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짜리 진단서를 받아서 '본인 진료'를 사유로 청원 휴가를 냈다. 딱 2주를 신청했더니 주말이 제외되어 9일만 반영이 됐더라. 3주를 신청하면 3 × 7 = 21인데 주말 6일 빠지니까 15일, 광복절도 공휴일이라 빠지니까 딱 14일이 된다. 그렇게 신청했음 좋았을텐데 단순 계산으로 2주 신청해서 오늘이 휴가 마지막 날이다.
실은 병원에 가서 2주 짜리 진단서를 한 장 더 받을 수 있겠냐고, 끊어달라고 징징거려서 2주를 더 쉴까 고민했더랬다. 하지만, 한 달에 15일 이상 출근하지 않으면 적지 않은 금액의 수당을 뱉어내야 한다. 그렇잖아도 태블릿 사고 여기저기 싸돌아다니느라 까먹은 돈이 만만치 않아 한 푼이 아까운 처지다. 그냥, 참고 다니다가 9월에 병원 가서 2주 짜리 다시 끊어달라고 하던가 해야겠다.
그래서... 2주 쉬어 우울증은 좀 괜찮아졌냐~ 하면, 나빠지지는 않은 것 같다. 내가 우울한 감정에 빠지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람 같지 않은 것들과 상종해야 한다는 것인데 2주 동안 꼴보기 싫은 것들과 마주치지 않으니 그나마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그렇지만 내일부터 또 봐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명치 께가 뻐~ 근~ 하게 아파온다. 그나마 다행인 건 기존의 내가 뾰족뾰족한 사람이었다면, 지금은 뵤족뵤족 정도로 날카로움이 조금은 뭉개졌다는 거다. 뭐, 내일 출근하는 순간 다시 갈려나가 송곳처럼 되고 말겠지만.
병원 의사는 어쩌겠냐고, 회사를 그만둘 수도 없는 노릇이니 참아야 하지 않겠냐고, 지극히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고 있다. 안다. 참고 다녀야지. 지금 당장 그만두면 먹고 살 일부터 걱정해야 한다. 오라는 곳도 없고 갈 곳도 없다. 땡볕에 밖에서 일하는 사람들 보면 나는 그나마 나은 편이라며 자기 위로를 한다. 하지만 답답한 걸 어쩌겠어.
쉬는 동안 완전히 잊고 살려 했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유튜브에서 보는 영상도 온통 우울증 관련된 것들 뿐. 정신과 의사가 손절해야 하는 사람이라며 얘기하는데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의 태도를 보이는 사람, 잘못을 저지른 후에도 변하지 않는 사람이 언급되더라. 정확하게, 딱~ 내가 혐오하는,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 늙다리 얘기다. 모두가 지키기로 한 룰을 자기 맘대로 어기는 것도 모자라 기본적인 것조차 제대로 못하면서, 지적하면 기분 나쁘다며 화를 낸다. 고칠 생각은 당연히 안 하고.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 저 따위 ㅺ와 같이 일해야 하나 싶다.
만 원 가까이 주고 자전거用 WD-40을 사서 애써 닦고 조이고 기름 쳐 놨더니, 1층 공사하면서 뿜어져나온 먼지를 죄다 뒤집어 써서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물티슈로 구석구석 닦아주고, 매직 블럭으로 찌든 때도 벗겨줬다. WD-40을 여기저기 뿌려 녹을 제거하고 얼마 안 남은 자전거用 WD-40을 난사해서 체인의 수명 연장에 힘을 더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스로틀을 당겨도 동작하다 말다 하는 문제는 여전하다. 생각해보니 싸구려 취급받는 중국산 자전거 타서 꽤 오래 탔다 싶다. 아마도 다음 이사 때에는 중고로 팔거나 버리고 가지 않을까? 꾸역꾸역 가지고 가려나?
자전거를 손 보는 김에 운전석 쪽에 남은 흠집 제거에 도전했다. 며칠 전에 14만 원 주고 O 어쩌고 하는 업체에서 디테일링을 받았는데 흠집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안 해주더라. 심지어 깐 지 얼마 안 된 디퓨저를 잃어버려서 그만큼 환불 받았다. 실내 세차를 제대로 한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디테일링을 맡긴 건데 제대로 했는지 알 수가 없다. 보닛 열어서 엔진 룸 청소했는지 본다는 걸 깜빡했네.
아무튼. 영양에서 나뭇가지에 긁혀 운전석 쪽 휀더랑 문에 흠집이 꽤 크게 낫다. 도장이 벗겨질 정도는 아닌데 맨 눈으로 봐도 상처가 보이는 정도. 예~ 전에, 몇 년 전인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예~ 전에 ㅇㅇ에서 같이 일하던 동료가 흠집 제거 제품 살 때 같이 사서 하나 받은 게 있는데 그게 몇 년 간 썩고 있었다. 꺼내봤더니 특수 용제 같은 게 날아가지 않았나 하는 내 걱정과 달리 멀쩡했다. 용제가 묻은 제품으로 흠집 부분을 문지르고 나서 무선 광택기로 비벼댔다. 이게 되겠냐 싶었는데... 된다. 어라?
예전에 어디에서 주워 들은 건데, 자동차 흠집 제거제의 원리가 옆에 있는 페인트 녹여서 흠을 덮는 거라더라. 그래서 자주 쓰는 게 좋은 건 아니라 하던데. 아무튼, 저걸로 문질렀더니 운전석 쪽 흠집은 금방 사라져버렸고 휀더 쪽만 조금 남았다. 다시 문지르고 비벼댔더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일단 그대로 두고 며칠 후에 비 온다고 하니 비 맞고 나면 다시 한 번 봐야겠다.
2주 전에 빌린 책을 갖다 줘야 할 때가 되어 세 권 중 두 권은 책장도 넘겨보지 못한 채로 반납했다. 휴가 중에 혹시라도 보지 않을까 싶었는데 역시나였다.
오늘 길에 공원에서 잠깐 드론을 날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행 제한 구역으로 묶여 있었는데 소리 소문없이 풀려버렸다. 드론을 띄워 올렸더니 최고 고도 제한 구역이라며 150m 이상으로 올리지 말라고 경고가 뜬다. 평소에도 그렇게까지 올리지는 않으니까 크게 걱정을 안 했는데 날린 지 얼마 안 되어 자꾸 신호가 약하다는 경고가 뜬다. 1㎞도 채 떨어지지 않았는데 왜 자꾸 신호가 약하다고 징징거리나 싶었는데 나중에 착륙시킬 때 보니 블루투스랑 간섭이 생기더라. 이어폰 연결도 끊어지고 드론과 컨트롤러도 신호 세기가 훅 떨어졌다. 드론 날릴 때에는 무선 이어폰을 안 쓰는 게 좋을 것 같다.
아무튼, 얼마 안 날렸는데 머리 위로 비행기가 지나다니기에 아무래도 위험하다 싶어 그냥 내렸다. 집 근처에서 잠깐 띄울까 싶었는데 역시나 비행기가 지나다닌다. 예전처럼 정수리 위로 넘어가는 비행기에서 타이어 트래드가 보일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여차하면, 까딱 잘못하면 비행기 조종사에게 엄청 위험하지 않을까 싶어 그냥 들어왔다.
냉장고에 맥주가 네 캔 남아 있다. 복분자 와인이 다섯 병 있고. 저 녀석들을 마지막으로, 9월부터 당분간 술을 좀 쉬어볼까 한다. 끊을 자신은 없고, 그냥 좀 쉬어야겠다. 집 근처 짐 등록해서 뜀박질도 시작해야겠고. 그동안 이 핑계, 저 핑계로 공부와 운동을 등한시했는데, 정신 차리고 좀 해봐야겠다. 며칠이나 갈지 모르겠지만.
당장 내일 저녁부터 출근해야 한다. 지금은 그나마 괜찮은데, 내일 퇴근하고도 이런 마음일지 걱정이 된다. 정 안 되겠다 싶으면 다음 달 초에 다시 병원 가야 하니까, 의사한테 2주 짜리 진단서 다시 끊어줄 수 있냐고 물어봐서, 끊어주겠다고 하면 받아서 내야겠다. 어떻게든 버텨보자는 마음이 반, 힘들면 도망치자는 마음이 반이다.
제발, 지금의 뵤족뵤족한 상태가 오래 갔으면 좋겠다. 날카로워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같이 일하는 동료를 오랜만에 볼까 싶어 연락을 할까 하다가, 쉬는 날인데 연락해서 괜히 피곤하게 하는 건 아닐까 싶어 그만뒀다. 그런데... 희한하게 먼저 연락이 왔다. 저녁에 한 잔 하자는 거다. 나는 빨리 먹고 빨리 쉬는 게 좋다고 했더니 잠시 후 보자고 한다. 흠... 이런 게 이심전심이라는 걸까? 신기하고만.
날 더운데, 낮부터 소주 한 잔 빨고 들어와서 일찍 자야겠다. 내일은 2주 만에 돈 벌러 간다. 신경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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