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 폭포는 인터넷으로 찾아봤을 때 물 색깔이 무척 특이해서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한 곳이다. 태백이라 생각했는데 검색해보니 주소가 삼척으로 바뀌더라. 시 경계에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길 오른쪽에 임시 주차장 표시가 있고 두 분이 안내를 하고 계셨다. 말이 임시 주차장이지, 그냥 산길 양 쪽에 차를 세우는 거다. 운이 좋으면 입구와 가까운 곳에 차를 세울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좀 멀리까지 가서 세워야 한다. 차가 지나가면 먼지가 풀풀 나는 길이다.
차를 세워두고 안내 표지를 따라 가면 폭포까지 갈 수 있다. 미인 폭포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가는 길이 내리막이라는 거다. 그게 왜 단점이냐고? 보통 멋진 경치를 보겠다고 산에 가면 오르막이 먼저다. 힘들어도 멋진 경치를 본다는 목적이 있으니까 참고 낑낑대며 올라가고, 다 보고 나면 그래도 좀 홀가분하게 내려가는 게 가능하잖아. 하지만 여기는 반대. 그래서 그런지 헉헉대며 돌아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길이 잘 만들어져 있어서 그럭저럭 힘들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산 타는 건 질색이라거나, 이 여름에! 라고 생각한다면 가지 않는 편이 좋겠다. ㅋ
《 사진으로는 1도 느낄 수 없지만 엄청난 절벽이다. 》
얼마 걷지 않아 폭포에 도착했다. 주섬주섬 드론을 띄워 날리기 시작(아슬아슬하게 비행 금지 구역을 벗어나 있었음).
원하는 각도가 따로 있는데 최대한 사람들이 안 나오게 찍으려다보니 어정쩡한 사진만 찍게 됐다. 짧은 영상도 여러 개 찍었는데 편집하기 귀찮기도 하거니와 다른 사람들 얼굴이 잠깐이라도 나오니까... 안 올리련다.
한 번도 안 쉬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 차로 향했다. 날이 날인지라 말도 못하게 덥더라. 차를 돌릴 수 있는 공간이 전혀 없었으니까 확인할 겸 그대로 나가면 되냐고 안내하는 분께 여쭤봤더니 길 따라 나가면 지나왔던 큰 길이 나온단다.
차를 빼서 그대로 직진하니까 아까 지나왔던 길이 나온다. 시간을 보니 숙소에 도착하면 15시가 될 것 같기에 일찌감치 가서 쉬기로 했다. 좌회전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중앙선을 넘게 되니까 우회전을 했다가 유턴해서 돌아가야 한다. 하지 말라는 짓은 안 하는 사람이니까, 우회전을 했는데 3㎞ 넘게 가야 유턴이 가능하다고 나온다. 젠장...
하지만 얼마 안 가서 아까의 임시 주차장 입구가 나왔다. 공간이 좀 있는 편이라 거기에서 차를 돌리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택시 한 대가 버벅거리다 안 쪽으로 사라졌고 주차장을 지나쳤던 차도 버벅거리더니 안으로 들어갔다. 그 차들 때문에 한 방에 차를 돌리지 못해 비상등을 켠 채 멈춰 있으니까 안내하던 젊은이가 조수석 쪽으로 다가오더라. 차 돌려서 나갈 거라 얘기한 후 창문을 올리는데 아까 폭포에서 잠깐 봤던 처자 두 명이 서 있는 걸 봤다.
택시 부르고 기다리는 중인가? 긴가민가 싶었지만 혹시나 시내 쪽으로 간다면 태워줘도 괜찮겠다 싶어 어디까지 가냐고, 시내 쪽으로 가면 태워주겠다고 했다. 여자에 환장한 게 아니ㄹ, 아니, 환장한 건 맞는데, 아니, 그게 아니고! 그냥, 도움이 필요해 보여서, 뭐라도 도와줄 수 있는 입장이니까, 도와줬음 좋겠다는 오지랖이 발동한 거다. 일찌감치 일 저질렀으면 딸내미 친구 뻘이었을 처자들인데 무슨.
터미널로 간다기에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거냐고 물었더니 아니란다. 바다에 들어갈 건데 그러기 위해 숙소에 가려고 버스 타러 가는 거란다. 폭포까지는 어떻게 왔냐고 하니 걷다가 차 얻어 탔단다. 와~ 진짜... 와~ 대단하다.
숙소에 일찍 들어가봐야 할 일도 없는 거, 가는 곳까지 태워주겠다고 했다. 티맵에 목적지를 찍어 달라고 건네줬다가 돌려받아 확인했더니 고속도로를 타고 나서도 한 시간 넘게 걸린다고 나온다. 컥!
뭐, 이미 태워주겠다고 큰소리 쳐놨겠다, 딱히 할 일도 없겠다, 드라이브 할 겸 가자 싶어 슬렁슬렁 달렸다. 나도 모르게 운전이 거칠어졌었는데 모처럼 사람 태워서 걱정이 되더라. 이리저리 쏠릴까봐.
대학생인데 방학이라 여행 왔다고 하더라. 대중 교통으로 여행할 수 있다는 게, 젊다는 게 참 부러웠다. 어느 순간부터 차 없이 하는 여행은 꿈도 꾸지 않게 됐다. 그러니 히치하이킹 같은 건 까마득히 먼 옛날 이야기가 되어버렸지. 지금은 태워주는 것도, 얻어 타는 것도, 너무 험한 세상이 되어버렸다.
젊었을 때 히치하이킹을 꽤 했었기에 그 때 도움을 준 분들에게 진 신세를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돌려준다는, 별 거 아닌 걸로 으쓱~ 하는 기분 같은 것도 좀 있었고, 세상에는 아~ 무 댓가없이 그저 호의를 베푸는 사람이 있다고, 아직은 그런 사람이 있다고 뻐기고 싶은 기분도 있었다.
그렇게 한 시간 남짓을 달려 목적지에 도착하니 고맙다며, 차라도 한 잔 사겠다고 하는데 젊은 처자들이 여행와서 다 늙은 아저씨랑 노닥거리느라 소중한 시간을 까먹어서야 되겠는가. 괜찮다 사양하고 바로 돌아나왔다.
《 근처에 해수욕장이 있어서 보고 갈까 하다가, 귀찮아서 그냥 숙소로 향했다. 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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