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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3년 03월 16일 목요일 맑음 (비겁한 ㅺ/여행 후유증)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3.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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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일, 그러고보니 벌써 2주나 지났네. 아무튼. 저 날, 성과 상여금 등급을 통보 받았다. S, A, B, C, D 등급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나는 C를 받았다. S나 A를 받을 일이 없다는 건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한 게 있으니까 B는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기어코 C를 줬더라.

마침 밥 먹으면서 술 한 잔 하고 있을 때였기에 이걸 소재로 잠시 주절거렸다. 그렇게 술 마시고 집에 들어와 컴퓨터 앞에 앉은 채 일 잔 더 하고 있는데 짜증이 확~ 나는 거다. 결과에 수긍할 수 없으니 나대로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장을 했다.

 

다음 날 일어나서 문자 보낸 걸 보고 잠깐 후회했다. 그냥 참을 걸 그랬나 하고. 하지만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부서장이 공정하지 못한 평가를 한 게 의심되는 상황이니까, 어디 한 번 붙어보자고 전의를 불태웠다.

쉬는 날이라 집에서 빈둥거리고 있는데 퇴근 시간이 지난 후 부서장에게 전화가 왔다. 자기는 지원 과장에게 통보 받은 걸 전달하기만 했을 뿐이라며,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말을 했다. 하... 내가 갓 들어온 신입 사원도 아니고, 얼마나 하찮게 보면 저 따위 거짓말로 은근슬쩍 넘어가려 드는 거지? 일단 알겠다, 지원 과장에게 문의하겠다, 그렇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다음 날과 그 다음 날은 주말이었기에 지원과에 연락을 할 수가 없었고, 월요일이 캄보디아로 떠나는 날이었기에 아침 일찍 부랴부랴 연락을 했다. 비행기가 뜨기 직전에 연락이 닿았는데 예상한대로 감점 요인은 전혀 없었다. 부서장이 나의 근무 태도에 형편없는 점수를 부여했기 때문에 낮은 등급을 받은 것이 확실해졌다.

 

여행하는 동안 저 따위 일 때문에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라도 잊으려 했다. 시간이 남아 빈둥거릴 때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잠시 고민이 되었다. 살면 얼마나 산다고, 이 딴 걸로 싸워야 하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사적인 감정으로 평가를 한 부서장이 올해만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 거다. 지금까지 계속 저 따위로 해왔을 거 아냐. 당한 사람들은 분하지만 씩씩거리며 분노를 삼킬 수밖에 없었겠지. 밟았는데 꿈틀거리지 않으니까 아무렇지 않게 계속 밟아댄 거고. 그러니... 나는 밟으면 꿈틀거리는 지렁이라는 것을, 내가 깨질 것을 알면서도 바위를 향해 달려드는 계란이 되자고 마음 먹었다.

 

 

여행에서 돌아와 첫 출근을 한 날.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잠시 숨을 돌리려는데 갑자기 와서는 툭툭 치며 회의실로 불러낸다. 멀찌감~ 치 떨어진 곳에 앉으라 하더니 여행 잘 다녀왔냐며 안부 인사부터 건네더라. 전화로 일본 여행 잘 다녀오라고 하더니, 그래도 어디 다녀왔는지는 제대로 알고 있어 다행이었다. 내 일본 여행을 얼마나 가슴에 담아뒀으면 캄보디아에 가는 걸 일본으로 착각하고 자빠졌던 걸까.

 

무슨 얘기를 할지 나름 기대를 하며 듣고 있었다. 내 경험 상, 저런 작자들은 절대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는다. 거짓말과 변명으로 순간의 위기를 벗어나려 들고, 그 위기를 벗어나 본인이 안전해지면 어김없이 보복하려 든다. 내가 이 염병할 조직에서 저런 쓰레기들을 한, 두 번 겪어본 게 아니다. 방어기제가 작동했다.

아니나 다를까, 자기 일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토로하며 이해해달라는 말을 하더라. 하! 지랄하고 자빠졌네. 그래, 일이 힘들겠지. 하지만 힘든 만큼 남들보다 더 받잖아? 월급으로 보상 받으면서 왜 힘들다고 징징거리는 건데? 그렇게 힘들면 그만 둬. 꾸역꾸역 버티고 앉아서 대접 받으려 들면서 앓는 소리하고 있네. ㅽ

 

끝~ 까지 거짓말을 하고, 변명만 하고 있어서 눈도 안 마주치고 가만히 듣고 있었다. 저 혼자 떠들면서 불안했는지 내가 언급한 적이 없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먼저 꺼내더라. 그 사람은 내가 ○○에 있을 때 신입으로 들어온 사람이었다. 내가 업무를 가르친 사람이다. 그 사람이 여기에 먼저 와서 5년 동안 지내면서 저 개자식의 똘마니가 되었다. 부서장이 툭~ 하면 불러대서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시켜대고, 밖에서는 술 시중 들게 하고. 

승진하겠답시고 저렇게 딸랑거리는 거겠지 싶어 꼴보기 싫었지만 딱히 나한테 피해를 끼치지 않으면 그만이니 신경쓰지 않았다. 둘 다 승진 대상자인데 부서장은 틀림없이 저 사람을 밀어주겠거니 하고 그러거나 말거나 포기하고 있었더랬다.

그 사람 얘기를 꺼내더라. 저 사람이 나보다 높은 등급(틀림없이 A를 가져갔을 거라 생각한다.)을 받은 것에 대한 변명을 하더라. 그래, 스스로 찔리겠지. 사적인 감정으로 평가했으니까. 친한 사람에게는 좋은 등급을 주고,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나쁜 등급을 주고. 그게 찔리니까 나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괜한 사람을 끌어들이며 변명했겠지.

 

도저히 저는 못 듣고 있겠다 싶어 내가 얘기해도 되겠냐고 동의를 구한 뒤 떠들기 시작했다. 나는 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한 적이 단. 한. 번. 도. 없다. 오히려 내가 비교 대상으로 삼은 사람은 ㅈ씨다. 그래, 안다. ㅈ씨와 나는 평가 그룹이 다르다. 거기까지 얘기했는데 끼어들려 하기에 말을 딱 잘랐다. 안다고. 평가 그룹이 달라 비교 대상 인원도 다르고 여차저차한 사정을 다 안다고. 그렇지만! ㅈ씨는 부서장이 인지하고 있는 지각만 두 차례, 모를 것으로 생각되는 지각은 수 차례 더 있는데다 근무 중에 코 골며 자는 등 근무 태도가 상당히 불성실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나보다 높은 등급을 받는 게 말이 되느냐?

그랬더니 또 평가 그룹이 다르다는 말을 한다. 그래서 얘기했다. 그럼 □ 그룹에 속한 사람은 지각하고 자도 되고, △ 그룹에 속한 사람은 점심 굶어가며 남들보다 한 시간씩 더 일해도 낮은 등급을 받는 게 당연한 거냐?

꿀 먹은 벙어리처럼 말을 못한다. 그러다가 급기야 자기 손으로 자기 무덤을 팠다. 지난 해의 일본 여행 얘기를 꺼낸 거다. 내가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 부서장이 먼저 얘기하더라.

 

지난 해 11월에 일본에 다녀왔는데 10월 12일에 해외 여행 다녀오겠다고 알렸다. 그런데 그 뒤로 나와 부서장의 휴가가 계속 겹치는 바람에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안 나왔다. 울릉도를 여행하고 있는데 팀장 대리로부터 연락이 와서 휴가 중에 출근해서 보안 교육을 받으라더라. 휴가 중이니까 안 된다고 했다. 다른 방법을 얘기하는데 그 중 하나가 부서장 집에 찾아가서 교육 받는 것이었다. 부서장이 그래도 된다고 한다면 일과 시간 이후지만 그렇게라도 받겠다고 했다. 하지만 도로아미타불. 결국 다시 휴가 중에 들어오라고 하더라.

괜히 중간에 팀장 대리가 끼어 피곤하겠다 싶어 내가 부서장과 직접 통화하겠다고 했다. 울릉도에서 부서장에게 전화를 했다. 짜증을 내면서, 시간이 안 맞아서 이렇게 하라고 했는데 안 된다고 하면, 결국 부서장의 시간을 나한테 맞추라는 게 아니냐며, 내가 하지도 않은 말을 지어내면서 사실 상 그런 거 아니냐고 하더라. 계급이 깡패라고, 더럽고 아니꼽지만 그럼 계획된 여행을 취소하고 그 때 출근해서 교육을 받겠다고 했더니 이건 아니다 싶었는지 다른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하더라.

결국 교육은 10월 마지막 날에 시행했다. 저 때에도 혼잣말로 휴가를 길게 가네 어쩌네 엄청 투덜거렸다. 내가 내 휴가 간다는데 왜 지랄 염병인지 모르겠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을 안 썼다.

 

그 일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던 거다. 그리고 거기에 대한 보복으로 부당한 평가를 한 거고. 참... 한심하다. 사람 보는 눈이 없으면 귀라도 제대로 달고 있어야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못 들었나보다. 난 이런 거 참지 않는다. 내가 볼 때 부당하고 남이 봐도 부당한 일이면 당연히 묵과하지 않는다.

 

그 때 있었던 일을 언급하며 휴가 중에 회사에서 지속적으로 연락한 점, 휴가 중에 들어와서 교육 받으라고 한 점, 둘 다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자기는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단다. 하! ㅽ 진짜... 내가 안 봐도 그림이 다 그려지는데 저 따위로 발뺌한다고? 당시 팀장 대리를 맡고 있던 사람은 순하기 그지 없는 이인데 내가 싸움닭이라는 걸 잘 안다. 그러니 내가 안 된다고 하면 말 바꾸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안다. 그런 사람이 지속적으로 같은 말을 반복하며 귀찮게 했는데, 그게 그 사람의 의지라고? 게다가 휴가 중에 들어와서 교육 받으라 한 적이 없다고?

내가 카카오톡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 했더니 움찔! 한다. 꼼꼼하다고 소문난 사람인데 내가 자기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걸 모르는 모양이지. 부당한 일을 당하면 해결될 때까지 모든 증거를 모으는 사람이다, 내가. 이것 역시 이 염병할 조직에서 더러운 꼴을 몇 번 당하면서 터득한 것이고.

 

증거가 있다는 말에 더 이상 발뺌은 못하고 궁색한 변명만 하더라. 급기야 위에서 말한 ㅈ씨가 지각한 사실을 몰랐단다. 무슨 소리냐, 지각했을 때 화내면서 팀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거라고 얘기한 걸 내가 코 앞에서 본 기억이 난다고 했더니 말을 얼버무리더니, 나중에 가서는 또 기억이 없단다.

 

 

사적인 감정으로 잘못된 평가를 했다고 시인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면 그냥 넘어가려 했다. 하지만 끝까지 거짓말만 하고 변명으로 일관하는 걸 보니 도저히 안 되겠다 싶더라. 자기를 이해해줄 수 있겠냐고 어설프게 덮으려 들기에 상급자에게 보고해서 내가 억지를 부리는 것인지, 부당한 평가를 받은 것인지, 다시 한 번 판단해달라 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 사색이 되더라. 좀 더 고민해보고 결정하겠다 했다.

 

그렇게 회사에 들어와 처음으로 부서장과 긴 시간을 떠들었다. 새로 들어온 여직원들과는 수도 없이 대화하더만, 그렇게 소통을 좋아하는 영감과 1년 넘도록 대화가 없었다. 저 불리하니까 불러내서 대화의 장을 열어주시는고만.

다른 사람을 통해 들었는데 윗 자리 하나가 비었단다. 혹시나 그 자리에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기대를 하고 있는 중이란다. 그런데 내가 이러저러하다고 안 좋은 얘기를 해버리면 그 자리에 올라가는 건 물 건너 가는 거지. 그래서 저렇게 마음에도 없는 사과를 하는 거였다. 그럼 그렇지.

 

 

저 개자식이 승진할 가능성이 얼마 없긴 한데, 만에 하나라도 내가 상급자에게 이 일을 얘기하고 나서 저 ㅺ가 승진에서 떨어지면 100% 내 탓을 할 게다. 그러니, 분하긴 하지만 그냥 덮을까 싶다. 다만, 위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저런 ㅺ들은 위기에서 벗어나면 바로 보복할 궁리부터 하는 것들이라 거기에 대한 대비를 해둬야 한다.

 

 

아무튼. 저 개자식 때문에 이 동네에 대한 정나미가 더욱 더 떨어졌다. 다른 곳으로 옮겨가야겠다고 마음을 굳히는 계기가 됐다. 근무 평가를 제대로 줄 리 없으니 승진은 더욱 더 멀어지겠지. 아, 그러고보니 저 7H AH 77I 가 승진도 언급하고, 남은 시간이 길다는 것도 언급했다. 협박하는 거야? 수준하고는, 진짜.

 

글로 쓰다보니 또 열이 받는데... 쓰레기 같은 것들에게 굽히고 살지 않겠다. ㅽ

 


 

지난 해 오늘은 앙코르 와트를 열심히 보러 다니고 있었는데... 지금은 몇 시간 있음 돈 벌러 가야 한다고 궁시렁거리고 있으니... 고작 일주일 여행하고 왔는데 또 떠나고 싶다. 놀고 먹는 사람이 될 수 있음 얼마나 좋을까. 그럴 용기도 없고 돈도 없으니 계속 이 따위로 살아야겠지.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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