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음이 아예 안 되서 바이크 소리, 사이렌 소리, 코고는 소리,... 온갖 소리가 다 들려왔다. 그나마 실내 온도는 괜찮은 편이라 이불 걷어차지 않아도 되니까 좋더라. 다만 실내는 꽤 습한 편이었던 듯. 자기 전에 널어놓은 수건이 전혀 마르지 않았다.
대충 씻고 나가서 자판기 커피를 마셨다. JR Pass가 있으니까 따로 교통비를 쓰고 싶지 않아서 JR 역까지 걸어갔다. 거기서 텐노지까지 또 한참이다. 미도스지線 타면 금방인데. 200円이 조금 넘는 교통비 아끼겠답시고 이른 아침부터 무거운 가방을 짊어지고 부지런히 걸었다.
텐노지駅에서 하루카를 타고 신 오사카까지 간 뒤 신칸센 탑승 게이트를 통과해서 히카리에 올라탔다. 노조미를 타고 싶었는데 노조미는 히메지에 멈추지 않는단다. 노조미 만큼 밟지는 않겠지만 신칸센은 신칸센인지라 제법 빠르다. 금방 히메지에 도착했다.
2019년 봄에, 걸어서 오카야마까지 가겠답시고 큰 소리 떵떵친 뒤 출발했다가 100㎞ 남짓 걷고 포기한 적이 있었더랬다. 오사카에서 오카야마까지는 200㎞ 정도를 걸어야 했으니 딱 절반 걷고 포기한 거다. 스스로의 체력과 발바닥을 과신한 결과였다. 아무튼, 그 때 멈춘 곳이 히메지였다. 3년 만에 다시 히메지 성을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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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메지 역에서 빠져 나오면 오른쪽에 코인 라커가 있다. 거기에 짐을 보관하고 가벼운 차림으로 히메지 성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히메지 역에서 一자로 쭉~ 뻗은 길을 걸으면 금방 도착할 수 있다. 히메지 성은 이번에 네 번째던가? 여러 번 왔던 곳이라 굳이 들릴 필요는 없었지만 일행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하니 소개해주고 싶었다.
위에 건 링크에 보면 사진을 찍은 게 있는데, 2019년에 일본 100대 성을 뽑았는데 그 때 1위를 한 게 히메지 성이었다. 2위가 오사카 성이었고. 개인적으로는 비교 불가라 생각한다. 오사카 성은 역사적인 의미도 있고 규모도 엄청난데다 주변의 벚꽃이 정말 예쁜 곳이지만 다 무너진 걸 다시 지은 거라 히메지 성에 비할 바가 못 된다.
배가 고팠으니까 성 맡은 편의 가게에 가서 밥부터 먹었다. 나는 우동, 일행은 소바. 아침부터 맥주도 일 잔 마시고. 일행은 밥 먹고 나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먹었는데 맛있다고 감탄사를 연발... 하다가 가격이 500円이라는 걸 알게 되자 감동이 줄어들었다. ㅋㅋㅋ
히메지 성 근처에 코코엔이라는 정원이 있다. 히메지 성에 여러 번 왔지만 코코엔까지 간 적은 없었다. 이번에는 통합 관람권을 구입해서 코코엔에도 가보기로 했다.
히메지 구경을 마치면 오카야마로 넘어갈 예정이었다. 오카야마에는 3대 정원 중 하나로 꼽히는 고라쿠엔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코코엔처럼 작은 정원이 더 맘에 들었다.
히메지 성과 코코엔을 구경하고 나오니 점심 무렵이 됐다. 히메지 성 건너 편에 있는 광장에 천막이 잔뜩 설치되어 있는 게 보였다. 예~ 전에 왔을 때에는 벼룩 시장 같은 게 열리고 있었기에 재미있겠다 싶어 가봤다. 가죽 제품과 주방 용품을 파는 상설 시장 같은 게 열린 거더라. 히메지의 특산품이 가죽인 모양이지? 예쁘긴 정말 예쁜데 가격이 문제. 0 하나만 빠졌더라면 냉큼 질렀겠지만 생각보다 너무 비쌌다. 망설임 없이 포기할 정도로 부담스러운 가격. 눈으로만 구경했다.
두유로 만든 도넛을 팔고 있었는데 일행이 그 맛을 궁금해했다. 줄을 서서 도넛과 커피를 샀다. 뭐, 별 차이 없더라. ㅋ 길을 건너 아케이드 시장 건물로 들어가니 타코야키를 파는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일행이 타코야키도 먹고 싶다고 해서 주문. 기다리는 사람이 꽤 많더라. 가게에서 수다 떨다보니 금방 우리 차례가 되어 가게 안에서 먹고 나갔다.
그러고 있는데 마사미 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원래는 오카야마에 가면 마사미 님이 근처의 유명한 관광지에 데려가 주시기로 했었다. 그런데 가족에게 좀 안 좋은 일이 생기는 바람에 취소하게 됐다. 여행은 물론이고 만나는 것도 어렵게 됐다. 하지만 모처럼 오카야마까지 간다는데 만나지 못하는 게 못내 맘에 걸리셨던 모양이다. 어떻게든 시간을 내시는 것 같았다. 결국 저녁에 잠깐 만나 뵙기로 했다.
히메지 역으로 돌아가 짐을 찾고, 열차를 타려고 했는데 시간이 애매하다. 한 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했다. 열차에 올라타 흔들거리고 있자니 잠이 쏟아진다. 끄덕끄덕 졸다가 오카야마에 도착했다.
▶◀ 이태원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아울러 몸과 마음을 다친 분들의 쾌유를 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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