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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2022 일본 여행 ⑦ 인생 술집:ごはんとお酒と布と糸 fudan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2.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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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간 곳은 미나미타나베駅 근처의 자그마한 이자카야. 2018년에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무척이나 맘에 들어 유학하는 동안 2~3개월에 한 번씩, 기념할 만한 일이 있을 때 찾았던 곳이다. 앞으로 더 맘에 드는 가게를 만나게 될 수도 있겠지만 2022년 11월 기준으로 내 인생 최고의 술집이다.

 

교토에서 하루카를 타고 가다가 신오사카를 지나 텐노지駅에서 내렸다. 전철로 가도 되겠지만 무거운 가방을 짊어지고 있었기에 택시를 타기로 결정. 일본의 택시 요금은 한국보다 최소 두 배 이상 비싸기에 어지간해서는 안 탔다. 유학하는 1년 반 동안 택시를 탄 적은 손에 꼽을 정도. 하지만 이번에는 짐도 무거웠고 동행에게 일본의 택시를 경험하게 해주고자 과감(?)하게 서 있는 택시에 올라탔다. 텐노지駅에서 미나미타나베駅까지 2,000円이 조금 안 되는 돈이 들었다.

 

일본의 택시 이용은 우리나라와 같아서 크게 어려울 게 없습니다. 손을 들어 세우고 타면 됩니다. 단, 뒷문이 자동으로 열리니까 일부러 열려고 하지 마세요. 택시가 완전히 멈추고 나면 뒷문은 자동으로 달칵! 하고 열립니다. 택시에 타면 자동으로 닫히고요. (전자식 센서 같은 걸로 열리고 닫히는 줄 알았는데 기사가 운전석에서 쇠로 된 봉을 오로지 힘으로 작동시켜 열고 닫는 거였습니다.)

내릴 때 미터기에 표시된 요금을 내면 되고요. 우리나라처럼 카드 결제는 안 됩니다. 앞으로 가능해질지도 모르지만 2022년 11월 기준으로 카드 결제 택시는 못 봤네요.

우리나라처럼 어플로 택시를 부르는 것도 가능하긴 합니다만, 유명한 어플 두 가지 중 한 가지는 거주 국가가 일본으로 설정되어 있지 않으면 설치할 수 없습니다(구글 플레이 스토어는 거주 국가 변경을 1년에 한 번만 할 수 있으므로 여행 때문에 거주 국가를 변경했다가는 번거로운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나머지 하나는 설치가 가능합니다만 사용해본 적이 없어서 도움이 될만한 글을 쓸 수 없네요.

 

 

10월에 미리 예약을 했기 때문에 가게에 들어가면서 예약을 했다고 하니 바로 내 이름을 말하며 안내를 해준다. 바 쪽의 테이플에 앉아서 스윽~ 둘러보니 내부가 뭔가 조금 바뀌었다. 예전에는 입구 쪽에 다다미 같은 게 깔린 평상 같은 공간 위에  좌식 테이블이 여섯 개인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게 다 테이블로 바뀌었다. 바 쪽 테이블에는 두 칸 마다 투명한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었고. 전면에도 칸막이가 있었다. 코로나로 인한 변화가 아닌가 싶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부터 봤다. 예전의 그 메뉴다. 바뀌지 않았다. 술은 일단 風の森(카제노모리: 바람의 숲)를 주문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본 술이다. 나라에서만 판매하는 술인데 냉장 보관이 필수인지라 세 시간 이내에 꼭 냉장고에 넣어야 한다. 탄산의 강약과 쌀의 품종에 따라 여러 종류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같은 이름을 가진 술이라도 라벨의 색깔 같은 게 다르다. 오사카에 가면 반드시 한 번은 마시려고 노력하는 술 되시겠다.

안주는, 예전에 내가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이름은 모르겠지만 이걸로 부탁드린다고 했다. 바로 알아보시고는 준비해주시더라. 

 

술을 따른 뒤 사진을 찍고, 기본으로 제공된 안주와 함께 한 모금 마셨다. 크으~ 이거지, 이거!

 

같이 간 일행은 이미 분위기에 엄지를 들어버렸고, 술과 안주를 먹은 뒤 다시 한 번 감탄했다. 일본의 가정식이 먹고 싶다거나, 일본인들이 사는 평범한 집을 보고 싶다거나, 특별한 어딘가를 가는 것보다는 평범한 일본인의 삶을 궁금해하는 분인데 관광지의 요란한 술집이 아니라 잔잔한 이자카야였기에 맘에 들어하신 게 아닌가 싶다.

 

 

손으로 쓴 정갈한 메뉴. 잔~ 뜩 복사해서 쓰는 모양이다. 예전과 달라지지 않았다. 가격도 변함이 없는 것 같다.

 

한국보다 변화의 속도가 느린 일본(이라기보다는 한국이 워낙 빠른 거지)이기에 좀처럼 달라진 모습을 보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없어지고 옮겨간 가게가 적잖게 보였더랬다. 하지만 이 곳은 지역 주민의 사랑을 받고 있어 충분히 버틸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평일 저녁인데도 나이 지긋하신 노인들부터 가족 단위의 손님까지, 평범한 일본인으로 보이는 다양한 손님들이 방문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안주. 굴도, 버섯도, 새우도,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게 없다. 정말 맛있다. 눈물 날 뻔 했다.

 

나는 여러 번 먹어봐서 아는 맛이니까, 같이 간 동행에게 먼저 먹어보라고 했다. 틀림없이 맘에 들어할 거라 자신했고, 예상대로 무척이나 만족해하며 드셨다. 교토의 에이칸도와 인생 술집의 저 안주는 지금까지 실패한 적이 없다.

 

 

카제노모리는 금방 사라졌다. 일행에게 다양한 술을 맛 보게 하고 싶어 다른 술을 골랐다. 빨간 쌀을 사용해 술 색깔도 빨갛다.

 

닭고기에 새큼한 소스가 뿌려져 있다. 처음 먹어 봤는데 이것도 맛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같은 안주를 하나 더 시키고 싶었지만 너무 좋아하는 티를 내는 것 같아 참았다. 일하시는 분께 안주를 추천해달라고 했고 그 결과로 받은 게 고등어 타다키였다. 고등어를 얇게 썰어 콩비지 같은 것과 함께 먹는 음식이었다. 검색해보니 고등어를 소금과 식초에 절여서 만든 음식을 시메사바라고 한단다. 겉을 토치로 살짝 구워낸 건 아부리시메사바(炙りしめ鯖)라 하고. 아마도 그 음식인 듯 하다.

생선을 좋아하지 않는데다 날 생선은 거의 입에 안 대는 사람인지라 좀처럼 손이 가지 않았지만, 그래도 아까우니까 한 점 먹어 봤다. 역시... 난 날 생선과 안 맞는다. 하지만 일행은 맛있다며 부지런히 입으로 옮겼다. 다른 안주가 필요해서 닭고기를 주문. 일행은 나와 달리 닭고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결국 둘이 각자의 안주를 두고 한 잔씩 마신 셈. ㅋ

 

마음 같아서는 더 마시고 싶었지만 여기서 잔뜩 취해버리면 숙소까지 가는 게 힘들어질테니 적당히 마시기로 했다. 숙소 근처에서 맥주 한 잔 더 하면 되니까. 두 시간 쯤 마신 뒤 계산을 하고 나왔다. 둘이 마셔서 6,000円 살~ 짝 넘게 나왔다. 혼자 마셨을 때에도 저 정도 나왔으니까, 뭐.

 

JR Pass가 있으니 미나미타나베駅에서 전철을 탄 뒤 JR 난바駅에서 내려도 되겠지만 그렇게 하면 숙소까지 한~ 참을 걸어야 한다. 꽤 먼 거리를 걸어 니시타나베駅까지 걸어간 뒤 미도스지線을 타고 난바까지 이동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인생 술집에서 니시타나베까지 가는 거리면 그냥 JR 난바에서 내려 숙소까지 걸어갔어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 😑

 

술집 이름은 'ごはんとお酒と布と糸 fudan'입니다. ごはん(고항)은 밥이라는 뜻이고 と(토)는 우리 말의 ~와 또는 ~랑에 해당하는 조사입니다. お酒(오사케)는 술, 布(누노)는 천, 糸(이토)는 실입니다. 밥과 술은 알겠는데 천과 실이라... 그러고보니 직접 만든 걸로 보이는 코스터 같은 걸 팔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밥과 술만 파는 것이 아니라 수제 공예품 같은 걸 팔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미나미타나베駅에서 계단을 내려가 왼쪽으로 나갑니다. 자전거가 잔~ 뜩 보인다면 맞게 나간 겁니다. 안 보인다면... 그대로 뒤돌아서 반대쪽으로 나가면 됩니다. 자전거가 세워진 쪽으로 나가 주위를 둘러보면 앞에 패밀리마트 편의점이 보일 겁니다. 패밀리마트를 정면으로 바라본다는 가정 하에 왼쪽으로 꺾어 길을 따라 조금만 걸으면 바닥 색깔이 빨갛게 된 부분이 보일 겁니다. 공사한다고 임시 포장한 상태라 그런 건가 싶기도 한데, 아무튼 거기에서 오른쪽으로 90도 꺾어 들어가면 이내 가게가 보입니다.

일요일은 휴무이고 22시 30분에 문을 닫으니까 늦은 시각까지 마실 수는 없습니다. 평일에도 꽉 차는 경우가 꽤 자주 있습니다. 실제로 자리가 없어서 돌아간 적이 두 번 있습니다.

실내 분위기도 마음에 들고, 사장님과 직원들도 친절한데다 음식 맛까지 훌륭해서 좋아합니다. 하지만 이런 호불호는 사람마다 갈리기 마련이니 결국 선택은 본인의 몫입니다.

《 음식점으로부터 그 어떤 혜택을 받지 않았습니다 》
└ 솔직히 말하자면, 나만 알면 좋겠다 싶... ㅋ

 

2022년 7월에 저장된 사진. 지금도 저 빨간 간판의 오코노미야키 가게가 영업 중이다. 여기서 우회전입니다. ㅋ

 

원 클릭(?) 전진했더니 갑자기 가게가 바뀐다. 2018년 10월에 저장된 사진에는 오코노미야키 가게가 들어서기 전에 있던 곳이 남아 있다.

 


 

난바

일행은 마지막 일본 여행이 5년 전이었고 그마저도 패키지였단다. 난바가 처음은 아니지만 자유롭게 보는 건 처음일테니 천천히 둘러봤다.

 

난바에 유명한 타코야키 가게가 있다는 걸 인터넷에서 봤단다. 글리코 상 앞을 지나 대충 둘러본 뒤 타코야키 가게로 갔는데 사람들이 바글바글. 맛집이 아니라 맛집 할애비라 할 지라도 줄 서서 먹는 건 질색인지라 그냥 지나쳤다. 적당히 둘러 보다가 일단 숙소에 가방부터 두고 와서 더 구경하기로 했다.

 

숙소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아 좀 헤매다가 겨우 체크인을 했다. 빅 카메라 쪽으로 가서 근처를 어슬렁거리며 구경을 했고, 딱히 맘에 드는 가게가 보이지 않아 방황하다가 허름해보이는 선술집에 들어갔다. 맥주를 시켜 한 잔씩 마셨는데 안주 종류가 워낙 많은데다 제대로 읽을 수도 없었고 어수선한 분위기라서 주문하는 게 쉽지 않았다. 게다가 뒤쪽에는 코와 턱이 거뭇해진 상태에서 새빨간 입술 아래로 누런 이를 드러내며 웃는, 여장 남자가 있어서 맥주만 마시고 나왔다. 밖으로 나온 뒤 뒤쪽에 여장 남자가 있었다니까 일행이 화들짝 놀라며 쳐다 본다. 저럴까봐 가게 안에서 말 안 해줬던 거라고. ㅋ

편의점에 들러 맥주와 물을 사서 다시 숙소로 들어갔다.

 

 

 

▶◀ 이태원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아울러 몸과 마음을 다친 분들의 쾌유를 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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