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같은 ㅺ가 휴가를 써서 꼬라지를 보지 않아도 되는 날이었다. 어제 퇴근할 때 근무조를 확인한 후부터 그렇게 마음이 가볍더라. 나름 바빴고 이것저것 할 일이 끊이지 않았지만 기분 좋게 보낼 수 있었다.
얼마 전까지는 사람들이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회사 사람들 대부분이 나를 굉장히 호전적인 인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싸우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저 벌레 같은 ㅺ한테도 적당히 좀 봐주면 될 것을, 기를 쓰고 물어 뜯으려 해서 문제가 생긴다고 보는 것 같더라.
그런데, 요즘은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다. 저 벌레 같은 ㅺ의 무능력함과 뻔뻔함을 인식하기 시작한 거다. 남 일이라 생각했을 때에는 그닥 느껴지는 게 없을테지. 하지만 자기 일이 되면 다르다. 그렇게 자기가 직접 겪고 느끼게 되니까 내가 과하지 않았다는 걸 뒤늦게 깨닫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운동을 한 게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체력 검정 때문에 집 근처 실내 체육관에 가서 트래드 밀만 부지런히 뛰었었는데 1년도 더 된 것 같다. 몇 달 전에는 배드민턴 클럽에 들어갔지만 같이 운동하는 사람들이 썩 맘에 들지 않아서? 아니, 그 정도는 아니지만 그냥 내키지 않아서 두 달 정도 가는 둥 마는 둥 하다가 그만뒀다.
1년 내내 이틀에 한 번 꼴로 술 마셔대면서 운동을 아예 안 했는데 몸무게에 변화가 없다는 게 용하다 싶긴 한데... 이미 과체중이다. 경도 비만인의 반열에 올라선 지 한~ 참 됐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이번 달부터 운동을 하기로 했다. 술은... 끊지는 못하겠지만 확~ 줄여보기로 했다.
출근할 때까지만 해도 그런 마음가짐이었는데, 퇴근이 다가올수록 운동이고 나발이고 그냥 맥주나 빨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하지만 유혹을 이겨내고 결국 실내 체육관에 다시 등록을 했다. 3개월에 165,000원. 한 달에 5만 원 조금 넘는 셈이니 비싼 편은 아닌 것 같다. 뭐, 트래드 밀 위에서 걷고 뛰는 게 고작이니 본전 생각이 안 날 수 없지만서도.
오늘은 첫 날이니까 가볍게 하기로 했는데 10분 넘게 걷다 보니 슬슬 욕심이 나는 거다. 그래서 속도를 9에 맞춰 놓고 뛰기 시작했다. 뮤직 비디오 두 편 보고 포기했다. 뛴 거리로는 1㎞ 남짓. 체력이, 체력이, 거지 발싸개 같은 수준이 되고 말았다. 고작 1㎞ 뛰고 학학거리며 포기할 줄이야. 게다가 발바닥, 종아리가 아픈 것은 물론이고 팔도 아프다. 뜀박질하면서 앞뒤로 흔들다 담이 오는 수준의 몸뚱이가 되어버렸다. 후...
아무튼, 오늘은 운동을 한 시간이나마 했고 술은 마시지 않았다. 얼마나 이렇게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
퇴근하고 집에 오니 문고리에 작은 종이 가방이 걸려 있더라. 그냥 딱 보고 알았다. 1층에 개업한 미용실에서 뭔가 돌렸고나 하고.
기존에 1층에 살던 사람들은 개차반 of 개차반이었다.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넷인데 그 중 셋을 차지했다. 게다가 날마다 출퇴근하는 것도 아닌 모양이라 한 번 세워두면 며칠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심지어 자기가 선호하는 자리를 선점하겠답시고 전동 휠체어로 주차 공간을 막아두기까지 했다. 그런데 소리 소문없이 사라졌다. 이사를 간 모양이더라. 1층이 비었다는 걸 알고 잠시 고민했다. 월세가 많이 차이나지 않는다면 내가 1층에 들어간다고 할까?
하지만 고민하고 자시고 할 틈도 없이 미용실이 들어선다고, 공사를 해야 하니 양해 부탁한다는 종이가 벽에 붙었다. 이윽고 공사가 시작되었다. 일곱 시도 되지 않았는데 때리고 부수고 난리도 아니더라. 가정 집으로 만든 걸 어떻게 미용실로 바꿀 수 있는지 궁금했는데, 인간은 위대한 존재였다. 하려고 하면 안 되는 게 없는 것 같다. 그렇게 때리고 부수고 난리를 겪은 끝에 만들어진 미용실의 오픈이 오늘이다. 미용실 주인이 공사 때문에 시끄러웠을텐데 미안하고 고맙다며 떡과 함께 헤어 제품을 돌렸고.
뭐, 난 내 손으로 빡빡 밀고 산 지 5년이 넘은지라 미용실 갈 일이 있을까 싶은데, 잔머리 정리라던가 그런 것도 필요할테니까 한 번쯤 가볼까 싶기도 하고 그렇다. 아무튼, 이사한다고 떡 돌리는 문화 같은 건 사라진 지 오래라 생각했는데 개업했다고 떡도 돌리고 공사로 시끄러웠을텐데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이라도 해주니 그저 고맙더라. 게다가 살고 있는 건물의 집 주인도 사람이 참 좋다. 공사하는 내내 나와서 청소 도와주고, 시끄럽지 않은지 이래저래 신경 써주고, 미안하다고 음료수 돌리더라. 에어컨 찌린내 심하다는 걸 알고 청소도 해주고. 지금까지 보증금 안 주려고 질알 발광하는 쓰레기 같은 것들만 만났는데,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인성이 훌륭한 집 주인을 만난 게 아닐까 싶다. 문제는, 내가 이 동네에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는 것.
대학가라서 살기 편하다. 배달 음식도 이것저것 많고, 눈도 거의 안 와서 살기에 불편하지 않다. 하지만 꼰대 ㅺ와 무능력한 늙은이들에 벌레 같은 ㅺ가 더해져 직장 내 환경이 최악이다보니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다음 주에 병원에 가는데 2주 짜리 진단서 하나 더 받아서 좀 더 쉴 생각이다. 아버지한테 가서 낮술이나 마시고 올까 싶다. 지나고 나면 정말 아~ 무 일도 아닌데, 진짜 별 일 아닌데, 막상 겪을 때에는 참 별 일이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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