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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텔레비전 』

남자의 자격 - 하프 마라톤 도전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09.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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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박 꼬박 챙겨 보려고 노력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 무한도전 』과 『 1박 2 일 』 정도다. 최근에는 『 천하무적 야구단 』도 무척이나 즐겁게 보고 있긴 한데, 앞에서 말한 두 프로그램만큼은 아니다.

『 1박 2일 』을 보려고 텔레비전을 틀었는데, 시간이 다소 일렀는지 엉뚱한 프로그램이 하고 있기에 보다가... 나름의 재미에 푹 빠진 게 『 남자의 자격 』이다. 이외수 선생님의 예능 출연도 신기했고... 김국진 본다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좀 식상해져서 멀리 했다.

그러다가... '하프 마라톤 도전' 편을 보면서 가슴이 짜~ 해지는 걸 느꼈다.

내가 쉬지 않고 달리는 걸로 가장 긴 거리를 뛴 건 9㎞다. 가벼운 티셔츠와 반바지 입고 뛴 게 아니라, 군복 입고 뛴 거다. -ㅅ- 그저 뛰기만 한 게 아니다. 군가 부르고, 박자 맞추고... 박수도 치고... 그러면서 뛰었다. 오죽하면... 힘들다고 소문난 DI(Drill Instructor) 교육 마친 교관들마저 퍼졌을까...

아무튼... 지금 그렇게 뛰라고 하면 절대 못 뛸 것 같다(막상 닥치면 지기 싫어서 기를 쓰고 할 것 같기는 하다). 말이 9㎞지, 당최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열 맞춰 뛰는 거라 힘들다고 천천히 뛸 수도 없었다.

포항에서 받은 훈련의 경험을 제외한다면... 백령도에서 부대 자체적으로 실시한 마라톤 대회에서 뛰었던 7㎞가 최장 거리다. 3.5㎞ 코스를 왕복하는 거였는데, 정말 힘들었다.

텔레비젼으로 보니 그럭저럭 잘 뛸 것 같던 김성민이나 이정진도 죽으려고 하던데... 그 마음, 절절히 이해가 됐다. 그리고... 아프다고 포기하려 했던 이경규나 이윤석이 기를 쓰고 완주하려는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됐다.

해병대 들어가서 수색대를 들어간다거나 DI 교육 받으면 모를까... 우리 부대처럼 몸보다 머리 쓰는 부대로 와버리면 해병대/해군/공군/육군의 구분 자체가 무의미 해지는 거다. 그런데도 몸 쓰는 일이 있으면 다들 '해병대잖아'라며 굉장한 부담을 준다.

2년 선배가 좀 비리비리 하면 좋으련만... 나보다 키도 작은 양반이 악이랑 깡은 얼마나 좋은지... 자연스레 비교가 되곤 했다. 거기에다가 개념없는 장교 녀석 하나가 자꾸 라이벌 의식을 키우는 바람에... 그 마라톤에서는 내가 당연히 1등을 해야 하는 분위기였다.

출발하자마자 병사 녀석이 100m 뛰듯 달려 나갔다. 나중에 물어보니 한 순간만이라도 1등 하고 싶어서라고 하더라. 결국 한참 뒤쳐져서 들어왔다.

난 진지하게 1등을 노리고 있었기 때문에 나름 페이스 조절했다. 천천히 뛰었다. 아니나 다를까, 초반에 떨어져 나가는 사람들이 생기고... 반환 지점을 2등으로 돌았다. 병사 녀석이 내 앞에 뛰었으니, 간부 중에는 1등이었다.

하지만... 무리했는지, 결국 페이스가 떨어져 전체 7등인가로 들어왔다. 간부 중에는 4등인가 했을 거다.

어느 정도 뛰니까 오만 생각이 다 들었다. '가 무슨 부귀영화 누리겠다고 이러고 있나'부터 시작해서... '이 딴 거 누가 하자고 했어!!!'하는 분노까지... 그러다가... 하도 힘이 드니까 차라리 '땅이 꺼졌으면...'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끝이 날 것 같지 않았던 달림은 결국 끝났다. 1등은 못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뛰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 따위 때문에 기분이 어찌나 좋은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고작(?) 7㎞ 뛴 내가 그랬을진대, 하프 코스 뛴 연예인들은 오죽 했으랴... T^T

예전에 해병대 훈련 받으면서 쓴 일기에... 이런 것도 이겼는데, 내가 못 이길 일이 뭐가 있겠냐... 그런 내용이 있더라.

정말이지... 지금 하라면 다시는 못할 것 같은... 말도 안 되는 훈련도 해냈는데... 역시, 아무리 생각해봐도... 몸이 힘든 것 보다는 마음이 힘든 게, 몇 배는 사람 더 괴롭게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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