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소개 영상을 보고 내연산에 있다는 열두 개의 폭포를 알게 됐다. 가봐야겠다 싶어 다녀오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가기로 한 날 하루 전에 비가 왔다. 비 때문에 길이 미끄러울 것 같아 다음으로 미뤘고, 미세 먼지가 엄청 심해서 조금 망설였지만 결국 다녀왔다.
포항은 나고 자라 20년을 산 곳이라 익숙한 도시지만, 살아온 시간 만큼을 다른 곳에서 살았기 때문에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뀐 포항은 좀 어색하다. 포항에 간다 해도 스틸야드가 고작인지라.
《 월포 해수욕장을 지나가기에 반가워서 호다닥 찍어봤다. 》
월포는 포항제철(現 포스코)의 사원 휴양소가 있던 해수욕장이다. 포항제철 사원이나 가족만 들어갈 수 있어서 다른 곳보다 불량배를 만날 가능성이 적었다. 한창 이성에 눈뜰 시기인데 학교에서 만날 보는 애들 밖에 안 보인다는 이유로 옆에 있는 감포로 갔던 기억도 나고 그러네. ㅋ
살고 있는 곳에서 내연산까지는 한 시간 40분 정도 걸렸다. 내비게이션을 보니 고속도로를 타든, 국도를 타든, 별 차이가 없어 국도로 갔다. 평일 낮이라서 막히지도 않고, 1차로에서 정속 주행하는 쪼다들만 피해 가면 되는 환경이라 운전하기 편했다. 다만, 목적지에 거의 도착하니 가는 쪽 도로를 다 파헤쳐 놨더라. 길이 워낙 엉망인지라 맞은 편에서 차가 오지 않으면 중앙선을 넘어서 가야 할 정도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중앙선을 넘어오는 차가 있었는데 코 앞까지 그냥 오더라. 피할 생각도 안 하고. 놀라서 클락션을 눌렀더니 확! 방향을 튼다. 미친 AH 77I 가 뭘 하고 자빠졌나 싶었는데 손전화 보고 있던 거였다. 신호 대기 중도 아니고 운전하면서 손전화를 왜 쳐다보는 건데? 쯧...
《 주차장에서 꽤 긴 거리를 걷는 동안 양 쪽에 상가가 이어진다. 》
내비게이션의 안내대로 갔더니 제2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주차장이 엄~ 청 넓어서 어지간하면 자리가 없어 차를 못 세울 일은 없겠더라. 전기 차 충전 시설도 잘 되어 있고.
《 매화인가? 홍매화? 흐드러지게 피어 꽃구경만 해도 본전은 뽑겠다 싶더라. 》
《 다른 블로그에서 많이 봤던 정자. ㅋ 》
실제로 이용해도 되는 모양인지 나중에 아저씨, 아줌마 떼가 모여 앉아 있는 걸 봤다.
성인 기준으로 3,500원의 입장료를 받는다. 보경사에 한 발짝도 들여놓지 않겠다 한들 강제로 뜯어가는 거다. 이건 여기 뿐만이 아니라 유명한 산에 자리한 곳 대부분이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의 절이 등산객을 상대로 삥 뜯는 게 하루, 이틀 얘기가 아닌 거지. 하지만 곧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게 부당하다는 의견이 많아 조만간 강제 징수가 폐지될 수도 있다 한다. 올해 5월부터라고 들었는데 돈 받지 말라는 데 강제력이 없어서 실제로 이행이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포항 시민은 1,500원이 할인되어 2,000원을 내면 되고 국가 유공자나 장애인은 입장료가 면제된다.
《 응? 남부군? 대체 언제적 영화냐. ㄷㄷㄷ 》
보경사는 국민학생 때 한 번인가 두 번인가 갔었던 것 같다. 학교에서 소풍으로 갔는지, 뭔 사생 대회 같은 걸로 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 갈림길이 굉장히 자주 나왔는데 안내가 부실해서 어디로 가야 하나 고민이 됐다. 》
《 물이 어찌나 맑은지, 여름에 다시 찾아가 수영했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 언제, 어디서 사고가 날지 모르니까 안내 표지가 보이면 수시로 사진을 찍어둔다. 》
초콜릿과 카누가 필요하다가 써놨기에 대놓고 구걸한다 싶어 맘에 안 들었는데, 알고 보니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다. 직접 물을 끓여 믹스 커피를 타 마실 수 있다. 감사히 마시고 가면 될 것을, 여기에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양아치들이 꽤 있는 모양이다. 버리지 말라고 써붙여놨더라.
《 물을 준비하지 못했다면 여기에서 목을 축일 수 있다. 》
《 소금강 전망대까지 550m 밖에 안 된다고? 》
《 한 가지 소원은 이루어준다고 한다. 》
갓을 쓰고 있어서 갓부처라 부르는 모양인데, 약사여래불이다. 아픈 사람을 치유해주는 신통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마사미 님의 딸이 치료 잘 받고 건강해지기를 빌면 좋았을텐데, 다른 소원을 빌었다. ...... 빌 소원이 뭐가 있겠어. 이번 주에 로또 1등 먹게 해달라고 빌었다. 부자가 되면 마사미 님의 딸 치료를 도와줄 수 있으니까, 뭐. 😑
《 와~ 이 나쁜 사람들! 아까 550m로 표기해놓고, 여기는 0.5㎞로 표기해놨다. 》
걷기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평지의 550m도 만만치 않은 거리지만, 산에서의 550m는 엄청난 거리다. 12~15분 정도 걸린다고 안내를 해놨던데 실제로도 그 정도 걸리는 것 같다.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갈림길에서 소금강 전망대로 가지 않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냥 계속 걸어서 차례대로 폭포를 보고나서 돌아오는 길에 소금강 전망대로 향하는 길이 나옵니다. 저는 8번 폭포까지만 보고 돌아왔는데요. 갈 때 걸었던 길의 상태가 그닥 좋지 않아서, 계곡의 반대쪽에 있는 길로 돌아왔거든요. 그 길이 소금강 전망대로 향합니다.
《 산이라면 질색하는 사람에게 비명이 나올만한 계단이 등장합니다. 》
아무도 없을 때 도착해서 맘껏 즐길 수 있... 을 거라 생각했는데 바람이 너무 강해서 드론 날리기도 쉽지 않고, 생각보다 오래 머물지 않고 금방 나왔다. 고소 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다리가 ㄷㄷㄷ 떨릴 듯.
사진 찍기에는 6, 7번 폭포를 잇달아 볼 수 있는 여기가 최고일 것 같다.
《꺾인 가지가 길을 가로 막고 있었다. 》
8번 폭포로 가는 길이 좀 험했다. 길이 어려운 게 아니라 여기가 맞나 싶을 정도로 희미해서 몇 번 헤맸다. 하지만 7번 폭포까지만 보고 돌아갔으면 후회했을 게 분명하다 싶을 정도로 잔잔한 계곡이 펼쳐졌다.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꽤 받아 먹었던 모양인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 가까이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엄청 경계하지는 않는 느낌. 너무 가까이 가면 도망갈 것 같아 멀찌감치에서 줌으로 당겨 찍었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갤럭시를 빌리기까지 해서 콘서트 보러 가는고나.' 싶더라.
《 한창 찍고 있는데 개념없는 AH 77I 들이 등장해서 돌을 던져 도망가버렸다. 》
《 어찌나 잔잔하고 고요한지,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
《 딱 중간 지점인지 어디로 가도 같은 거리였다. 》
8번 폭포까지만 보고 돌아가기로 했다. 11번, 12번 폭포는 갈림길에서 갈라져 따로 봐야 했기에 번거롭다는 생각도 들었고 남은 폭포까지 가기에는 거리가 꽤 되는지라. 다시 생각해봐도 잘한 것 같다. 고작 세 시간 걸렸는데 여기저기 삐그덕거리는 걸 보면 말이지. 지난 4개월 동안 방구석에서 술만 처먹은 덕에 그렇잖아도 형편없는 체력이 걸레짝이 되어버렸다.
왔던 길이 별로 맘에 들지 않아서, 맞은 편의 깔끔하게 정비된 길로 향했다. 소금강 전망대로 가는 길이라 되어 있기에 나는 이미 봤으니까 전망대까지 가지 말고 보경사 쪽으로 빠지면 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소금강 전망대로 곧장 향하는 길이어서 중간에 빠지고 자시고 할 수 없었다. 결국 소금강 전망대를 거쳐 보경사로 내려가야 했다.
《 올라가면서 봤는데, 다시 봐도 정말 예쁘다 싶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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