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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2년 04월 20일 수요일 맑음 (○○ 당일치기)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2.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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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쉬는 날에는 아버지께 다녀오기로 했다. 50년 동안 관리해준다고 해서 뼛가루를 담은 항아리를 묻어뒀는데 50년은 고사하고 5년도 안 되어 그냥 방치해버리더라. 잡초가 무성하게 자랐고 햇볕에 바란 조화는 바스라져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어찌나 휑한지 자리를 찾는 것조차 힘들었다. 가까이 살면 생각날 때마다 가볼텐데, 나는 전국을 떠돌아야 하는 처지라서 동생 × 가까이에 모셨더랬다. 그런데 저 썩어뒈질 ×은 아버지 돌아가시고 딱 한 번 찾아갔더라. 고모께서 가지도 않는다고 뭐라 하니까 갔었다고 말 같잖은 거짓말이나 하고. 아버지가 내 앞으로 땅을 물려주려다가 연락이 안 되어 동생 앞으로 해놨는데 그거 처먹으려고 악어의 눈물 흘려가며 연기한 게 아닌가 싶다. 뭐, 어차피 그 땅에 욕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나한테 가족 같은 건 없으니까 어찌 되든 상관 없다. 다만, 저 더러운 ×은 벌 받기를 바란다.

 

잡초 뽑고 과자랑 콜라 올려두면 더 할 일도 없는지라 몇 년 전에 화개장터에 갔을 때 묵었던 숙소에 들러 하루 자고 오는 걸로 일정을 짰더랬다. 그런데 어제부터 며칠 간 출근하지 않게 되면서 '그냥 일찌감치 다녀올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슬슬 나가야 되는데 막상 나가려니까 귀찮아서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정오가 지나버렸고 결국 늦었다는 핑계로 안 갔다.

 

하루를 헛되이 보낸 것 같아 오늘은 다녀와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어제 하루 동안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잔뜩 질러 놨으니 자고 오는 건 좀 꺼려지고, 당일치기로 호다닥 갔다 오기로 했다. 편도 두 시간 반 정도 걸린다고 나오니 왕복 다섯 시간 정도 걸린다.

 

당연히 운전하고 갈 생각이었는데 대중 교통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 기차를 알아봤더니 시간은 얼추 비슷하다. 비용도 비슷한 것 같은데 직접 운전해서 가는 게 더 싸게 먹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집을 나서기가 힘들어서 빈둥거리는 사이에 또 시간이 간다. 아홉 시 반이 넘었다. 대충 씻고 나가야겠다. 열 시 반에 출발한다고 치면 17시 전에는 돌아올 수 있겠지. 바람 쐴 겸 슬렁슬렁 다녀와야겠다.

 

 

한글 2018에서 블로그로 포스팅이 된다기에 알아봤더니 티스토리는 API 서비스 종료해서 포스팅이 안 된단다. 어쩐지, 자꾸 에러 나더라니. 티스토리의 글자, 문단 편집 기능이 워낙 형편 없으니 한글로 작성해서 HTML로 저장한 뒤 올릴까 싶기도 했는데 엄청 번거롭다. 그냥 하던대로 해야겠다.

 

블로그로 수익이 생기는 건 아니지만 자기 만족으로 하고 있는데 요즘 너무 건성인 것 같아서... 공을 좀 들이고 싶은데 막상 하려고 하면 귀찮다. 어째 귀찮은 일 투성이냐.

 


 

 

거창 휴게소에 들렀다. 저 사과 모양의 전망대가 생각나는 걸 보면 처음은 아닌 것 같다. 화장실에 다녀와 편의점에서 음료수와 아버지 묘에 둘 과자를 샀다. 평소에는 커피로 충분히 카페인을 섭취하고 있다는 이유로 몬스터 같은 에너지 드링크를 먹지 않는데 운전할 때에는 그렇게 먹고 싶을 수가 없다. 편의점에서 분홍색 몬스터를 집어들면서 역시 나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전망대에 올라가본 적이 없는 것 같아 가보려고 했는데 수리 중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코로나 때문에 폐쇄하고 방치해뒀던 것을, 슬슬 풀리는 분위기가 되니까 손 보는 듯 했다.

 

 

산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있어야 할 것 같은 자리는 바~ 싹 말라 있었다.

 

 

다음으로 들린 휴게소는 지리산. 아침에 커피를 일 잔 마신 탓인지 화장실에 들린 지 얼마 안 됐는데도 자꾸 신호가 와서 휴게소마다 발도장을 찍어야 했다.

 

 

착시 효과를 이용해 남원 광한루를 배경으로 한 것처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장소. 지리산 휴게소는 그리 크지 않은 규모지만 이것저것 재미있는 시설이 많다.

 

 

집에만 있기에 아까운 날씨였다. 갈까 말까 망설였었는데 역시 나가길 잘 했어.

 

 

 

 

지리산을 지척에 두고 있으니 지리산도 넣어야 하고, 예전에는 88 고속도로라 불렀으니 그 이름도 넣어야 하고, 결국 완성된 이름이 지리산88정. 😑

 

 

 

 

여러 번 오르내린 천왕봉인데, 이렇게 보면 어디가 어딘지 당최 모르겠다.

 

 

 

 

 

 

 

 

이제는 저런 장독대를 두고 사는 집을 보기가 어려워졌다.

 

 

 

 

고추 씨를 금화로 형상화해서 만든 조형물이라고 한다. 휴게소에 이런 거 하나씩 있는 건 나쁘지 않다고 본다. 만든 사람 말고는 뭔 의미인지 알 수 없는 걸 몇 억 원 주면서 만드는 것보다는.

 

 

유명한 관광지에서 볼 수 있는 느린 우체통 같은 건 줄 알았는데 우편물 보관함이었다. ㅋㅋㅋ

 

 

 

 

 

 

 

 

 

 

아버지가 어렸을 때 살았던 곳이 순창. 그 중에서도 금과. 이제는 갈 일이 없는 곳이 되었다.

 

 

 

 

얼마만에 온 건지 모르겠다. 관리를 전~ 혀 안 해서 잡초가 무성하다. 전에 들렀을 때 두고 간 가짜 조화 화분 여러 개 중 두 개만 남겨져 있었고. 동생이라는 ×이 왔다가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한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졌다.

 

 

예전에 다녀오려고 다이소에서 미리 사뒀던 조화 화분을 늘어놓고, 오래 되어 망가진 해병대 스티커도 다시 올려놨다. 다음에 갈 때에는 제대로 된 걸 사서 가야겠다. 아빠가 좋아했던 과자랍시고 오징어 땅콩을 샀는데 롯데 꺼였다. 오리지널은 해태 아니었나? 긴가민가 싶다. 콜라 만큼은 반드시 올려야 하니까 잊지 않았다.

 

 

이렇게 그림자로나마 같이 사진을 찍었다. 잡초 뽑고 대충 정리해놓는 데 10분 쯤 걸렸나? 두 시간 반 운전해서 간 뒤 10분 보내고 다시 두 시간 반 운전해서 돌아가야 했다.

 

 

아버지를 모실 때까지만 해도 이 쪽은 휑~ 했는데, 이제 아버지 뒤쪽은 물론이고 이 쪽도 꽉 찼다. 그나마 최근에 만들어진 곳이라 꽃들이 많다.

 

 

이 쪽은 극과 극이다. 방치된 곳은 잡초만 무성하고, 꾸며진 곳은 알록달록. 그 중간 어딘가에 햇볕에 바래 플라스틱 꽃이 부서지는 곳이 있다. 아빠가 계신 곳은 방치된 상태였다.

 

 

일본에서 돌아온 뒤 두 번째 방문이었다. 다음 방문은 언제가 될까? 미리 해병대 스티커 좀 사고, 티셔츠도 액자 같은 데 넣어서 준비해놔야겠다.

 

돌아올 때에는 휴게소에 한 번도 들리지 않았다. 내비게이션 안내가 이상해서 제대로 빠지지 못한 탓에 ㅊㄱ IC로 빠졌다가 유턴해서 다시 고속도로를 타야 했다.

 

무사히 잘 다녀왔고, 택배 들고 와서 정리하고 있는데 동기 녀석에게 전화가 왔다. ㄷㄱ 왔다며 보자고 한다. 멀리서 내려왔는데 얼굴이라도 봐야겠다 싶어 근처로 오라고 해서 만났다. 간단하게 일 잔 했다. 지난 해 12월 말 이후 4개월 만에 술을 마셨다. 그래봐야 소주 두 잔도 안 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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