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테이블이 있는 좌석을 예매해서 야구를 보려고 했다. 김상진 선수의 기일인 6월 10일은 월요일이라 게임이 없고, 11일에 문학에서 SSG와 붙는다기에 그걸 보려고 했지. 7일 열한 시부터 예매가 시작된다기에, 일하는 중에 손전화 쓰러 나갈 수가 없어서 열두 시 땡! 하자마자 뛰쳐나갔는데... 남아있는 표라고는 그냥 좌석 뿐이다. 일행이 있으면 평범한 내야석이나 외야석으로도 충분하겠지만 혼자 갈 예정이었던지라 테이블이 없으면 좀 뻘쭘할 것 같았다. 결국 야구 관람은 포기.
집에 있어봐야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다 보낼 게 분명하니까, 멀지 않은 곳에 다녀와야겠다 마음 먹었고 마땅한 장소를 알아보다가 강화로 마음을 정했다. 아~ 주 오래 전에, 국민학교 저학년 시절에, 아람단 단복을 입고 갔던 기억이 있고, 군대 동기 녀석의 처가가 강화 어디께라고 해서 강화 넘어가는 길 어디쯤에서 새우 구이를 먹었던 적도 있었던 것 같다. 2001년에 강화로 파견 가서 일했던 기억도 있는데 지금은 다시 가라고 해도 못 찾아갈 정도로 기억이 희미하다.
《 초지대교를 건너면 나오는 인삼 센터.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것 같기도. 》
동막 해수욕장
《 처음으로 간 곳은 동막 해수욕장 》
《 같은 곳에서 드론으로 찍은 사진 》
도착하니 위 사진의 조형물이 먼저 눈에 들어왔고, 그 다음은 주차 요금 안내. 평일 오후라 주차장에 여유가 있는 편이었는데, 잠깐 세우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싶은데, 주차비 안내가 여기저기 붙어 있으니 돈 받을까봐 걱정이 됐다. 화장실이 급했기에 안내 표지를 따라 들어갔더니 자그마한 주차장이 있더라고. 잽싸게 차를 세우고 화장실에 다녀왔더니 주차장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갑자기 늘어난 차에 놀란 사장님이 자기 식당에 온 사람들이 세운 차인지 확인하고 있었다. 슬그머~ 니 차를 빼서 해수욕장 쪽의 큰 길로 다시 나갔다. 주차 요금을 내는 게 너무 아깝긴 했는데 달리 차를 세울만 한 곳이 보이지도 않기에 그냥 주차.
드론 비행이 가능한지 확인을 하고 나서 살포~ 시 띄웠다. 짱뚱어 해수욕장에서처럼 게 같은 걸 볼 수 있을까 싶어 갯벌에 바싹 붙여 촬영하려 했는데 갈매기들이 덤벼들 기세다. 바람도 제법 강해서 2~3분 만에 내리고 말았다.
마니산
시간을 꽤 보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동막 해수욕장에서 달리 할 게 없다. 공사 중이라 어수선하기도 하고, 뻘에 들어갈 것도 아니었던지라 잠시 보는 게 전부였다. 다음으로 어디를 갈까 잠시 고민하다가, 마니산에 가보기로 했다.
《 이런 게 자꾸 생기는 건 제주도의 영향이 아닌가 싶은데, 날로 먹으려는 거 아닌가 싶다 》
《 쇠락한 관광지의 분위기가 여기저기 남아있었던 마니산 관광지 》
평일 낮이라 그런지 주차장이 휑~ 했다.
《 강화도 뿐만 아니라 백령도나 연평도의 관광지도 안내되어 있었다 》
입구에서 2,000원인가를 내고 입장권을 사야 했다. 유공자증을 보여주고 면제 받았다.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천천히 걷고 있는데 바지가 두꺼워서인지 금방 땀이 나기 시작했다. 맞은 편에서 할줌마 뒤를 따라 걷던 할저씨가 이거 보려고 2,000원 냈냐면서 궁시렁거렸다. 적당히 걷다가 도로 끝이 나오면 그걸로 끝이라 생각했다. 계단 어쩌고는 공사 중이라는 안내가 되어 있었기에 산 정상까지는 오르지 못할 줄 알았다.
길을 따라 걷다보니 왼쪽으로 계단이 나왔다. 참성단 쪽으로 올라가는 길인 것 같았다. 모처럼 왔으니 참성단까지는 가보자고 마음 먹은 뒤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500m가 채 안 되는 산이니 금방 다녀올 수 있을 줄 알았다. ← 너덜너덜한 몰골로 내려오는 미래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복선 되시겠다.
《 정비된 계단이 이어진다. 경사가 제법 가파르다. 》
《 한~ 참 가다 보면 이렇게 넓은 바위가 박힌 공간도 나온다 》
《 400m 남짓한 산이면 얼추 다 왔다 싶은데 계단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
《 냐~ 냐~ 소리가 나서 봤더니 고양이가 애처롭게 울고 있었다 》
뭐라도 주고 싶은데 먹을 건 고사하고 마실 것도 없는 처지였다. 내가 죽을 판이었다.
출발 전에 당직 근무를 했던지라 의자에 앉아 잠깐 존 게 전부였다. 집에서 오전에 한숨 자고 출발할 생각이었지만 빈둥거리다 그마저도 못했고. 때문에 컨디션이 좋지 않긴 했지만, 500m가 안 되는 산이니까 쉬울 줄 알았다. 아니었다. 죽을 것처럼 힘들었다. 오른 어깨에 드론과 1㎏가 넘는 카메라를 둘러메고, 겨울에 입어도 될 정도로 두꺼운 바지를 입고 산을 오르자니 말도 못하게 힘들었다.
커다란 안내판에 새겨진 시를 볼 수 있었는데 두 번 정도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거의 다 갔다 싶었는데 300m도 안 된다고 나와 몸에 힘이 쭈~ 욱 빠졌다. 그렇다고 그냥 돌아가자니 그것도 내키지 않는다.
한~ 참 동안 서서 숨을 고르다가, 가야지, 가야지, 하고 발걸음을 옮기는데 좀처럼 나아갈 수가 없다. 계단 하나 오르는 데 1분씩 걸린 것 같다. 위에서 내려오던 아주머니 한 분이 그 꼴을 보고 안스러웠는지 물도 없이 올라가는 거냐고 말을 걸어 주셨다. "금방 다녀올 수 있을 줄 알고 출발했는데 힘드네요."라고 고개도 못 들고 대답했더니 "마실 거라도 줄까요?"라고 물어보신다.
세상에나... 역시, 죽으라는 법은 없고나.
음료수를 마시면 목이 더 탄다면서, 올라가서 물이라도 얻어 마시라고 조언까지 해주셨다. 감사하다고, 정말 고맙다고, 감사하다고, 세 번 인사드렸다. 저 분이 아니었다면 119 불러서 내려왔을지도 모른다. 생면부지 남인데도 친절을 베풀어주신 고마운 아주머니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바로 뚜껑을 열고 목구멍으로 들이 붓기 시작했는데 도중에 멈출 수가 없다. 조금이라도 남겨놓고 싶은데, 마음은 간절한데, 꺾인 고개와 그 쪽을 향한 손이 움직일 생각을 안 한다. 결국 원 샷.
음료수의 힘을 빌어 남은 구간을 오르다가, 넓은 바위가 있는 공간이 나오기에 냅다 드러누웠다. 그늘이 없어 땡볕이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모자를 벗어 얼굴에 덮고 잠시 눈을 감았는데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바람이 살랑 불어와 잠에서 깼고, 시계를 보니 10분이 지나 있었다. 3초 정도 눈 감고 있었던 것 같은데. 바둑 두는 신선들 구경하다가 도끼 자루가 썩었다는 게 이런 건가 싶더라. 여차하면 조상님 뵙고 올 뻔 했다.
땀 때문에 몸에 척~ 척~ 달라붙는 바지를 걷어 올리고, 남은 계단을 올라갔다.
《 정상에 가기 전에 참성단에 들리기로 했다 》
《 저 멀리 보이는 곳이 정상. 꽤 멀어 보인다. 》
참성단에서 사진을 찍고 나니 달리 할 게 없다. 잔뜩 지쳐 있어서 뭔가 할 생각도 들지 않는다. 빨리 정상을 찍고 내려가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 정상에도 고양이가 있었다. 세 마리가 빈둥빈둥~ 》
《 내려가는 다른 길도 있는 모양이다. 도전해 볼 엄두도 나지 않았다. 》
《 해발 472m 짜리 산이 이렇게나 힘들 줄이야... 》
지리산(로타리/장터목 코스) > 설악산 > 북한산 순으로 힘든 산 순위가 변하지 않았었는데 가야산(만물상 코스)에 다녀온 후 북한산이 밀려났었다. 이번에 마니산에 다녀온 후 북한산이 또 밀려 5위가 됐다. 내 기준으로 힘든 산은 지리산 > 설악산 > 가야산 > 마니산 > 북한산이다.
급하게 내려가다가 발목을 접질렸다. 왼쪽 발목이 돌아가 우두둑~ 오도독~ 난리가 났다. 천만다행으로 인대가 늘어나거나 하지는 않은 것 같아 잠시 상태를 보고, 찔끔 쉬었다가 다시 출발했다. 접질릴 때에는 119 불러야 하나 걱정할 정도였지만 하늘이 도왔다.
《 올라갈 때 봤던 치즈냥이가 처음 봤던 곳과는 다른 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
헥~ 헥~ 거리며 산을 내려갔다. 편의점에 가서 아이스크림과 음료수를 산 뒤 차에 퍼질러 앉아 목을 축였다. 살 것 같더라. 가야산보다 덜 힘들었다 느꼈던 게, 가야산에서 내려왔을 때에는 포카리 스웨트 1.5ℓ 짜리의 ⅔를 한 번에 다 마셔버렸었거든. 여기서는 얼음 아이스크림 두 개를 먹으니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이라 해가 길어 아직 어둡지는 않았지만, 게스트하우스에 얘기한 도착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겨버렸다. 빨리 가야겠다 싶어 그대로 출발했다.
가다보니 사거리 모퉁이에 중국집이 보이더라. 손짜장 어쩌고 하는 가게였다. 40년 넘게 살면서 손짜장 가게에서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아~ 예~ 없는지라 내키지 않았지만, 배가 너무 고팠다. 가게가 2층이라 진짜 망삘이다 싶었지만 배고픔이 더 컸다. 그런데...
《 짬뽕밥이 기똥차다. 건더기도 실하고, 불맛도 나고. 》
배가 고파서 더 맛있게 느껴졌던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진~ 짜 맛있었다. 정신을 놓고 배를 채웠다. 숙소에 돌아가 맥주와 함께 먹으려고 주문한 깐풍기를 받아들고 계산을 마쳤다.
숙소를 향해 가고 있는데 캐리어를 끌고 걷는 커플을 봤다. 이 시골에서 캐리어를 끌고 간다면 목적지는 한 곳 밖에 없었다. 게스트하우스다. 오늘 나와 같이 묵을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확~ 들었다.
숙소 근처까지 갔는데 편의점이 보이지 않는다. 내비게이션으로 검색을 해봤더니 이미 지나친 곳이 가장 가까운 곳이었다. 결국 차를 돌려 왔던 길로 되돌아갔다. 아까 그 커플이 여전히 캐리어를 끌며 걷고 있었다.
다락 게스트하우스
편의점에 가서 여섯 캔 묶음 맥주를 사서 숙소로 향했다. 차를 세워두고 잠시 분위기를 살피는데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 안쪽을 기웃거리니 아까 봤던 커플이 나란히 앉아 있고 맞은 편에 아주머니 한 분이 보인다. 인사를 하고 들어갔더니 내 이름을 말해주시며 맞냐고 확인을 하신다. ㅋ
《 이 동네에도 지곡동이 있는 건가? 라 생각했는데... 》
《 아니었다. 내가 생각한, 포항의 그 지곡동이 맞았다. 》
사장님의 남편 되시는 분이 포철고를 졸업하셨단다. ◉_◉
두 개의 방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셔서, 출입문 오른쪽에 있는 작은 방을 골랐다. 작고 아담해서 맘에 들었다. 유일하게 걱정이 되는 거라면 선풍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뿐. 더우면 어쩌나 걱정이 됐다.
게스트하우스 이용 방법을 소개받으며 커피를 마셨다. 나보다 먼저 도착한 커플은, 남자 쪽이 일본 사람이었다. 세상에나! 몽골에서도 그렇고, 강화 여행에서도 그렇고, 어찌 이리 일본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것인지. 그렇게 만나고 싶다 할 때에는 인연이 닿지 않더니, 일본어 다 까먹고 바보가 되어 버리니 우연이 거듭된다.
어줍잖은 일본어로 수다를 떨던 중, 차가 없어서 다음 날 일정을 짜는데 고충을 겪기에 나와 같이 가자고 제안을 했다. 다음 날 평화 전망대에 가고 싶다 하더라고. 나도 다녀올 계획이었으니까 같이 갔다가 전등사에서 헤어지면 되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렇게 다음 날 일정을 정리한 후 사장님과 함께 마트로 장 보러 떠난 커플. 나는 그 사이에 호다닥 샤워를 마쳤다.
종종 방문한다는 다른 게스트가 잠시 후 합류하여 통성명을 마치고 사들고 온 음식을 나눠 먹었다. 네 명 중 세 사람이 일본어를 할 수 있는 상황인지라, 대한민국 땅에서 한국어만 하는 사람이 소외되는 해괴한 상황이 벌어졌다. 한 명이 일본어로 떠들면 다른 사람이 통역해주곤 했다. ㅋ
밖에서 먹고 마시다가 시간이 많이 늦어 안으로 자리를 옮겼고, 마저 떠들다가 23시가 훌~ 쩍 넘어서야 각자의 방으로 흩어졌다.
《 인천/김포 공항이 코 앞인지라 낮게 나는 비행기를 자주 볼 수 있었다 》
《 개인적인 사유로 절대 타지 않는 티웨이 》
사장님은 판매 중인 물건(아마도 장아찌?)의 배송이 있다 해서 자리를 비웠기에 따로 인사를 드리지 못하고 체크 아웃. 뒷 자리에 탄 커플과 함께 평화 전망대로 향했다.
평화 전망대
게스트하우스는 강화의 남쪽에 있었고 평화 전망대는 가장 북쪽에 있었기에 시간에 제법 걸렸다. 가는 동안 수다 떨면서 시간을 보냈다. 전망대 근처까지 가니 현지 거주하는 사람과 방문자를 구분해서 검문을 하더라. 이름과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신분증을 보여주는 걸로 임시 출입증을 받아 안으로 들어갔다.
《 물이 도는 게 보인다 》
평화 전망대를 다 둘러보고 나서 시계를 보니 아직 여유가 있다. 근처에 교동도가 있기에 대룡 시장을 보고 가는 게 낫지 않을까 싶더라. 그래서 일본인 친구에게 간단히 설명을 했다. 지도 앞에서 그러고 있으니 할아버지 한 분이 지긋이 바라보다가 일본어로 끼어 들더라. 음~ 내가 일본어 쓰는 사람들 보면 기를 쓰고 끼어들고 싶어 한참을 망설이다 참았는데, 못 참으면 저렇게 되는고나 싶었다. 앞으로도 계속 참아야지.
교동도는 다리가 있어 어렵지 않게 갈 수 있었다. 여기서도 해병 2사단의 검문이 있었다. QR 코드 찍으라고 해서 운전하면서 힘들게 찍었는데, 작성을 마치고 넘기려 하니 다음 페이지로 안 넘어가더라고. 그냥 검문하는 용사에게 이름과 전화번호를 알려주면 되는 거였다. ㅋ
교동도 대룡 시장
대룡 시장에 도착했다. 주차장은 이미 가득 찼다. 평화 전망대에서 티맵에 대룡 시장을 찍었더니 179대가 가고 있다 하더라고. 휴일(현충일이었다)이어서 그런가보다 싶긴 했는데, 이렇게 바글거릴 줄은...
근처의 마른 흙밭에 임시 주차장을 만들어놨다. 거기에 차를 세운 뒤 시장으로 향했다.
《 『 1박 2일 』에 나와 유명세를 탔던 이발관은 식당으로 변해 있었다 》
『 1박 2일 』 강화도 편에서 은지원이 강호동에게 탁구로 이길 수 있다고 도발했다가 탈탈 털린 뒤 벌칙으로 머리를 빡빡 밀었던 곳이 교동 이발관이다. 당시 방송에 나왔던 할아버지께서는 지금 은퇴하셨다고 한다. 자식들이 이발소 자리에서 식당을 하고 있단다.
시장 구경을 마치고 전등사로 향했다. 아침 일찍부터 돌아다니느라 피곤했는지 뒷좌석의 커플들은 금방 곯아떨어졌다. 같이 탄 사람들이 차에서 자면 괜히 뿌듯하다. ㅋㅋㅋ
전등사
전등사가 숙소 근처라서 같이 보고 나서 헤어지기로 했다. 얼마 전까지는 산 길을 막아 놓고 절이 있다는 이유로 중들이 삥 뜯는 게 당연했는데, 이제는 그 짓을 못하게 되었다. 대한민국의 모든 절은, 입장료를 받으면 안 되는 거지. 그런데 전등사에서는 주차비라면서 2,000원을 뜯어 가더라. 장애인이나 유공자 할인에 대한 안내도 아예 없었고. 하는 짓이 괘씸했다. 사람들이 돈을 내지 않게 됐지만 세금으로 그만큼 받아가잖아? 게다가 저들은 세금도 안 내고. 이 나라는 종교를 앞세운 양아치 AH 77I 들에게 너무 관대하다.
일본에서 온 남자 친구 쪽에서 번데기에 도전했다. 대단하고만. 지난 해에는 자기가 혼자 알아봐서 일본군 성노예와 관련된 시설에도 다녀왔다고 한다. 다카마츠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려고 준비 중이라는데, 한국 사람과 비슷한 면도 많고 생각도 깊은 사람이라 생각했다.
전등사 구경을 마치고 밖으로 나갔다. 근처 식당에 내려주고 가려 했는데 밥 먹고 가라 해서, 못 이긴 척 근처의 맛 집으로 향했다. 게스트하우스의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곳인데 어제 지나가면서 봤더니 재료가 소진되어 문을 닫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 날 식사를 하는 중에도 예약이 되냐고 묻는 전화가 두 통이나 왔고, 손님 역시 끊이지 않았다.
비빔밥을 추천해주셔서 그걸로 주문을 했는데 고추장은 아예 없고 간장으로 비벼야 했다. 게다가 반찬은 죄~ 다 풀때기. 고기라고는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 맛이 없는 건 아닌데 뭔가 아쉬웠다. 고추장이 간절하더라. 게다가 같이 나온 된장찌개는, 덜어 먹을 수 있게 국자와 앞 접시가 같이 나온 게 아니라서 이 사람, 저 사람이 숟가락을 담궈야 했다. 커플은 아무렇지 않겠지만 내가 빤 숟가락을 담그는 게 내키지 않아서 결국 아예 안 먹었다. 식사는, 불만족.
운전해줘서 고맙다고 밥을 사줘서, 못 이긴 척 얻어 먹었다. 그리고 식당에서 헤어졌다. 이후 라인으로 계속 연락하자고 했고, 하루, 이틀 정도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나중에 다카마츠에 가게 되면 연락해봐야겠다 생각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반대쪽이 말도 못하게 막힌다. 주말에는 엄청나게 막힌다고 들었는데 정말 심하더라. 번갯불에 콩볶아 먹듯 다녀온 강화 여행이었지만 좋은 사람들 만날 수 있어서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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