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에서 나와 학교 쪽으로 간 뒤 대충 한 번 스~ 윽~ 보고, 교류 센터에 가보기로 했다. 집에서 3㎞ 정도를 걸으면 국제 교류 센터가 있는데 거기에 자주 갔더랬다. 학교 입학 후 일본어 실력을 빨리 늘리겠답시고 교류 센터에서 진행하는 수업도 신청을 한 거지. 의욕이 넘치던 때였다. ㅋㅋㅋ
여유롭게 구경하고, 안에 들어가 잠깐 앉았다가 가볼까 싶었는데 뭔가 사람이 오는 걸 꺼리는 분위기? 나만 그렇게 느낀 건지 모르겠지만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아 대충 보고 돌아나왔다. 일본의 도서관은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한데다 소음에 관대해서 여러 가지로 불편했다. 그래서 교류 센터를 종종 이용했는데 5초에 한 번씩 미친 듯 머리를 긁어대던 머리 빌런 녀석이 있었다. 중학생인지 고등학생인지 모르겠는데, 여전히 미친 듯 머리를 긁고 있으려나?
소방차나 구급차가 보이면 바로 바로 양보할 것 같은 일본인데, 의외로 양보를 안 하더라. 사이렌을 울리고 있는데도 멈추지 않고 차가 계속 지나갔다. 아, 물론 일본이 아니라 오사카라서 조금 더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오사카 사람의 이미지는 좋게 말하면 재미있고 솔직하다지만, 나쁘게 말하면 제멋대로에 무례하다라서...
예전 같으면 나도 정신줄 놓고 미친 듯 돈을 써댔을텐데... 이제는 다 헛 짓임을 깨닫고 구경만 했다. 내 주 종목은 구멍에 막대기 같은 걸 넣어 떨어뜨리는 형태의 기기인데, 그런 기기는 전멸했다. 인형과 피규어는 대부분 크레인 형태였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구경만 하다가 아래 층으로 내려갔다.
유니클로에 가서 터틀넥 티셔츠를 두 벌 집어 들었다. 맘에 드는 게 있어서 한 벌 더 사려고 봤더니 가격이 18,900円이었다. 응?
우리 돈으로 20만 원 가까운 금액. 티셔츠 한 벌에? 알고 보니 캐시미어인가 뭣인가 하는 걸로 만든 거였다. 바로 내려놨다. 저렴한 녀석 한 벌을 더 집어들고 계산을 마쳤다(이 녀석은 세탁기에 한 번 다녀온 뒤 아동복 or 뼈만 남은 처자의 크롭티 수준이 되어버려 집에서 내복으로 입고 있다. 😩).
GU에 갔더니 플레이스테이션과 콜라보레이션 한 후드 티셔츠가 눈에 확! 들어와서... 가지고 있는 후드 티셔츠가 수십 벌인지라 더 사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결국 질러버렸다. ㅋㅋㅋ
지하의 슈퍼마켓에 가서 랍스터 맛 과자를 사려고 했는데 없더라. 껍데기가 리뉴얼 되어 바뀌지 않았을까 싶어 천천히 둘러봤지만 없는 게 확실하다. 포기하고 1층으로 올라간 뒤 밖으로 나가 loft로 향했다. 문구 선진국이니까 검은 색 종이에 줄 그어진 노트가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안 보이더라. 스티커랑 달력 정도만 사서 계산을 마쳤다. 같이 일하는 젊은 친구들 주려고 스마트 폰 악세사리를 사려 했는데 하나도 안 보이더라고. loft는 계산을 마치고 2층에서 면세 처리를 따로 하는 시스템.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니 시간이 훌~ 쩍 지나갔다. 캐리어를 사야 한다. loft에도 있었지만 대부분 18,000円 이상. 너무 비싸다. 저런 비싼 녀석은 필요하지 않아.
일단 코난(미래소년이나 명탐정이 아니라, 각종 공구를 비롯해 이것저것 다 파는 대형 잡화점)에 가서 운동화를 사야 한다. 코난 2층에 스포츠 용품 매장이 있거든.
사려는 건 아식스의 농구화다. 일본에 있을 때(2019년 6월 29일) 아식스의 젤후프 V10을 샀는데 그게 굉장히 마음에 들어서, 한국에 돌아온 뒤 V13을 질렀다.
아식스(asics) 농구화, 젤후프(GELHOOP) V13 (tistory.com)
V10은 낡아서 버리고, V13을 아껴 신는 중인데 항상 여분이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 나이기에 젤후프가 하나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에서는 아식스의 제품을 구하는 게 쉽지 않은지라 일본에 가서 사들고 오기로 한 거지.
코난에 가니 V14가 있다. 이게 최신인 모양. 주황색을 사려고 했는데 사이즈가 없더라. 그래서 2022 신제품이라는 초록색을 골랐다. 270㎜를 달라고 했는데 신어보니 너무 꽉 끼어서, 275㎜를 신어보니 그게 맞더라. 아마도 볼이 작은 모델인가 보다. 15만 원 가까운 가격인데 서비스로 운동화 끈 하나 안 준다. 깔맞춤 하겠답시고 초록색 끈을 하나 샀다. 면세를 받아 사들고 왔는데 검색해보니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는 약~ 간 싼 것 같다. (글 올리면서 다시 검색해보니... 한국에서 사는 게 싸다. 하얀 색은 10만 원도 안 받고 파네. 젠장... 단, 아식스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살 수 없다.)
운동화 상자를 들고 오아시스에 가봤는데 캐리어는 팔고 있지 않았다. loft는 너무 비싸고, 오아시스에는 없고.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돈키호테가 떠올랐다. 저기라면 100% 있을 거다. 뛰다시피 해서 돈키호테로 갔다. 역시, 있다!
무조건 싼 걸 살 생각이었지만 그렇다고 대충 살 수는 없으니 천천히 살펴봤다. 한~ 참 둘러보다가 이걸로 하자고 마음을 정했는데 가격이 좀 애매하다. 이 가격이 아닐텐데 싶은 거다. 직원에게 물어봤다. 이 가격이 맞냐고. 아니란다. 잘못 놓여진 거라면서 원래 자리에 돌려 놓는다. 1,000円 비싸다. 그래도 10만 원이 안 되니까 이 녀석으로 골랐다. 면세로 사면 사용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사용해서 없어지는 게 아니라면 면세로 사더라도 사용할 수 있단다. 즉, 면세로 캐리어를 사더라도 바로 까서 쓸 수 있는 거다.
방향제, 샴푸, 칫솔 등을 사서 계산을 마치고 캐리어에 쑤셔 넣었다. 운동화 상자는 들어가지 않아서 따로 손에 들었고.
배가 슬슬 고파오기에 곧장 숙소로 향하지 않고 텐노지駅으로 갔다. 551 호라이에 가서 교자 두 상자, 부타망 두 상자를 샀다. 숙소로 돌아가 체크인. 아까 받았던 플라스틱 조각이 없어져서 가방만 받아들고 방으로 향했는데 나중에 가방 구석에서 찾았다. 일단 배부터 채워야겠다.
허겁지겁 교자와 부타망을 먹었다. 오랜만에 먹어서 그런지 정말 맛있다. 한국의 군만두와는 다른 맛이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계~ 속 먹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다. 짐을 정리해서 캐리어에 꾸역꾸역 쑤셔 넣었다. 짐이 잔뜩 줄어들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더라. 캐리어에 이것저것 쑤셔 넣었는데도 가방은 여전히 터질 듯 하다.
그 와중에 꼭 사들고 가야 하는 걸 안 샀다는 게 떠올라서, 플라스틱 조각도 돌려줄 겸 다시 나갔다. 드럭 스토어에 가서 필요한 것들을 산 뒤 숙소로 돌아가 맥주를 마셨다.
9박 10일의 여행이 이렇게 끝나간다. 익숙했던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게, 살러 온 게 아니라 하루 묵으러 왔다는 게 이상하게 느껴졌다. 5일 짜리 패스는 이 날이 마지막인지라 내일 공항에 갈 때에는 ICOCA를 써야 한다. 그것도 뭔가 기분이 묘하다.
▶◀ 이태원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아울러 몸과 마음을 다친 분들의 쾌유를 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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