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산 지 1년도 더 되서 뒷좌석에 안전 벨트를 고정하는 클립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 뒤에 사람 태울 일이 없으니 있는지 없는지 신경도 안 쓰다가 뒤늦게 안 거지. 10월에 본사 들어갔다가 전화로 정비 센터 예약을 잡은 게 오늘. 수입 차는 사는 것보다 유지하는 게 문제다. 수리비도 더럽게 비싸고 서비스 센터 예약하는 것 자체가 고생이거든.
아무튼. 아홉 시도 안 된 시각에 예약이 되어버려서 늦어도 일곱시 반에는 출발해야 했다. 일곱 시에 일어나서 대충 씻고 나와 옷을 입고 있는데 사무실에서 전화가 왔다. 팀장이었다. 본사에서 브리핑 받는다고 갑자기 들어온다는데 나보고 출근할 수 있냐는 거다. 어이가 없더만. 휴가인 사람한테 아침부터 전화해서는 한다는 소리하고는. 짜증을 버럭! 내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뭐, 저런 게 다 있나 싶더라.
차가 거의 막히지 않아서 금방 도착했다. 9월에 갔던 곳과 너무 달라서 맞게 온 건가 당황했다. 알고 보니 전에 갔던 곳은 판교 서비스 센터이고, 오늘 간 곳은 백현 서비스 센터. 차를 맡기고 2층으로 올라가서 태블릿을 붙잡고 게임을 했다. 어지간히 안 하긴 안 한 모양인지 복귀 유저라며 아이템을 조금 주더라. ㅋㅋㅋ
게임하면서 한 시간을 보내고, '이제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내나~' 할 때 전화가 왔다. 수리 끝났단다. 내려가서 보니 없던 안전 벨트 클립이 생겼다. 안에 묻어 놓고 조립했단다. 수리하는 사람들도 어이가 없었겠지. ㅋㅋㅋ 벤츠 놈들도 유튜브 보면서 조립하는 모양이다. 아무튼, 뒷좌석에서 안전 벨트를 찰 수 없는 차라는 오명은 이제 끝.
열 시가 채 되지 않아 출발했는데 도착 예상 시각이 열한 시 전으로 나온다. 혹시나 싶어 사무실에 전화해서 들어가봐야 하냐고 물어봤더니 방문하기로 한 분이 오후에 오는 걸로 바뀌었다면서, 들어오면 좋겠다고 해서 그럼 사무실에 가겠다고 했다.
바로 숙소에 가지 않고 전용 마트에 가서 고모 드릴 홍삼 액기스랑 이것저것 좀 사고 숙소에 들어와 라면 먹고 있는데 또 팀장한테 전화가 왔다. 들어가겠다고 했는데 왜 전화를 했나 들어봤는데 횡설수설, 말에 요점이 없다. 나 지금 바쁘니까 요점이 뭐냐고 따지듯 말했더니 우물우물우물. 아오, 빡쳐, 진짜!!!
나중에 알고보니 ○○님은 뭘 들어오라 하냐고, 알아서 하게 두라고 했단다. ○○님은 알아서 하라고 하면 어련히 들어온다고 믿고 있는 분. 물론 나도 내가 한 일을 남이 발표하게 만들고 싶지 않으니까(그게 얼마나 짜증스러운 일인지 무척 잘 아니까) 들어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저 말을 듣고는 팀장이라는 양반이 제대로 판단을 못 하고 전화를 해야 되냐, 말아야 되냐, 사무실 사람들을 볶아댄 모양이다.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사람한테 전화하라고 덤태기 씌우고. 그 사람이 못 하겠다 하니까 그럼 자기가 하네 마네 해쌌고. 그래놓고 나한테는 왜 들어오라고 하는지 구구절절 설명을 하고 자빠졌다. 그런 걸 나한테 말해서 뭘 어쩌라고? 이미 들어간다고 했잖아?
사무실에 들어가니 사람들이 눈치 보는 게 느껴진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씨익~ 씨익~ 거려서 좋을 게 뭐가 있어. 짜증낸다고 달라질 것도 없고.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면서 앉아 있다가 브리핑을 했다. 5분만에 끝났다. -ㅅ-
바로 퇴근해서 숙소로 왔다. 고모한테 갈까 했는데 얼마나 걸리나 봤더니 두 시간 넘게 걸린다. 가는 경로는 온통 노란색, 빨간색. 그냥 내일 당일치기로 다녀오던가 해야겠다. 오늘 마트에서 핫팩 샀으면 영월이나 충주로 가서 차박이나 할까 싶었는데 못 샀다. USB 담요를 살까 했는데 USB 출력으로 전혀 따뜻할 것 같지 않아서 포기. 오늘은 그냥 맥주 홀짝거리면서 디아블로 2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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