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자니까 일찍 일어나게 된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인 것처럼 컴퓨터를 켜고 의자에 앉아 빈둥거리고 있는데 오늘 하루가 고스란히 그려지는 거다. 유튜브 영상 보면서 밥 먹고, 하루종일 새로 고침 눌러가며 볼만한 거 없나 찾는답시고 시간 보내다가, 오후와 저녁의 경계 무렵이 되면 술 마시고 22시가 되기 전에 자겠지.
뭐, 나쁘지는 않지만 또(!) 그렇게 시간을 보낸다는 게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디가 되더라도 좋으니 일단 나가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하여 가장 먼저 목적지로 삼은 곳이 강원도 영월 청령포.
영월은 내가 무척 좋아하는 곳이다. 영월-단양-제천이 인접해 있어 볼거리도 많고 음식도 맛있다. 그래서 잊을만~ 하면 한 번씩 간다. 영월만 해도 2012, 2017, 2020년에 다녀왔더랬다.
강원도 영월 여행 (2012년)
경치 보러 갔다가 술 마시고 떡 되어 돌아온 영월 여행 (2017년)
2020 영월 여행 - 은하수/별자리 투어 (2020년)
그렇게 여러 번 다녀와서 어지간한 관광지는 다 봤지만 그냥 청령포에 가보고 싶었다. 청령포 갔다가, 단양 가서 시간을 보내고, 다음 날에 청풍호에 들러 유람선에서 드론 띄우면 되겠다고 생각하며 짐을 꾸렸다. 혹시나 유람선의 속도를 드론이 못 따라오면 큰 일이다 싶어 검색해봤더니 S 모드에서는 시속 50㎞까지 나온단다. 유람선이 그 정도로 속도를 내지는 않을테니 문제 없다. 배 타기 전에 드론 촬영해도 되는지 물어보고 허락해준다면 근사한 영상을 찍을 수 있을 것 같다.
열 시가 넘어 출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동명 휴게소 부근에서 엄~ 청 막힌다. 사고가 난 모양이다. 양아치 렉카들이 갓길로 부리나케 달려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엠뷸런스도 달려갔다.
정체 구간을 벗어나 좀 달리는가 싶더라니 차로 하나를 막은 공사 때문에 또 정체가 되고. 화물차가 많지 않았지만 사고와 공사 때문에 정속 주행하기 힘든 날이었다.
아무튼, 무사히 청령포에 도착. 널찍한 주차장은 예전과 달라진 게 없다. 화장실을 24시간 개방하는지 모르겠지만, 만약 그렇다면 스텔스 차박하기에 좋은 장소 중 하나라 생각한다.
《 관리하는 비용이 들테니 입장료를 받아야겠지만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
갈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다리를 놓는 게 훨~ 씬 낫지 않나 싶은데, 기를 쓰고 배로 이동 시킨다. 우와아앙~ 하고 요란한 모터 소리를 내며 후진하는가 싶더니 금방 배를 돌리고, 그리고 나서 바로 도착이다. 말 그대로 자빠지면 코 닿을 거리인데 꾸역꾸역 배로 다니게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게다가 멋들어진 숲을 볼 수 있고 역사적인 의미도 있는 장소임은 분명하지만 성인 기준 입장료 3,000원은 좀 과하지 않나 싶다. 뭐, 물가가 워낙 올랐으니 3,000원이 비싸다 말하는 것도 좀 그렇긴 하지만.
《 두 대의 배 중 한 대만 왔다갔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
출발, 도착 시간 같은 건 없다. 사람 보이면 그 쪽으로 가서 태운 뒤 반대쪽에 내려주고, 또 태우고 내려주고. 무한 반복이다. 배 모는 분은 정말 심심할 것 같았다.
《 평일 낮이라 사람이 없다. 나 혼자 탔는데 출발한다. ㅋㅋㅋ 》
《 물이 제법 깊어 보인다. 》
《 나무마다 번호 붙여 관리하는 건 처음 보는 거라 생각했는데 예전에도 이랬다. 》
기억력이 점점... 큰 일이다.
《 딱히 달라진 건 없다. 항상 같은 모습이다. 》
천연기념물 349호 관음송 옆에 할줌마 떼가 옹기종기 모여 앉아 도시락을 까먹고 있었다. "여기서 뭐 먹으면 안 되는 거 아녀?" "뭐, 어뗘~" 이런 대화가 오고 갔다. 흠...
스윽~ 둘러보고 나오는데 맞은 편의 선착장에 할저씨, 할줌마 떼가 바글바글. 단체 관광 오신 모양이다. 내 드론을 발견하신 모양인지 연신 손을 흔든다. 그러고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진짜 드론에 거부 반응이 없다. 누가 대뜸 카메라 들이밀고 본인 얼굴 찍는다고 하면 바로 가리고 뭐냐고 따질텐데, 드론에 찍히는 건 아무렇지 않은 모양이다. 신기하다.
드론을 저~ 만치 올려놓고 계단을 오르고 있으니까 컨트롤러를 보더니 "아, 이 아저씨가 날렸고만~"이라 한다. 그런데 그 와중에 어느 할줌마가 "거, 거그, 그 사람 아녀? 이PD?"라고 하니 다른 할줌마가 "에이~ 닮은 사람이겄제~"란다. ㅋㅋㅋ 살다 살다 별 소리를 다 듣는고만. ㅋㅋㅋㅋㅋㅋ
TMI: 내가 최초로 연예인 닮았다 소리를 들은 건 정확히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옛날인데, 동네 아주머니께 최재성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더랬다. 그 후 고등학교 때, 미팅에서 만난 가시나가 나한테 신해철을 닮았다고 했다. 옆에 있던 다른 가시나가 뭔 소리냐며 짜증을 확! 내니까, 말하는 거 싸가지 없는 게 신해철 닮았다고 하더라. 😑 그리고 이제 이PD... ㅋㅋㅋ ㅋㅋ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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