 마트로 출발. 앞에서 빌빌거리고 가는 멍청이를 보면 속이 뒤집히기 마련인데 오늘은 상당히 여유로웠다. 느긋하게 갔다.
예전 같으면 어포부터 사러 갔을텐데 질렸는지 그 쪽으로는 안 가게 되더라. 유튜버 '입질의 추억'이 선정한 맛없는 생선 TOP 5 안에 드는 게 매퉁이인데 그걸 재료로 해서 온갖 화학 조미료 칠갑을 한 뒤 먹을만 하게 만들어 파는 제품이다. 태국에서 수입해 오는 건데 가성비가 나쁘지 않아서 몇 달 동안 줄기차게 먹어댔다.
며칠 전에 술 마시면서 안주로 먹는답시고 전자 레인지에 돌렸는데 비린내가 말도 못하게 나더라. 이런 걸 먹어왔고나 싶어 정나미가 떨어졌다.
하지만 프레츨은 아직 질리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밀가루를 구워 소금 반죽에 굴린 뒤 파는 건데, 저 짠 맛에 중독이 되어 다른 과자에는 손도 안 간다. 탄수화물 덩어리에 소금까지 부지런히 먹어대고 있으니 몸이 망가지지 않으면 이상하지.
이것저것 잔뜩 사고 싶었지만 필요하면 근처 편의점을 가던가 하자는 생각으로 계산하러 갔다. 몇 개 안 산 것 같은데도 4만원 넘게 나왔다. 돈 버는 건 어렵고, 돈 쓰는 건 쉽다.
도서관에 가서 재대출을 하려고 했는데 사서가 안 보이더라고. 그래서 자동화 기기를 통해 처리하려고 했는데, 아... 누가 예약을 했다. 다시 사서가 있는 쪽으로 가니 구석에 숨겨진(?) 처자가 보이기에 '예약되어 있다고 나옵니다.'라고 했더니 반납 처리를 해줬다. 재대출이 필요한 건 3권이라서 혹시 3권도 예약이 되어 있냐니까 1, 2권만 예약이 되어 있다며 바로 재대출 해주더라. 4권과 5권을 추가로 빌려서 나왔다.
맘 먹으면 술술 읽을 수 있는데 요즘은 이래저래 집중력이 떨어지기도 했고, 알게 모르게 바쁜 일도 있고, 일본어 공부를 소홀히 한다는 생각에 제대로 독서에 몰입할 수가 없다. 아무튼, 5권까지는 9월 중에 다 읽을 수 있었음 좋겠다.
원래는 순대국밥 먹고 올 생각이었는데 날도 덥고 해서 그냥 와버렸다. 점심은 마트에서 사온 샌드위치 셋트로 때우고 오랜만에 PS5를 켜서 9월 무료 게임을 다운로드 받았다.
뇌에서 발생한 신호가 더디 도착하거나, 도착해도 오동작하는 걸 똥손이라 합니다
9월의 PSN 무료 게임은 『 오버쿡드 』, 『 히트맨 2 』, 프레데터 어쩌고 하는 거, 이렇게 세 개. 일단 『 오버쿡드 』와 『히트맨 2 』를 다운로드 받았다. 기다리는 동안 예전에 오락실에서 『 독수리 오형제 』라 불렸던 『 테라 크레스타 』를 하면서 시간을 때웠다. 다운로드가 완료되어 설치까지 마친 뒤 『 오버쿡드 』부터 시작.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캐쥬얼 게임인데... 게임인데... 게임인데... 내가 똥손이라는 것을, 게임 고자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 남들에게 스스로의 게임 실력 형편 없는 편이라 떠들고 다니는 편인데 사무실 동료들이 나보다 더 못하는지라 잠시 내 수준을 잊었던 모양이다. 1-1, 그러니까 튜토리얼 끝나자마자 나오는 첫 판을 했는데 별 세 개를 못 땄다. 이럴 리가 없다고 다시 도전했는데 이번에는 별 한 개. 몇 개 되지도 않는 키가 말도 못하게 헷갈린다. 으...
실망을 뒤로 하고 『 히트맨 2 』를 했는데, 이건 더 심하다. 한글화가 안 되어 그것부터 짜증이 나는데다 게임도 별로 맘에 안 든다. 절대로 죽이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최대한 몰래 다니고 적을 기절시켜 숨겨놔야 하는데 그게 다 귀찮다. 그냥 몰래 몰래 싹 다 죽이고 다니는 게 내 스타일인데. 결국 『 히트맨 2 』는 지워버렸고, 『 오버쿡드 』는 사무실 사람들 꼬셔서 같이 해야겠다 싶어 일단 봉인. 하지만 생각해보니 『 오버쿡드 』는 PS5 사용자에게만 무료로 제공된 게임이다. 사무실 동료들은 다들 PS4인데. 혼자 하던가 한~ 참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하지만 혼자 하면 1-3 정도에서 막혀버릴 것 같은데. 아무튼, 간만에 『 고스트 리콘: 와일드 랜드 』 하면서 스트레스를 좀 풀다가 차 닦으러 나갔다.
나는 안 씻어도 차는 씻긴다
차 유리 전용이라는 세제를 샀는데 꽤 맘에 들기에 같은 회사에서 나온 세차 용품을 종류별로 다 샀다. 다른 건 한 번씩 써봤는데 휠에 묻은 쇳가루를 제거해준다는 건 써본 적이 없어서 세차장으로 향했다. 15시가 넘어서 출발.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이 동네 사는 사람 아니면 모를 것 같은 길에 차가 바글바글하다. ○○ IC 나가는 길인데 엄청 막힌다. 아무래도 티맵이 막힌다는 이유로 이 쪽으로 안내한 게 아닌가 싶다. 메인 도로도 말도 못하게 막히고. 코로나 여파가 전혀 없다, 주말에는.
세차장에 도착했는데 차가 한 대도 없어서 움찔했다. 뭐지? 폐업한 건가? 그러고보니 사무실에 불도 안 켜진 것 같은데? 일단 빈 곳에 차를 넣고 나서 보니 운영은 하는 것 같다. 트렁크에서 세재를 꺼낸 뒤 4분 동안 물을 뿌리고, 휠과 외부에 세제를 열심히 쏴댔다. 다시 카드를 찍고 6분 동안 씻어냈다. 광고에서 보면 휠에서 보라색 물이 줄줄줄 흐르던데 그 정도는 아니더라. 물 뿌리지 말고 세제만 뿌려야 했나?
평소에는 대충 물만 닦아내고 돌아왔는데 오늘은 아무도 없기에 느긋하게 다른 세재까지 써가며 나름 정성 들여 차를 닦았다. 뭐, 그렇다고 해봐야 차 전체를 닦는데 30분이면 충분한 수준이다. 몇 시간 동안 차 닦는 사람들 보면... 그저 대단하다.
세차를 마칠 때 쯤에는 다행히 차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지 않았다. 숙소로 돌아가는데 반대편이 꽉~ 막혀 있더라. 대충 봐도 300m 넘겠던데.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일기를 쓰는 중이다. 목이 말라 물 500㎖ 한 통을 다 마셨는데 여전히 목이 마렵다. 마트에서 사온 닭강정이 썩어가고 있으니 맥주랑 같이 먹고 자야겠다. 새벽에 깨서 일찌감치 하루를 시작한 덕분에 많이 피곤하다. 일 잔 마시고 자야지. 다음 주는 3일만 출근하면 된다. 그러면 추석 연휴. 어디 가지 않을 생각인지라 쉬는 내내 게임이나 실컷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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