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포장일기 』

2021년 11월 17일 수요일 맑음 (여러가지로 생각이 많은 날)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1. 11. 17.
728x90
반응형

일 잔 마시고 와서 만사 귀찮은데, 오늘은 나름 주절거릴 게 많아서 귀차니즘을 이겨내고 끄적거려 본다.

 

여섯 시에 알람이 울려 그 소리를 듣고 일어났다. 최근에는 룸 메이트가 여섯 시 전에 씻으러 들어가는데 오늘은 조용하기에 내가 먼저 들어갔다. 씻고 출근해서 사무실에 들어갔는데 옆, 옆 자리의 B氏가 ㅂㅇㅈ 자리에 앉아 있다. 보는 순간 아차! 싶었다. 지못미... 저 월급 도둑놈한테 잡혀버렸고나.

 

팀장의 일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일조차도 제대로 못하는 ㅂㅇㅈ는 항상 다른 사람이 자기 일을 대신 해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좀 호의적인 사람에게 해 줘, 해 줘 타령인데 다 떨어져 나가고 온 지 얼마 안 된 B氏가 타겟이 된 거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짜증스러운데 이른 아침부터 찌질이 ㅺ의 텐션이 잔뜩 올라가 있다. 미쳐 날뛴다. 오늘은 뭔 일인가?

들어보니 H氏가 찌질이 ㅺ의 차를 살짝 들이받은 모양이다. 건수 생겼으니 또 오바질 하면서 떠들어댄다. 아침부터 어찌나 설쳐대는지, 발로 차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 가득했다.

참을 인(忍) 수백 번을 써가며 버티다가, 자리로 돌아온 B氏에게 결국 불려 갔냐면서,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농을 던졌다. 그런데 찌질이 ㅺ가 벌떡 일어나 우리 얘기에 관심을 갔더니, 양이 안 차는지 아예 이 쪽으로 건너와 대화에 낄어들었다.

짜증이 확~ 나서, 찌질이 ㅺ 들리도록 혼잣말을 했다. 왜 끼어드는 거냐고, 짜증난다고.

 

들으라고 한 소리니까 당연히 들었겠지. 자리로 돌아가더니 닥치고 있더라. 저 모자란 놈이 입 닥치고 있으니 사무실이 그렇게 조용할 수가 없다. 일할 맛이 나더라. 그러다가 연구소장님과 면담 겸 식사 자리가 있어서 밥 먹고 왔더니 찌질이 ㅺ가 안 보인다. 몸이 안 좋다며 조퇴했단다. 하... 하하... 하하하...

아무렇지 않다가 몸이 안 좋다며 조퇴 시전한 게 두 번째인 걸로 기억한다. 그 전에도 아침에 오자마자 개소리 해대며 엄청 떠들다가, 내가 질알했더니 깨갱하고 나서 아프다고 조퇴했더랬다. 그 날의 경험이 있으니 오늘 아프다고 먼저 퇴근했다는 말 듣자마자 꾀병이라 생각했다. 오늘 아침에 얼마나 떠들어댔는데. 몸이 안 좋기는 개뿔. 하여튼 하는 짓 보면 가관이다.

 

오후에 체육 대회가 있었는데 족구 선수로 나갈 사람이 없다고 해서, 내키지 않지만 나갔다. 고전 끝에 이겼고, 10분도 쉬지 못한 채 다음 경기가 이어졌다. 1 세트를 이겼지만 2, 3 세트에서 지는 바람에 역전 패. 하지만 정말 재밌었다. 그 와중에 3장님이 정말 잘해서 나름 감동했다. 5장이랑 정말 비교되더라. 3장님 보면서 많이 깨달았다. 남들이 기대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정말 멋있더라. 나도 그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샤워하고 사무실로 돌아가 앉아 있다가, 동료들과 수다 떨다가, 19시에 퇴근했다. ㅈㅇ 선배가 온다기에 같이 밥 먹기로 했다. 내가 살 생각이었는데 진급 앞두고 응원하다며 본인이 내더라.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내가 어려울 때 여러 번 도와준, 나한테는 정말 고마운 사람인데 이렇게 또 신세를 졌다. 말로만 은혜를 잊지 말자 떠들지 말고, ㅈㅇ 선배한테 잘하자는 생각을 했다.

 

숙소에 들어와 맥주 한 캔 따서 마시면서 일기 쓰는 중이다. 쓰다보니 귀찮아서 대충 타닥거리고 있는데, 오늘 3장님의 멋진 모습 보면서, 본인이 아픈데도 여기까지 와서 술 사주는 ㅈㅇ 선배 보면서, 저런 모습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없다.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에게, 고마운 사람에게 잘 하자. 그렇게만 살아도 충분하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