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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1년 09월 17일 금요일 맑음 (찔끔 비/PS4/길 고양이)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1.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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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중계조차 안 맞는고만

요즘은 일기 예보라 할 수 없다. 미리 예측하고 알려주는 게 아니라 실시간 중계 수준 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태풍 찬투의 영향으로 비가 온다는 예보가 며칠 전에 있었는데 점점 비 모양의 아이콘이 사라지더니 급기야 오늘 오전 다섯 시, 정오 무렵 두 시간 정도만 내린다고 바뀌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세 시 반에 깼고, 바로 자려 했지만 좀처럼 다시 잠들 수 없어서 이리저리 뒤척거렸다. 그러다가 네 시가 됐는데 투둑, 투둑,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나더니 요란한 풀벌레 소리가 작아졌다. 그러다가 이내 쏴아~ 하고 제대로 비 쏟아지는 소리. 풀벌레 소리가 페이드 아웃 되면서 빗소리가 페이드 인 되는 게 신기했다. 신기해하면서 다시 자려 했지만 결국 한 시간 넘게 뒤척거리다가 일곱 시가 채 안 되어 깼다.

씻고 출근. 뭔가 갑자기 바빠져서 아둥바둥하다가 점심 시간이 됐고, 라면으로 요기를 한 뒤 낮잠을 잤다. 오후에는 청소하고 어쩌고 하느라고 제대로 일을 못했다.

 


 

PS4는 여전히...

퇴근하고 와서 옷만 갈아입고 근처 마트로 향했다. 연휴 기간 동안 먹을 것들을 좀 사고 바로 복귀. 간만에 짜왕을 먹었다. 인스턴트 짜장면이 중국집 짜장면에 비할 바 못되는 건 당연하지만 가끔은 그 인스턴트 짜장면 맛이 그리울 때가 있거든. ㅋ

 

 

밥을 먹고 나서 컴퓨터 앞에 앉아 빈둥거리다가 갑자기 『 메탈 기어 솔리드 Ⅴ: 팬텀 페인 』 디스크를 꺼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PS4를 거실의 TV에 연결했다. 혹시나 화면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면서. 하지만 혹시나는 역시나로 끝났다. 전원은 들어오지만 화면이 나오지 않는다. 화면만 나오지 않을 뿐 다른 건 다 제대로 작동하는지라 디스크 꺼내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그나저나, PS5 보다가 PS4 보니까 진짜 장난감 같더라. 본체도, 컨트롤러도.

컨트롤러는 당연히 방전된 상태니까 충전기에 연결해서 충전을 시켰다. 하지만 본체가 먹통이니 컨트롤러는 충전을 하나마나. PS5에서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 이렇게 써놓고 혹시나 싶어 검색해봤더니... 된단다. 응? 듀얼 쇼크를 PS5에서 쓸 수 있다고?

 

 

아무튼, PS4는 고장난 상태. PS5가 있으니 굳이 고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일단 고쳐놓기로 했다. 강원도 고성에 고쳐주는 분이 계시던데 추석 연휴 끝나고 평일에 휴가 써서 다녀올까 싶다. 10월은 쉬는 날도 많은데다 이사가 껴 있어서 안 될 것 같고, 11월에나 다녀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길 고양이한테 식사 조공

재활용 쓰레기가 잔뜩 쌓여 있어서 버리러 갔는데 노란 줄무늬 고양이가 따라 온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것 같다. 작다. 잔뜩 경계하면서도 적당히 거리를 유지한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어지간히 배가 고픈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경계하면서도 따라올 리가. 일단 쓰레기를 버리고 숙소로 돌아오면서 밥으로 줄만한 게 있나 생각해봤다.

참치 통조림이나 스팸 같은 건 주면 안 된다고 들었고... 그렇다고 과자 같은 걸 줄 수도 없고... 잠시 고민하다가 황태가 있다는 걸 떠올렸다. 예전에 그걸 물에 불려서 주면 된다는 글을 본 기억이 났다.

종이 컵에 물을 잔뜩 따른 뒤 이 정도면 되겠다 싶을 정도를 담아 다시 나갔다. 주차장 한 켠에 앉아 있다가 근처로 가니까 도망 간다. 종이 컵을 손에 든 채 이리 오라고 쭈쭈쭈쭈~ 하면서 손짓을 해도 올 생각을 안 한다. 종이 컵 안에서 적당히 불어 말랑말랑해진 황태를 꺼내 잘게 찢었다. 그리고 바닥에 내려놓고 멀찌감치 떨어졌다. 그제서야 다가와서 잔뜩 경계하면서 먹더라.

두 어 조각 정도만 꺼내서 먹으라고 찢어놨는데 양에 안 차는지 컵에 대가리를 처박더니 잽싸게 하나를 물고 도망친다. 그 자리에서 먹을 생각을 안 하고 입에 물더니 멀찌감치 도망 가더라.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니까 또 와서 물고 도망간다. 멀찌감치에서 오물거리는 동안 다시 컵에서 황태를 꺼내 찢어서 내려놨다. 그리고 또 뒤로 물러나니까 와서 먹기 시작한다.

새끼한테 이 정도면 충분하다 싶었는데 많이 굶었는지 그걸 다 먹더라. 목이 마를테니 물 좀 마셨음 싶었는데 마음이 통했는지 종이 컵에 대가리를 박고 찹찹찹. 그게 황태 불린 물이라 아쉬워서 먹은 건지, 목이 말라 먹은 건지 모르겠다. 아무튼, 고양이는 개와 달리 주는대로 다 처먹지 않고 배 부르면 그만 먹는 동물인 걸 알지만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이면 안 될 것 같아서 더 주려다가 말았다.

백령도 있을 때 유난히 따르던 고양이 생각이 났다.

내일도 밥 좀 줘야 할 것 같은데 뭘 줘야 할랑가. 집에 고양이 밥으로 줄만한 건 황태 밖에 없는데 계속 줘야 하나? 내일 마트 가서 사료라도 사올까?

길 고양이 밥 주는 것과 관련해서 찬반이 갈리지만 내가 있는 동네는 워낙 깡 시골이기도 하거니와 고양이 뿐만 아니라 고라니에, 거대 거미에, 거의 야생 수준인지라 고양이 밥 주는 걸로 욕 먹을 것 같지는 않다. 발정기에 울어대서 무섭다는 사람도 있었던 것 같은데, 그 때까지 내가 꾸준히 밥 줄 것 같지는 않고. 지금은 새끼니까, 너무 조그마하니까, 적어도 혼자 뭐라도 잡아서 먹을 수 있을 때까지만 좀 챙겨주자 싶다. 어차피 겨울 되면 힘들 게 버텨야 할 녀석인데.

맘 같아서는 지하실 한 켠에 집이라도 만들어주고 적당히 보살펴 줬으면 싶지만 그게 또 내 맘대로 안 되는지라.

 


 

마우스에게 새 생명을...

일본에 갈 때 컴퓨터에 연결해서 사용하려고 구입한 지 꽤 오래 된 소니의 헤드폰을 가지고 갔더랬다. MDR-10RNC라는 녀석이다. 살 때에는 제법 비싸게 샀는데, 그 때에는 10만원 짜리 헤드폰을 사면서도 벌벌 떨었는데, 어느덧 간이 커져서 WH-1000X 시리즈를 두 개나 사고, 막... 아무튼. 사용한 지 꽤 됐으니까 이어컵 부분이랑 머리가 닿는 부분이 너덜너덜하더라고.

일본 제품이니까 혹~ 시나 하고 교체용 부품을 검색해봤더니 당연하다는 듯 팔고 있었다. 그 때 산 교체용 부품을 사용해서 저 헤드폰은 아직도 현역이다.
일본은 저런 식으로 부품을 사서 제품의 수명을 늘리는 게 일반적이다. 제트 스트림 5 in 1 펜을 샀는데 잡는 부분의 고무를 끼웠다 뺐다 하면서 장난 쳤더니 늘어나버렸더라고. 그래서 교체용 부품을 찾아보니 펜이 1,000円인데 손잡이 고무가 600円인가 그렇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그런데 저런 걸 사서 갈아끼워가며 오래 쓰는 게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지금 쓰고 있는 로지텍의 MX Master 2S라는 녀석. 일본에 가서 산 건데 지금도 잘 쓰고 있다. 문제는, 휠 부분의 고무가 경화되어 다 떨어져 나갔고 배터리 수명도 확 짧아졌다는 것. 로지텍 홈페이지에 가니 부품 어쩌고 하는 링크가 있어서 눌러봤더니 뭘 선택해도 없다고만 나오더라. 네일베에서 검색해보니 당연하다는 듯이 알리 익스프레스로 연결.

알리에서는 뭘 사본 적이 없어서 불안한 맘에 그냥 창을 닫곤 했는데, 방금 알리를 통해 교체용 휠, 배터리, 스케이트를 질렀다. 휠과 배터리를 교체하려면 바닥의 스케이트(마우스 바닥에 붙은 스티커를 이렇게 부르더라)를 떼어내야 하니까 같이 산 거지. 저렇게 세 종류를 다 샀는데도 3만원이 안 된다. 싸긴 싸다. 문제는 배송. 잊을만 하면 온다니까 그런가보다 하고 놔둬야지. ㅋ

3세대 제품이 나온 마당에 뭔 궁상이냐 싶기도 하지만 아직 멀쩡한 녀석인지라 고칠 수 있으면 고쳐서 쓰고 싶다. 우리나라도 저렇게 교체용 부품이 다양해져서 좀 더 오래 쓰게 해주면 좋을텐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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