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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2022 일본 여행 ⑬ 오사카 텐노지에서 추억 파먹기 Ⅰ (우체국 은행 돈 찾기)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2.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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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를 하는 것도 아침파(派)와 저녁파가 있단다. 나는 아침파에 가까운 것 같다. 하지만 여행을 할 때에는 저녁파가 된다. 하루종일 돌아다니느라 땀을 많이 흘렸기 때문에 숙소에 들어가면 샤워부터 한다. 다음 날 아침에 숙소를 나설 때에는 귀찮기도 하고 집과 다른 환경이 어색하기도 해서 세수랑 면도만 하는 수준이다. 이 날도 마찬가지였다.

1층으로 내려가니 마마가 아침 식사를 준비해두고 기다리는 중이었다. 아침은 먹지 않아도 된다고 사양을 한 뒤 커피 한 잔을 얻어 마셨다. 잠깐 수다를 떨다가 내년에 또 오겠다 약속하고 체크 아웃. 이번에도 사진을 찍었다. 내년에 가면 이번에 찍은 사진을 보여주시겠지. ㅋ

 

 

 

이른 아침, 사람이 거의 없는 거리를 걸어 가까운 JR 역에 도착했다. 가방이 천근만근이다.

 

일본은 퀵보드에도 번호판을 붙여 놨다. 이동 수단의 관리에 유난히 철저한 일본이다.

 

이른 시각이라 철도 박물관은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보고 갈까 하다가 사진만 찍고 그냥 돌아섰다.

 

게스트하우스 컴퍼스에 묵기 위해 또 들릴 게 분명하니까, 그 때 봐도 된다. 근처에 아쿠아리움도 있는데 거기도 천천히 다녀오고 그래야지.

 

 

알록달록 요란한 전철이 지나간다.

 

조용하고 자그마한 시골 역...의 분위기지만 역 하나만 더 가면 교토다. ㅋ

 

급행은 멈추지 않고 지나치는 역이라서 모든 역에 멈추는 전철을 기다려야 한다. 꽤 오래 기다렸는데 사람들로 바글바글. 코로나 이전이었다면 그냥 꾸깃꾸깃 탔겠지만 지금은 좀 걱정이 된다. 결국 타지 않고 그냥 보냈다. 보통은 전철의 맨 앞과 뒤가 널널한데 내가 보낸 녀석은 중간 차량이 좀 더 한적하더라. 그래서 자리를 옮겼고 다음에 온 걸 타고 교토駅까지 갔다.

아홉 시 30분에 플랫폼에 도착했는데 딱 그 때 출발하는 하루카가 있다. 아직 출발하지는 않았지만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듯 했다. 서두를 이유가 없어서 그냥 보내고, 딱히 할 게 없으니까 밥이나 먹어야겠다 싶어 플랫폼 근처에 있는 우동 가게로 향했다.

 

아침 정식 메뉴가 있었지만 그냥 새우 우동 곱배기를 주문. 일본에 가면 가장 많이 먹는 게 우동이다.

 

특이하게 생긴 열차라서 사진을 찍었다. 검색해보니 오사카와 시모노세키를 왔다갔다 하는 침대 열차란다.

 

2박 3일 스위트 룸이 120만 円이란다. 응? 120만? 120만? 우리 돈으로 1,200만 원? 😱

 

 

이번 여행에서는 하도 오사카랑 교토를 왔다갔다 해서 저 물에 박힌 녹슨 기둥을 몇 번 봤는지 기억도 못할 정도. ㅋ

 

텐노지에서 내렸다. 40년 넘게 살면서 1년 넘게 산 곳을 따져보니 포항, 광주(전라도), 서울 영등포/명륜동, 백령도, 익산, 분당, 광주(경기도), 평택, 텐노지(오사카), 용인, 그리고 지금 사는 ○○ 정도인데, 텐노지에서 산 건 1년 반 밖에 안 된다. 하지만 외국이라 그런지 유난히 기억에 남은 동네다. 3년 동안 올 수 없었기에 무척 그립기도 했고.

 

원래는 이것저것 사서 택배로 부칠 계획이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일본 우체국에서 가장 큰 상자를 산 뒤 EMS로 보낼 돈이면 캐리어를 사고도 남겠더라. 이번에 산 항공권은 15㎏의 위탁 수하물을 포함하고 있으니까 차라리 캐리어를 사자고 마음을 바꿔 먹었다. 일단 어깨를 무겁게 내리누르는 가방부터 어떻게 해야 했다. 짐을 맡기러 숙소로 향했다.

여행 마지막 날 예약한 숙소는 미야코 시티. 텐노지駅의 동쪽 출구로 나가면 바로 보이는 곳이다. 학교 다니면서 수도 없이 봤던 호텔이고 게 무한리필 때문에 가봐야지, 가봐야지 하다가 결국 못 가본 곳. 안으로 들어가니 로비가 제법 넓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비싼 숙소답다. 지금까지는 하루에 3~4만 원 정도였지만 이 곳은 10만 원!

예약했는데 짐을 맡길 수 있겠냐고 하니 확인을 하고는 짐을 맡아주었다. 숫자가 적힌 자그마한 플라스틱을 건네주었고. 이 플라스틱 조각은 짐을 찾을 때 돌려주면 된다.

 


 

화장실도 갈 겸 학교에 들렀다. 수업 중이라 아무도 없을 줄 알았는데 1층에 학생들이 꽤 모여 있었다. 예전에는 자판기가 세 대 있었는데 달랑 한 대만 남아있는 걸 빼고는 딱히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마음 같아서는 2층으로 올라가 한국어가 가능한 스태프가 그대로 있는지, 선생님들 중 나를 기억하는 분이 계신지 알짱거려보고 싶었지만 없어 보이니까 그만 뒀다. 나카모토 선생님께도 일본 왔다고 연락할까 말까 하다가 안 했는데 괜히 교무실 가봐야, 뭐. 😑

 

이 날의 가장 중요한 일은 우체국에 들러 잔액 조회를 하는 것이었다. 당연한 것이겠지만 외국인이 일본에서 통장을 개설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보통 2년 이상의 비자가 있어야 통장을 만들어준다고 들었다. 알아서 쫀 나는 상대적으로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우체국에 가서 통장을 만들었다. 학교 근처에 있었기에 평소 외국인을 많이 상대해본 모양인지 친절하게 대해주셨던 기억이 났다.

 

 

2018년 10월 02일 화요일 맑음 (집에만 있기 싫은 날씨, 우체국 통장 개설, 호라이 부타만) (tistory.com)

 

2018년 10월 02일 화요일 맑음 (집에만 있기 싫은 날씨, 우체국 통장 개설, 호라이 부

어제는 21시도 안 되어 자려고 누웠다. 사실은 공부해야지~ 하고 마음 먹었는데, 집에서 혼자 빈둥거리고 있음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안 든다. 일본 오면 온통 일본 말만 들리고 할 테니까

40ejapan.tistory.com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기 얼마 전, 지인의 딸이 NCT 뭐시기인가 하는 아이돌의 공연을 본다고, 티켓을 예약해줄 수 있냐고 물어왔다. 그 일이 있기 얼마 전에 다른 사람으로부터 BTS의 일본 콘서트 티켓 응모를 부탁 받은 적이 있어서, 한국 아이돌의 팬인데 한국 공연 티켓을 예매하지 못해서 일본 공연을 예약하려 하는 일이 의외로 흔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어려운 일도 아니고 해서, 예약을 하고 지인으로부터 받은 돈을 대신 입금했다.

그런데 코로나가 급속히 퍼지면서 공연이 취소되었다. 😱   환불을 받아야 했는데 그 절차가 꽤 번거롭더라. 검색을 해서 환불 신청을 하긴 했는데, 입금이 되기 전에 귀국하게 되었다. 제대로 환불이 되었는지 확인할 수 없었던 거다. 지인은 그냥 없는 셈 치겠다고 쿨하게 넘어갔지만 20만 원이 넘는 돈이니까 그럴 수는 없지.

 

 

 

통장을 만들었던 우체국에 가서 ATM 기기에 카드를 넣었다. 잔액 조회를 하려고 했는데 오류가 난다. 예상은 했다. 2년 넘도록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으니 거래 정지되었겠지. 창구로 가서 물어봤다. 출금하고 싶은데 에러가 난다고.

이것저것 건네주고, 기다리고, 질문에 대답하고,... 시간이 꽤 걸렸는데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거래 정지가 된 통장에서 돈을 찾고 싶다면 재류 카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재류 카드는 외국인이 일본에 장기간 체류할 때 만들어주는 신분증인데, 비자가 만료되어 일본을 떠나게 되면 카드에 구멍을 내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표시를 남긴다. 구멍난 카드가 굳이 필요할까 싶어 챙기지 않았는데, 재류 카드가 없어서 출금할 수 없는 거다.

더 이상 통장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즉 해약을 한다면 남은 금액을 찾을 수 있으니까 해약이라도 해보려 했다. 해약을 하려면 통장, 인감 도장이 있어야 하고 여권 뒷면에 주소와 전화번호가 기록되어 있어야 한단다. 통장은 있지만 인감이 있을리 없지. 여권 뒤도 깨~ 끗하고. 결국 해약도 안 되는 거다.

 

 

 

통장에 있는 돈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내년에 다시 일본에 갈 때 잘 챙겨가서 출금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도와주신 직원 분(흔히 있는 일이 아니라서 그런지 여기저기 전화하고, 이것저것 물어보고...)께 감사하다 인사를 드리고 밖으로 나갔다.

 

날씨가, 말도 안 되게 좋다. 엄청난 날씨다.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길. 전~ 혀, 1도 변하지 않았다. 살던 때와 똑~ 같다.

 

여기도...

 

날마다 걷던 길이다. 하나도 변함이 없다. 날씨까지 좋으니 걸으면서 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일본어 실력을 늘리겠답시고 벤치에 앉아 있던 할아버지, 할머니와 수다 떨었던 놀이터.

 

아침 일찍 문  열던 오래된 카페. 여전히 영업 중이었다.

 

어? 평일인데 문을 닫았다?

 

살던 집 근처에 있는 작은 서점이다. 아침 일찍 문을 열고 저녁에도 항상 불이 켜져 있던 곳. 저기에서 책을 산 적은 없지만 지나다니면서 수도 없이 봤던 곳인데 평일 낮에 문이 닫혀 있는 걸 처음 보는 듯 하다.

 

 

할머니가 타코야키를 구워 팔던 곳도 휑~ 하다. 아예 정리를 한 것처럼 조리 도구가 남아있지 않았다.

 

아... 아아... 지난 3월에 할아버지께서 갑자기 돌아가셨단다. 그래서 70년 간 운영했던 서점 문을 닫는단다.

 

코로나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서점을 운영하던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단다. 옆에서 타코야키를 구워 팔던 할머니는 서점 일에 관여를 하지 않으신 모양인지, 아니면 연세가 있으셔서 쉬고 싶으셨던 모양인지, 서점을 포기하신 것 같다. 자식이 있는 듯 하지만 물려 받거나 하지는 않은 모양.

저 서점에서 책을 산 적은 없지만 지나다니며 항상 보고, 아침에 학교 갈 때면 할머니와 눈이 마주쳐서 인사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는데... 변한 게 전혀 없다고 생각했던 동네에서 처음 맞닥뜨린 변화가...

 

 

할아버지가 직접 커피를 내려 팔던 카페도 문을 닫았다. 꽤 오랫동안 비어 있는 듯 하다.

 

여기는 집에서 할 일이 없어 구글 지도로 근처를 검색하던 중 커피가 맛있다는 평이 있어 가보려다 못 갔던 곳이다. 지나다니면서 보니 조끼까지 갖춰 입은 할아버지가 커피를 내리고 계시더라. 프랜차이즈 카페가 대부분 전면 금연으로 가고 있지만 실내에서 담배 피워도 되는 곳인 듯 했고. 살던 곳이 그리워 몇 달 전에 구글 지도로 봤더니 임대한다는 종이가 붙어 있어 폐업한 줄은 알고 있었는데, 여전히 가게가 나가지 않는 모양이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코보레구치駅. 처음 이사 와서 길 물어보러 갔던 걸 제외하면 한 번도 간 적이 없다.

 

모퉁이의 자그마한 공간은 내가 떠나올 무렵 한창 공사 중이었는데, 깔끔한 소품 샵으로 바뀌어 있었다.

 

저 높은 건물이 내가 살던 집. 11층 건물의 11층에 살았더랬다. 이 일대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

 

커트가 3,000円이라서 엄청 놀랐던 미용실. 500円 올랐네. 여기도 지나다니며 보기만 했지 한 번도 이용한 적이 없다.

 

 

오른쪽에서 세 번째였나, 네 번째였나. 네 번째였던 것 같다. 아무튼 맨 꼭대기 층이 내가 살던 집. 지금은 누가 살고 있을까.

 

학교 갈 때 걷던 길을 따라 걷다가, 작아진 집을 바라보며 다시 한 장. 궁상 떤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리운 걸 어떻게 해.

 

내 인생의 황금기라 생각하는 시기니까, 그리울 수밖에 없다. 살았던 기간은 1년 반 밖에 안 되지만, 가장 열심히 공부하고 가장 즐겁게 지내면서 하고 싶은 건 다 했던 때.

 

 

이불 빨래를 하기 위해 종종 이용했던 동전 세탁방.

 

신라면과 김치를 비롯한 한국 음식을 팔던 반찬 가게. 이름이 오모니(어머니)다. 아직도 영업 중이더라.

 

한국에서는 신라면을 먹지 않았다. 흔하기도 하거니와 딱히 맛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일본에서 가장 구하기 쉬운 한국 라면이 신라면이었기에, 츠루하시의 한인 타운에서 라면을 사서 쌓아놓기 전까지는 가끔 먹었다.

 

 

아까 집 쪽으로 걸어왔던 길과 반대쪽. 실제로 학교 갈 때 이용했던 그 길을 그대로 걷는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볼 수 있는 하루카스. 이번에 이렇게 봤으니 당분간은 괜찮다. 그리움을 참을 수 있다.

 

길을 건너다가 문득 맥도날드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학교에 다닐 때에도 점심을 먹지 않았는데 교실에 남아 가만히 있으니까 다들 왜 굶냐고 물어보더라. 그게 불편해서 맥도날드까지 걸어가 커피 한 잔만 마시고 교실로 돌아갔다. 간혹 햄버거 냄새 때문에 배고픔을 이길 수 없을 지경이 되면 햄버거를 사먹기도 했고.

 

 

종종 들려 군것질 거리와 반찬을 샀던 오아시스. 이번에 과자를 좀 사서 한국에 가지고 오려 했는데 어찌 하다보니 실패...

 

저 멀리 가스토도 보인다. 일본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는, 가성비 좋은 패밀리 레스토랑이다.

 

드디어 맥도날드에 도착. 아무리 적게 잡아도 100번 넘게 이용한 듯 하다.

 

맥도날드도 예전 그대로였다. 한 가지 달라진 게 있다면 예전에는 어느 쪽 문으로 가도 관계 없었지만 지금은 입구 전용, 출구 전용으로 나뉘었다는 것? 매니저 급으로 보이는, 친절한 아주머니도 그대로 계셨고. 반갑더라. 빅맥을 주문해서 천천히 먹고 나왔다.

 

다시 학교 쪽으로 이동. 점심 때 타코야키 사는 학생들로 바글바글했던 가게도 한 번 찍어봤다.

 

 

 

▶◀ 이태원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아울러 몸과 마음을 다친 분들의 쾌유를 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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