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남이 보거나 말거나 하는 마음으로 일기를 쓴 지 꽤 오래 됐다. 속에 있는 말을 고스란히 다 꺼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적당히 풀어내다 보면 화도 좀 가라앉고, 무엇보다 좋은 건 시간이 흐른 뒤 '맞아, 그런 일이 있었지.' 하고 추억할 수 있게 되니까 좋더라. 절대 잊지 않을 것 같던 일도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기 마련인지라, 특히나 일본에서 썼던 일기를 보면 불과 2~3년이 지났을 뿐인데도 아련하게 느껴져 일기 쓰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런고로, 굵직굵직한 일이 있을 때에는 일기 쓰는 걸 건너뛰지 말아야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2022년이 되자마자 굵은, 그것도 꽤나 굵은 일이 생겨서 일기를 써야 하는 상황이 됐다.
사무실에,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
출근했더니 어제 확진자 나와서 난리였다는 소식을 동료가 전해주었다. 퇴직이 얼마 남지 않아서 사실 상 전력 외 취급 을 받는 한~ 참 선배가 PCR 검사 받았더니 양성이 나왔다는 거다. 같은 팀 사람들 다 돌려보내서 PCR 검사 받으라고 했단다. 어쩐지, 어제 룸 메이트가 일찍 들어오더라니.
문제는, 어제 검사를 받은 사람들 중 양성 판정 떨어졌다는 사람이 추가로 나왔다는 거다. 그냥 그런가보다 하던 분위기가 갑자기 뭔가 심상치 않다는 분위기로 넘어가버렸다. 처음에는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라 할 수 있을만한 사람들만 검사 받고 숙소 대기하라고 했다가, 불안한 사람들은 일단 검사받고 오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전부 검사 받으러 가라고 말이 바뀌었다.
부랴부랴 근처 선별 검사소에 가서 검사를 받고 숙소로 돌아왔다. 빈둥거리고 있는데 우리 팀 사람도 두 명이 양성 판정 받았다는 메시지가 왔다. 한 놈이 찌질이, 다른 한 놈이 모질이. 하아... 진짜... ㅄ ㅺ 두 놈이 나란히 감염됐다. 저 쪼다 ㅅㄲ들, 일은 안 하고 오만 일에 껴들어서 처떠들고 질알 염병 떨기를 즐기더라니. 아오, 7H AH 77I 들.
아무튼, 같은 사무실을 쓴다는 이유로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어 10일까지 숙소 대기하게 되었다. 일주일 동안 숙소를 벗어나면 안 되는 상황이 된 거다. 게다가 아직 결과가 안 나왔을 뿐 내일 오전에 확진자가 추가될 수도 있다. 양성 나오면 어떻게 되는 거지? 병원으로 가나?
하필 근무지를 옮기는 타이밍이라 골치 아프다. 원래는 내일까지 출근하고 모레부터 이틀 동안 휴가를 써서 집 구하러 다녀올 생각이었다. 그런데 격리 때문에 다 틀어졌다. 다른 사무실에 근무하는 동료에게 휴가 신청한 거 취소해달라 부탁해놨다. 격리가 끝나면 다시 휴가 써서 방 얻으러 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당연히 근무지 이동도 며칠 뒤로 밀릴 것이고.
나야 혼자니까 격리되면 그저 빈둥거리고 쉰다 생각하면 그만인데, 가족이 있는 사람들은 이래저래 힘들지 않을까 싶다. 집에도 못 가고 회사 숙소에 남아있어야 하니까 그것도 엄청 불편할 것이고. 당장 갈아입을 옷 같은 것도 없는데 어떻게 하려나. 집에는 아이들 있으니 가지도 못할 거고. 걱정이네.
그저 남의 일이라 생각했는데 사무실에서 확진자가 줄줄이 나오기 시작하니 골치 아프다. 냄새도 잘 맡고, 맛도 제대로 느끼고 있으니 감염은 아니라 생각하는데 내일 아침에 결과 나오기 전까지는 불안한 마음이 아예 가시지는 않을 것 같다. 제발 아니기를 바라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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