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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텔레비전 』

제너레이션 킬 (Generation Kill, 2008)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1.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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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병대의 이라크 전을 그린 작품이라고 해서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2008년에 미국의 HBO 방송국에서 제작한 텔레비전 드라마였다. 러닝 타임은 한 시간 살짝 넘고, 8부가 마지막. 드라마라고는 하지만, 작품에 나오는 기자가 쓴 책을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 성격이 짙은 작품 되시겠다.

네×버 검색해보니 작품에서 '루디'로 나오는 냥반, 실제 인물이란다. 그러니까, 진짜 루디가 전역 후 배우가 되어 본인의 역할을 한 거라고 한다. 허허허... 게다가 책이 나온 이후 작품 속에서 병신 짓을 일삼았던 장교들이 죄다 문책/처벌 받았다고 한다. 뭐, 다른 블로그나 게시판의 댓글을 통해 주워 들은 거니까 정확하지 않은 얘기일 수도 있다.

아무튼... 지루하다는 사람도 있던데, 개인적으로는 흥미롭게 봤다. 커다란 텔레비전을 통해 5.1 채널로 음 분리 확실한 장소에서 요란뻑적지근하게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그런 환경은 불가능하니... ㅠ_ㅠ

스토리는 별 거 없다. 미 해병대 수색대 애들이 이라크 전에 참전하여 전쟁을 치르는 얘기다. 보통은 일반인의 능력을 뛰어넘는 어마어마한 녀석이 여기저기 쏴대며 엄청난 전공을 올리고, 그 와중에 동료가 죽고, 분노하고, 복수하고, 현지인 여자랑 눈 맞아서 섹스도 하고, 뭐... 그런 뻔한 이야기일테지만, 이 작품은 다르다. 수 많은 등장 인물의 입을 빌려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Fuck이다. -_ㅡ;;;   한 마디로 전쟁 뭣 같다는 거다. 전쟁이 뭣 같은 가장 큰 이유는... 멍청한 윗대가리들 때문이다. 은하영웅전설에 나오는 명언, '나는 전면의 유능한 적, 등 뒤의 무능한 아군, 이 양자와 동시에 싸우지 않으면 안 되었다.'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작품에는 많은 병신들이 등장하는데, 일단 제임스 매티스 장군을 들지 않을 수 없겠다. 엄청난 훈련과 강도 높은 압박을 이겨낸 최정예 싸움꾼들에게 헬기나 전차의 지원없이 매복한 적을 찾아내 사살하고 시가지로 진입하는 임무를 맡겼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전쟁터에서 내가 사람들에게 요구하는 건 일의 구분을 명확하게 하는 게 아니라 용기와 솔선이다'라는 궤변으로 스스로를 포장했다. 하지만 매티스 장군 같은 경우는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대대장 스티브 페란도의 입을 통해서만 등장하기에 아무래도 미움을 덜 살 수 있는 경우다.

갓파더라는 콜 사인으로 불리우는 대대장 스티브 페란도 역시 병신이다. 후두암에 걸려 듣기 껄끄러운 쇳소리로 짖어대는 이 병신은, 대대장이라는 직책이 아깝기 그지 없을 정도로 멍청한 쪼다 색히다. 뭐, 조직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대표의 입장에서 여러 가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에 그의 선택이 마냥 멍청하다고 몰아 붙이기도 좀 그렇지만... 입만 열면 매티스 장군님께서 운운하며 똥구멍이나 핥으려는 모습을 보면 답답~ 하다. 능력있는 관리자라면 부하 직원의 능력과 이해 관계를 적절히 이해해야 했을 터인데, 이 멍청한 놈은 그마저도 제대로 못하는 골 빈 모습을 수시로 보여 준다.

대대장이라는 게 저 모양이니, 중대장이라고 제대로 된 놈일 리 없다. 엔시노 맨이라는 이 병신은 군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용어조차 모를 뿐더러, 옆에서 아부하고 음해하기 바쁜 머저리까지 달고 다니며 입만 열면 듣는 사람 한 숨 나올 소리만 짖어댄다. 부하들 찾아다니며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을 솔직하게 하라고 했을 때 닥터가 '당신은 무능력자'라며 대놓고 쏘아 붙였는데 어찌나 속이 시원하던지...

대대장과 중대장은 병신 of 병신이지만, 그나마 소대장은 제대로 된 녀석이다. 네이트 픽이라는, 생긴 걸로도 먹어주는 이 녀석은 상관의 부당한 명령에 저항하고 부하를 아끼는 모범 장교다. 멍청한 소리나 해대는 상관과 불만투성인 부하들 사이에 끼어 굉장히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들어 무척이나 안스럽게 볼 수 밖에 없었던 캐릭터다.

그 외 거의 주인공 급으로 등장하는, 엄청난 탐지 능력을 갖춘 콜버트 브랫 하사 같은 경우는... 워낙 들쭉날쭉하는 터라 좋은 놈이라고만 할 수는 없겠지만, 부하인 트럼블리의 민간인 미성년자에 대한 총격을 본인 책임이라고 말하는 등의 듬직한 모습을 자주 보인다. 먹을 것과 도색 잡지를 감춰 두었다가 공개하는 장면도 나름 감동적(?)이었다. ㅋㅋㅋ

깡마른 레이는 CSI 라스베가스의 그렉 샌더스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지금의 그렉은 짬이 쌓일만큼 쌓인 베테랑 수사 요원이지만, 초반의 그렉은 하지스를 능가하는 초절정 개그 캐릭터였다. 생긴 게 비슷해서 그런지, 하는 짓이 비슷해서 그런지, 자꾸 그렉 생각이 났다.
막내 트럼블리는 개념없는 신세대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면서도 브랫에 절대적인 신뢰와 의외의 어른스러움을 보여 주었고, 연막탄을 터뜨려 경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진을 계속 하는 차에 사격을 했다가 민간인을 사살한 월트는 생긴 것과 다른 여린 모습에 정이 가는 캐릭터이다.

그 외에도 여러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일일이 기억하기도 어렵고 해서 대충 이 정도만 쓰고 그만 두련다. 가장 마음에 드는 캐릭터는 닥터와 에스페라였다. -_ㅡ;;;


아, 하나만 더... 캐릭터에 대해 끄적거리면서 이대로 끝내면 작품을 본 사람들은 100% 이상하게 생각할 게다. 왜냐하면... 작품을 본 사람 열에 열 모두가 싫어할 캡틴 아메리카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대장이나 중대장의 병신 짓은 아무 것도 아닌 걸로 보이게 할만큼 쪼다 중에 쪼다인 이 자식은 작품을 본 모두가 분노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최강의 병신이다. 죽은 적에게 빼앗은 AK 소총을 마구 갈겨 대다가 코커 하사에게 발사음 때문에 오인 사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나 받고... 그 뒤로도 틈만 나면 병신 짓 하더니, 생포한 포로에게 대검으로 협박하다가 소속이 다른 부대의 하사에게 신고 당하고, 지는 살포시 몸을 빼내면서 부하에게 죄를 전가 시키는 최강의 개색히스러운 모습까지 선보인다. 그의 밑에서 같이 생활했던 병사들이 오죽하면 그가 차에서 내릴 때마다 총에 맞기를 기도했다고 했을까. 아무튼, 말이 필요 없는 병신 of 병신, 병신 종결자다. -ㅅ-   분대장이라서 병장이나 하사 쯤 되나 싶었는데 장교였다.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고, 전쟁의 비참한 모습을 실감나게 잘 전달하는 작품이다. 전쟁이라는 건 굳이 경험하지 않더라도 이런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충분히 간접 경험을 할 수 있고, 그 간접 경험만으로도 끔찍한 일이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가리만 벌리면 전쟁하자고 떠들어대는 병신들 때문에 피곤한 세상이다. 외부의 적보다 멍청한 아군이 더 무섭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전쟁을 다뤘지만 미국 만세도 아니고, 영웅 탄생도 아니고, 전쟁은 씨발이야! 라고 당당히 외치는 이런 작품이 보다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하고자 하는 이야기 때문에 군에서의 지원이 없거나 있다고 해도 미미한 수준이었을 것 같은데, 배경이나 등장하는 장비 등이 꽤 사실적이라(인 것 같아)서 놀라웠다. 우리 나라 같으면 절대 불가능했을 게다. 예를 들면 한국 전쟁 당시에 북한군이 민간인 학살하던 미군을 죽이고 민간인을 구했다라는 실화가 존재하더라도 심각한 레드 컴플렉스가 여전히 존재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드라마는 고사하고, 영화로도 나올 리가 없다는 거다. 나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이야기를 함에도 들어주고 보아줄 줄 아는, 나를 인정받기 위해 남을 먼저 인정하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대단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부족한 글 솜씨로 횡설수설하다 보니 길어지기만 하고 엉망진창인데... 보는 내내 무능한 아군이 한심스러웠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내 주위에 그런 무능한 상전이 상당히 많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나도 무능한 상전이 되지 않을까 싶어 좀 더 노력하고 공부해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아무튼... 작년에는 모두에게 미움 받고 싶어 환장한 또라이 ×× 놈 때문에 괴로웠는데, 올해에는 백령도까지 와서 권위 의식이 극에 달한 ×× 놈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있자니 이 작품이 더욱 더 남다르게 다가온다. 더구나 같이 일하는 냥반은 몰라도 아는 척, 거짓말만 최강인 녀석이라... 보는 내내 나를 작품 속에 대입하여 공감하며 봤다.


여자들이 봐서는 별로 재미 없을 것이고... 남자들도 지루하다거나 늘어진다는 평을 하는 사람이 있는만큼, 반드시 보라고 적극 추천할 정도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게 봤고, 많이 공감하면서 봤다. 우리도 학도병 찬양하고, 전쟁 영웅만 그려대는 쓰레기 같은 시간 소모품 말고,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좋은 작품 만들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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