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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2년 03월 09일 수요일 맑음 (집념으로 지른 검은 종이 노트/만성 피로)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2.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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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살던 사람이 벽과 천장에 야광 별을 붙여놨다. 저 따위 인테리어는 인터넷에서만 봤지, 실제로 붙어 있다니, 경악할 일이다. 가리고 싶은데 나도 인테리어 감각이 형편 없는지라 뭘로 가려야 할지 모르겠더라고. 카카오 메이커스에서 명화를 팔기에 구입할까 했는데 마음에 드는 사이즈에 액자까지 더하면 가격이 만만치 않더라.

 

 

미술에는 문외한이지만 『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라는 작품을 좋아한다. 집에서 인쇄하면 안 될까 싶어 검은색 종이를 구하기 시작했다. 뭐, 어렵지 않더라. A4 사이즈의 검은색 종이를 구입했다. 일반 복사지에 비해 두꺼운 느낌이 든다는 것 말고는 특별한 게 없었다.

 

하지만... 내가 바보였다. 가정용 프린터는 흰색을 뽑지 못한다. 가정용 프린터에 들어가는 잉크는 CMYK(Cyan: 밝은 파랑, Magenta: 밝은 자주, Yellow: 노랑, Black: 검정), 네 가지 색깔의 잉크를 조합해서 색을 만든다. 흰색은? 그냥 인쇄를 안 한다. 보통은 흰 종이에 검은색을 비롯한 여러 가지 색깔을 인쇄하기 마련이니까 필요한 색만 조합해서 찍어내게 된다. 만약 검은 바탕에 흰 색, 눈동자 같은 이미지를 인쇄한다면 흰 부분은 아무 잉크도 뿌리지 않는 거다.

그걸 간과하고 검은 종이 그림을 찍었더니 아무 것도 안 보인다. 뭔가 문제가 생겼나 싶어 노란색으로 찍어봤지만 역시나 안 보인다. 😣   시간이 조금 지나니까 그나마 여기에 뭔가 인쇄했다는 게 보일 정도는 되는데 멀리서 보면 그저 까만 종이다. 실패.

 

검색해봤더니 검은 종이에 흰색으로 인쇄를 하려면 흰색 잉크를 장착한 특수 프린터를 갖고 있는 전문점에 의뢰해야 한다고 한다. 제기랄.

 

사놓은 검은 종이를 그대로 썩히기가 아쉬워서, 파일롯에서 나온 흰색 펜으로 대충 끄적거려봤더니 생각보다 예쁘게 나온다. 이거다 싶어 금색, 은색 펜을 추가로 샀다. 그리고 근무 중에 한가할 때 1㎝ 간격으로 양 쪽 끝 부분에 점을 찍은 뒤 그걸 이어 줄을 그었다. 그렇게 손으로 만든 노트에 일본어 단어를 끄적거리니까 꽤 맘에 들더라고. 검은색 종이로 된 노트를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봤더니 검은색 종이로 된 노트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다만, 하나같이 줄이 그어지지 않은 제품이었다. 내가 원하는 건 줄이 그어져 있거나 모눈이 그려져 있는 건데 그런 건 찾을 수가 없더라.

검색 엔진으로써 네일베가 얼마나 형편 없는지 잘 아니까 구글에서 다시 검색했다. 딱히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없어서 Black Paper Note로도 검색해보고 ブラックペーパーノート로도 검색해봤다. 마음에 드는 디자인의 노트를 발견했다 싶으면 열에 여섯은 아이패드用 메모 어플인 굿노트에서 사용하는 PDF 파일이었고, 나머지 넷은 표지만 까만 녀석이었다. 그나마 쿠팡에서 해외 수입 제품으로 판매하는 게 있긴 했는데 배송비가 15,000원이다. 노트 가격과 더해지면 한 권에 4만 원 가까이 한다.

시계는 자정을 넘어 한 시를 향해 달려가는 중이고, 자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아예 없을 리가 없다는 생각으로 계속 검색을 했다. 그 결과... 찾아냈다. 😮

 

 

https://smartstore.naver.com/pencraft

 

펜크래프트 : 네이버쇼핑 스마트스토어

질 좋은 노트와 잉크를 제작하고 써봤던 것 중 좋았던 물건들만 정직하게 선별하여 소개합니다

smartstore.naver.com

 

여기서 팔고 있었다. 한 권에 19,900원. 무료 배송. 검은 종이에 선이 그어져 있다. 딱 내가 찾는 제품이다. 판매자가 "찾다 찾다 없어서 그냥 제가 만들었습니다."라 써놨더라. 맞다. 나도 노트 주문 제작까지 알아봤었다. 전부 흰 종이 뿐이라서 포기했고.

한 번 지르는 김에 확 지르자 싶어 다섯 권을 주문했다. 조금 불안한 건 마지막 구매 후기가 지난 해 11월이라는 건데... 단종 됐다거나 재고가 없다는 이유로 주문이 취소되면 어쩌나 걱정되긴 한다. 제품 상세 페이지에는 오전 아홉 시 주문까지는 당일 배송이라 쓰여 있는데 아직 상품 준비 중으로 나온다. 제발 취소되지 말기를...

 

검은색 노트도 질렀겠다, 검은색 종이에 쓸 수 있는 펜을 더 샀다. 기존에 파일롯의 쥬스업 흰색, 파스텔 오렌지, 파스텔 바이올렛을 두 자루씩 가지고 있었는데 며칠 전에 흰색, 파스텔 오렌지에 금색과 은색을 추가로 샀거든. 부족함이 없을텐데 지름병이 도져서 파스텔 세트, 메탈릭 세트를 질러버렸다. 노트랑 펜 없어서 공부 안 하는 게 아닌데, 공부하겠답시고 책상에 앉으면 책상 정리만 한 시간 하다 지쳐서 나가떨어졌던 과거와 달라진 게 전혀 없다. 😑

 

 

누워서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잠이 들었고, 새벽에 깼다. 다섯 시 40분이더라. 옆 집에서는 여전히 여자 목소리가 들려온다. 대체 뭐하는 여자인지 정~ 말 궁금하다. 매일, 매일, 새벽에 떠든다. 밤에 저렇게 안 자고 설친다는 건 낮에 잔다는 건데, 대체 무슨 일을 하는 거지? 재채기하는 소리까지 고스란히 들릴 정도의 방음 수준을 자랑하는 이 빌라라면 내 청축 키보드가 내는 맑고 고운 소리도 들리고 남을텐데, 잘 때 내가 일기 쓰고 있으면 시끄럽지 않나?

 

아무튼. 낮에 가면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서 일찌감치 투표를 하고 오기로 했다. 손전화로 기온을 확인했더니 영하는 아니기에 기모 있는 트레이닝 복을 입고 나갔다. 춥지는 않더라.

주머니에 손 넣은 채 노래 들으며 터덜터덜 걸었다. 횡단보도를 건너 다음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렸다. 먼저 와 있는 사람이 한 명 있었고 나와 함께 건넌 사람이 둘, 나까지 네 명이 횡단보도 앞에 멈춰 섰는데 한 명이 빨간 불에 건너버리니까 나머지 사람들도 눈치 보다가 건너더라. 난 계속 기다리다가 신호 바뀌어서 그 때 건넜다. 급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투표장이 대학교 입구인지라 젊은 사람들이 제법 보이긴 하는데 나이든 사람도 많았다. 그러면 안 되는데 나이든 사람들을 보자 '저것들이 나라 망치는 머저리에게 표 주는 똥멍청이들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동네는 ㅈㅇㅈ 같은 게 큰 소리 칠 정도로 정치 수준이 형편 없는 곳인지라 큰 기대는 안 한다. 정치 성향이나 공약 같은 걸 따져 보자면 다른 사람을 찍는 게 맞겠지만 워낙 박빙이라고 해서 마지못해 다른 사람에게 한 표를 던졌다.

 

집으로 돌아와 손전화 붙잡고 시간을 보내다가 안대를 끼고 다시 잠을 청했다. 눈을 뜨니 아홉 시 반.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라면으로 배를 채우고 커피를 일 잔 마신 뒤 컴퓨터 앞에 앉아 빈둥거리다가 일기 쓰고 있다. 벌써 13시가 지났다.

 

슬슬 씻고 나가야겠다. 인터넷으로 에어컨 필터를 주문한 게 어제 도착했다. 3개월 마다 갈아야 한다는 글도 있고, 3,000~5,000㎞ 마다 갈아야 한다는 얘기도 있더라. 지난 해 9월인가 10월에 갈았으니까 얼추 6개월 정도 됐다. 교체할 때가 된 것 같다. 한 번 갈아봤으니까 어렵지 않게 갈 수 있겠지. 교체하고 일찌감치 출근해야지. 코로나 예방 때문에 일찍 가도 사무실에 들어가지 못한다. 별도의 사무실에 앉아 책 보다가, 졸다가, 먼저 근무했던 사람이 퇴근하면 그 때 들어가야 한다. 어제는 확진자가 30만 명 넘게 나왔다는데 언제까지 이래야 할지...

그러고보니 오늘 투표소, 개판이더라. 1회용 비닐 장갑을 가져다두긴 했는데 끼라는 말도 없고, 체온 측정은 죄다 Lo로 나온다. 아침 일찍이니까 실외 기온이 낮아 사람들 체온을 제대로 측정할 수 없는 거지. 그냥 넘어간다. 게다가 본인 확인할 때에도 마스크 내리라는 말이 없었다. 맘만 먹으면 대리 투표를 얼마든지 할 수 있겠더라. 정말 중요한 시점의 가장 큰 선거인데, 이렇게 대충 해도 되는 건가? 이래서야 누가 되더라도 부정 투표 의혹은 나올 수밖에 없다. 또 헛된 일에 시간과 돈을 써야 한다. 한심하다.

 

 

3일 쉬고 오랜만에 출근한다. 아... 가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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