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일기를 쓴다. 바빴나? 음... 일이 바쁘지는 않았지만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다.
한글날 연휴 때에 바람을 쐬러 속초에 다녀왔다. 사실은, 그냥 오징어 순대가 먹고 싶었다. 속초에 도착하니 이미 어두워져서 목표로 했던 오징어 순대만 먹고 숙소로 돌아갔는데, 게스트하우스에서 오랜만에 즐겁게 시간을 보낸 덕분에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됐다. 돌아와서 하루종일 퍼져 있다가 출근을 했고, 하루종일 풀을 깎았다.
풀을 깎은 날, 잠깐이나마 같이 생활했던 분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했다. 회사에 들어온 후 같이 근무했던 분들이 꽤 돌아가셨다. 병 때문에 돌아가신 분도 계시고 사고로 돌아가신 분도 계셨다. 어지간하면 장례식장에 가려고 했다. 이번에 돌아가신 분은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거였다. 정말 건강하셨는데, 불과 얼마 전에 다녀가셨는데, 너무 놀랐다.
일본에서 돌아와 아무 것도 모르고 멍하니 앉아 있을 때, 그저 빈둥거릴 수 없어서 점심 시간을 책 읽으며 보낼 때, 쟤는 뭐라도 할 놈이라고, 뭐가 되도 될 놈이라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칭찬을 하셨더랬다. 그 한 마디 때문에 장례식장을 찾은 건 아니지만, 아무튼 그 말이 생각났다.
장례식장은... 속초였다. 사고는 내가 신나게 술 마시고 퍼져 있던 토요일, 일요일 사이에 있었던 것 같고. 뭔가, 기분이 묘했다. 다들 소식을 듣고는 허망하다던가, 미래를 위해 오늘을 희생할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내가 느끼는 감정은 조금 다른 거였다. 아무튼. 하루종일 풀 깎고, 세 시간을 운전해서 다시 속초에 갔다. 병원에 들러 부의금을 넣고, 조문을 하고, 캔 커피 하나 받아들고 바로 나왔다. 염병할 코로나 때문에 조문 가서 밥도 못 먹었다. 밥 먹으면서 소주라도 한 잔 하며 돌아가신 분을 생각했음 좋았을텐데, 그저 생색내기로 다녀온 꼴 밖에 되지 않았다.
불과 이틀 전에 묵었던 게스트하우스에 다시 가고 싶었지만 회사에서 코로나 타령하며 하도 쪼아대서 그냥 모텔로 갔다. 축구 보며 맥주 두 캔 마시고 잔 뒤 다음 날 아침 일찍 돌아왔다.
오늘은 업무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정품 인증 절차 때문에 엄청 고생했다. 인터넷만 됐더라면 정말 간단한 건데, 그게 안 되니 전화하고, 메일 보내고, 말 같지 않은 쇼를 해야 했다. 그렇게 하루를 까먹고도 결국 프로그램 하나는 정품 인증을 못했다.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하아...
내일은 또 24시간 근무다. 다음 달 초에도 근무가 있고. 너무 자주 돌아오는 느낌이다.
모레는 전주에서 ACL 경기가 있다. 이길 것 같지는 않지만, 감독한테 말도 안 하고 선수 팔아버린 팀 따위를 응원하지 않겠다고 마음 먹은 지 오래지만, 축구장에서 축구를 보지 못한 게 너무 오래 됐으니까 다녀올까 싶다.
퇴근하고 나와서 잘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다. 호다닥 갔다가 경기만 보고 호다닥 와야 한다. 왕복 기름 값에 통행료를 더하면 얼추 10만원 가까이 깨질텐데, 정말 바보 같은 짓임에도 불구하고 저지르려 한다. 하고 싶은 건 하고 살아야지.
몸은 만날 피곤하고, 날이 추워지니 아침에 일어나는 게 점점 힘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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