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돈 벌러 가기 전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왔다. 다녀오던 중 차에 받힐 뻔 했다. 횡단보도에서 보행 신호가 들어와 왼쪽을 봤더니 모닝 한대가 오고 있었다. 안 멈추고 그냥 지나가는 경우가 많아 멈춰 있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그냥 지나가더라.
그 뒤에 흰 색 SUV가 따라오고 있었는데 당연히 멈출 줄 알았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에 진입했는데 안 멈추고 계속 오다가 내 앞에서 급 정거하더니 빠앙~ 하고 크락션을 울렸다.
급 정거로 그쳤다면 째려보고 지나갔을 거다. 하지만 크락션 소리를 듣자마자 머리 꼭대기까지 화가 솟았다. 빠앙? 빠아앙? 보행 신호에 횡단보도로 밀고 들어와놓고 빠앙?
운전석 문을 열고 멱살 잡아 끌어내리고 말겠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자전거를 내던지고 운전석으로 뛰어가는데 창문이 위이잉~ 하고 내려가더니 여자가 고개를 내밀고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하고 사과를 한다.
놀란 토끼 눈을 한 채 사과하는 여자를 보니 더는 어쩌지 못해 그냥 서 있었다. 분이 풀리지 않아 씩씩거리고 있자니 앞 차만 보고 가다가 신호를 못 봤다며 다시 사과를 한다.
만약에, 여자가 아니었고 사과하지 않아서 내가 강제로 문을 열거나 해서 끌어 내렸다면 어떻게 됐을까? 뭘 어떻게 돼. 앞으로의 몇 개월이 힘들어지는 거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가한 거니까 내가 가해자가 되어버리는 거다. 게다가, 차에 있던 사람이 나보다 약한 사람일 거라는 보장도 없다. 괜히 덤볐다가 처맞는 결과로 이어졌을 수도 있지.
짜증스럽지만 참고 넘어갈 법도 한데, 가슴 속에 쌓여있는 화가 많다보니 분노를 참지 못하고 표출해버리게 된다. 최근에 여행을 다녀왔는데, 즐거운 여행이었는데, 왜 이렇게 화가 쌓여 있는가?
원인은 하나다. 부당한 일을 겪었는데 거기에 적당한 대처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당한 일을 행한 이를 처벌하지도 못했고, 속 시원하게 퍼부어주지도 못했다. 그저, 아오~ 아오~ 하고 마는 거다. 현실은 내 상상과 다르니까,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거지.
아무튼, 가까운 곳으로라도 여행을 떠나 이 화를 좀 풀어야겠는데... 캄보디아 다녀온답시고 휴가를 많이 써서 아껴놓을 필요가 있다. 그렇다보니 비번 하루를 이용해 여행을 다녀와야 하고, 그렇게 되면 몸이 피곤해진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근처 저수지로 벚꽃 사진이라도 찍으러 가야겠다 싶은데 몸이 안 움직인다. 진~ 짜 피곤하다.
다음 주 월요일에 퇴근하자마자 예천으로 가서 차박하고 올까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퇴근하고 바로 간다 해도 세 시간은 걸릴텐데, 도착하면 주차장 옆의 주점은 문을 닫은 상태일 것 같은 거다. 그렇다는 건 편의점에라도 들려 먹을 것을 좀 사들고 가야 한다는 건데, 그렇게 하려니까 귀찮다.
기분도 영 좋지 않고 몸도 무겁다 보니 만사 귀찮은데다 짜증만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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