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있을 때 난바의 빅 카메라에 가서 이발기를 샀더랬다. 여러 제품이 있어서 뭘로 할까 고민하다가 브라운에서 나온 HC5030이라는 녀석을 사들고 왔다. 찾아보니 9월 22일이던데, 9월 20일에 월세 집 계약하고 들어갔었으니까 거의 도착하자마자였네.
프리 볼트 제품이라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어댑터를 끼워서 충전해가며 잘 써왔다. 니켈-수소(NI-MH) 배터리가 들어있는 녀석인데 작동 시간이 그닥 짧아진 것 같지도 않고, 날도 무뎌진 것 같지 않아 전혀 불만이 없었더랬다. 그런데...
앞에 끼우는 플라스틱 날이 부러져버렸다. 3㎜로 박박 밀고 있는데 어태치먼트라 부르는 플라스틱 부품이 있기에 가능한 거지, 저게 없으면 0.8㎜로 빡빡 밀려 버리기에 중이 되고 만다. 사소하지만 없으면 안 되는 부품이라서 당장 부품만 구입할 수 있는지 알아봤다.
그런데!
살 수 없었다. 브라운은 우리나라에 이발기를 판매하지 않고 있었다. 제품을 팔고 있어야 서비스 센터에 가서 부품을 주문하기라도 할텐데, 판매하지 않는 제품의 부품을 달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하지만 이 때까지만 해도 어떻게든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더랬다. 알리가 있잖아, 알리가.
각 잡고 검색하면 얼마든지 찾아내서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2023년 06월 기준 인구 229,099명이 거주하는 도시, (경기도) 오산이었다. 알리에서 간신히 찾긴 했는데 국내 배송 불가였고, 구글링을 통해 판매하는 곳을 찾아냈지만 대부분 외국 사이트인데다 한국까지 배송해주는지 알 수 없는 곳들이었다.
그렇게 포기하려는 찰라, 제품의 모델명을 잘못 알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제품 뒤통수에 TYPE 5427이라 쓰여 있어서 모델명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제품의 모델명은 HC5030이었다. 잽싸게 다시 검색을 했더니 예전보다는 많은 판매처가 나오긴 했는데 역시나 국내에서는 구입이 어려웠다. 네일베에서는 5만 원 가까운 돈을 받고 팔더라. 그래서 아예 새 제품을 검색했더니 티몬에서 파는 게 그나마 가장 싼 듯 한데 9만 원 정도였다.
일본에 브라운 서비스 센터가 있지 않을까? 일본 여행 가면 그 때 들러서 사들고 오면 되지 않을까? 생각이 거기에 미쳐 구글에서 오사카 브라운 서비스 센터를 검색했다. 없는 모양이다. 하지만 서비스 센터가 검색되기는 하더라고. 잽싸게 들어갔더니 하고 많은 이발기 중 딱 내 거, HC5030만 부품이 있다고 뜬다. 하! 하하! 하하하! 이럴 수가!
냉큼 들어가봤더니 가격도 괜찮다. 소비세 10%를 포함해서 1,320円이다. 하지만 우리나라까지는 배송해주지 않겠지. 직접 찾아갈 생각으로 주소를 보니 사이타마... 도쿄 옆이다. 오사카 텐노지에서 차로 가면 여섯 시간... ㄷㄷㄷ
https://shop.braun-service.jp/?pid=86767767
トリミングアタッチメント - BRAUNサービス オンラインショップ
品番: トリミングアタッチメント ショート商品説明: 3、6、9、12、15、18、21、24mmの8段階調節のトリミングアタッチメントです。対応機種: HC5050cb/HC5030/HC5090
shop.braun-service.jp
배송비가 880円이니까 합치면 2,200円이 된다. 부담되는 가격은 아니지만 한국에서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마사미 님이나 쉐리 짱에게 부탁하면 얼마든지 도와주겠다고 하겠지만 번거로운 일을 해달라고 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그냥 포기하고 '바비온 방수 이발기 SBC-401'를 샀다. 네일베에서 검색해본 뒤 후기가 괜찮기에 쿠팡에서 주문했다. 21,900원 밖에 안 하더라.
《 하나는 이미 부러졌고, 그 옆에 있는 녀석도 피로 골절로 곧 날아가게 생겼다. 》
《 바비온 제품은 아이들에게 많이 사용하는 제품이라 그런지 작고 앙증 맞다. 》
쿠팡에서 주문했기에 하루 만에 도착했다. 충전을 마치고 써봐야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내심 안타까웠다. 멀쩡한 녀석인데... 플라스틱 날이 부러진 것 때문에 못 쓰게 되다니...
자꾸 미련이 남아 창을 여러 개 열어놓고 검색을 하다가, 문득 '배송 대행지를 이용하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네일베에 일본 배대지로 검색해봤더니 이러니, 저러니, 글이 여러 개 뜨는데 그 중에 대형 사이트 이용하는 게 안전하다며 몰테일 어쩌고 하는 글이 있더라고. 냉큼 검색해보니 일본 뿐만이 아니라 미국, 스페인,... 여러 나라의 물건을 받아서 한국으로 보내주는 것 같았다. 잽싸게 회원 가입을 하고, 브라운 공식 서비스 센터에서 부품을 주문했다. 몰테일에서 알려준 일본 주소로 입력해서 결제까지 마쳤다. 그리고 나서 몰테일에 내 주소를 입력하고 일본에서 산 제품에 대한 정보를 입력했더니 물건 도착하면 배송비를 알려준단다. 15$ 정도로 예상되어 나오는 것 같던데 지금 환율이면 2만 원에 가까운 돈이다. 브라운 공식 서비스 센터에서 배송비 포함하여 2,200円 줬으니까 배송 대행비를 포함하면 4만 원이 넘는다.
응? 그렇게 되면 그냥 한국에서 해외 직구하는 거나 별 차이가 없...
결국 이렇게 또 바보 짓을 하는고나 싶지만, 그래도 잘 사용해왔던 제품을 다시 쓸 수 있게 될 것 같아 기쁘기도 하고... 아침부터 멍청한 짓을 했다 싶어 살짝 우울해지기도 하고... 기분이 묘하고만.
* 며칠 전의 나처럼 브라운을 BRAUN이 아니라 BROWN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꽤 많다는 걸 알게 됐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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