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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3년 03월 04일 토요일 맑음 (내가 정상이 아닌 걸까)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3.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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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도 더 된 것 같은데, 같이 일하는 선배와 다툼이 있었다. 교대 근무 중이었고 나는 대부분의 교대를 그 선배와 했다. 그 사람 이후에 근무를 하게 되는 패턴이었는데 일을 어찌나 엉망진창으로 해놓는지, 수습하면서 받는 스트레스가 엄청났다.

대문자로 써야 하는 걸 소문자로 써놓고, 어디에는 1, 어디에는 일, 어디에는 하나, 통일되지 않고 중구난방으로 써놔서 그 ㅺ를 생각하며 출근하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짜증스러웠다. 몇 번 얘기했지만 자기가 선배랍시고 내가 가르치는 건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던 건지, 아니면 원래 그 모양이었던 건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대놓고 그 사람이 싫다는 티를 냈다. 얼마 후 인수인계를 하기에 건성으로 듣고 있었더니 사람이 말하면 눈을 보라며 화를 버럭 내더라.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니까 내가 건성으로 듣고 있는 거라고, 당신이 퇴근하고 나면 나는 한 시간 가까이 뒷 수습을 해야 한다고, 지금은 고치다 못해 그냥 다 지우고 내가 새로 만들고 있다고, 내가 왜 당신의 형편없는 근무 능력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냐고 악을 썼다. 예상하지 못한 반응인지 확전되지 않고 그대로 끝났고 나는 여전히 그 ㅺ를 무능한 월급 도둑놈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 뒤로 같이 일한 적은 없지만 다른 곳에서 일하는 꼬라지를 보면 여전히 무능하다.

 


 

최근 퇴직이 몇 년 남지 않은 대선배 한 명이 이 곳으로 옮겨 왔는데 내가 싫어할 요소를 다 갖추고 있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고, 교회를 다니는 사람이다. 친해질 수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몇 번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런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 본인은 친해지겠답시고 스몰 토크를 시도한 모양이지만 내가 볼 때에는 꼰대 of 꼰대였다.

왜 결혼하지 않느냐 묻더니 가도 후회, 안 가도 후회니까 가는 게 낫다는 뻔한 얘기를 했다. 최근에는 친분이 없는 사람에게 저 따위 말 같은 소리를 삼가하는 분위기인 걸 다들 알고 있던데, 남들 얘기에 귀 닫고 사는 모양이다. 게다가 내 승진 일자를 보더니 왜 승진 안 됐냐고 묻더라.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나보다 무능한 월급 도둑놈 & 년이 줄줄이 승진하는데 내가 밀리고 있는 걸 내가 어떻게 아냐고.

그렇잖아도 꼰대다 싶어 싫은 마음이 잔뜩인데 근무를 엉망진창으로 해서 한 시간씩 뒷 수습을 해야 했다. 인수인계에 그렇게 하지 말라고 잔뜩 남겼다가 꼴 같잖은 텃새 부리는 것 같아 지우기를 반복. 예전의 월급 도둑놈과 티격거렸던 게 생각났다.

앞에서는 찍소리도 못하면서 뒤에서 까대는, 전형적인 우리 회사 사람인지라 싫어하는 마음은 점점 커진다. 나는 사람을 싫어하면 고스란히 다 드러나는지라 본인도 알고 있을 거다. 오늘도 출근해서 마주쳐야 하는데, 벌써부터 짜증난다.

 

경험 상, 내가 싫다고 해도 나이 먹으면 그렇게 변해가더라. 저 따위로 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고, 계속 조심해야 간신히 피할 수 있다. 저 사람을 보면서 나는 저러지 말아야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목요일에 퇴근하고 마신 술이 과해서 금요일은 하루종일 뒹굴며 보냈고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슬슬 씻고 나가야 하는데 너무 귀찮다. 머리 밀고 대충 씻은 뒤 돈 벌러 가야겠다. 주말 근무라 부담은 덜한 편. 하아... 몸도 무겁고, 마음도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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